소설리스트

개미로 환생!-195화 (195/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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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어머니

휘익!

하앗!

덥썩!

여왕의 방에 들어가자 마자, 어머니의 더듬이가 무서운 속도로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나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

그동안 모렐리아의 신중한 모습을 보고 배운 바가 있어서···

어머니가 어떤 식으로 나를 맞이할지 미리 예상하고 입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는 입구에 거꾸로 매달린 채 어머니의 더듬이를 내 더듬이 두 개로 붙잡았다.

마치 날아오는 칼날을 손바닥으로 붙잡은 것처럼 말이다.

“잠깐만요, 어머니! 성급하게 판단하지 마세요!”

내가 외쳤다.

여왕의 시선이 평화롭고 고요하고···

무겁게 드리웠다.

“나를 위한 선물을 가지고 오는 걸 봤단다, 아이야.”

여왕이 차분하게 대꾸했다.

나는 무심코 더듬이를 으쓱해 보이려고 하다가, 아직 여왕의 더듬이를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은 더듬이를 놓을 수 없었다.

아직 내가 딱히 멍청한 짓을 하는 게 아니라고 여왕을 설득하지 못했으니까···

“아 이거요···?”

내가 맞받아쳤다.

“알고 보니 지상에는 이런 게 너무 많아서, 별로 귀하지도 않더라고요. 이렇게 흔한 코어를 가져다 드려서 죄송할 정도예요.”

“그러니?”

어머니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죄송할 일 없이 그냥 네가 가지고 있으면 되겠구나.”

···젠장!

코어 값어치 낮추기 작전은 실패였다.

“둥지를 위해서 위험한 지역을 힘들게 정찰하고 왔는데, 좀 더 반갑게 맞이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작전을 바꿔서 볼멘 소리를 했다.

다행히 이 작전은 통한 것 같았다.

여왕이 더듬이를 거뒀기 때문이다.

“무사히 집에 돌아와서 기쁘구나, 아이야. 당연히 너를 다시 봐서 아주 반갑단다. 네가 밖에서 또 어떤 골칫거리를 들고 왔을까 걱정은 되지만.”

아무래도 여왕은 이 상황을 즐거워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나는 어머니를 좀 더 제대로 설득하기 위해 바닥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상처를 받는다고요, 어머니.”

나는 속으로 진땀을 흘리면서도 그렇게 투정을 부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난 골칫거리가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꼭 내 잘못이라고 볼 수 없었다!

물론 나 때문에 가라로쉬와 그 졸개들의 침략이 계획보다 빨라졌을 수는 있지만···

카르모도 도마뱀이 열심히 탐색 마법을 사용하고 있던 장면을 고려할 때, 이쪽에 리리아의 생존자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은 어차피 머지않아 들켰을 확률이 높았다.

여전히 나보다 훨씬 몸집이 큰 여왕이 나를 위쪽에서 굽어봤다.

여왕의 방은 둥지의 지하 부분, 즉 던전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래서 호위 개미들이 늘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벽에서 생성되는 몬스터들을 잡아야 했다.

호위 개미들은 몬스터를 바로 죽이기보다는 생포해서 여왕 개미에게 가져왔다. 여왕님께 경험치와 바이오매스를 바치는 것이었다.

“사실 정찰하는 동안 몇 가지 일이 생기기는 했어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

물론 그건 내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내 말을 듣고, 여왕이 마치 한숨을 쉬는 것처럼 더듬이를 흔들었다.

“네가 둥지를 떠날 때부터 대충 예상은 했단다.”

윽.

“그나저나 진디는 어디 있어요? 안 보이네요?”

내가 대화 주제를 돌리려고 애쓰며 물었다.

여왕은 새로운 화제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사랑하는 펫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여왕의 눈이 따스하게 빛났다.

“내 방에 있으면 진디가 위험에 빠질 것 같아서 걱정이 돼서, 보육실에 옮겨다 놓고 유모 개미들에게 돌보도록 했지. 벌써 진화도 한 번 했단다.”

여왕 개미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축하드려요, 어머니. 펫 덕분에 기쁘시다니 다행이에요.”

진심이었다.

여왕은 둥지의 모두를 진심으로 아꼈고, 우리도 모두 어머니를 사랑했다.

하지만 개미들은 대체로 너무 바빴다.

그러니 늘 어머니의 곁에 머물 펫이 생긴 건 좋은 일이었다.

나만 해도 충성스러운 크리니스가 언제나 내 등 위에서 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든든하게 느껴지곤 했으니까.

“진디가 알을 낳을 때가 머지않았네요.”

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럴 거다.”

여왕개미가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구나.”

좋았어.

나도 잘한 일이 있다는 걸 상기시켜 드렸으니까, 다시 코어 얘기로 돌아가 볼까.

“그래서 이 코어 말인데요···”

찰싹!

아야!

여왕의 더듬이가 번개처럼 빠르게 내 머리를 때렸다.

이상하게 아무리 진화와 변이를 거쳐도, 여왕의 더듬이에 맞으면 여전히 아팠다.

“내게 주는 것보다 그 선물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란다, 아이야. 이 이야기는 지난 번에 이미 끝내지 않았니?”

나는 움찔하면서도 고집을 부렸다.

“저는 이미 희귀 코어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아마 한 동안은 더 필요할 일이 없을 테고요. 제가 다시 희귀 코어를 쓸 수 있기 전까지 여러 개를 더 습득하게 될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어머니만큼 이 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개미가 둥지에 없어요!”

하지만 여왕은 그 정도로 설득이 되지 않았다.

“병정 개미들은 어떠니? 지휘관들은? 우리 가족이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면, 그 개미들이 가장 강해야 할 테니까.

지금은 내가 이 둥지의 유일한 여왕이지만, 곧 나와 같은 역할을 할 개미가 둘이나 더 생길 거야. 그리고 나는 다른 개미들처럼 전투를 하지 않아. 강한 힘이 필요한 건 내가 아니라 다른 개미들이란다.”

하아.

여왕은 둥지 안에서 자신이 가지는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그냥 말만 저렇게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여왕이 사라지는 일이 우리 둥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둥지의 다른 개미들을 강하게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스스로를 그저 알을 낳는 둥지의 일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의견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나도 결코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일단 전투는 제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저는 벌써 희귀 코어를 가지고 있고, 곧 진화도 할 테니까요. 그 어떤 적이 나타나서 둥지를 위협해도 제가 맨 앞에 나서서 싸울 거예요.

어차피 당장은 둥지에 희귀 코어를 흡수할 만한 다른 개미도 없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조금 더 잘 싸우는 병정 개미가 아니라, 가족들에게 희망의 등대이자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줄 강력한 여왕이에요.”

나는 여왕을 설득하려 노력하며 더듬이를 열정적으로 흔들었다.

왜 여왕이 강해져야 한다고 설득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까?

“매번 전투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가 저희 최후의 방어선이었고, 어쩌면 또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사실 제 생각에는 어머니께 이 코어를 드리는 편이 둥지의 잠재적인 전투력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법이에요. 미래를 위한 성장 속도도 빨라질 테고요.

그러니까 이 코어를 받으셔야 해요. 설령 그래서 일개미들이 좀 더 안심할 수 있는 게 효과의 전부라고 해도요. 우리 중 누구도 어머니를 잃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어머니가 강해진 모습을 보기만 해도 모두가 마음이 한결 편해질 거예요.”

내가 여왕에게 애원했다.

그리고 말을 마친 뒤에야 여왕 말고도 주위의 호위 개미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선배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어머니.”

그 중 한 마리가 말했다.

“어머니께서 강해지시면 둥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다른 개미가 거들었다.

“절대 쓰러지시면 안 돼요.”

여왕 개미의 머리 위에 서 있던 세 번째 개미가 덧붙였다.

그 뒤에도 점점 더 많은 개미들이 입을 열었다.

곧 방 안은 여왕이 코어를 흡수하고 강해져서 절대 죽지 않아야 한다는 일개미들의 아우성으로 가득 찼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뒤에도, 일개미들이 여왕에게 이처럼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호위 개미들은 보통 여왕의 결정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 호위 개미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다니···

분명 다들 나와 생각이 같은 모양이었다.

여왕은 절대 쓰러지면 안 된다.

설사 둥지의 다른 모두가 목숨을 잃더라도, 어머니는 지켜내야 했다.

여왕이 더듬이 하나를 공중에 들어올리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알았으니 그만들 하렴, 이 코어를 받으마.”

여왕이 말했다.

그러자 호위 개미들은 아무런 대꾸 없이 다시 하던 일로 복귀했다.

마치 조금 전에 모두가 여왕을 향해 아우성치던 일이 모두 환상이었던 것처럼, 방 안은 순식간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행이에요.”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뜸을 들이지 않고 곧장 앞으로 달려가서, 커다란 코어를 여왕 앞에 내려놓고 뒤로 물러섰다.

“진화까지는 레벨이 얼마나 남으셨나요?”

내가 호기심에 물었다.

코어를 흡수하는 것과 최대 레벨에 달성해서 진화를 하는 건 또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진화를 하기 전까지는 한계까지 성장시킨 코어의 역할이라고 해야 여분의 마나를 조금 더 공급하는 게 전부였다.

코어 성장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은 진화를 할 때였다.

진화의 잠재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다.

“진화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단다.”

더듬이로 코어를 이리저리 굴려보던 여왕이 대답했다.

넹?!

“지금 당장도 진화를 하실 수 있다고요?! 그건 엄청 좋은 소식인데요! 코어는 최대치로 성장하신 상태고요? 변이는요? 변이도 다 마치셨죠? 제발 그렇다고 말씀해 주세요!”

내가 정신없이 말을 쏟아내자, 여왕이 한쪽 더듬이를 흔들어 나를 진정시켰다.

“변이는 모두 마치지 못했단다. 너도 알고 있지 않니. 바이오매스는 나보다 둥지의 성장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걸. 하지만 그래, 코어는 얼마 전에 한계까지 성장시켰지.

아이들이 내게 계속 코어를 가져다 준 덕분에 최대치로 키울 수가 있었지. 내가 볼 때는 낭비일 뿐인데 다들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여왕이 어쩐지 발끈하며 말했다.

환상적인 소식이었다!

잘했어 개미들아!

“그러면 굳이 기다리실 필요가 없어요, 어머니.”

내가 기뻐하며 말했다.

“지금 당장 코어를 흡수하고 곧바로 진화하세요!”

“알았다, 아이야. 그리고··· 고맙구나.”

여왕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뭘요, 어머니.”

내가 더듬이 끝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나서 조용히 여왕의 방에서 나와, 더 아래쪽에 있는 내 방으로 내려갔다. 그

스무 마리 정예 개미들이 이미 모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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