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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219화 (219/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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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로 복귀

“둥지로 복귀하시는 건가요, 대선배님?”

정찰병 개미들 중 하나가 물었다.

“응! 이제 진화할 준비가 됐거든!”

“허락만해 주신다면 이 소식을 위원회에 알릴까 하는데요.”

“그렇게 해.”

몬스터 무리의 앞쪽에 가까워질수록, 정찰대와 병정개미 그리고 다른 직역의 개미들이 섞여 있는 소규모 습격 부대와 더 자주 마주쳤다.

최종 전투를 앞두고 준비와 휴식을 위해 전선에 배치했던 개미들을 모두 둥지로 복귀시키는 중인 듯했다.

좋은 생각이었다.

미리 전장을 준비해 놓고 개미들의 컨디션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면, 일주일 동안 거의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행군을 해야 했던 굶주리고 지친 몬스터 무리와 맞서 싸우기가 한결 수월해질 테니까.

비록 낮은 초기 능력치로 시작했지만,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모든 개미들은 나와 같은 3단계 몬스터가 된 상태였다.

물론 나처럼 모든 신체 부위나 스킬을 성장시키면서 진화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몬스터 무리의 평균적인 수준보다는 훨씬 강력했다.

이번 전투가 질과 양의 싸움이라고 본다면, 개미들이 오히려 전자라고 할 수 있었다.

적어도 무리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그랬다.

다만 가라로쉬와 그 자식들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우리 쪽에 있는 놈들의 대항마는 여왕과 나였다.

부디 우리 둘이사 놈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진화하러 가십니까, 대선배님? 늘 열심히 일하십시오!”

“내가 언제 열심히 일을 안 했는데??”

“바로 그 정신입니다!”

으윽!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개미들이 더 많이 보였다.

다들 둥지와 전선을 바쁘게 오가며 소식을 전하고 상황을 지켜보거나, 재편성과 휴식을 위해 복귀하는 중이었다.

마주치는 녀석들마다 반갑게 한 마디씩 했는데, 좋기도 했지만 비슷한 인사를 수백 번이나 반복해서 들으니 지치기도 했다.

그래도, 가족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건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나는 펫들과 함께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래도 둥지에 돌아갈 때까지 몇 시간이 걸렸다.

둥지에 가까워지자 개미들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졌다.

여기저기서 일개미들이 땅을 파고, 병정 개미들은 경계를 서고, 정찰병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다시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좋았다.

여기가 우리 집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 둥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궁금했다.

여왕은 진화를 마쳤을까?

방어 준비는 모두 준비가 끝났을까?

얼마나 많은 개미들이 새로 태어나서 훈련을 받았을까?

지난 주 동안 장인 개미들이 이뤄낸 성과물도 상당히 기대가 됐다.

새로운 세대의 개미들이 발전해 나가는 속도는 나로서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1년 뒤에 둥지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개미들의 지능을 올리면 분명 잠재력을 발휘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성공적일 줄은 몰랐다.

곧 다가올 전투만 성공적으로 마치면, 하늘 아래 우리를 막을 자가 없을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땅 아래라고 해야겠지.

잠시 후 내 눈에 둥지의 모습이 들어왔다.

떠나기 전보다 더 높아져 있었다!

이제는 ‘언덕 같은’이 아니라 정말로 언덕이었다.

얼마나 더 지나면 저 언덕이 산으로 변할까?

엄청난 높이의 흙더미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개미들이 깨알처럼 작게 보였다.

둥지에 더 가까이 다가가자, 개미들이 열심히 구축해 놓은 방어선이 나타났다.

바닥 여기저기 페로몬으로 함정이 설치된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나는 뾰족한 말뚝이 박힌 함정에 타이니가 빠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데리고 가야 했다.

함정들 너머에는 둥지까지 방벽이 여러 겹으로 세워져 있었다.

벽들은 각각 2-3미터 너비로 그리 두껍지는 않았지만, 적이 첫 번째 벽을 넘어도 100미터 뒤에 다시 두 번째 벽이 나왔다.

그리고 거기서 또 100미터 뒤에는 세 번째 벽이 세워져 있었다.

벽 위에는 개미들이 높고 안전한 위치에서 몬스터 무리를 향해 산성 용액을 쏠 수 있는 회랑도 만들어진 채였다.

둥지를 감싸고 있는 방벽은 무려 여덟 겹이었다.

우리는 벽을 하나하나 넘어서 둥지로 다가갔다.

세상에나!

심지어 벽 사이에도 함정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둥지의 개미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방어전을 준비했다는 점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렇게 많은 말뚝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베어내야 했을까···

대규모 삼림 파괴의 원인이 된 게 아니라면 좋을 텐데···

아마 땅 밑에는 수없이 많은 굴들이 보이지 않게 숨겨져 있을 터였다.

당장 내 근처에서도 페로몬으로 표시된 입구를 몇 군데 감지할 수 있었다.

스무 마리의 정예 개미들이 뭘 얼마나 준비해 놓은 건지 기대가 됐다.

둥지에 도착한 우리는 지나가는 개미들로부터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꽤 많은 개미들과 더듬이 하이파이브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잘 지내셨어요, 대선배님?”

“전투가 기대되시나요, 대선배님?”

“대선배님과 여왕님 중에 어느 분이 더 많은 적군들을 물리치실까요?”

“당연히 여왕님이지.”

내가 그 질문을 한 개미에게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여왕은 이제 무려 6단계 몬스터였다!

심지어 희귀 코어를 가지고 진화한!

나와 여왕을 비교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나는 마침내 언덕 꼭대기에 올라서 주위를 둘러봤다.

높은 곳에 오르니 멀리 인간들의 마을도 보였다.

인간 마을과 둥지 사이의 나무들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모두 베어낸 상태였다.

인간들이 뭘 하고 있는지 보일 만큼 내 시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아마 그쪽도 곧 닥칠 위험에 대비하느라 바쁠 터였다.

몬스터 무리와 그 배후의 세력을 향한 나의 분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졌다.

가라로쉬와 카르모도는 감히 내 가족을 노린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다.

내 분노가 앞으로 닥칠 일을 감당할 만큼 충분히 크기를 바랄 뿐이었다.

[지난 번에 흡수하지 못하고 남겨 놓은 희귀 코어를 찾으러 가자. 이제 진화를 해야 할 시간이야.]

우리는 둥지 안으로 뛰어들었다.

왠지 중앙 통로가 전보다 넓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니, 이제 타이니조차 꽤 편하게 통로를 드나들 수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했다.

평소처럼, 둥지에 들어서자 마자 엄청난 양의 페로몬이 내 더듬이를 덮쳤다.

둥지의 구역을 구분하는 영역 표시용 페로몬과 개미들이 일을 하면서 주고받는 짧은 대화 페로몬들이 정신없이 떠올랐다.

“목재가 더 필요해! 이 페로몬 흔적을 따라서 숲으로 가는 팀에 합류해!”

“식량! 어서 확보하자고! 가만히 있는다고 먹을 게 절로 떨어지는 게 아니야! 곧 사냥 부대가 던전으로 출발할 거야!”

“할 일이 없다고? 제정신이야?! 건설 업무는 항상 있으니까, 조각가 본부에 가서 그쪽 일에 참여해봐!”

“어이 거기! 늘 긍정적으로 열심히 일하라고! ^-^”

···마지막 페로몬 메시지는 그 의도가 뭔지 잘 모르겠군.

아마 단순히 사기를 진작하려는 목적이겠지.

하지만 그런 말이 굳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개미들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모두가 난리 법석을 떨며 일을 하는 동안 가만히 서 있는 건···

나 뿐이었다.

젠장, 게으르다는 소리를 듣기 전에 어서 움직여야지.

우리는 벽에 붙어서 곧장 아래로 내려갔다.

수많은 개미들이 작은 곁가지 통로를 꾸준히 드나들었다.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개체 수가 확실히 늘어난 것 같았다.

하루에 200마리씩 태어났다면, 그동안 개미의 수가 1400마리는 늘었을 터였다.

전선에서 목숨을 잃는 개미들도 있었지만, 그걸 고려해도 예전보다 천 마리는 늘어난 게 확실했다.

시간이 일주일만 더 있었다면···

걱정이 훨씬 덜했을 텐데!

여왕의 방에 도착한 나는 혼란에 휩싸였다.

방 안에는 일개미 몇 마리만 보였고, 여왕과 호위 그리고 시종들 모두 온 데 간 데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일단 타이니와 함께 다시 중앙 통로를 내려가, 여왕의 방 아래쪽에 위치한 내 거처로 들어갔다.

심지어 이 방도 예전보다 두 배는 넓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병정개미 두 마리가 문 밖을 지키며 스폰되는 몬스터들을 감시할 뿐,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역시 집이 최고야.]

내가 펫들에게 말했다.

[돌아오니까 좋아요.]

크리니스가 맞장구를 쳤다.

[흐으음]

타이니는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 행동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럴 만도 했다.

둥지로 돌아오는 길이 굉장히 지치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 주 내내 힘든 일 투성이었다.

아마 둥지의 개미들도 모두 반드시 필요한 휴식 시간을 제외하면 내내 바쁘게 일했을 것이다.

개미들이 스스로 지쳤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나는 정예 개미들의 위원회가 최종 전투 이전에 모두를 강제로라도 잠깐이나마 쉬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시간만 자도 능률이 전혀 달라지니까 말이다.

이제 불과 네 시간 뒤면 몬스터 무리가 둥지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좋아.

더 이상 뜸 들일 때가 아니다.

희귀 코어를 꺼내자.

사실 몇 주 동안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나는 이미 시스템이 허락한 한도 이상으로 코어를 흡수한 상태였다.

그 뒤로 레벨을 올리고 바이오매스를 먹으면서 시간을 약으로 고통을 버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숨을 쉴 때마다 코어 근처가 욱신거렸고, 가슴이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답답했다.

그나저나 코어는 어디 간거지?

여기 어디 뒀던 것 같은데···

아하!

마나 감지를 활성화하자, 던전 벽에서 쏟아져 나오는 환한 빛에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1-2초 정도 지나서 던전의 풍부한 마나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자 벽에 파묻어 놓았던 코어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여기 있구나!

나는 벽으로 다가가 턱으로 보석처럼 빛나는 코어를 꺼낸 다음 방의 중앙으로 돌아왔다.

[네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크리니스. 어떻게 될지 살짝 걱정이 되거든.]

[뭐라도 말씀하세요, 주인님. 전 언제나 명령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어요.]

공포와 죽음의 촉수 괴물이 나를 안심시켰다.

[고마워, 크리니스.]

하지만 나와 헌신적인 펫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흐르는 감동적인 장면은, 몇 미터 옆에 누워서 천둥 같은 소리로 코를 고는 타이니 때문에 완전히 망가지고 말았다.

뭐···

이제 진짜 시작해 볼까···

[호환 가능한 희귀 코어가 감지되었습니다.]

[코어를 흡수하거나 재구성하시겠습니까? 경고! 이미 진화를 위한 한계치 이상으로 코어를 흡수했습니다. 추가적인 흡수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음···

사실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가라로쉬나 카르모도 같은 강력한 적을 상대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하면, 과연 내가 그 한계를 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 안에 계속 숨어 있던 두려움과 걱정이 갑자기 솟구쳤다.

애써 마음에 눌러 담았던 초조한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또 죽고 싶지는 않아···

나는 판게라에서 즐겁게 잘 살고 있다고!

가족과 둥지를 위한다는 삶의 목적도 있고, 매일 모든 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지금 이것들을 전부 잃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동시에, 가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나를 행동하게 만들었다.

만약 내가 이런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다면, 내게 그렇게 큰 의미를 가지는 둥지를 보호하지 못할지도 몰랐다.

할 수도 있었던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둥지를 잃게 되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해보자! 코어 흡수!]

고통.

으악 미쳤어!

아아아!

아프잖아!

코어가 미친듯이 아파!

코어 흡수를 수락한 순간, 코어의 에너지가 빛나는 기체 형태로 공기 중에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 코어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코어는 즉시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나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한쪽으로 쓰러져서 다리를 꿈틀거렸다.

몸 속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변화 때문에 내 주의는 온통 ‘안쪽’으로 쏠렸다.

으아아아!

젠장, 할 수 있어!

버티자!

에너지가 내 안에 들어올수록 압력이 점점 강해졌다.

커지는 코어는 몸 속의 내장들을 바깥으로 밀어내기 시작했고, 이어서 내 갑각을 안쪽에서 압박했다.

마치 곧 터질 것 같은 풍선이 된 느낌이었다.

희미한 소음이 계속 들렸는데, 알고 보니 내가 턱을 악 물고 가는 소리였다.

이제는 심지어 턱까지 아팠다!

말도 안 돼!

압력이 점점 더 강해지더니, 곧 온몸이 폭발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에서 바깥으로 밀어내는 힘이 너무 강했다!

뭔가 나를 눌러주지 않으면 정말 터져버릴 것 같았다.

[크리니스! 나를 촉수로 감싼 다음 꽉 눌러줘!]

내가 외쳤다.

[네에?!]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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