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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221화 (221/387)

221

두 번째 대화

진화할 종족을 선택하자 진화 메뉴가 펼쳐졌다.

금방이라도 코어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라, 어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서 내 몸을 업그레이드 하고 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끝내고 싶었다!

좋아, 이제 메뉴가 떴으니 뭐부터 해야 하지?

그래!

위장 업그레이드!

나는 메뉴를 뒤져서 내 위장을 변이 가능한 신체 기관으로 바꾸는 선택지를 찾았다.

몬스터의 신체에 존재하는 모든 기관이 태어날 때부터 업그레이드 가능한 형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 태어난 개미들이 첫 번째 진화를 할 때 위장을 변이 가능한 기관으로 바꾸는 건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그래야 위장 업그레이드로 바이오매스 섭취를 더욱 효율적이게 만들어서, 진화 단계로 인한 페널티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진화가 끝나면 드디어 나도 진화 페널티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음헤헤헤!

몸 안에서 불타오르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메뉴를 뒤적거리던 나는, 마침내 위장을 변이할 수 있는 신체 기관으로 변경하는 선택지를 발견했다.

다행히 선택지의 가격은 꽤나 저렴했다.

일반적인 신체 기관을 변이 가능한 부위로 바꾸는 비용의 절반 정도였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타이니를 보면서 근육도 변이 가능한 신체 부위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이니는 본인의 근육계를 굉장히 강력하게 업그레이드한 상태였다.

만약 내가 턱으로 강력한 적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다면, 비슷한 수준으로 근력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하나 값으로 두 개 구입!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으려나?

이런 세상에!

아직도 엄청나게 남았잖아!

코어를 한도 이상으로 흡수해서 그런가?

거기에 변이 완성으로 10% 보너스까지 받았고!

이러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겠는데!

각종 분비선도 구입할 수 있을 테고! 뭘

뭘 사야 하지?

머 많은 신체 부위?

오러?

특별 진화를 반복하는 노력이 마침내 빛을 보는 날이 왔군!

나는 마치 과자 가게에 들어온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심지어 돈을 잔뜩 가지고서!

정신이 아찔할 지경이었다.

이러다 기절하겠어!

아니, 잠깐.

고통 때문에 진짜 기절할 수도 있겠는 걸···

조금만 참자!

거의 다 왔어!

가장 먼저 높일 능력치는 영리함이었다.

일단은 능력치부터 확보한 뒤에 신체 부위나 기타 등등을 고민하기로 했다.

좋아···

진화로 보너스 능력치 +15를 얻었으니···

나는 남은 에너지 대부분을 투자해서 세 번째 보조 두뇌를 만든 다음 기존의 보조 두뇌 두개 사이에 배치하고, 공조 피질에 연결하기로 했다.

이미 공조 피질을 가지고 있으니 최대한 활용하지 않으면 손해였다.

즉, 더 많은 보조 두뇌들이 필요했다!

나는 세 번째 보조 두뇌를 기존의 보조 두뇌들보다 크고 강력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마법 시전을 이끌 수 있는 일종의 ‘대장’ 두뇌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동시에 나는 기존의 보조 두뇌들도 조금씩 강화했다.

그리고 영리함과 의지력에 부여된 보너스 능력치 +15의 효과는 남아 있는 에너지와 함께 모두 원래의 내 두뇌에 몰아줬다.

여기까지 마친 나는 잠시 놀랍도록 발전한 내 두뇌 수준에 감탄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시무시하군!

이번 진화로 내 정신력의 수준이 완전히 달라졌다!

다음으로 물리적 능력치를 손볼 차례였다.

원래 나는 힘과 밀도에 대략 6대 4의 비율로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었다.

그러면 크기와 속도가 둘 다 조금씩 개선될 테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절대적인 능력치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 진화로 인해 생기는 불균형은 다음 번에 교정하기로 하고, 우선은 절대적인 능력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했다.

힘 능력치를 +40까지 높이면 크기가 꽤 커질 터였다.

그리고 물기 스킬에 관여하는 근육들이 주로 머리 쪽에 몰려 있기 때문에, 나는 근육의 밀도를 그쪽에 집중시켰다.

거대 악어를 상대하려면 내 머리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했다.

보너스 능력치와 남은 진화 에너지를 합쳐서 힘 능력치가 총 +50이 올랐다.

이번 진화에서는 내 형편없는 육체 능력을 개선할 작정이라, 이 정도 투자는 해야 했다.

강인함 능력치는 갑각을 강화시키고 두껍게 만들기 위해 주로 쓰였지만, 일부는 내장의 벽을 튼튼하게 하는 쪽에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전기 에너지 같은 일부 공격은 내 외골격을 그대로 뚫고 내장에 피해를 입혔다.

내장을 강화하면 그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힘과 마찬가지로, 보너스 능력치에 진화 에너지까지 모두 더하자 강인함도 +50이 올랐다.

메뉴가 열려 있는 김에, 나는 새로운 신체 기관인 집단 의지 분비선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에 주어졌던 세 가지 희귀 진화 선택지들은 엄청난 능력치 보너스와 함께, 무료 ‘희귀’ 기관을 하나씩 부여했다.

내가 선택한 둥지의 귀감 같은 경우에는 집단 의지 통로였다.

이 기관은 내장보다는 살 덩어리가 마치 결정처럼 굳어 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엽기적인 것은 이 기관의 가격이었다.

엄청나게 비쌌다!

가장 비싼 오러 분비선보다 더 비싸잖아!

그것도 훨씬 더!

이걸 무료로 준다고?!

희귀 코어 만세!

희귀 진화 만세!

아직 이 신체 기관의 기능이 뭔지 제대로는 모르지만, 비싼 값을 하지 않겠어?

진정하자.

아직 소모해야 할 에너지가 많다고.

능력치를 더 올릴까?

흐음. 잘 모르겠군.

날개를 달아?

그것도 잘 모르겠고...

지하에서 날개가 필요할 일이 있을까?

날아다니는 게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나는 턱과 발톱을 땅에 딛고 돌아다니는 편이 더 좋았다.

날개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자.

꽁무니에 침을 달아볼까?

벌써 침을 다는 변이를 거친 개미들이 여럿 있었다.

강력한 독침을 적에게 발사하며 유용하게 사용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산성 용액에 집중하기로 했다.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내 꽁무니에서 나오는 강력한 산성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처음부터 홍보할 생각은 없었다.

산성 용액을 더 업그레이드하는 선택지는 없나?

나는 방대한 메뉴를 바쁘게 뒤적였다.

잠시라도 고통을 잊고 뭔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며, 나는 마음에 드는 항목들을 몇 가지 찾았다.

[산성 분사구. 산성 용액을 더욱 유연하고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신체 기관]

꽤 저렴한 이 신체 기관은, 산성 분비선 끝에 장착되는 작고 말랑말랑한 ‘노즐’이었다.

몸의 자세를 크게 바꾸지 않아도 산성의 방향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장치라고나 할까.

예를 들어, 배만 높이서 들어 분사구를 앞쪽으로 향하게 하면 굳이 뒤로 돌지 않아도 산성을 정면으로 발사할 수 있었다.

좋군!

내친 김에 하나 더...

[산성 농축 분비선. 산성 용액을 생성하는 기관에 부착됩니다. 생성되는 산성 용액의 농도와 순도를 높이며 전반적인 품질을 개선합니다.]

이것도 좋았다!

지금껏 해온 변이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기관이었다.

즉 내 산성이 더 많은 피해를 입히고, 더 끈적거리며, 더 빠르게 마나를 갉아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성비도 좋은데!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산성 자극 분비선. 산성 용액의 생성 속도를 증가시킵니다.]

이제 산성 용액 발사가 편리하고 강력해졌으니, 마지막으로 좀 더 빨리 리필되게 만들어 보자!

휴, 예전보다 꽁무니가 커져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 새로운 부위를 장착할 자리가 부족했을 것이다.

이제 뭘 더 해야 하지?

저렴한 분비선 세 가지를 샀으니, 이제 뭔가 좀 비싼 걸 지르고 싶었다.

내 정신과 육체를 한 번에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기관을!

신경계에 관련된 뭔가를 구입해볼까?

내 정신과 근육을 이어주는 건 신경이니까!

나는 잠시 메뉴를 뒤적거리며, 신경과 신경계 전반에 관련된 선택지를 한 무더기 찾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비쌌다.

정말 탐나는 선택지들은 산성 관련 신체 부위를 구입하지 않았다고 해도 꿈도 못 꿀 만큼 비쌌다.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것들 중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선택지들이 제법 많았다.

심사숙고 끝에, 나는 남아 있는 에너지로 신경계를 변이 가능한 기관으로 업그레이드한 뒤 추가로 이걸 구입했다.

[보조 신경계. 주 신경계의 확장 버전으로, 무조건 반사의 처리를 극적으로 끌어올려 반응 속도를 줄입니다.]

음헤헤헤.

변이 가능한 신경계에 보조 신경계까지 갖추면, 내 반응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지겠지!

여기에 미래 예지 더듬이의 잠재력을 더하면···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었다.

어서 진화를 마친 뒤의 상태창을 보고 싶었다.

정말 장난이 아닐 것 같았다.

새로운 신체 부위들을 업그레이드할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런 수고를 들일 가치는 충분했다.

좀 많이 지른 것 같기는 했지만···

새로 생긴 유용한 효과들이 어마어마했고, 능력치도 골고루 올랐다.

진화를 마치면 내 몸집은 아마 기존의 두 배, 혹은 그 이상으로 커질 터였다.

이제 타이니를 마음껏 밀면서 돌아다닐 수 있겠군.

음헤헤헤.

좋아.

이제 모든 걸 확정하고 터지기 직전 상태인 코어의 에너지를 빼낼 시간이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서 메뉴를 접고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진화할 때마다 그런 것처럼, 노곤한 느낌이 곧바로 전신을 덮쳤다.

시야는 검게 흐려졌고, 감각은 점점 무뎌졌다.

아, 고통도 없고···

나를 괴롭히는 신체의 감각도 더 이상 없었다!

잠깐, 이 느낌 기억 나는데.

내 의식은 마치 우주의 소용돌이를 타고 세상의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계속해서 깊은 내면으로 가라앉았다.

또 시작이군.

시스템 아저씨와 수다를 떨 시간이다.

이미 두 번째 경험이라, 나는 마음을 놓고 이 상황을 즐기려고 애썼다.

사실 이런 유체이탈이 썩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육신의 감각이 없다 보니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희미한 현기증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변의 환경을 인지하지도 못하고 거리 감각도 없는 상태는 사실 꽤 불편했다.

[여정이 지겨웠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이런 식이 아니면 너를 내게 데려올 방법이 없다.]

아, 이번에도 간달프의 걸걸한 목소리가 나를 맞이하는군.

진짜 간달프 역의 배우와 목소리가 엄청 닮은 게 수상하단 말이야.

무슨 범우주적 우연의 일치라도 되는 건가?

뭐, 어쨌거나···

잘 지냈어요, 간달프?

표류하는 나의 의식 주위에서 웃음 소리가 울렸다.

[네가 나에게 붙여준 이름이 참으로 재미있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부를 셈인가?]

제가 당신의 진짜 이름을 아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가 진짜 이름을 말해주면, 그걸로 부를 텐가?]

아뇽.

[···]

···

[어쨌든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군.]

목소리가 화제를 바꿨다.

[지난 번 진화 이후로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마도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지만.]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계세요?

좀 놀라운데요.

[그렇게 놀라울 일은 아니다.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모든 대상이 내 손아귀 안에 있으니까. 너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몬스터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게 당연하지.]

뭐, 그렇죠.

우리가 도움을 좀 받을 수는 없을 까요?

너무 불공평해 보인다고요.

놈들은 대체 몬스터 무리를 어떻게 조종하는 거죠?

그건 시스템의 권능을 침범하는 짓 아닌가요?

[그렇진 않다.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도 있는 법이지. 모두 설계의 일부다.]

쩝···

[너는 원래 죽었어야 했다.]

간달프가 불쑥 말했다.

[현재의 진화 단계는 그 정도로 코어 에너지를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어. 네 코어는 깨져야 했고, 너는 죽어야 했다. 시스템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까.]

뭐···

죽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아니, 널 나무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야. 너는 아주 유망한 견본이니까. 네가 빨리 죽었다면 굉장히 안타까웠겠지.]

아무래도 이제 죽어 마땅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데에 도가 텄나 봐요.

그나저나 시스템이 그렇게 설계되었다는 건, 당신이 그렇게 설계를 했다는 말인가요?

[내게 질문을 하려는 건가?]

나는 눈을 굴리려 했지만···

곧 내게 몸도, 굴릴 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그냥 저한테 일방적으로 말하려고 여기까지 부른 건가요?

적당한 질의는 괜찮지 않나요?

[사실 너와 같은 견본과 대화를 나눈 지가 굉장히 오래되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던전으로 데려온 건 모두 어딘가 ‘고장난’ 사람들이고··· 던전 같은 환경에 노출되자 더욱 심하게 망가졌지.]

잠깐 대화를 멈춘 간달프가 다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 이를테면 가라로쉬처럼 말이다.]

그 이름을 듣고 나는 얼어붙었다.

가라로쉬가 저와 같은 환생자라고요?

[물론이지. 심지어 너와 같은 세계 출신이다. 시대도 비슷한지는 모르겠구나. 이런 소환에서는 시간 벡터가 굉장히 불확실한 편이거든.

하지만 가라로쉬가 걸어온 길은 여러 모로 너와 비슷했다. 던전에서 홀로 태어나, 기지와 잔인함에 기대어 생존했지. 벌써 수백 년 전의 일이로군. 처음에는 아주 훌륭했어.]

간달프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훌륭했지. 생존에 불필요한 모든 것들을 버렸으니까 말이야.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그러게요, 아무 것도 모른 채 갑자기 생지옥에 떨어져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니 참 이상하네요.

[비꼬는 건가?]

그럴 리가요.

[원래 나는 가라로쉬에게 기대가 컸다.]

간달프가 말했다.

[가라로쉬도 너처럼 빠르게 성장했으니까.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네가 이미 가라로쉬의 성취를 여러 방면에서 뛰어넘었지.]

어째서죠?

새로운 종족을 창조했기 때문인가요?

[그렇게 성공적인 종족을 창조했기 때문이지. 가라로쉬도 독자적인 종족을 만들었지만...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생물에 불과하다.]

간달프는 악어 괴물들을 굉장히 무시하는 말투였다.

어쩐지 놈들의 존재 자체가 자신에 대한 모욕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저도 악어들은 별로 안 좋아해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상당히 강력하던 걸요?

[허튼 소리. 가라로쉬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런 종족은 던전에서 10년 안에 멸종했을 거다. 가치가 없는 종족이야.]

어떻게 몬스터에게 ‘가치’가 있을 수 있죠?

서로를 죽이는 일밖에 하지 않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네가 모르는 다른 측면들이 있지.]

알겠어요.

수수께끼라는 거로군요.

[궁금하군. 너의 적이 너와 많은 점에서 닮았다는 사실이 네 의지에 영향을 미칠까? 적도 너처럼 인간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누가 인간이죠?

가라로쉬는 거대한 악어고, 저는 거대한 개미인데요.

당연히 아무런 영향도 없죠.

[흠? 그것보다는 조금 더 감정적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군.]

현생에 만족하자는 주의라서요.

전생에 인간의 삶은 충분히 누렸고, 더 이상 미련은 없어요···

전생은 괜찮았지만, 어쨌든 끝났죠.

이제는 새로운 삶과 새로운 가족이 있고, 누군가가 이곳에 오기 전에 인간이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걸 망가뜨리도록 내버려둘 생각은 전혀 없어요.

[두 번째 삶에 대한 헌신이 아주 인상 깊구나. 너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 중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단다. 네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간에 맞춰 깨어날 수 있다면 좋겠군.]

잠깐···

그게 무슨 소리죠?

시간은 아직 많잖아요, 그렇죠?

[이번 진화는 조금 특별하니까. 사용할 에너지가 너무 많았잖나. 그래서 일반적인 진화보다 더 오래 걸리는 거지.]

나는 그 소식에 극도로 당황했다.

반드시 시간에 맞춰 깨어나야 했다.

그게 아니면 여태 왜 이 고생을 한 건데?

다음 순간 정신이 육신으로 돌아가며,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간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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