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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의 귀감
이런···
내가 얼마나 오래 잠들어 있었던 거지?!
그리고 이게 다 무슨 일이야?!
둥지 꼭대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자, 온 사방이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며칠 동안 둥지의 모든 개미들이 열심히 만들어 놓았던 방벽은 모두 참혹하게 부서진 상태였고, 그렇게 무너진 흙더미 위는 온통 몬스터의 시체로 뒤덮여 있었다.
사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대지가 바이오매스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세상에!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둥지의 개미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 적을 죽인 거지?
이건 마치 몬스터 시체로 만들어진 두꺼운 융단이 대지에 깔린 듯한 광경이었다.
이 정도 양의 바이오매스라면 둥지 전체가 몇 년을 먹고도 남겠는 걸!
아니, 이걸 다 여왕에게 공급하면 개미의 수가 지금의 세 배는 족히 늘어날 터였다.
하지만 지금 그 여왕이 위험에 처해 있었다.
그러니 얼른 내려가서 도와야 한다!
가라로쉬는 내가 던진 중력 폭탄이 잡아당기는 힘을 벗어나려고 애쓰면서, 발톱으로 땅을 붙잡고 허우적대는 중이었다.
운 좋은 줄 알라고...
시간이 조금만 더 있어서 내가 중력 폭탄을 최대로 압축한 다음에 날렸다면, 넌 지금쯤 이미 죽었을 테니까 말이지!
나는 여왕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 전장으로 달려가며, 보조 두뇌 셋을 모두 동원해 새로운 중력 폭탄을 만들었다.
이 중력 폭탄이 완성되기 전에 어머니와 가라로쉬가 싸우고 있는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
“대선배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그때 슬론이 내 옆에 나타나서 반가운 페로몬을 날렸다.
“그래!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여왕님은 왜 저기서 저러고 계시는 거야?”
“여왕님은 벌써 몇 분 동안 가라로쉬와 싸우고 계셔요. 하지만 놈이 너무 강해서, 둥지의 나머지 식구들은 멀리서 지원밖에 하지 못하고 있고요. 그런데 방금 여왕님의 코어에 들어 있는 마나가 모두 떨어진 것 같아요!”
나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았다.
“내가 저리로 내려가서 저 뚱뚱한 악어 놈의 주의를 끌게. 너희는 기회를 보다가 얼른 내려가서 어머니를 전장에서 피신시켜. 내 말 이해했지?”
“그럼요, 대선배님! 행운을 빕니다!”
행운이라···
그래, 난 지금 행운이 필요했다.
방벽 위를 달리는 나를 보자, 다른 개미들도 모두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대선배님?”
“게으름뱅이가 마침내 나오셨다! 여태 저희끼리 일 다하고 있었어요!”
“바이오매스나 먹어, 이 녀석들아.”
내가 투덜댔다.
“지금이라도 왔으면 됐잖아!”
“좀 아슬아슬했죠! 이제라도 열심히 일하세요, 대선배님!”
“둥지의 힘을 보여주세요, 대선배님!”
방벽에 붙어 있는 개미들을 지나치는 동안, 녀석들이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새로운 신체 기관을 통해서 전해졌다.
잠을 자는 동안 계속해서 나를 불렀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뭐랄까, 조금···
불편했다.
솔직히 아직 이 느낌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내 새로운 몸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능력치부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고, 몸집은 거의 두 배로 커졌다.
무려 원래 세계의 소형 버스보다 조금 더 큰 사이즈였다!
내 새로운 몸의 어깨 높이는 2미터, 길이로는 거의 6미터를 넘는 듯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크기 변화였다.
이런 크기는 익숙하지 않은데!
전보다 너무 많이 커졌잖아!
나는 나보다 훨씬 작은 다른 개미들의 머리 위를 빠르게 달려갔다.
깨어나자 마자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살짝 확인해 봤던 내 상태창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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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1 (특별 코어) (V)
힘: 91
강인함: 79
영리함: 64
의지력: 45
HP: 159/159
MP: 250/250
일반 스킬:
전문 채굴 (III) 레벨 5; 치명적인 산성 용액 발사 (II) 레벨 7; 고급 잡기 레벨 (II) 레벨 6; 고급 은신 (II) 레벨 9; 터널 지도 (II) 레벨 6; 번쩍이는 질주 (III) 레벨 2; 전문 스태미나 (III) 레벨 5; 전문 두뇌 단련 (III) 레벨 19; 심화 명상 (II) 레벨 10;
마나 관련 스킬:
마나 변환 (III) 레벨 13; 압축 마나 (III) 레벨 7; 정교한 외부 마나 조작 (III) 레벨 8; 마나 은닉 (III) 레벨 1; 고급 물 마법 친화력 (III) 레벨 3; 고급 정신 마나 친화력 (II) 레벨 7; 강화 마나 감지 (II) 레벨 9;
펫 관련 스킬:
원거리 펫 커뮤니케이션 (II) 레벨 5; 펫 성장 속도 (I) 레벨 1; 코어 수술 (III) 레벨 6;
방어 관련 스킬:
고급 외골격 방어 (III) 레벨 14;
공격 관련 스킬:
치명적인 산성 용액 (III) 레벨 7; 고급 정확한 사격 (II) 레벨 8; 징조의 물기 (IV);
감각 변이:
전방향 초점 겹눈 +15, 예지 열 감지 더듬이 +15,
방어 변이:
진성 다이아몬드 갑각 +15, 충격 흡수 재생 내부 갑각판 +15
육체 변이:
고속 흡수 다리 +15, 강화 턱 +15, 급속 신체 부위 재생 분비선 +15, 설득력 달변 페로몬 분비선 +15, 위장, 근육계, 보조 뉴럴 네트워크
산성 변이:
마나 포식 구속 산성 용액 +15, 산성 노즐, 산성 집중 분비선, 산성 자극 분비선
두뇌 변이:
복합 분산 공조 피질 +15
마나 변이:
심화 중력 마법 분비선 +15, 집단 의지 통로 +3
종족: 어린 둥지의 귀감 (포르미카 사피엔스)
스킬 포인트: 9
바이오매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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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화 전에 가지고 있던 바이오매스를 모두 투자해서, 집단 의지 통로 변이 단계를 +3으로 만들었다.
아마 이 전투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신체 기관이 될 거라고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스킬 포인트를 무려 9나 지불하고 물기 스킬들을 모두 융합시켰다.
정말 엄청난 스킬이 아니라면 가라로쉬의 두꺼운 가죽을 뚫을 수조차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스킬 포인트를 아끼지 않고 넉넉히 투자했다.
내가 방벽 가장자리에 도착해서 아래로 뛰어내릴 때가 되자, 놀랍게도 중력 폭탄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최대로 압축한 폭탄보다는 훨씬 약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마침 처음 발사했던 폭탄이 슬슬 사라지려 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지금 두 번째 폭탄을 발사하면 타이밍도 딱 좋았다!
중력 폭탄···
발사!
후우우우우웅!
내 입에서 짙은 보라색 구체가 튀어나오더니, 세차게 회전하며 가라로쉬의 거대한 몸뚱이를 향해 곧장 날아갔다.
첫 번째 폭탄 때문에 주의가 산만해진 탓인지, 가라로쉬는 내 주문을 피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번에도 중력 폭탄은 놈에게 그대로 명중했다.
음하하하하!
어디 맛 좀 봐라, 이 멍청한 파충류야!
감히 네가 도전한 개미 종족의 위대함을 느끼라고!
흠흠···
어쨌든, 내 두뇌의 전체적이 성능이 확실히 발전하긴 한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있던 보조 두뇌들도 능력치 상승으로 용량이 커졌을 뿐 아니라, 훨씬 더 강력한 세 번째 보조 두뇌까지 더해졌다.
거기다 복합 공조 두뇌 피질 덕분에, 보조 두뇌들은 서로 다른 일을 할 때보다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위해 협력할 때 기능이 더욱 강화되니···
중력 폭탄처럼 강력한 주문을 빠르게 시전할 때 그야말로 진가를 발휘했다.
하지만 이제 가라로쉬와 상당히 가까워진 상태라, 다시 한 번 중력 폭탄을 만들 여유는 없었다.
나는 가장 강력한 보조 두뇌로 복잡한 정신 마법 구조물을 만드는 한 편, 나머지 보조 두뇌 두 개로는 각각 중력 화살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가라로쉬···
놈이 부근에서 가장 무거운 몬스터가 되고 싶다면, 그 소원을 제대로 이뤄줄 생각이었다···
“안녕-안녕, 선배!”
“바이브?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당연히 싸움을 돕기 위해서죠! 선배는 잘 주무셨어요?”
“그래, 어쩐지 좀 너무 잘 잔 것 같아···”
“선배가 없으니까 너어어어무 지루했어요. 이제 싸우실 거예요?”
“음··· 그래야 하겠지? 바이브, 내 근처에 머물러 줄래? 네 속도 오러의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으면 좋겠거든.”
“하하, 빨라지는 건 모두가 좋아하죠!”
바이브가 깔깔대며 내 뒤를 따라 질주했다.
“일단 우리는 다른 개미들이 여왕님을 피신시킬 때까지 가라로쉬를 붙들어 놓아야 돼.”
나는 질주 스킬을 사용해서 여왕과 가라로쉬가 싸우는 장소로 달려가며 바이브에게 말했다.
가라로쉬의 뒤쪽에는 수많은 악어 괴물들이 어미를 중심으로 넓은 반원을 그린 채 서 있었다.
악어들은 하나같이 분노와 굶주림에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중 진화 단계가 조금 높은 놈들로부터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도 동시에 느껴졌다.
아마 여태까지 한 번도 가라로쉬가 패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만에 하나라도 그런 사태가 지금 일어날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마 가라로쉬가 굳이 요청하지 않는 이상, 싸움에 끼어들 생각도 없어 보였다.
흐음.
그러면 나야 좋지.
“유별난 아이가 왔구나.”
내게 인사를 건네는 여왕의 온화한 페로몬이 더듬이를 간질였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전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말은 가볍게 했지만, 나는 여왕이 아직 무사한 걸 보고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상처를 입은 채 기진맥진한 어머니의 모습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 네가 깨어나서 여기 왔으니 훨씬 나아지겠지. 나는··· 더 이상 싸울 수 없겠구나.”
“어머니는 할 일을 다 하셨어요. 이제는 제 차례고요. 곧 다른 개미들이 어머니를 모시러 올 거에요.”
하지만 방벽 쪽을 돌아봐도,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구출대는 어떻게 된 거지?
뭔가 다른 방법을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개미들이 여왕을 이렇게 방치할 리는 절대 없으니까.
“그럼 이제 일 좀 해볼까!”
나는 어머니를 두고, 그 뒤에 있는 거대한 악어를 향해 돌진했다.
가라로쉬의 전신을 뒤덮은 비늘은 주황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원래 저런 건가?
젠장, 뜨겁잖아!
이러면 내 산성 공격의 선택지가 줄어드는데···
상관없어!
어떻게든 해 보지, 뭐!
마침내 정신 마법 구조물을 완성한 나는, 가라로쉬의 양 발을 향해 중력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놈과 정신의 연결 고리를 잇기 위해 시도했다.
어디···
전생에 인간이었다가 거대한 파충류가 된 놈의 머릿속은 어떤지 한 번 볼까!
연결 고리를 잇는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능숙하게 이루어졌다.
진화를 통해 얻은 보너스 능력치 덕분이었다.
영리함 능력치는 마법 주문의 복잡한 패턴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고 시각화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의지력은 마나를 내 마음대로 손쉽게 다룰 수 있게 해줬다.
너무 좋은걸!
내가 두 번째로 발사한 중력 폭탄이 깜박이다 사라지는 순간, 정신의 연결 고리가 마침내 가라로쉬와 이어졌다.
잔뜩 성난 가라로쉬는 순수한 분노가 가득 담긴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놈의 옆구리에서 뒷다리로 이어지는 부분은 중력 폭탄에 먹혀서 살점이 한 움큼 사라져 있었다.
상처에서 흐르는 피는 놈의 몸이 내뿜는 어마어마한 열기 때문에 끓어서 연기가 되었다.
정신의 연결 고리로 말을 걸어보려는 순간, 놈의 목이 커다랗게 부풀어 올랐다.
저건 일단 피해야 했다.
“바이브! 아직 근처에 있어?”
“그럼-그럼요! 준비 다 됐어요!”
“좋아, 움직이자!”
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