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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
“난 왜 이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을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선배님. 하지만 제안하셨을 때 놀라지는 않았어요.”
“그건 욕 같은데, 프로펠앤트···”
“제가 어떻게 감히 대선배님을 욕하겠습니까? 대선배님을 향한 제 존경심은 끝도 없는 걸요.”
“이제는 네가 비꼬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비꼰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
“너희 정예 개미들에게 새로운 훈련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태도를 좀 바로잡아야겠어.”
“아,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발요. 저희는 너무··· 바쁩니다, 대선배님.”
“그건 사실이겠지. 모두의 기대를 등에 지고 있으니 많이 힘들 거야. 너희가 해주는 일들은 참 고맙게 생각해.”
“둥지가 번영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하는 것뿐입니다.”
“우리 모두 그렇지··· 어쨌든 이제 돌아가는 게 좋겠어, 프로펠앤트. 곧 놈들이 도착할 거야.”
“행운을 빕니다, 대선배님. 비상시 계획과 예비 병력을 절대 잊지 마세요.”
헤.
설마 내가 형제들을 부를 리가.
“위험 상황에도 저희를 부르지 않으시면, 저희가 알아서 뛰쳐나와 목숨을 바칠 겁니다.”
젠장.
“리로이라도 배치해 놓은 거야?!”
“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정예개미들에게 추가 훈련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특히 리로이.
그 멍청이는 정말 골치 아픈 존재였고, 이제는 모두가 녀석의 자살 경향으로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한 멍청한 개미가 스스로나 다른 개미들을 죽게 만드는 걸 내가 절대 두고 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하는 행동이었다.
동시에, 내가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다른 개미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녀석들은 그 점을 사용해서,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하···
희생적인 몬스터 무리의 지도자가 되는 일은 참으로 어려웠다.
그 누구도 물러나 있으려고 하지를 않았다.
특히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말이다.
사실···
위험도가 높아질 수록, 녀석들은 불구덩이에 직접 몸을 던져 넣으려고 난리였다.
“알았어.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할게. 됐지?”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마법사 개미는 다른 개미들에게 합류하기 위해 통로를 따라 되돌아갔다.
한편 나와 펫들은 자리에 남아 골가리들을 기다렸다.
물론 맞서 싸우려는 건 아니었다.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였다.
냄새 흔적을 없앤 덕에 우리를 추적하기가 어려워진 건 사실 같았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었다.
펫을 데리고 다니던 골가리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자주 정찰을 다니지 않았다.
아무래도 페로몬을 쫓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추적하면서···
놈들의 역할이 비교적 줄어든 것 같았다.
놈들이 포로를 추적할 수 있는 게 아닌 건 확실해졌다.
조작자 둘을 데리고 다른 통로로 이동해봤지만, 골가리들은 방향을 틀지 않고 계속해서 우리를 쫓아왔다.
짐과 사라가 추적당하는 게 아닌지도 확인해 봤지만···
그 둘에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추적당하는 게 아닐지 확인해 볼 차례까 왔다.
다른 개미들이 열심히 길을 가는 동안, 그 옆쪽 통로에 맛있는 지렁이 미끼처럼 매달려 있는 게 그 방법이었다!
나와 내 펫들은 여기서 골가리들이 나를 따라 방향을 바꿀지, 나머지 개미들을 따라갈지 지켜보기로 했다.
적들이 꾸준히 가까워지는 동안, 나는 은신 스킬을 사용해서 몸을 감췄다.
골가리 부대의 구성은 지난 번과 거의 그대로인 것 같았다.
다양한 모습의 골가리들이 이전과 같은 대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보급 부대는 안 보이지만, 아마 뒤쪽에 있을 것 같았다.
이 거대한 바위 인간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이렇게 먼 거리를 왔을 리는 없으니까.
오, 드디어.
이제 오는군.
골가리들은 내가 숨어있는 곳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갈림길에 도달해 멈춰섰다.
놈들이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기지개를 하고, 수다를 떨고, 찌뿌둥한 몸을 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중앙의 갑옷 입은 골가리들은 상당히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멀어서 잘 안 보이기는 했지만, 뭔가를 고민 중인 게 분명했다.
어쩌면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지도···
그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절대로.
잠시의 대기 후, 그들은 마침내 결정을 내린 듯했다.
놀랍게도, 골가리들은 둘로 갈라졌다.
열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일행이 내 쪽으로 왔고, 나머지 골가리들은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군체가 선택한 길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불행히도, 내쪽으로 오는 놈들은 꽤나 덩치가 있었다.
더 이상 여기서 대기하면 문제가 커질 것 같았다.
[가자 얘들아. 어서 여기서 벗어나자.]
우리는 골가리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기어서 통로를 따라 내려갔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내 쪽으로 오는 골가리들은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나치게 빠르게.
저건 사실···.
돌진하는 거 아니야?!
[몰래 이동하려던 계획은 버려! 달려!]
우리는 더 이상 모습을 감추지 않고 미친듯이 통로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우리를 발견한 골가리들도 마찬가지로 속도를 높였다.
젠장!
놈들은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물론, 내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아무래도 내게 무슨 주문 같은 게 걸려있는 게 틀림없었다.
언제 어떻게 주문을 걸었는지는 상관없었다.
지금은 뒤돌아서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쳐야 할지부터 결정해야 했다.
다른 개미들을 데려와서 같이 습격을 해야 하나?
그래서 놈들을 압도하면, 군체를 쫓는 골가리의 수를 줄일 수 있을 터였다.
일단 누가 쫓아오는 건지부터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살짝 몸을 돌려, 쫓아오는 골가리들을 살폈다.
역시, 덩치들을 보냈군.
커다란 골가리들 몇몇에, 심지어는 갑옷을 입은 놈도 하나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군!
그 중에는 조작자들도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좀 친숙해 보이는 얼굴들인데···
+나는 어둡고 추운 두 번째 스트라타의 터널을 따라 펫들과 함께 도망치며, 우리를 쫓아오는 골가리들의 힘이 어느 정도 될지 가늠하려 애썼다.
가장 앞장서는 몇 놈은 그냥 어마어마했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바위 인간들이었다.
물론 몬스터들과 달리, 지적인 종족들은 반드시 몸집과 힘이 비례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다.
베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가진 능력치는 몸집보다는 신체에 담을 수 있는 마나의 용량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힘 능력치가 높은 사람이 다른 이들보다 몸통이 클 수는 있다고도 덧붙였다.
우리를 쫓아오는 이 거인들을 보고 있으니 베인의 말이 절로 떠올랐다.
놈들은 빛나는 돌로 뒤덮인 헐크처럼 보였다.
이건 절대 농담이 아니었다.
타이니의 팔씨름 상대가 될 만한 지적인 종족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런 존재들이 바로 눈 앞에 있었다.
그에 비해, 갑옷을 입고 있는 골가리들은 3미터 정도로 평균적인 좀 더 작았다.
하지만 놈들의 움직임을 보면 절로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돈 내기를 한다면, 저 갑옷 골가리들이 우리를 쫓는 놈들 중 가장 강하다는 데 전 재산을 걸 수더 있었다.
그리고 거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서둘러, 타이니! 그 고릴라 다리에 힘을 주라고! 속도를 더 내야해!]
[크아아아!]
거대한 침팬지는 정신과 목청으로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속도를 더 내기 위해 날개를 펼쳐 미친듯이 퍼덕였다.
어느 정도 도움은 됐지만, 골가리들을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놈들은 너무 쉽게 우리를 따라잡고 있었다.
얼굴에 보이는 표정은 한없이 차분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마치 우리가 자신들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였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런 만일의 사태를 미리 대비했었다.
지능적인 생물들이 집단적 사고를 하게 되면,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개미들이 나를 위험 속에 죽게 둘 리 없었다.
통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예비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언제든 은신처에서 튀어나와 적들을 수적으로 압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형제들을 꼭 불러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내가 직접 싸워보고 이 상황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돌아서 전투 준비해!]
내가 펫들에게 외치자, 녀석들은 각자 결의에 찬 대답을 했다.
[···그러니까 내 등에서 떨어지란 소리야, 크리니스.]
[아, 그렇지! 죄송해요, 주인님.]
그으래.
잠시 질주를 지속하는 동안, 크리니스가 마지못해 내 갑각에서 서서히 떨어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됐다··· 이제 돌아!]
우리 넷은 일제히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서서, 몸을 돌려 적들을 마주했다.
상황을 파악했는지 골가리들도 눈을 빛내며 무기를 들어 접전을 준비했다.
첫 번째로 달려든 건 늘 그렇듯 타이니였다.
녀석이 얼굴을 구기며 터널을 뒤흔드는 분노와 기쁨의 고함을 지르자, 천장에서 먼지와 돌 조각이 비처럼 쏟아졌다.
이어서 타이니는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녀석은 날개를 펼친 채 천장을 쓸고 지나가며, 두 주먹을 머리 위로 높이 들었다.
거대한 주먹이 밝은 빛으로 강렬히 빛나더니, 신의 망치처럼 선두에 있던 거대한 골가리를 내리치려 했다.
앞쪽의 바위 인간들은 타이니의 강력한 주먹을 막아내기 위해 즉시 하나로 뭉쳤다.
하지만 주먹이 닿으려는 순간···
타이니의 모습이 흐려지며 희미하게 빛났다.
이어서 네 마리의 타이니가 적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타이니가 적들에게 달려드는 사이, 인비디아가 거대한 침팬지를 보호하기 위해 환영을 만들어낸 것이다.
골가리 병사들 중 하나가 거대한 검을 마구 휘두르며 환영 두 개를 갈랐다.
하지만 세 번째 환영을 베려는 순간, 타이니가 놈들 한복판에 착지했다.
쿵!
땅이 흔들리며 흙먼지가 폭발하듯 솟구쳤다.
자갈과 먼지가 내 갑각 위로 쏟아졌다.
타이니의 공격을 받은 골가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였기 때문이다.
시야 확보를 위해 공기 마법을 사용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가 접근하는 걸 숨기기 딱 좋은 상황이니까!
음헤헤헤헤.
보이지 않는 개미가 가고 있다!
나는 몸을 낮추고 앞으로 질주했다.
그리고 타이니가 아까 착지한 것 같았던 장소를 피해 산성 용액을 몇 차례 발사했다.
지금은 마나 감지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강력한 에너지를 내뿜는 개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우습게도, 열 감지 능력이 타이니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피부가 바위로 뒤덮인 골가리들은 몸에서 그리 많은 열기가 나오지 않았기 떄문이다.
내 뒤쪽으로는 인비디아가 숨어 초록색 눈을 빛내고 있었다.
벌써 녀석 주위의 마나가 복잡한 모양으로 소용돌이치며, 한 번에 많은 주문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한편 크리니스는 조그맣게 숨겨왔던 몸을 펼쳐 무시무시하게 이를 가는 입 세 개를 드러내고 촉수들을 뻗었다.
녀석은 골가리를 향해 촉수를 뻗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어두운 그림자 안으로 촉수를 집어넣어 적들에게 더 가까운 벽 쪽에서 꺼냈다.
신나는걸!
우리 팀이 마침내 하나로 뭉쳐 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심장이 마구 뛰었다!
나는 여섯 다리로 터널을 빠르게 질주하며,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턱을 딱딱거렸다.
의지 통로에서는 천개의 작은 목소리들이 자신들에게도 내 옆에서 싸울 기회를 달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나는 통로에서 받은 에너지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까지 몸을 가득 채웠다.
둥지가 나와 함께 한다!
“둥지를 위하여!”
나는 어둠속에서 나타나는 커다란 바위 형상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금속의 번뜩임이 보이더니, 파도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더듬이를 강타했다.
나는 몸을 숙이고 타격에 대비하기 위해 갑각을 비스듬히 틀었다.
쾅!
엄청난 타격이 다이아몬드 갑각을 내리치는 순간, 내 가냘픈 다리들이 그 충격에 삐걱거렸다.
하지만 어쨌든 공격은 다시 위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내 갑각이 이렇게 단단할 줄은 몰랐지?!
이제 내 강력한 턱힘을 느껴봐라!
죽음의 물기!
턱 주위로 어두운 에너지가 피어났다.
나는 스킬을 사용해 눈 앞의 빛나는 거인을 공격했다.
우직!
···
으악!
엄청 단단하잖아!
뭘로 만든 피부인지는 몰라도, 엄청 단단한 물질인 건 확실했다!
나는 턱으로 골가리를 꽉 쥔 채 빙글빙글 돌다가, 나의 훨씬 큰 덩치를 활용해서 놈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내가 날려버린 골가리가 비틀거리며 후진하는 동안, 타이니를 찾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크리니스는 촉수로 골가리들을 잡아채며 좀 더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 중이었다.
녀석의 사정 거리 안에 들어온 골가리는 곧바로 십여 가닥의 촉수에 꽁꽁 묶여버렸다.
여기저기의 그림자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 크리니스도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가 더 있는 것 같았다.
전투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