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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320화 (320/387)

320

교섭

산성 용액 세례를 받아라!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 사격을 했기 때문에, 제아무리 날렵한 갑옷 골가리도 가슴 부분에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액체를 그대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명중을 확인한 뒤, 다시 한 번 전속력으로 놈에게서 멀어졌다.

[인비디아! 방어막!]

재생 분비선에서 나온 액체는 여전히 몸 속을 순환하며, 텃 번째 상처를 치유하는 중이었다.

내가 골가리와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리는 동안, HP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2초쯤 지나자, 골가리들과 내 사이에 인비디아가 만들어낸 단단한 방어막이 생겨났다.

내 다리가 모두 무사해서 너무 다행이었다!

갑옷을 입은 골가리는 아마 단 한 차례의 공격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먼저 날 움직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건 어느 정도 타당한 판단이었다.

나는 초고속 반응 신경을 가지고도 놈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맙소사, 저런 공격이 가능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대로 통로 안을 30 미터쯤 달려서, 내 펫들과 합류했다.

주위에 있는 비밀 통로에 다른 개미들이 바글바글 숨어있는 게 느껴졌다.

개미들의 기척을 느끼자, 한층 마음이 놓였다.

설사 나 혼자서는 저 골가리들을 막아내지는 못하더라도, 모두 함께 싸우면 충분히 가능할 테니까.

으···

그건 그렇고 몸 속이 너무 아팠다.

잠시 후, 시야를 가리던 어둠이 가라앉으면서 골가리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놈들은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중이었다.

가장 뒤쪽에서는 그라닌, 토리나, 코룬 세 사람이 침울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내 추측이 맞다면, 저들도 나만큼이나 이런 결말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저 셋은 골가리들에게 붙잡혀 있을 때 나를 많이 도와줬던 친구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총력전이 벌어진다면, 저들을 따로 살려두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물론 골가리들이 끝까지 싸우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나나 다른 개미들에게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무래도 갑옷을 입은 저 골가리가 핵심 인물 같았다.

분명 이 일행의 우두머리일 것이다.

내 산성 용액이 별 효과가 없었는지, 갑옷은 여전히 새것처럼 반짝거렸다.

산성이 표면에 달라붙지도 못하고 흘러내린 것 같았다.

···부디 저게 마법 갑옷은 아니라야 할 텐데!

여기서 곧장 전면전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일단 다른 방법을 먼저 시도해 보기로 했다.

“나와, 얘들아!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내가 소리쳐 부르자, 주위에 숨어 있던 개미들이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코어 조작자들이 어둠 속에 스며드는 그림자 괴물 펫들을 거느리고 나타났다.

이어서 병정 개미, 정찰 개미, 마법사 개미, 힐러 개미, 장교 개미까지···

벽과 바닥을 뚫고 나온 나온 수백 마리의 개미들이 통로의 모든 표면을 뒤덮었다.

살아있는 갑각과 턱으로 만들어진 통로가 겨우 열 다섯의 골가리를 상대하는 것이다.

음헤헤헤헤···

역시 개미는 숫자로 승부해야지!

누군가는 이렇게 머릿수로 누르는 전략이 부끄러운 짓이라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멍청한 소리였다!

위선자들!

그런 소리를 하는 놈들은 모두 아무것도 모르는 얼간이다!

개미는 원래부터 수로 승부하는 종족이고, 그건 자연의 섭리였다.

개미떼 만세!

골가리들이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고도, 돌처럼 동요하지 않고 (언어 유희다···)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전진하지 않자, 놈들도 더 이상 다가오기를 멈추고 무기를 든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렇게 지루한 교착 상태가 시작되었다.

개미와 골가리들 사이의 거리는 이제 겨우 1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싸움이 시작될 것 같았다.

두 번째 스트라타의 차갑고 무거운 어둠이 우리를 짓눌렀고, 혹시나 싸움에 불을 지필까 두려워서 아무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 너무 분위기가 험악하잖아···

그럼 내가 매력을 좀 발휘해 볼까!

나는 정신 마나를 불러내서, 느리고 조심스럽게 소통의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갑옷을 입고 있는 골가리를 향해 천천히 뻗었다.

아무도 놀라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마나를 제어해서 최대한 가볍게 주문을 만들었다.

곧 주문이 골가리에게 부드럽게 연결되자, 나는 신중하게 의사 소통을 시작했다.

젠장, 더듬이로도 끊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연결 고리였다.

조심히 다뤄야 했다.

[안녕.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야, 바위 인간?]

말투는 심각하지 않게···

친절하고 가벼운 접근은 늘 옳았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대신 친근하게 다가가면, 결코 잘못될 일이 없었다.

···진짜라니까.

속으로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어야, 원하는 걸 얻어낼 수 있는 법이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번쩍이는 갑옷 차림의 강력한 골가리 전사가 아직까지도 칼로 내 얼굴을 찌르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순조롭다고 볼 수 있지!

[···네가 앤서니인가?]

깊고 웅장하게 공명하는 목소리가 소통의 연결 고리를 타고 내게 전해졌다.

연결 고리를 잇는 것만으로도, 나는 상대가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 골가리에게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힘이 있는 게 분명했다···!

통제되고 감춰져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계속해서 끓고 있는 강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만약 이 자가 전력을 힘을 발휘하면, 나와 내 펫들 뿐만 아니라 같이 다니고 있는 골가리들도 휘말리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 맞아. 내가 바로 그 문제의 개미지.]

[넌 한때 인간이었다고 하던데··· 맞나?]

[그 말도 맞아.]

[흥미롭군.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이 몬스터들과 결탁한 모양인데, 그것도 맞나?]

골가리는 통로의 벽과 천장을 뒤덮은 채, 으스스할 정도로 가만히 있는 개미들을 한 손으로 가리켰다.

나는 놈이 움직이는 모습을 주의 깊게 살폈다.

지금부터 아주 작은 동작이라도 미리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듬이야, 이제 와서 나를 실망시키지는 말아줘!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이 친구들은 내가 만난 ‘문명화’된 종족들보다 나를 훨씬 잘 대우해 줬거든. 예외가 있다면, 그래, 소포스 정도였지.]

[몬스터와 어울리기 위해 지적인 종족을 적대하다니, 어리석군.]

뭐라고?!

[태도가 좀 거슬리는데, 어, 넌 이름이 뭐지?]

[나는 너 같은 존재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는다. 왜 내게 대화를 걸었지, 몬스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는데 말이다.]

음, 좀 문제가 있는 친구로군···

특히 머리 쪽에 말이다.

[아직도 우리와 싸우고 싶어? 지금 싸우기 시작하면 너는 살더라도, 네가 데리고 온 골가리들은 전부 죽을 텐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물었다.

좀처럼 놈의 감정을 읽기가 어려웠다.

골가리의 얼굴은 갑옷과 어울리는 정교한 투구 뒤에 감춰져 있었다.

뒤늦게 자세히 살펴보니, 놈의 갑옷은 엄청나게 화려한 물건이었다.

부드럽게 윤광을 낸 표면, 우아한 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장식들까지···

어떻게 봐도 마법 갑옷이 분명했다.

아마 갑옷 안쪽 어딘가 코어들이 장착되어 있겠지.

바깥쪽에 코어를 달면 약점이 되고 마니까 말이다.

저런 갑옷은 엄청나게 비싼 건 물론이고, 만들기가 굉장히 까다로웠다.

아마 이 골가리의 지위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모양이었다.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이 명예로운 전사들은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목표라는 건 너와 네 종족을 완전히 박멸하는 것이지.]

[정말 그쪽 친구들과 우리 개미들의 충성심을 겨뤄보고 싶다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한 가지 힌트를 줄까? 저 개미들은 곤충이야.]

골가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로, 상관없다는 듯 어깨만 살짝 들어올렸다.

[너희는 골가리들을 죽였다, 몬스터. 도시에서는 우리 바위의 제국을 위협하는 해충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너희 종족을 마지막 한 마리까지 박멸하라는 명령을 우리에게 내렸지.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장난으로 대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군.]

[글쎄··· 생명 보호? 네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여태껏 우리 개미들이 죽인 골가리의 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거야. 네 동족의 목숨을 정말 귀중하게 여긴다면, 뒤돌아서 도시로 돌아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야. 나는 너희를 죽이고 싶은 생각이 없어. 여기서 한참 멀리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지.]

내 주위의 개미들은 여전히 으스스한 모습으로 움직이지 않은 채, 일제히 갑옷 골가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에 침이 뚝뚝 떨어지는 입 세 개를 벌린 채 골가리를 향해 하악질을 하는 크리니스까지 더해지자,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완성됐다.

[진정해, 크리니스.]

[저 놈이 주인님을 찔렀어요!]

[나도 알고 있···]

[두 번이나요!]

[나도 안다고! 그래도 내가 명령하기 전까지는 공격하지 마. 알았지?]

[알겠어요···]

휴···

이미 충분히 안 좋은 상황에, 괜히 크리니스의 꼭지가 돌아서 갑자기 전투를 시작하게 되면 곤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골가리 병력이 이 근방 어딘가의 통로에서, 나머지 개미들을 뒤쫓고 있을 테니까.

개미들은 골가리들과 거리를 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 벌써 전투가 시작되지 않았을까 걱정스러웠다.

갑옷 골가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나는 왠지 그 침묵을 깨고 싶었다.

[이제 결정을 내려야 돼. 이만 돌아가거나, 아니면 여기서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절충안은 없어 보이네.]

[이 개미들...]

골가리가 중얼거렸다.

[일반적인 개미처럼 행동하지 않는군. 네 영향인가?]

[내 성격을 조금씩 닮았다고나 할까? 적어도 너희를 당장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지 않는 건 너희에게 다행이지.]

골가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기를 들었다.

[네가 죽은 뒤에는 다시 야만적인 몬스터로 돌아가면 좋겠군.]

아, 안돼.

제발.

더듬이가 경고를 보내는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반응해서 한 쪽으로 몸을 틀었다.

골가리의 검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 가슴을 파고들었따.

[진심이야?! 이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목숨이 사라질지 알기나 해?!]

죽음의 물기!

나의 턱이 갑옷을 파고들며, 골가리를 내 얼굴 앞으로 더 가까이 당겼다.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너희는 단 한 명도 살아서 도시로 돌아가지 못할 거야.]

골가리가 내 갑각에서 칼을 비틀어 뺀 후 팔을 들어올렸다.

[바위의 제국은 항상 던전과 전쟁 중이다,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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