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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332화 (33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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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임

군체를 잠시 떠나 계시던 대선배님이 귀환하신 일은 크나큰 사건이었다. 우리 종족의 역사 중, 대선배님은 언제나 변화의 기폭제, 진전의 교목 역할을 하셨다.

우리는 힘, 지혜, 능력 측면에서 골고루 성장했고, 천 가지 서로 다른 지식의 길을 따라 성과 없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현 상태에 대한 안주, 비효율 등의 위험에 빠졌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대선배님은 우리가 막 밝혀낸 방향에 대한 굳건한 길을 제시하셨다. 마구 성장하는 우리의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생각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새로운 생각들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적들, 번영하기 위해 극복해야하는 장애물들과 함께 온다는 사실이었다. 내 형제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나는 모든 일이 의도적으로, 계산된 방향으로 일어난다고 믿는다. 대장장이가 철을 다듬듯, 노의 뜨거운 열기 아래 망치의 방향을 바꾸어 가며 군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 우리는 정체성과 행동 양식에 대한 개념적인 이해를 정제해야 한다. 더욱 대단하고, 강력하고, 야심찬 군체가 되기 위하여. 그 동안 대선배님께서는 우리를 굽어보시며, 우리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주신다. 대선배님은 우리 여정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보고 계신다. 우리의 결말을 미리 알고 계시는 건 오직 대선배님뿐이다.

‘군체의 발전, 제1시대 – 히스토리안트 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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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와 짐을 플로렌스에게 맡긴 나는 전초기지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모아 놓으라고 지시했던 저장 공간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짐과 사라를 마주친 후로 마음이 좀 들떠 있었다.

둘이 우리를 어떻게 돕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리 티끌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사라처럼 나를 한 손에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몬스터가 전선에 서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폭력을 극도로 싫어하는 친구니 전선에 서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분명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천장이 낮은 방 안을 가득 채운 소중한 전리품들이 나를 반겼다.

개미들은 방 안을 바쁘게 움직이며, 종류별로 분리한 전리품들을 돌 선반 위에 깔끔하게 정리 중이었다.

어쩌면 저 선반 역시 인간들로부터 얻어낸 지식의 산물일지도.

내가 도착했을 때, 쿨앤트는 다양한 마법 자재와 도구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엘리도 그곳에서 우리가 가져온 많은 코어들의 재고 목록을 만드는 중이었다.

나는 엘리에게 기어 가서 가라로쉬의 코어를 ‘쿵’하고 내려 놓았다.

엘리는 그게 무엇인지 파악하자 마자 어쩔줄 모르고 몸을 떨었다.

[대선배님! 그 코어를요?! 기부하러 오신 건가요?]

[아, 아니야. 미안하지만 이건 내 거야.]

[펫을 만드실 건가요? 그러시겠죠?]

[이게 무슨 코어인지 알고 하는 말이야?]

[그럼요! 그런 엄청난 코어를 왜 연구하지 못하게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청난 펫을 만들 최고의 기회인 걸요!]

코어 조작자들이 군체의 턱에 들어온 가장 강력한 코어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쯤이면 잊었기를 바랐는데.

[아냐, 펫을 만들지는 않을 거야. 현재의 코어 한도치를 다 채우고 나서 이 코어를 흡수할 거야. 그래서 여기에 왔어. 코어 분류는 아직 안 끝났어? 일단 좀 쓸모 없는 코어들을 흡수하고 싶은데.]

[흠. 여기는 드릴만한 게 많이 없어요. 흥미로운 코어들이 정말 많거든요. 처음 보는 몬스터라던가, 한 번도 실험해 보지 못한 신체 부위 라던가. 새로운 정보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어딘가 쓸모 없는 코어가 있기는 하겠지. 나는 질이 아니라 양을 찾는 거라고.]

[잠시만요.]

엘리는 잠시 주위를 뒤지며 내가 부탁한 코어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이에 바쁘게 움직이는 쿨앤트 쪽으로 다가갔다.

[안녕, 쿨앤트.]

내가 인사했다.

[그 물건들 중에 쓸모 있는 건 좀 발견했어?]

쿨앤트는 더듬이 하나로 머리를 긁적였다.

[음. 벌써 확신을 갖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처음 보는 물건들이 정말 많긴 해요. 유용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조작자들이 보관하고 있었을 리도 없겠죠. 하지만 처음 보는 물건이다 보니까,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확신이 부족해요.]

[어떤 물건들이 있는데?]

쿨앤트는 발톱으로 선반 위의 다양한 물건들을 가리켰다.

[도구 몇 개를 건졌어요. 대부분은 지팡이고, 마법 로브 두 벌··· 그리고 샅바..? 용도를 모르는 다른 물건들도 많아요.

여기 보시면, 광범위한 마나 흔적 탐지를 위해 사용하는 걸로 보이는 보석과 도구들이 몇 가지 있어요.

어떤 마법을 식별하기 위해 설계된 건지 알아낼 수 있다면 마법 정찰 도구를 만드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멋진데!

[그쪽 연구에는 좀 진전이 있어?]

내가 물었다.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아직까지는 도구에 대한 기초 연구만 마친 상태거든요. 최고의 4단계 마법사들과 마법 장인들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고 있어요.

운이 좋다면 곧 그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거예요. 우리가 골가리를 탐지하는 도구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세상에. 그럼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겠는걸. 놈들에게는 분명 몬스터를 탐지하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 그거 말고는 또 무슨 소식 있어?]

[음, 마나가 주입된 광석들을 많이 모아오긴 했어요. 이렇게 많은 걸 보니 골가리들이 꽤나 아끼는 물건들 같더라고요.]

쿨앤트는 반짝이는 광석이 가득한 뒤쪽의 선반으로 나를 이끌고 갔다.

마나 감지를 활성화하니, 던전의 순수한 에너지가 이 광석들을 통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더욱 귀한 광석이 있어 보였지만···

어쨌든 모두 마나가 풍부하게 담겨 있었다.

[이걸로 뭘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묻자, 쿨앤트는 더듬이를 으쓱였다.

[잘 모르겠어요. 당장 계획 중인 일은 이 자재들의 특성을 확인한 후에 조각가들에게 넘겨주는 거예요. 뭔가 유용한 걸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일리가 있었다.

자재들을 여기 쌓아만 둬서 좋을 게 없었다.

만약 군체가 이 광석들로 유용한 물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오히려 이 광석들을 캐러 찾아다녀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셈이다.

[이걸로 뭘 할지 인간들이랑은 이야기 해봤어?]

[아직도 논의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선배님.]

[그렇군···]

[여기 계셨군요, 대선배님!]

엘리가 끼어들었다.

[여기 대선배님이 쓰실 수 있는 코어들을 찾아왔어요.]

엘리는 으쓱거리며 내 옆으로 다가와서, 코어들이 담긴 얇은 돌 양동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한 눈에 봐도 내 코어를 가득 채우기에는 터무니없이 적어 보였다.

하지만 군체의 도움은 언제나 고마웠다.

[최고야, 엘리. 도와줘서 고마워.]

[별말씀을요, 대선배님. 이제 저는 다시 일하러 갈게요.]

나는 두 정예 개미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보내줬다.

그리고 가라로쉬의 코어를 그 크기에 비해 너무 작은 양동이의 맨 꼭대기에 올린 뒤, 턱으로 양동이를 들고 방에서 나왔다.

나는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며 통로를 지나, 미리 골라 놓은 비교적 작은 방에 도착했다.

근처에 오가는 개미들도 많이 없고, 내부도 조용한 방이라 내 목적에 딱 알맞았다.

나는 지친 상태로 양동이 안의 코어를 바닥에 쏟아붓고 나서 잠시 숨을 골랐다.

사실 몸은 전혀 피로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지치기 시작했다.

한참을 돌아다니고, 너무 많은 일들을 걱정했다.

잠시 쉴 필요가 있었다.

이 정도면 조금 낮잠을 자도 되겠군.

코어들은 그 다음에 처리하고···

그리고 나서 지하 도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봐야지.

···

으갸갸갸갸!

기상!

와, 생각보다 정말 잠이 고팠구나.

몸이 한결 쌩쌩해진 기분이었다.

나는 더듬이로 기지개를 켜고 다리를 이리 저리 움직인 뒤, 관절을 풀기 위해 몇 차례 제자리에서 뛰었다.

좋아. 이 동작들을 군체의 아침 체조로 도입해 볼까?

건강한 몸과 건강한 생각이 건강한 사회를 이룬다!

그런 구호를 외치는 페로몬 스피커 몇 개를 설치할 수도 있을 테고···

수십 만 마리의 몬스터 개미들이 줄줄이 서서 아침 체조를 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웃다가 넘어질 뻔했다.

[괜찮으세요, 주인님?]

[으악! 크리니스?! 네가 거기 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어···]

크리니스가 기쁘게 몸을 꿈틀거렸다.

[제가 주인님의 두 번째 피부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절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이건 정말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요.]

어딜 봐서 이게 자연스러워?

사실, 어딜 봐서 크리니스가 자연스러운 거지?

악몽이 끝나는 순간 다시 덮쳐오는 악몽처럼 생겼는데!

녀석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당분간 이렇게 다녀야 할 듯했다.

하지만 적응이 됐다고 하면 솔직히 그건 거짓말이었다.

녀석이 내 몸에 붙어있다는 사실을 까먹는 건, 그저 나 혼자 자유를 되찾았다고 상상하는 것에 불과했다.

속으로 투덜거리며, 나는 가져온 코어를 모아 흡수하기 시작했다.

다가올 전투에 앞서 코어를 강화하고 나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냥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최선의 상태로 준비를 갖춰야 한다.

나는 진화 전에 가라로쉬의 코어까지 흡수해서, 진화 에너지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릴 예정이었다.

치열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되겠지만...

군체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

그때 의지 통로에서 깜박이는 에너지가 나의 주의를 사로잡았다가 다시 희미하게 사라졌다.

그 짜증나는 감각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대체 뭐지?! 유령처럼 슬금슬금 기어오르는 신호에 나는 신경질이 났다.

이 이상한 감각을 유발하는 게 뭔지 반드시 찾아내겠어.

누군가 나를 놀려먹으려는 모양인데···

어림 없지!

나는 성을 내며 남아있는 코어들을 쓸어 모으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최대치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으니, 나머지는 던전이나 도시에서 찾아서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도시에서 구매할 수 있을지도?

그 값으로 뭘 줘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도시의 거주민들이 몬스터 개미와 거래를 하고 싶어할지도 의문이고···

어쨌든 좋아.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달려나갔다.

최대 속도로!

그러면서 둥지 안의 수천 마리 개미들 덕에 꾸준히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의지 통로에 모든 보조 두뇌를 집중시켰다.

찾아내고 말겠어, 깜박이!

어딘가 이런 신호를 만들어내는 교활한 개미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게 누군지를 밝혀내고, 나를 쫓아다닌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다!

아하!

의지 통로에서 조그맣게 깜박이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순간, 더듬이를 통해 통로 저편에 누군가 있는 게 느껴졌다.

드디어 신호의 원인 중 하나를 찾아낸 건가?

근데 누군지 잘 안 보이는데?!

질주!

나는 더욱 완강한 마음을 갖고 앞으로 달려갔다!

내가 커다란 몸집으로 좁은 통로를 달리자, 조그만 개미들이 내 앞을 막지 않으려고 사방으로 비켰다.

오호!

깜박이는 신호의 주인이 방금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도 올라가야지!

나는 발톱으로 바닥을 딛고 커다란 몸통으로 급커브를 한 후 다시 질주했다.

도망칠 수 없을 걸!

아직도 누구인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게 느껴졌다.

곧 정의의 더듬이 회초리를 선사해 주겠다!

“어, 안녕하세요, 대선배님. 여기 계실 줄은 몰랐어요.”

앞쪽의 굽은 터널 뒤에서 어드밴트가 나타나며 나의 길을 막았다.

나는 살짝 뛰었다가 여섯 다리로 땅을 붙잡아 속도를 늦추었다.

워낙 빨리 달리고 있었던 터라, 급정거를 하며 땅에 깊은 고랑이 생겼다.

나는 어드밴트와 부딪히기 직전 겨우 멈춰 서서, 정예 개미 하나와 뒤엉키는 민망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

“어드밴트?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내가 깜짝 놀라 물었다.

“저요? 대선배님을 찾고 있었죠. 정찰 보고에 대한 두 번째 회의를 할 시간이거든요.”

나는 잠깐 동작을 멈췄다.

“너무 정확한 타이밍에 나타났는데, 어드밴트. 혹시 나한테서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니지?”

나는 더듬이 하나를 들어올렸다.

“다-당연히 아니죠, 대선배님! 제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나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병정 개미를 노려봤다.

“잘 모르겠어. 그래서 너무 신경이 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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