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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로 환생!-376화 (376/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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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2)

고조된 감정이 모두 가시기 전까지, 신도들은 쉬이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다.

제대로 대화를 할 수 있겠다 싶어질 때 마다, 개미 한 마리가 근처에서 나타나 신도들에게 일 좀 하라고 이야기했다.

신도들은 군체의 페로몬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 엄청난 흥분에 사로잡혀, 좀처럼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했다.

베인도 커다란 희열을 느낀 나머지, 몇 차례나 의식을 잃을 뻔했다.

그래서 사제는 성당 건물 안으로 들어와 잠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신도들도 서둘러 베인을 따라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베인과 추종자들은 건물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다가, 마침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대화를 시작했다.

베인은 고개를 들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형제 자매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제는 울부짖는 자신의 영혼을 가라 앉히려 노력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사람들을 이끌어야 했다.

베인은 그러기 위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다.

재건된 마을에서 시스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베인이었다.

이런 지역에서 새로운 클래스가 탄생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적이었다.

베인은 목을 가다듬고 사람들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형제, 자매들.”

베인이 말을 시작했다.

“오늘 일어난 일은 기적입니다.”

베인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했다.

“기적이지요.”

베인은 좀 더 강한 어조로 한 번 더 강조했다.

신도들은 숨을 참으며 사제가 다시 한번 말을 멈추고 마음을 다잡는 것을 지켜보았다.

“미안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바로 기적입니다!”

베인이 갑자기 열광에 찬 표정으로 울부짖었다.

그렇게 한번 고삐가 풀린 흥분은 더 이상 가라앉지 않았다.

“기적! 기적! 기적이란 말입니다!”

베인이 숨을 깊게 들이 쉬고, 남아있는 한 손을 하늘로 뻗었다.

“기저어어어어···.”

베인은 신도들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점점 빨개지는 얼굴로 목소리를 더욱 높이 올리더니, 이윽고 흰자를 보이며 기절해버렸다.

토마스 형제가 뛰어 나와 쓰러진 사제의 머리가 돌 바닥에 닿기 전에 얼른 부축을 했다. 한편 다른 신도들은 완벽한 시점에 앞으로 나서 사제의 몸을 바닥으로 낮추었다.

그들은 여러 차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듯, 능숙한 자세로 사제를 옆으로 굴려서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준 후 침착하게 기다렸다.

몇 분 후, 베인은 의식을 되찾고 곧바로 일어나 앉았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미안합니다, 여러분. 또 부끄러운 행동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신도들은 걱정 말라는 의미로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베인은 신도들의 반응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다시 설교를 시작했다.

“오늘 우리는··· 굉장히 특별한 일을 목격했습니다. 이 분야를 공부해 본 입장으로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군체를 도우려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가 우리의 열정과 더해져서, 시스템이 이를 인식했고 우리에게 길을 내주었습니다. 우리 새로운 클래스의 내용을 살펴보며 확인을 합시다.”

이어진 몇 분 동안, 사람들은 중요한 순간인 만큼 감정에 휩싸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신도들은 함께 새로운 클래스의 능력을 살폈고, 모두가 동일한 클래스로 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클래스의 이름은 바로 ‘개미술사’였다!

베인이 보기에 이 클래스는 개미에 특화된 마법사나 지원 직업인 것 같았다.

레벨 당 주어지는 경험치는, 대부분 클래스가 두 가지 능력치에 높은 가점을 받는 것과 달리 세 가지 능력치에 흥미롭게 분배되어 있었다.

레벨 하나당 강인함 +2, 영리함 +2, 의지력 +3이 올랐다.

한 레벨 당 능력치를 7이나 얻는 건 꽤 훌륭한 편이었다.

이 능력치의 분배는 클래스의 목적을 암시해 주는 꽤 중요한 실마리였다.

마치 이정표 같은 역할이었다.

어떤 스킬을 획득했는지 보기도 전에, 베인은 이 클래스가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정신 관련 직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강인함과 의지력은 방어력에 관련된 능력치일 것이고, 영리함은 아마 스킬 사용에 활용되는 능력치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킬.

신도들은 한참 서로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눈 후에야 시스템의 스킬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핵심 클래스 스킬은 1단계부터 페로몬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패시브 마법이었다.

단계를 올리면 군체에 대답을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베인은 설명했다.

마나를 통해 직접 몸에서 페로몬을 생성해서, 인간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개미와도 쉽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클래스 수락과 동시에 받은 또 다른 스킬은 ‘포르미카 사피엔스 영감’ 이었다.

이 스킬을 사용하면 개미와 인간에게 동시에 강력한 보너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스킬 설명을 모두 확인하자, 이 영광스러운 기적의 정체가 베인에게 더욱 분명히 다가왔다.

클래스의 목적이 조금 더 뚜렷해진 것이다.

‘개미술사’들은 개미와 그 주변의 생명체를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이었다.

‘개미술사’들이 중간에 있다면, 새로운 마을의 인간들은 군체의 편에서 함께 싸울 수 있을 것이다.

“준비합시다.”

베인이 속삭였다.

“신성한 전쟁을.”

+에니드는 피로한 동시에 활기가 넘쳤다.

근래 들어 항상 이런 상태였다.

모든 일을 처리하려면 하루의 24시간이 부족했고, 때문에 언제나 서둘러 움직여야 했는데 이는 에니드 나이의 여인에게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매일 아침 일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가꿀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개척 왕국에서 살던 사람들은 가라로쉬로 인해 비극을 겪었지만, 군체의 도움으로 재건의 기적을 경험하고 있었다.

새로운 마을은 매일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사람들이 새로운 마을을 이렇게 빠르고 조화롭게 키울 수 있다니, 직접 겪은 것이 아니었다면 에니드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라일레의 대표와 협상을 마친 에니드는 마을로 돌아왔다.

벼랑 끝에 몰린 상인이 으레 하는 것처럼 치열한 흥정이었다.

군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인 만큼, 이쪽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 구석이 부족하기는 했다.

결국 거래는 양쪽이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시장님.”

누군가의 부름에 에니드는 정신을 차렸다.

몸을 돌리자 비서인 루스가 다소 걱정 어린 표정으로 방을 가로질러오는 게 보였다.

평상시에는 한결 같이 침착한 젊은 비서가 이토록 불안해 보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에니드는 곧 바로 문제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건데?”

에니드가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 그 빌어먹을 사제는 항상 일을 그렇게 사고를 치고 다니는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어제 확인했을 때는 분명 마나 중독에서 회복하는 중이었는데 말이다.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사제님과 신도들이 광장에 모여 있습니다. 사제님이 정말 폭풍 같은 설교를 하고 계세요.”

에니드가 얼굴을 찡그렸다.

“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뭐가 문제지?”

루스가 망설였다.

“그게··· 하시는 말씀 중에 상당히 놀라운 말씀이 많아요. 군중들도 광기에 휩싸이고 있고요. 벌써 마을 주민 반이 광장에 내려가 있어요.”

“뭐? 무슨 이야기를 하길래?”

광장에는 군중들이 잔뜩 모여 사제의 기적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베인의 커다란 목소리는 근처에 있는 모두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때가 왔습니다!”

사제가 연설했다.

“일어날 때가! 앞으로 나서서 인정을 받을 때가 왔습니다! 우리를 구원한 군체가, 지하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군체는 우리의 목숨을 구하고, 우리에게 미래를 돌려줬으며,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말을 마치고 숨을 크게 들이쉰 베인은 이전보다 더 강한 열정을 담아 말을 이었다.

“여러분이 어떤 기분인지 잘 압니다! 그런 군체를 어떻게도 도울 수 없이 무력하게 있는 그 마음을! 저도 그 끔찍한 실망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더 이상은 아닙니다! 시스템이 우리 신실한 신도들의 기도를 들어 주셨고, 마침내 우리의 인내심에 보상을 주셨습니다!”

연설을 하는 베인은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

웅변 분야 스킬만큼은 레벨이 매우 높았고, 지난 수 년간 불 같은 설교를 전했던 경험들이 베인의 본능을 첨단으로 이끌었다.

벌써 들썩이는 에너지가 청중들 사이에 쌓이는 게 느껴졌다.

설교가 멋진 절정에 달할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바로 오늘, 우리의 새로운 클래스, ‘개미술사’ 덕분에 우리는 구원자 군체의 옆에 나란히 서서 그간 입은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베인이 이 위대한 기적에 대한 소식을 군중에게 주입하는 동안, 군중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베인은 마을 내에서 정직과 친절로 명망이 높았기 때문에, 그 누구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군체에 대한 일에 있어서도, 베인은 아주 정직했다(물론 자신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군체의 선의를 알리기 위해 굳이 말을 지어낸 적은 없었으니까.

“모두 기억하십시오!”

베인이 검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지금 여러분이 경험하시는 평화, 군체가 저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는 그 평화는 모두 거짓입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도, 저희 발 아래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말에 군중 일부가 동요했다.

이 사람들은 군체를 매우 사랑했다.

자신들의 구원자가 전쟁 중인데, 돕지 못하고 무력하게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그들을 괴롭혔다.

“자신감을 갖고 힘을 내십시오! 우리는 던전으로 위대한 원정을 떠날 겁니다! 군체 옆에 서서 싸우며, 우리의 손으로 직접 함께하는 미래를 일굴 것입니다! 참여하실 분은 모두 모이십시오! 우리가 함께 해야만-“

베인의 정신은 청중과 자신의 연설에 오롯이 쏠려 있었다.

목소리는 베인의 악기였고, 그 강력한 연설의 선율은 사람들의 주의를 사로잡고선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베인의 존재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고 있었고, 사람들은 베인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공격적인 투로 강력하게 말을 하다 보니 힘이 빠르게 소모되었다.

그래서 배인도 청중들 말고 다른 곳에는 신경을 쓸 새가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책을 던져 베인의 머리를 맞출 때까지,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퍽!

책을 맞고 휘청이다 넘어진 베인도, 그걸 보고 있었던 청중들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정신을 차리자, 에니드가 시청 건물에서 뛰어오는 게 보였다.

“뭐하는 거예요, 이 정신 나간 사제야?!”

에니드가 베인을 잡고 소리질렀다.

베인은 충격을 받은 얼굴로 에니드를 올려다보았다.

“저희가 경험한 기적을 널리 알리고, 사람들에게 참여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죠. 제가 달리 무엇을 하겠습니까? 군체를 도와야합니다, 시장님!”

에니드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이글이글 끓는 눈으로 사제를 노려보았다.

“사람들의 목숨이 걸려있어요, 베인! 주민들이 죽을 겁니다! 그걸 생각하세요!”

에니드가 속삭였다.

“저는 군체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베인이 말했다.

“상관 없어요! 사람 죽는 게 뭐 어려운 일인가요! 하지만 어른들이 죽고 나면, 남는 고아들은 당신이 책임질 건가요? 그럴 거냐고요! 죽은 사람들을 묻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일은요? 이런 일이 생기면 의회에 먼저 이야기를 해야죠! 그럼 이 일을 안전하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을텐데! 이제 통제를 할 수가 없어요. 사제님이 모두를 광란에 빠뜨렸으니까요! 사람들이 오늘 안에 던전으로 달려가지만 않으면 다행이겠군요!”

그제서야 베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베인의 강력한 웅변 스킬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뒤따랐다.

웅변의 설득력은 마법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인은 마을의 사제로서도 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기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나머지, 이 소식을 전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기도 전에 행동부터 하고 말았다.

베인은 급하게 군중을 다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가 불어넣은 열정은 조금도 꺼지지 않고,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무기를 공중에 휘둘렀다.

근처의 개미들에게 무릎을 꿇고 준비가 되었다며 기도하는 자들도 있었다.

방금 전까지 베인을 감쌌던 희열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기적이 그에게 내려준 암울한 현실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개미와 함께 싸운다는 건, 개미와 함께 죽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축하할 일인 동시에, 애도해야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막을 수 없었다.

인간들이 참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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