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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닮은 꼴 (57/95)


57. 닮은 꼴
2022.04.17.


눈을 의심한 이블린이 다시 한번 눈을 감았다 떴다.

귀부인이나 영애들이 입는 여성용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은 아무리 봐도 후작이 맞았다.

여장한 다베르 후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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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대체! 저게 무슨 일이랍니까?”

같은 모습을 본 다트가 꽥 괴상한 소리를 냈다.

이블린과 다트가 동시에 바스티안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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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합류하지.”

바스티안만이 평온한 얼굴로 말고삐를 틀어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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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말에게 물을 먹이던 오단이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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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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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단, 오는 길에 별다른 일은 없었나요?”

반가운 웃음을 짓는 오단에게 이블린도 미소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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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말씀하신 대로 미행이 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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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티안과 이블린이 웃음기를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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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라지더군요. 저희의 목적지를 확인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덕분에 다베르 후작님이 고생을 좀 했습니다.”

마침 망토를 손에 걸친 다베르 후작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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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단장님의 대역을 맡게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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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이블린이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다베르 후작이 애써 미소지으며 화답했다.

후작은 태연하게 굴고 있었지만, 굳어버린 눈가의 주름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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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단장님과 똑같은 머리카락 색이 후작님 밖에 안 계셔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얼핏 머리 색만 보면 단장님으로 보이거든요.”

오단이 미안하다는 듯 눈꼬리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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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의외로 두 분이 이미지가 비슷하시다고 해야 하나…….”

말끝을 흐리는 오단에 이블린은 반사적으로 후작을 올려다봤다.

그와 머리카락 색이 똑같기는 했지만, 그 외에 닮은 점은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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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네요, 후작님.”

이블린이 괜히 저 때문에 귀찮은 일을 하게 된 후작에게 사과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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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이제, 단장님이 입으실 차례군요.”

이블린은 후작이 건네는 망토를 얌전히 받아 들었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용히 움직이는 게 이번 시찰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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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군.”

마을을 가로지르는 바스티안의 표정이 조금 느슨해졌다.

수해 직후에 왔을 때만 해도 회생이 불가능해 보일 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이쪽 지역에만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바람에 강물이 넘쳐 근처의 민가를 덮친 게 원인이었다.

마을 사람 대부분이 강에 의지해 먹고사는 이들이라 피해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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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아셨다면, 죄책감으로 눈도 못 감으셨으려나.’

바스티안은 부친을 생각하며 마을을 찬찬히 둘러 보았다.

그렇게 마을 끝에 이르자 멀리 강변에서 제방 작업을 하는 이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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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지켜보고 있자니 밑에서 작업을 진두지휘하던 사내가 손님들을 발견하고 빠르게 달려왔다.

이블린은 망토를 더욱 내려 제 얼굴을 가리면서도 사내의 얼굴을 관찰했다.

풍성한 갈색 머리에 벽안, 꼭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선한 인상이 낯이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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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이 많군, 디에스티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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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스티?’

이블린은 사내의 정체를 금방 알게 됐다.

휘스턴 디에스티.

휴이터의 둘째 형이자 휴이터를 끔찍이 아끼는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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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혹시라도 우리 형을 황궁에서 만나게 되면 무조건 피해. 알겠지? 약속한 거야?”

 
휴이터의 경고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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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긴 건 무해해 보이는데.

이블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휴이터의 형을 바라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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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터.”

노크 소리와 함께 근위대장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디에스티 공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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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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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에 들어오기가 도통 어려운 게 아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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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어요.”

기자 회견 이후로 황궁은 봉쇄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황궁 내의 사람을 솎아내느라 바쁜 늦둥이 아들의 얼굴도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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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됐어, 그동안 너무 느슨하긴 했지. 이걸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겠구나.”

귀족 회의의 수장으로서는 골치가 아팠지만, 선황제가 서거하고 난 뒤 부산해진 황궁의 기강은 바로잡힐 듯했다.

어차피 황실의 권위나 제국의 안정보다는, 제 잇속을 더 중시하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아서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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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벤토 후작가는 괜찮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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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쑥대밭이 되었더구나, 그래도 폐하께 감사해하는 걸 보면 뭔가 있었던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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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아, 일단 앉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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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얼굴이나 보려고 들른 거다.”

공작이 괜히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며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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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정도는 괜찮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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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그러면 되겠어? 폐하께서 안 계시니 네가 더 긴장해야지.”

아니, 찾아오신 건 아버지잖아요.

황당해진 휴이터가 헛숨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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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신 이유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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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작이 헛기침하며 딴청을 부렸다.

그는 얼마 후 있을 귀족 회의에서 이블린을 황후로 올리자고 주장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휴이터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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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의 몸이 많이 약해서 걱정이 큽니다. 지금도 어쩌면 정신력으로 버티는 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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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이블린의 건강이 좋지 않은 건가? 아니, 기사 단장도 잘 해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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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혹시나 황실에 누를 입힐까 걱정이 큽니다. 딸을 잃을까 두려운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티에르 공작이 울먹이며 했던 말이 영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휴이터도 그런 이유로 결혼식을 늦춰 달라 요구한 걸까 싶었다.

그게 일부러 황제와 이블린이 자리를 비운 틈을 노려 만나러 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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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선 슬슬 루체이에 도착하셨겠구나.”

슬쩍 소파에 앉은 공작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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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이미 도착하신 후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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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호위기사단만 데리고 그렇게 휙 떠나실 줄이야. 젊어서 그런다지만, 너무 효율성만 추구하시는구나. 게다가 이블린도 같이 갔다지? 지금 한창 조심할 때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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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는 것보다야 곁에 있는 게 더 마음이 놓이시겠죠. 불과 얼마 전에 궁에서 그런 사건도 있었고.”

내가 황제의 편을 들게 될 줄이야.

휴이터가 착잡한 마음으로 변명했다.

그래도 이블린이 욕을 먹느니 모든 걸 제 탓으로 돌리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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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이번 일로 반성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하면 될 일이지. 뭐, 어쨌든 루체이에 네 형이 있으니, 걱정은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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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휴이터가 차를 내리다 말고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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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누구라고 하셨어요?”

휴이터가 불길함을 누르며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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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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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휘스턴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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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휘스턴. 네 둘째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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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이블린이랑 마주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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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공부하겠다고 유학 간 형이 거기 왜 있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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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지역 복구하는 데 손 보탠다고 간 지가 언제인데? 네 형 소식도 모르냐?”

부친의 잔소리가 더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간 형의 편지를 무시한 게 이런 재앙으로 돌아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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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티에르 공녀 좋아하지? 맞지? 우리 막둥이, 형이 대신 고백해 줄까?”

 
휘스턴에게 괴롭힘당했던 역사가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쳤다.

그가 제국을 떠났을 때만 해도 다시 돌아오지 말라며 저주하고는 마음을 놓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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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쫓아갈 수도 없고.’

망할 형. 이블린에게 입 함부로 털기만 해 봐.

아, 제발. 내 계획에 초 치지만 말아라.

휴이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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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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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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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블린의 결혼을 늦춰달라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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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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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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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휴이터의 입술 끝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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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아시잖아요, 제 마음…….”

휴이터가 고민 끝에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디에스티 공작의 표정 또한 덩달아 어두워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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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얘기를 하는…… 아, 폐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귀를 매만지며 중얼거리던 휘스턴이 바스티안의 시선을 인지하고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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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도 없이 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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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리면 다들 신경 쓸 테니까.”

함께 재건 현장을 돌아보고 마을 중심부에 있는 그의 집무실로 함께 온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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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대의 공이 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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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감사합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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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내기 불편하지는 않나.”

바스티안이 2층 복도 끝에 있는 그의 집무실을 둘러보며 한마디를 뱉었다.

나무로 지어진 소담한 임시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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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훌륭하지요. 제국 밖으로 다닐 때는 더 한곳에서 지낼 때도 많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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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휘스턴과는 제국 밖으로 돌던 때에 만난 사이였다.

동의하며 창틀에 걸터앉은 바스티안이 창밖을 힐끗 살폈다.

창문 바깥으로 기사단 사이에 섞여 대화를 나누는 이블린이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기사단의 위압감에 그쪽을 피해 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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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폐하께서 제 동생을 울리실 줄도 몰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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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됐어. 보다시피, 매력적이잖아.”

휘스턴은 조용히 이블린을 바라봤다.

공작가 행사에 참여한 이블린의 사진이 공개된 순간부터, 제국은 이블린 앓이를 시작했다.

그 또한 이블린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진짜 사람이 맞나 의심했었다.

실물을 직접 보니 사진은 비할 바가 못 됐다.

달빛으로 물을 들인 듯한 백금발. 총기가 도는 눈동자는 보고 있으면 꼭 깊은 바다 같았다.

손바닥으로 가려지겠다 싶을 만큼 작은 얼굴에 시원시원하게 들어 있는 이목구비는 또렷한 인상을 남겼고.

마치 인형을 보는 것 같은데, 그런 미인이 검까지 잘 다룬다니.

휴이터가 그토록 오랫동안 속앓이를 해 온 이유를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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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 그 녀석은 지금 괜찮으려나, 별일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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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중요한 보고라는 건 무슨 내용이지?”

이블린의 안전을 확인한 바스티안이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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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걸 느낀 휘스턴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내고 바닥에 깔린 카펫을 걷어냈다.

나무 바닥에 있는 작은 문을 연 휘스턴이 꺼내 든 걸 바스티안의 앞에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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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현장에서 발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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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은 돌이 박힌 녹슨 철은 폭약의 흔적이었다.

바스티안의 표정 또한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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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사이에 파묻혀 있던 걸 우연히 찾았습니다. 위치상 강물을 따라 흘러왔을 확률도 없고요. 아시다시피 워낙 고가의 물품이기도 하고, 제국 내에서는 구하기 어렵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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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위적으로 제방을 터뜨렸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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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가 많다면, 이번 수해의 규모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바스티안은 턱을 매만졌다.

황제가 서거한다고 해서 제국이 흔들릴 정도의 자연재해까지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이번 재해는 그의 힘이 불안정한 탓에 벌어진 거라고 여겼다.

그랬는데, 아닐 수도 있다 이거지.

대체 누가 어떻게? 무엇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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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으로 들어오는 물품이 무엇이며 자금의 출처는 어디일까요?”

 
키르아의 말이 역시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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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거래 조사를 더 넓은 관점으로 바라봐야겠군.’

생각을 정리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내린 바스티안의 눈썹이 곧 매섭게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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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블린의 머리 위로 작은 아이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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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

바스티안이 본능적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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