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 옷은 왜 벗으시는 거죠? (60/95)


60. 옷은 왜 벗으시는 거죠?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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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장님, 방으로 가서 쉬시는 게 좋겠죠?”

에바가 훌쩍이면서 제 팔을 내밀었다. 알리에타는 일단 아무 말 없이 그 팔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알리에타의 침실이 있는 층에 이르렀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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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마.”

알리에타가 에바에게 돌아가라며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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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어떻게 하녀장님 혼자 두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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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공녀님의 침실이 있는 층은 전부 출입 금지라는 걸 알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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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다친 하녀장님을 혼자 둘 수는 없어요. 잠드시는 것만 보고 나올게요. 네?”

떼를 쓰는 에바에 알리에타가 고민하는 척하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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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네 방에서 자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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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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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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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그럼요!”

에바가 호위기사가 지키는 층을 힐끔 본 뒤 제 방으로 알리에타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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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바꿔야겠는걸.’

알리에타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지만 상관없었다.

황궁에 갇힌 지도 벌써 며칠째였다. 이제는 움직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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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잠들었네?’

알리에타가 잠들기만을 기다린 에바가 수면향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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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아침까지 푹 주무시겠지.”

통증도 줄여주니 얼마나 좋아요. 제가 다 하녀장님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한 번 더 알리에타의 숨소리를 확인한 에바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알리에타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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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에바. 어째서…….”

공녀님께서 너를 얼마나 아꼈는데.

알리에타가 슬퍼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발목을 삐끗한 건 맞지만, 못 움직일 만큼의 부상은 아니었다.

에바가 없는 걸 확인한 알리에타가 근처의 호위기사를 찾아갔다.

에바의 뒤를 밟아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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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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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정말 이곳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숙소를 둘러본 휘스턴이 불안해하며 물었다. 마을에서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있는 이 집은, 황궁에 비하면 작고 누추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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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거리가 있긴 해도 근처 후작령으로 가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기별 없이 오시는 바람에 숙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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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온 게 아니니 마음 쓸 필요 없어. 어차피 내일 떠날 거고.”

바스티안이 그만하면 됐다며 휘스턴에게 가보라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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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폐하.”

휘스턴이 물러나다 말고 바스티안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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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님께 시중드는 이들이 필요할 것 같다며 마을 여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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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정중히 사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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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스턴이 그래도 괜찮겠냐며 이블린을 바라봤다.

직무를 떠나 태생이 귀족 영애였다. 기사단장에 임명된 후 이렇게 먼 곳까지 나온 것도 처음일 테고.

다른 사람의 손길 없이 혼자서 이것저것 하기에는 불편할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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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스턴, 내가 하니까 필요 없다는 뜻이야.”

바스티안이 적당히 하고 가라며 단호하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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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폐하께서 직접…….”

휘스턴이 머쓱해 하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눈치가 없어?

바스티안의 회녹색 눈동자가 그리 묻는 것 같았다.

와, 두 분 정말 서로 너무 사랑하시나 보다.

이러니 휴이가 끼어들 틈이나 있었을까.

휘스턴이 속으로 중얼대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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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편히 쉬십시오, 내일 아침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휘스턴이 드디어 말을 끝내고 사라지자 바스티안이 피곤한 듯 목덜미를 주무르며 문을 쾅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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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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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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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린? 얼굴이 왜 그래?”

뒤를 돌아본 바스티안이 흠칫하며 이블린의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왜……? 왜냐고요?

정말 몰라서 물어보시는 건가요?

이블린이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스티안을 올려다봤다.

다정한 연인 행세도 좋고 예비부부 행세도 좋다. 다 좋은데…….

휘스턴이 무슨 상상을 하며 내려가고 있을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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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네, 열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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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왜 그러는지 다 아시면서. 그만 놀리세요.”

이블린이 바스티안의 손목을 잡아떼어내며 투덜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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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들켰네.”

바스티안이 씩 웃으면서 소파 위에 풀썩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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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짓궂으신 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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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내 그대랑 떨어져 있느라 힘들었거든.”

바스티안이 가까이 오라며 제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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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이블린. 그대가 필요해.”

나 참.

이블린이 꿍얼대면서도 바스티안의 옆으로 가 앉자 그가 이블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바스티안은 바짝 긴장하는 이블린을 느끼며 웃음을 참았다.

그가 이런 식으로 기댄 건 처음이니까 당황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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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무릎베개를 노려야겠군.’

바스티안이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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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 향이 없으면 하루가 피곤해.”

바스티안이 낮게 중얼대는 말에 이블린은 무어라 탓할 의지도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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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폐하.”

아이를 받아내다가 정체를 드러내 소란을 일으킨 것부터 시작해서 기자가 따라붙은 것까지.

전부 바스티안이 걱정할 만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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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예상 못 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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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역시 저를 못 믿으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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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가만히 있어도 눈에 띈다는 뜻이야. 뭐, 도통 숨길 수 없는 미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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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원래의 색을 찾은 이블린의 얼굴이 다시금 붉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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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칭찬이나 해 줘, 이블린. 오늘 내 옆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못하게 하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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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이블린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바스티안이 그녀의 손을 가져다가 제 볼에 얹었다.

이블린은 바스티안의 서늘한 볼을 감싼 채 그대로 조각상처럼 굳었다.

점점 다른 건 들리지 않고, 바스티안의 고른 숨소리에만 집중하게 됐다.

이블린은 눈을 감고 있는 바스티안의 얼굴을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있었다.

날카로운 끌로 새겨 만든 것 같은 얼굴에 미미한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군중 속에서 우뚝 서 있는 것 같던 바스티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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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가 났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싶었는데, 폐하께서 바로 사람과 자금을 보내서 복구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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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도 자는 거, 먹는 거, 입는 거 전부 부족하고 아쉽지 않게 배려해주셨다고요.”

 
오늘 내내 마을 사람들에게 바스티안이 얼마나 좋은 황제이고 훌륭한 군주인지 반복해서 듣고 난 후였다.

바스티안이 존경할 수 있는 황제라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충심을 다할 수 있는 존재라서.

늘 그녀에게만 짓궂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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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블린은 정면에 난 커다란 창에 시선을 고정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웠다.

커다란 나무 사이로 열기가 모락모락 오르는 작은 연못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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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서 가장 크고 좋은 집이에요! 결혼하는 부부가 생기면 일주일간 그곳에서 지내는 게 전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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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부부가 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하면서 지내는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신이 나서 추천하는 바람에 이곳으로 오게 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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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이라.’

우리는 끝이 정해져 있는데 말이야.

이블린은 바스티안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슬그머니 움직여 바스티안의 손등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망설이다 그의 손등을 조심스레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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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스티안이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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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역시 폐하께 도움이 되고 싶어요.”

가짜 결혼이라 해도 잠시나마 훌륭한 황후가 돼야 할 듯했다.

바스티안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이블린이 고개를 내리자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얼마간 그렇게 서로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때, 바스티안이 스르륵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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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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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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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으니 발이라도 담가야지 않겠어?”

바스티안이 창밖에 보이는 작은 연못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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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전통이라는데 따라야지.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려면.”

그러고는 짓궂게 웃었다.

.
.

널따란 돌 위에 앉은 이블린은 발만 연못에 쏙 담근 채 깔짝거렸다.

반대편에는 바스티안이 몸을 담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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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 들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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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 정도가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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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은. 나중에 아쉬워하지만 마.”

바스티안이 턱을 괸 채 픽 웃었다.

이블린은 흐린 눈으로 바스티안을 바라봤다.

물에 흠뻑 젖어 묘한 색기를 흘리는 바스티안을 보는 데에는 상당히 큰 부끄러움이 동반했다.

바스티안의 날카로운 턱으로 도르륵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젖은 셔츠가 달라붙어 드러나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이 더욱 도드라졌다.

그나마 수증기가 있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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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다베르 후작에게 들었는데, 결혼식 준비를 명하셨다면서요.”

이블린은 부러 시선을 피하며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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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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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눈썹만 까딱이는 바스티안에 이블린이 주변의 기척을 한 번 더 살핀 뒤 입을 열었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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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아이가 없는 걸 숨길 수는 없으니까요. 음, 앞으로 길어야 다섯 달 정도겠네요.”

그저 배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정도가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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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을 사람들을 보면서 죄책감을 느꼈어요. 이토록 기뻐하고 축복해주는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어요.”

이블린이 달싹이던 입술을 깨물었다.

환하게 웃던 표정들도 생생하고, 그녀의 곁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여전히 귀에 맴도는 듯했다.

이블린이 그렇게 침묵 속으로 가라앉을 때였다.

촤아악, 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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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린 이블린이 당황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몸을 일으킨 바스티안이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젖은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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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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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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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 하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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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몰라? 그대에게 가고 있잖아.”

누가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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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옷은 왜 벗으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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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기는, 진짜 아이를 만들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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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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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이블린이 발을 꺼내는 것보다 바스티안이 그녀 앞에 도착하는 게 더 빨랐다.

이블린의 옆을 손으로 짚은 바스티안이 다른 손으로 이블린의 발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설마 진심이야? 아니지? 농담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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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장난은 좀!”

이블린이 기겁하며 빠져나가려 하자 바스티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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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갖자는 말로 들렸는데.”

잠, 잠깐만요. 대체 어느 부분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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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폐하? 왜 그런 결론이 나온 걸까요?”

이블린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사람이 너무 당황하면 웃음이 나온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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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건 진짜 결혼이 아니잖아요, 폐하.”

이블린이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며 눈에 힘을 줬다.

결혼식까지 올리게 된다 해도 어디까지나 가짜 결혼일 뿐이었다.

바스티안의 몸에 닿지 않게끔 긴장하며 손을 뻗은 이블린이 젖은 셔츠 깃을 안으로 당겼다.

바스티안의 살갗을 완벽하게 가리고서야 이블린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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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돌리지 말아 주세요, 폐하. 오늘은 확실히 답을 듣고 싶은 게 있어요.”

바스티안이 이 계약 결혼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목격자와 마주치는 바람에 미처 대답을 듣지 못했지만, 오늘은 꼭 들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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