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챕터
2016년 12월 12일.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평범한 직장인들은 하루하루 쳇바 퀴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고, 어떤 부부들은 매일 아침을 시끄러운 고 함 소리와 함께하며, 커플들은 백 주대낮부터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 한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며, 누 군가에겐 특별한 하루인 날들의 반
복.
사람들은 평범함에 지루해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그렇기에 오늘은 신이 직접 세상 에 강림해 그 ‘소원’을 들어주고자 한다.
오늘은 세상 모두에게 특별한 날 이 될 것이다.
빠밤빰빠밤 빰!
경쾌한 알람음과 함께 커다란
LED 화면 속에는 ‘The END’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매우 오랫동안 화면 앞에서 멍하 니 있던 탓인지, 움직이는 뼈마디 뼈마디마다 두둑-거리는 소리가 들 리는 것이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 이다.
"후아아암. 누가 내 얘기하나?"
화면 앞에 앉아있던 그는 가려운 부분을 북북거리며 손톱으로 긁어 댔다.
덥수룩한 머리, 다크서클이 축 쳐진 눈,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 은 어중간한 몸매, 가는 팔목, 새하 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 뭐하나 평
범할 것 없는 게임중독자의 모습.
다만 겉으로 보이는 외관이 ‘그’. 즉, 남자라고 짐작하게 해줄 뿐이 다.
“좋아. 오늘도 새로운 게임이나 해볼까?”
그는 방구석의 신작게임이 무더 기로 쌓여있는 곳으로 의자를 끌고 갔다.
드르륵 _
“이 의자는 바퀴가 달려있어서 편하단 말이야. 어디, 오늘은 어떤 게임을……. 응?”
의자를 끌고 신작 게임을 찾던 그는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 적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소원’을 들어주는 날이던가?”
그의 얼굴 면적의 반은 귀찮음을 뜻하는 감정들이 고루 퍼져 있었고, 나머지 반은 어린아이의 호기심과 도 같은 천진난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봤 다면 필히 징그럽다며 소리를 질렀 을 모습이다.
유 흐 示 ”
三
그는 헛기침을 하며 얼굴 근육을 자연스럽게 풀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는 단 조로운 무늬의 문을 열고 방을 나 갔다.
그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온갖 잡동사니와 게임들로 가득 차있던 방안이 서서히 작은 빛의 입자들에 둘러싸이더니, 이윽고 절정에 달했 을 때는 한 치 눈앞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 무리가 방 안 을 휘저었다.
시간이 지나고 밝은 빛 무리가 사라졌을 때는 ‘방’이라는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였……. 아니.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은 아니었나 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속에 작지만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그것의 정체는 한 장의 종이.
종이에는 대부분 해석할 수는 없 지만, 상당히 악필이 쓴 것으로 추 정되는 글씨들이 난무되어 있었다.
그나마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듬더듬 해석하자면,
‘지루한……. 변화……. 필요
위이잉-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음 과 진동이 쉐이딩용 기계(타투에서 명암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기계) 에서 방 전체에 울려 퍼진다.
“후우. 수고하셨습니다.”
쉐이딩용 기계를 탈탈 털며 작업 의 마침을 고객에게 알렸다.
“아이고, 삭신이야. 그림은 잘 나 와나
고객은 의료용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왼쪽 어깨 부분에 그려진 이레즈미(일본화)풍의 잉어를 내려 다보았다.
“돈값은 한 것 같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열심히 해서 입소 문이라도 타야죠.”
이놈의 직업도 나름 서비스직인 지라, 얼굴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띠며 고객을 응대했다.
“하핫! 감사합니다.”
나의 말이 마음에 든 것인지, 어 깨 위의 잉어가 마음에 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객은 나름 만족해하
며 상의를 걸치고 가게를 나섰다.
“또 들러주세요.”
오늘은 어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