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로드!”
“거인의 방패!”
“스네이크 랜스!”
선혁과 진혁, 치원이 자신들의 애병을 보며 중얼거리자, 검에서는 푸른 빛줄기가 피어오르며 검신 전 체를 감싸게 되었고, 방패는 이상 한 울림을 자아내며 크기가 거대해 지고는 몬스터들의 시선을 잡아끌 어 주었으며, 창은 흡사 뱀을 연상 시키는 기묘한 움직임으로 코볼트 들의 사이사이를 누비며 타격점을 찌르며 지나갔다.
선혁의 푸른 검에 코볼트 한 마 리, 한 마리가 도륙되어갔으며, 진 혁은 스킬을 사용해 몬스터들의 어 그로를 적절히 끌어주며 전투를 이 끌어갔고, 치원의 기묘한 창술에는 코볼트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는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전투가 안정적인 양상을 띠기 시 작하자,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손이 비 어있음을 느끼고는, 각자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여 전선에 나가 있는 조원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아이스 스피어!”
불의 마도사와 빙결술사의 손끝 에서 푸른빛의 파동이 모이기 시작 하더니, 이윽고 얼굴만 한 크기의 불덩어리와 날카로운 형태의 얼음 덩어리들이 공중에 떠올라 몬스터 들을 향해 육박하였다.
“끼에에에에엑!”
“끼에에엑!”
코볼트들은 죄마다 비명을 질러 대었고, 그럴 때마다 조원들은 힘 을 내어 남은 코볼트들을 처리하였 다.
불과 얼음. 폭발하는 화살과 거 대한 방패. 그리고 검과 창이 어우 러지는 작은 전장의 모습은 환상 (幻想) 그 자체였다.
그렇게 비전투직을 제외한 모든 조원들이 전투에 몰입하던 도중, 중간에 방패병의 어그로에 끌리지 않고 무리를 이탈한 코볼트 한 마 리가 뒤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게 일행들의 눈에 띄었다.
“어, 어! 한성씨! 위험해요!”
“케케케케케!”
내 모든 집중력은 악귀 같이 웃 으며 달려드는 녀석을 향해 폭사시 키고 있었다.
‘할 수 있겠지?’
꽉 쥔 주먹에 미약하게나마 힘이 들어간다. 지금 내 민첩 스탯은 기 본 11에 스킬의 효과로 무려 21이
라는 수치까지 더해 종압은 32였
다.
지금 달려드는 녀석의 민첩성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 도 나보다는 느리다는 게 확실하다.
‘왜냐하면, 네놈의 움직임은 확실 하게 보이거든!’
“키에에에”
사악! 하는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코볼트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목을 향해 파고들었다. 하지만 내 몸은 나 자신이 느끼기도 전에 이 미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놈은 약이 올랐는지 짐승의 울음 소리를 내며 나를 노려봤다.
‘미안하지만, 그런 눈빛에 쫄기에 는 내 인생이 너무 화려했거든.’
화려하다는 말이 이 상황에 적절 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누구보다 도 초라했던 자신의 삶. ‘화려하다’ 는 단어가 내 모든 인생을 부정하 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참고 살아 오지 않았던가?
나는 그동안의 울분을 담아 움직 이지 않는 코볼트를 향해 먼저 쇄 도했다.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어간 다. 과연 인간의 속도로 이런 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빠른 속도지만 지금만큼은 내 몸에 가장 익숙한 속도였다.
“이런 곳에서 초라하게 쓰러지기 에는 너무 비참하다고! 이런 망할 새끼야!”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내 주먹과 맞닿은 코볼트 안면근육의 감촉이 느껴져 온다.
“끼에에에엑!”
코볼트는 무게중심을 견디지 못 하고 쓰러졌지만, 아직 죽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 는 곧바로 쓰러진 코볼트의 목 언 저리 부분으로 다가가 발로 강하게 내리찍었다.
“끼, 끼에에
까득! 목뼈가 부러지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코볼트의 나지막한 비 명이 울려 퍼졌다.
“하아. 응‘?”
다른 조원들에 비하면 초라한 전 투였지만, 내 나름에는 사력을 다 했기에 모든 정신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변은 지켜보 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 고 보니 모든 조원들의 시선이 집 중되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부끄럽다.’
왠지 남에게 내 알몸을 보여준
기분이다.
그렇게 모두가 입을 벌리고 적막 을 유지하던 중, 조원들 사이에서 작은 박수 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더 니, 이윽고 모든 조원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단해요 한성씨! 어떻게 무기 도 없이 코볼트를 압도할 수 있는 거 죠?”
첫 스타트는 언제나 그렇듯 김환 이었다.
“대단하군. 마지막에는 조금 섬 뜩하기는 했지만.”
레인저인 김선혁.
“오오! 형씨 나랑 같이 검사해 볼 생각 없어?!”
검사인 이상혁.
그 뒤로도 다른 모두들이 한 마 디씩 거들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을 해주고 인정을 해주니 고맙 기는 했지만, 고작 코볼트 한 마리 잡은 거로 조원들에게 으스댈 정도 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래도 칭찬이 좋기는 좋았다. 인생 을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식으로 칭찬을 받아본 게 몇 번이나 있었 을까?
“감사합니다. 그래도 정말 대단
한 건 전투직분들 이었어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첫 번째 전투는 마무리되었다.
그 뒤로는 앞서 먼저 출발한 군 대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흔적은 무슨. 작은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결국, 흔 적을 찾기도 전에 지친 일행은 미 리 가져온 캠핑도구를 펼치고 야영 을 준비하기로 했다.
작은 간이 캠프를 하나씩 펼쳐놓 고는 회의를 위해 야영 장소의 한 가운데로 모두가 모였다.
“우선, 이 공간은 넓어 보이지만 그렇게 넓지 않다는 걸 알 수가 있 었습니다.”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걷다 보면 숲의 끝이 느껴졌다. 보 이는 시각적인 느낌으로는 상당히 넓은 장소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감각에 의하면 이곳은 절 단된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가설 을 세울 수가 있습니다. 바로 군대 가 들어간 공간과 우리가 온 공간 은 다르다는 것이지요.”
김환이 말을 이어나가려던 그때. 레인저인 선혁이 언제나 그렇듯 딴 지를 걸어왔다.
“너의 느낌이라는 것은 나도 동 의한다. 분명 숲의 일정 부분부터 끝이라는 감각이 느껴졌으니까. 하 지만 공간이 다르다는 건 무슨 뜻 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던전에 출입 할 때마다 다른 공간으로 가게 되 는 것이지요.”
일행들은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실로 듣게 되 니 감회가 새로웠다. 대체 누가 이 런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사용한다 는 말인가?
‘하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마법 운운하기는 이상하지만.’
나는 이 회의에서 더는 느낄 것 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행에 동의를 구한 뒤에 먼저 빠져나왔다.
‘물론 회의 같은 비활동적인 두 뇌 싸움이 싫기도 했지만, 실험해 볼게 있단 말이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 하고는 상태창을 열었다.
[강한성]
+ Level. 3
十 1차 전직 - 타투이스트
+ 2차 전직 - 미전직 상태
十 특수.
- 종족. 인간
- 최초의 타투이스트
-힘 12
- 민첩 12
- 지능 8
- 손재주 26
+ 보유 스킬
- 중급 타투 Lv.l [Acctive]
- 타투이스트의 손길 [Passive]
- 몬스터 도감 [Passive]
씨익. 남들이 보면 살벌하다 싶 을 정도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몬스터 도감.’
[몬스터 도감] Passive
반경 10m 이내에서 직접 본 몬 스터에 한해서 이 도감에 기록된다.
효과 - 몬스터의 형상을 잊지 않 게 되며, 도감의 기록을 보고 조금 더 세밀한 묘사가 가능해진다.
보유 - 코볼트
도감은 무미건조한 홀로그램 속
에 책을 덧씌운 형상에 불과했지만, 그 효과만큼은 지금까지 불안해하 던 모든 것들을 털게 해주는 효과 가 있었다.
코볼트를 지목하자 홀로그램 속 에 낮의 전투에서 봤던 코볼트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전투 중에는 마치 챙기지 못했던 부분까 지 세밀하게 묘사가 돼 있는 게 상 당히 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스킬을 사용해보자.’
중급으로 바뀐 타투 스킬의 효력 과 함께 도감의 정보를 실험해보기 위해서는 내 몸에 직접 하는 게 가 장 빠르다는 생각으로 일은 진행되 었다.
머릿속으로는 코볼트의 형상을 떠올리며 그대로 묘사하기에는 너 무 징그러운 면이 있으니 이레즈미 풍의 한야(도깨비)로 하고, 새길 위 치는 허벅지에 하기로 했다. 아무 렴 몬스터의 타투라면 사람들의 시 선에 잘 보이지 않는 곳이 좋겠다 고 생각했다.
모든 공정을 마치자 늘 그렇듯이 고통과 함께 빛이 찾아왔고, 몸에 는 코볼트를 이레즈미 풍의 한야로 재현한 기괴한 형상의 타투가 새겨 지고 있었다.
“켁. 어째 더 심해진 것 같은데.”
이건 착각이 아니었다. 타투 스 킬을 사용할 때의 고통은 사실 스 탯이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떠안 게 되는 리스크와도 같았기에, 상 승하는 스탯이 높은 만큼 고통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후우.”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의 시 계가 종을 울리자 빛과 함께 고통 이 사라졌고,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응? 무슨 세상이……
방금까지만 해도 그저 똑같이만 보이던 숲의 풍경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알람이 떠올랐다.
두 눈의 동공이 확장되고 입은 쩍 벌어진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와 같이 여러 가지 알람이 떠 올랐지만 지금 내 눈에는 단 하나 의 알람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말이 돼‘?”
지금 나에게 일어난 일이 현실인 지 거짓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중급 타투 스킬의 사용에 성공 하셨습니다!]
[중급 타투 코볼트(t早君)의 영향 으로 스탯이 상승합니다!]
[신화의 존재와 몬스터의 결합에 놀라운 결과물이 탄생했습니다!]
[중급 타투 스킬의 숙련도가 대 폭 증가합니다!]
[중급 타투 스킬 레벨이 상승합 니다!]
[중급 타투 스킬 레벨이 상승합 니다!]
[신화의 존재가 당신을 주시합니 다』
[몬스터 도감이 새롭게 갱신됩니 다!]
[새로운 칭호 '한야의 관심'이 생
성됩니다!]
[신화의 존재 '한야'는 당신에게 선물을 주고자 합니다.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주세요.]
“신화의 존재라고? 게다가 한 야?”
신화의 존재라는 게 대체 무엇이 란 말인가?
한야는 본래 아름다운 여인이었 다. 승려와의 사랑에 빠졌지만 이 루어지지 못한 비극에 스스로 도깨 비가 되기를 원한 여인. 도깨비가 된 이후에는 귀밑으로 찢어진 입에 살기와 미소를 머금고 처량한 눈길 을 보내는 여귀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고 하지만, 본래 반야(般苦)라 는 불교에서는 세존(부처를 의미한 다.)보다 높은 지고신으로 숭앙받는 ‘신화’적인 존재이다.
‘아니, 애초에 신화라는 건 전설 에 기반을 두는 게 아니었나?’
어릴 적부터 숱하게 어른들에게 속아보고, 인생을 시궁창 속에서 살아왔기에 남들이 말해주는 미신 이나 도시 전설 같은 것들을 생각 하려고도 하지 않았고, 믿지도 않 았다. 물론 인생에 여유가 조금 생 긴 지금도 과거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믿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 다.
그런데 신화의 존재가 나를 주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