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
한 원거리 스킬이 없는 지금의 나 로서는 대부분의 전투를 근거리에 서 치러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박진혁의 도움은 그다지 크지 않을 터였다.
“저는 어디까지나 최적의 상황에 서 탑의 던전을 격파하고 싶을 뿐 입니다. 일단 들어보시죠. 한성씨에
게도 나쁜 제안은 아닐 테니까요.”
“우선 들어나 보죠.”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김환의 말을 기다렸다.
“우선, 가장 위험한 직책에 나서 는 만큼 모든 아이템을 배분함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집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나는 목구멍까지 밀려나오는 말 을 애써 참아내느라 진땀을 뺏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국가에서 받 아내야 할 것이 있지 않습니까? 정 보의 불일치로 인해 전직자 관리청 에서는 저희에게 배상을 해줘야 합 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서도 우선 권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가와의 협상에서 한성씨가 유리한 위치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만약 한성씨가 메인딜러의 포지션 을 수락하신다면 말이죠. 일행분들 의 설득이야 당연히 제가 할 거고 요.”
그 ‘일행분들’이 있는 앞에서 포 부도 당당하게 설득하겠다고 말하 고 있다. 어느 의미로는 정말 수완 이 좋은 사람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일행을 쭉 둘러봤다. 별다 른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아마 반대하는 사람 은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대 답을 하려 하자 선혁이 나섰다.
“잠깐. 나야 당연히 한성이 ‘가장 위험한’ 위치를 맡아준다면야, 반대 하지는 않을 거다. 아마 다른 사람 들도 마찬가지일 거고.”
‘가장 위험한’이라는 말을 강조하 는 선혁의 말에 일행은 작게 고개 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한성이 받아들였을 때의 이야기야. 너무 몰아가는 게 아닌가? 물론 코볼트 킹의 공헌도 만 봤을 때는 그가 메인 딜러의 포 지션을 맡아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 각할 수도 있지. 그런데 그게 지속 된다는 보장도 없잖아? 우리는 모 르는 일회성 스킬일 수도 있는 거 고.”
선혁의 ‘일회성 스킬’이라는 말에 서 잠시 뜨끔했지만, 반은 맞고 반 은 틀린 말인지라 우선은 가만히 있기로 했다.
“물론이죠. 저는 한성씨의 의견 을 존중할 겁니다.”
김환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상 이미 결정은 났다고 봐야 한다.
“떠밀려서 하게 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기는 합니다만. 김환씨의 판단이 그렇다면 그게 옳은 일이겠
죠.”
너무 조급하게 결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이렇게 될 일이었으리라.
김환의 본래 성격이 어떤지는 모 른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이 사람 들 사이에서는 팀원의 능력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 이다. 그런 그가 판단한 일이라면 믿어야 했다.
물론 내가 남들을 위해 희생하는 정의의 사도 따위는 아니다. 남들 이 하기 싫은 것이라면 나도 하기 싫다. 하지만. 내 몸 하나 안전하게 지킬 자신은 있었다. 그리고 일이 끝나는 시점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높은 위치에서 그들을 내려다 보고 있으리라.
김환은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능글맞게 나의 대답을 기다 리고 있었다.
“약속은 지키셔야 합니다.”
‘지금은 같은 출발선에 있지만, 끝은 다를 겁니다.’
“물론입니다.”
마주 보고 웃는 그의 표정이 오 늘따라 얄밉게 느껴졌다.
예상대로 내가 메인 딜러를 맡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 다. 1층에서의 전투로 난이도에 대 한 정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깨 달은 그들로서는 아마 그것이 최선 의 선택이었으리라.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두는 게 좋을 겁니다. 우선은 주 변을 정찰하고 이곳이 안전하다 싶 으면 간단하게 잠자리를 만들죠. 오늘은 다들 피곤하실 테니까요.”
일행은 그의 말에 동의하며 인원 을 5:5로 쪼갰다. 이곳에 남아 일 행의 잠자리를 만들 작업조에는 불
}도사인 한윤아와 빙결술사인
최유정. 그리고 트래퍼 김용훈과 창술사 이치원. 마지막으로 내가 포함되었고, 주변을 탐색하고 올 탐색조에는 사제인 김환, 검사인 이상혁, 방패병인 박진혁, 탐색꾼인 백유찬. 마지막으로 레인저인 김선 혁이 낙찰되었다.
작업조에 당첨된 사람들은 탐색 조가 주변을 정찰하러 나가자, 주 변의 거목들을 주워와 평상과 비슷 한 느낌으로 둥글게 만들어 가장 가운데에는 불을 지폈다.
모든 작업이 끝난 작업조는 각자 자기 일에 몰두했고, 나는 그 중 불의 마도사인 한윤아를 따로 숲으 로 불러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별로 해명
할 필요는 없겠군요.”
끄덕…….
“어차피 전투에 관해서야 다들 보게 될 거지만, 제가 사용한 스킬 에 관해서는 함구해주셨으면 합니 다.”
내 말이 끝나자 한윤아는 잠시 망설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 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숲을 빠져나 갔다.
“후우. 답답해 죽겠다. 목소리 한 번 들려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방금 내 말을 남이 들었으면 상 사병에 걸렸다고 오해할 정도로 애 절한 모습이었다.
[타투 : 신화의 지속 시간이 끝 났습니다. 스탯과 외형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남은 재사용 대기 시 간 12시간』
[강한성]
+ Level. 9
+ 1차 전직 - 타투이스트
+ 2차 전직 - 미전직 상태
+ 특수.
- 종족. 인간
- 최초의 타투이스트
- 한야의 관심
- 중급 타투 (신화) :
코볼트 (t早
꼬9
十 스탯
- 힘 14 (+32)
- 민첩 16 (+47)
? 지능 8 (+22)
- 손재주 49
+ 보유 스킬
? 중급 타투 Lv.l [Acctive]
- 타투이스트의 손길 [Passive]
? 몬스터 도감 [Passive]
? 타투 : 신화 Lv.l [Acctive]
스킬의 지속 시간이 끝났다는 홀 로그램이 눈앞에 떠오름과 동시에, 내 이마에도 작은 혈관이 빠직하는 소리와 함께 떠올랐다.
“타이밍 참 좋게도 끝나는구나.”
나는 뿔이 사라졌음을 확인하고 발을 움직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일행이 있는 곳으로 서둘러 돌아 오자 탐색조의 다섯 명이 이미 주 변 정찰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
“ 흐음??????
김환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나와 한윤아를 번갈아 보며 쳐다본다.
‘한 대 칠까?’
순간 어렸을 적 욱하던 성질이 올라올 뻔했으나, 손바닥에 참을 인을 새기고는 마음을 다잡았다.
“다 오셨으니 탐색의 결과를 보 고하겠습니다.”
김환의 주변으로 일행이 평상 위 에 옹기종이 모여 앉았다.
“‘일단’은 주변이 안전하다는 것 을 확인했습니다.”
“ 일단이요?”
“네. 사실 주변에 몬스터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닙니다. 불과 이곳에 서 1km 정도 떨어진 곳만 하더라 도 이상하게 생긴 버섯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했으니까요. 이름이 팡거스 였던가요? 대체 누가 지었는지 네 이밍 센스가 괴랄하군요.”
몬스터 이름의 네이밍 센스에 대 해서는 일행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 다.
“그렇다면 위험한 게 아닌가요? lkm라고는 해도……
빙결술사인 최유정이 던전에 들 어와 최초로 입을 열었다. 1층을 격파하고 일행 모두에게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생겼으니만큼 그녀도 조급했으리라.
“그 점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괜 찮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팡거스들은 모 두 거목에 붙어 수면을 취하고 있 었으니까요. 주변 200m 근방까지 접근해 봤으나, 깨어나는 팡거스는 없었습니다.”
김환의 말에 탐색조에 끼어있지 않았던 일행들이 모두 안심하는 표 정을 지었다.
“팡거스들의 생태계를 아직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은 조 용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오늘 하 루 동안은 2명씩 돌아가며 보초를 서기로 합시다. 정확히 해둬서 나 쁠 것은 없으니까요.”
일행은 제비를 뽑아 1시간 씩 보 초를 서기로 했는데, 꽤 밸런스가 맞춰진 결과가 나왔다. 단 하나만 빼면.
1. 불의 마도사 - 한윤아, 방패
병 - 박진혁
2. 창술사 - 이치원, 탐색꾼 -백유찬
3. 사제 - 김환, 타투이스트 -강한성
4. 빙결술사 - 최유정, 트래퍼 -김용훈
5. 레인저 - 김선혁, 검사 - 이 상혁
‘하필 걸려도 김환씨와 함께라 니.’
김환은 결과에 만족스러운지 환 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윙크를 보냈고, 나는 그 탓에 침을 삼키다 가 사레에 걸리는 참으로 재수 없 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켁 I”
“하하! 다들 결과에 만족하시니 제가 다 기분이 좋군요.”
‘저 사람의 독사 같은 세 치 혀 를 뽑……. 후우.’
“그럼 결과에는 만족하신 걸로 알고 이렇게 진행하겠습니다.”
그렇게 빛은 사라졌고, 하늘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워 밝은 별들이 세상을 비추게 되었다.
“으음, 냐. 응?”
“저기……
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켜보니, 탐색꾼인 유찬이 나를 깨우고 있었 다.
“아. 벌써 제 차례인가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끄응……. 네.”
졸린 몸을 어렵게 일으키고 같은 시간에 당첨된 김환을 찾아보니, 그는 이미 일어나 준비를 마친 상 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