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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61화 (61/447)

22. 영락존자(4)

장내의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청수는 눈을 아예 부릅뜨기까지 했다.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 터진 것이다.

“사부님!”

재빨리 맥문을 잡았다.

“……아!”

전신 기혈은 물론이고 세맥까지 가닥가닥 끊어졌다.

기혈을 역류해 스스로 끊은 것이다.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었다.

“사부님!”

“처, 처엉수야. 절대, 저얼대 무공을 포, 포기이하지 마르거라.”

“사부님! 이 제자는! 제자는!”

“바, 바안짝 거리이며 비, 비나는 네 모스블 케, 케소옥 보고 시펐는데. 너무우…… 아쉬븝 쿠나.”

운조 도장의 머리가 옆으로 꺾였다.

절명한 것이다.

천장단애 앞에 깊은 침묵이 감돌았다.

누구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운자배는 무당파의 1대 제자로 비록 운조 도장이 어린 시절 머리를 다쳐 말을 더듬지만 엄연히 사문의 존장이었다.

2대 제자인 청자배 칠성검수가 벌인 일로 운조 도장이 자결했으니 장문인을 비롯해 그들의 스승인 운자배가 이 일을 알게 되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청명의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빛이 일렁였다.

아니, 청명뿐만이 아니다.

청자배 모두의 머릿속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살인멸구(殺人滅口).’

청수를 죽이고 운조 도장의 죽음을 뒤집어씌운다.

청정도량 무당에서 다시없을 패륜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허나.

그들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패륜이란.

힘 있는 자들이나 저지를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딱! 딱!

무언가 딱딱한 게 뺨을 때렸다.

“비가…….”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다.

우박이 얼굴에 떨어지고 있었다.

“후우. 후우.”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온다.

바닥의 잡풀이 얼어붙어 발로 밟자 부서져 내렸다.

천장단애 주변 온도가 극단적으로 내려가고 청색 얼음 결정이 중력을 거슬러 둥둥 떠올랐다.

순간 청명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이건……!”

그때.

청수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매를 휘젓자 공기 중의 수분이 삽시간에 얼어붙더니 운조 도장의 시신을 네모반듯한 얼음덩어리로 만들었다.

청명의 동공이 흔들렸다.

“청수! 너……!”

“청명 사형, 아니, 청명. 더 이상 나를 청수라 부르지 말라.”

“뭣이!”

청수가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부님께서 청수란 도명을 거둬가셨다. 허니 이제 청수는 없다.”

“크윽!”

청명은 자기도 모르게 청수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명부의 팔한지옥이 새파랗게 얼어붙고 있었다.

“사부님께선 이 못난 제자의 모든 것이었다. 너희 청자배가 사부님을 뒤에서 비웃고 있었음을 안다. 사부님께선…… 그렇게 능멸당하실 분이 아니다. 평생 무당 무학을 익히고 연구한 종사셨다. 지금부터 사부님의 모든 걸 이은 제자인 내가 이를 증명하리라.”

청수가 손가락에 검기를 일으켜 소매를 길게 잘라냈다.

강호에서 소매를 자르는 건 절연을 뜻했다.

그리고…….

소매를 자른 천 조각으로 자신의 눈을 싸맸다.

“……무슨 짓이냐.”

“사부님께서 사형제의 피를 보지 말라 명하셨다.”

“그, 그건 그런 뜻이…….”

“피만 보지 말라 하셨다. 그러니 보지 않겠다.”

실로 우직한, 그러면서도 살벌하기 짝이 없는 선언이다.

너무나 청수다운 말에 청명은 말문이 턱 막혔다.

“지금부터 사부님께서 전수하신 무당 무학으로 네놈들을 징치하겠다.”

청수의 손에서 1장(약 3m)에 이르는 푸른 강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실로 무지막지한 수강(手剛)이었다.

“저, 저 청명한 기운은 설마…… 태청강기!”

무당 강기공의 정화 태청강기(太淸剛氣).

태청강기는 파사의 공능을 지니고 있어 마공을 익혀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었다.

청명은 이를 악물었다.

‘뭔가…… 뭔가 잘못됐다!’

허나 이미 늦었다.

천하제일 벽창호가 손을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사부뿐이다.

허나 사부는 이미 명을 달리했으니.

청수가 한 걸음 내디뎠다.

마치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듯 어기충소의 묘리로 허공에 솟구쳤다.

실로 완전무결한 무당비전 제운종 신법이었다.

청명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칠성검수! 진무칠절진을 펼쳐라!”

“무량수불!”

칠성검수들은 곧장 무당의 비전 진법인 진무칠절진(眞武七絶陳)을 전개했다.

오직 칠성검수들에게만 전해지는 진산절예로 7인이 진을 이루면 동급고수 64명을 대적할 수 있고 한 단계 높은 경지의 강자를 상대할 수 있는 절예 중의 절예.

진무칠절진에서 검강이 피어올랐다.

절정고수 7인의 공력을 하나로 집중시켜 검강을 피워 올리니 진무칠절진이 얼마나 대단한 진법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칠성검수들은 현허칠성검법으로 청수를 향해 일사불란한 궤적을 그리며 송문고검은 내질렀다.

바로 그 순간.

쇄도하던 청수의 신형이 일보를 내디디자 순식간에 분열됐다.

정확히 일곱 개였다.

“……헉! 칠성둔형!”

무당비전 보신경 칠성둔형이 작렬하자 하나같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허나 그보다 온몸을 덮치는 충격이 더욱 빨랐다.

-쾅!

태청강기가 칠성검수의 송문고검에서 피어오른 검강을 때렸다.

-쿠콰카카카캉!

선과 선.

점과 점이 1초에 수십, 수백 번 교차된다.

상대가 만들어내는 점과 선을 지워내기 위한 기하학적 움직임.

한 가지 더.

서로가 서로의 무공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니 여기서부턴 오로지 실력의 영역이다.

청수는 7인의 절정고수를 상대로 초수를 겨루는데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압도했다.

청수의 손이 부드럽게 움직이더니 칠성검수의 송문고검에서 뿜어지는 검강을 이화접목의 수법으로 밀고 당긴 후 귀신같이 일장을 내질렀다.

천하에서 가장 부드러운 장력.

무당면장이다.

청명은 옆구리에 일장을 맞고 헛바람을 들이켜며 입에서 피를 토했다.

진무칠절진으로 생성된 반탄강기가 아니었으면 일장에 배 속이 가루가 됐겠지.

“커헉!”

청수의 손이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움직이더니 그대로 수십 번의 권초를 내질렀다.

무당 무학 천강복마권 일식이다.

단번에 수십 차례 두들겨 맞은 청명.

만약 진무칠절진으로 반탄강기를 일으키지 못했다면 죽어도 열두 번은 죽었겠지.

청명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칠성검수들 역시 비슷하게 청수가 뽑아낸 태청강기로 두들겨 맞았다.

“커흑! 처, 청수!”

“피를 보지 않겠다.”

“이, 이놈이!”

“피를 보지 않는다 했다.”

“야!”

그저 우직하게 소년 도사 시절부터 배운 정석 그대로 권강을 내지른다.

그뿐인데 그게 더 무섭다.

피와 살이 튀었다.

“끄으으윽! 치, 칠성검수!”

버티지 못하고 서둘러 태세를 정비하려는데 경악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것은 포목점 점원이 선반에 걸린 고운 비단을 하나하나 걷어내는 광경을 연상시켰다.

또한 물위에 둥둥 뜬 기름을 걷어내는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진기와 진기가 연결되는 결.

결과 결 사이로 청수의 손이 쑤욱 들어갔다.

뒤이어 극도로 부드러운 경력이 겹겹이 쌓여 사방으로 뿌려지고.

곧이어 진무칠절진의 반탄강기를 한 장 한 장 걷어냈다.

이것이야말로 무당 무학이 추구하는 하나의 종착지.

무당 수공의 정점.

십단금(十段錦)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운한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찌! 어찌 2대 제자 따위가 십단금의 정수를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이름만 거창했지 십단금의 원리는 간단했다.

무당면장을 격공장의 묘리로 열 번 중첩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안 그래도 부드러운 경력이 극도로 부드러워져 천하의 모든 방어 공부를 벗겨내는 절대무적의 침투공으로 승화한다.

운한 역시 십단금을 펼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해.’

믿을 수 없다.

청수가 우연으로라도 자신을 제압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마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청수!’

질시가 독초처럼 자라나 붉은 심장을 뒤덮었다.

누가 있어 이 감정을 이해할 있을까!

‘너는 존재해선 안 돼.’

무당 그 자체인 자신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십단금은 진무칠절진을 이루는 강기막을 벗겨내는 건 물론이고 나아가 칠성검수들의 호신지기까지 잡아 뜯었다.

“헉!”

-파스스슷!

손 그림자가 번뜩이며 칠성검수의 가슴을 부드럽게 두드리고 지나갔다.

흉부가 움푹 들어가며 칠성검수 모두 일제히 피를 토했다.

“푸확!”

내장이 온통 비비 꼬이는 듯한 뒤집히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털썩 무릎 꿇었다.

청수는 우뚝 선 채 눈을 감싸고 있던 천을 풀었다.

“으으, 청수!”

“무당의 무공으로 너희를 제압했다. 더 이상 불만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어찌, 어찌 무당 무학을 두고 마공을 익혔느냐!”

청명의 물음에 청수는 태산과도 같은 위엄을 내뿜으며 말했다.

“명옥신공은 마공이 아니다. 정사지간의 패도지학일 뿐. 또 익히고 싶어 익힌 것도 아니다. 하여 장문인과 운자배 사백, 현자배 장로들께서도 나를 용서하신 것이다.”

“거짓말이다! 믿지 못한다!”

“……어찌 이리 미혹을 떨쳐내지 못하는가.”

고작 이런 자들이 무당의 미래라니.

믿기지 않았다.

‘허나 이것이 무당이 당면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제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었다.

“오늘부로 무당의 무공을 버리겠다.”

“……뭣이?”

“사부님께서 무공을 포기하지 말라 하셨다. 허나 무당의 무공은 무당이 준 것이니 오늘을 마지막으로 다신 쓰지 않으리라. 너희를 상대로 무당 공부를 펼친 건…… 나를 키워준 무당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무슨 개소리냐!”

청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한심한 자들 때문에 사부님께서 목숨을 버리다니.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

‘……내 무위가 현월 사조만큼 강했으면 달라졌을까?’

모를 일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일로 청수의 심중에 무공에 대한 깊은 갈증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때.

운한이 청수에게 다가왔다.

청수는 무심한 눈으로 운한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운한 사숙. 사숙께서도 소질의 앞을 가로막으실 생각이십니까.”

“사질. 운조 사형께서 돌아가셨다. 이미 할 만큼 하지 않았는가.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다. 청자배 사질들은 본도가 잘 타이르겠다.”

그 말에 청수가 살짝 입을 벌린 채 감동하며 말했다.

“……운한 사숙.”

“장문 사형껜 본도가 잘 말해두겠다. 그러니 떠나라. 허나 다신 무당 공부를 펼치지 않겠단 맹세만큼은 반드시 지켜라. 만약 청수 사질, 자네가 무당 무학을 펼쳤다는 이야기가 풍문을 타고 본산에 들려오면 본도가 직접 칠성병단을 이끌고 찾아가 반드시 징치하리라.”

“……감사합니다, 사숙!”

“운조 사형은 본산의 묘소에 모시겠다.”

“아닙니다. 제가…… 제가 모시겠습니다.”

“좋다. 허한다.”

“가, 감사합니다, 운한 사숙.”

“순리에 따를 뿐이다.”

청수는 울컥한 나머지 허리를 깊이 숙이고 포권했다.

그리고 얼음 속에 있는 운조 도장에게 다가가 그를 들어 올렸다.

-푸욱!

청수는 자신의 옆구리를 보았다.

운한의 송문고검이 옆구리를 꿰뚫었다.

곧장 손에 수강을 일으켜 살벌한 기세로 휘둘렀다.

운한은 송문고검을 버리고 제운종 신법으로 날듯이 뒤로 물러났다.

“……쿨럭.”

청수에게 접근하기 위해 강기를 쓰지 않았을 뿐이지 독랄한 심성 그대로 날카로운 경력을 듬뿍 담아 쑤셨다.

기혈이 진탕되는 건 당연했다.

“……운한 사숙. 어, 어째서…….”

운한이 입가에 비릿한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순리를 따른다 하지 않았느냐. 사문의 반도를 처단하는 게 바로 순리다.”

“이런…… 비열한……! 쿠, 쿨럭!”

운한이 크게 외쳤다.

“칠성검수! 본파의 반도가 부상을 입었다! 이대로 놈을 죽여 후환을 제거한다!”

운한의 비열한 행동에 입을 쩍 벌린 칠성검수들이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며, 명을 받듭니다!”

“진무칠절진으로 놈을 포위하라! 본도가 공격을 전담하겠다!”

“예!”

그렇게.

동문 간의 목숨을 건 사투가 천장단애를 초토화시켰다.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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