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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110화 (110/447)

43. 염왕성채 공방전(4)

“흑오단! 출격!”

“단주의 명을 받듭니다!”

환신을 필두로 흑오단 전원이 무병진을 전개했다.

인원이 적은 만큼 푸른 광막이 삽시간에 흑오단을 뒤덮었다.

극소수로 전개되는 무병진이었으나 구성원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오늘 흑오단은 다시 한번 전설의 한 장면을 써내려갈 준비를 끝마쳤다.

환신은 힐끔 팔세영웅련 수뇌부가 있는 능선보다 뒤쪽에 위치한 제천사 주둔지를 응시했다.

초절정고수의 무시무시한 안력으로 저 멀리 있는 자들을 코앞에서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었다.

예상대로다.

율약벽은 자신을 보고 있다.

서로 눈이 마주쳤다.

율약벽이 환신을 보며 생긋 웃었다.

환신 역시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율약벽을 실망시킬 순 없지.’

그녀와 비무를 약속했다.

자신이 비무 상대로 손색 없는 남자라는 사실을 이 자리에서 증명할 것이다.

“신아! 가라!”

“예!”

구양숙의 외침과 동시에 한 걸음 내디뎠다.

양발 옆에 불꽃의 수레바퀴가 등장하자 전방으로 쾌속하게 쏘아졌다.

환신이 노리는 건 좌측 생문이었다.

‘중앙은 남궁천과 팽저가 알아서 하겠지.’

염왕성채 공략이 까다로운 이유는 성채 측이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문진과 기관진식의 입체적 구조 때문이다.

이론상 염왕성채는 5배에 달하는 적을 격퇴할 수 있었다.

방어 측은 미로 같은 기문진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좁은 길을 따라 공격을 가할 수 있다.

이는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깎아지는 듯한 고산 지대의 잔도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

공격 측은 이를 온전히 견뎌내야 했다.

중앙은 검제 남궁천과 개천도 팽저가 있으니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자신은 최대한 낭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다.

그사이 남궁천이 어검비행으로 여덟 개의 생문 중 팽저가 들어간 바로 옆 생문에 진입했다.

-푸화아아악!

좁은 통로를 따라 대량의 붉은 피가 난무했다.

엄청난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휴, 복수가 코앞이니 광검제 본능 나오는 거 보소.’

어검비행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으니 무병진의 지원만 받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천령의 절대고수에게 통로의 넓고 좁음 따위 의미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환신은 곧장 어기충소 신법을 펼쳐 일륜의 추친력으로 허공에 뛰어올랐다.

-퉁! 퉁!

능공허도를 펼쳐 한 번 더 도약한 후 흑영도약으로 장장 70여 장(약 200m)에 달하는 높이까지 상승했다.

곧장 흑영비행을 펼쳤다.

‘지금은 일출이 뜬 새벽이니 흑영동화는 펼칠 수 없지.’

허나 초절정의 벽을 뛰어넘은 환신이 펼칠 수 있는 재주는 무궁무진했다.

‘이제 이런 짓도 가능하다고.’

곧장 광자대력기를 일으켰다.

일양지기를 얇게 펼쳐 전신을 감쌌다.

‘인간의 눈은 빛의 반사를 감지해 사물을 인식하지.’

광자대력기를 통해 환신은 태양의 힘을 다룰 수 있었다.

여기에는 열뿐만 아니라 빛, 가시광선도 포함된다.

기린지재의 천재성이 미세하게 일양지기를 다뤄 반사되는 가시광선마저 조작했다.

환신의 육신이 점차 투명해졌다.

환신 스스로 창안한 태양속상의 잠영술.

광자미채(光子迷彩)다.

이로써 환신은 투명 폭격기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되었다.

‘크으, 이게 되네? 게임 중간중간 머리 식힐 겸 웹플렉스 보길 잘했어!’

작금에 이르러 그 당시 본 여러 작품들이 무한한 아이디어의 보고가 돼주었다.

현대인인 환신과 중세 중국인 사이에는 인식의 지평에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기린지재가 여러 광세절학과 결합해 환신의 심상을 무학으로 승화시켜 현실로 구현시켰다.

지금 이 순간도 환신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강해지고 있었다.

흑익신화포를 활짝 펼치자 수천 개의 검은 깃털이 파르르 떨더니 흑색 기류를 방출해 양력을 창출했다.

-쿵! 쿵! 쿠우우웅!

양발의 일륜에서 뜨거운 열기를 뿜어 추진력을 더하자 그 속도는 남궁천의 어검비행에 필적할 지경이었다.

순식간에 좌측의 생문으로 진입한 환신의 눈이 기이하게 일렁였다.

기린안이었다.

여기에 태양신경총까지.

순식간에 색적이 이루어졌다.

마기를 지닌 자들만 노리면 되니 수월하기 그지없다.

환신의 등 뒤로 십여 개의 구멍, 흑영낭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구멍에서 창촉이 튀어나왔다.

허공을 격하고 일양지기가 주입되자 창촉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환신의 눈동자에서 날카로운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머릿속에 목표를 참살할 수 있는 최적의 궤도가 그려졌다.

“가라!”

찌릿하는 감각과 함께 광자검강을 머금은 창촉이 연속해서 발출됐다.

목표는 낭인을 학살하고 있는 염왕무사들이었다.

그들은 광자검강이 쏘아지는 것조차 느끼지도 못했다.

당연했다.

강기막을 둘러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고 광자미채까지 전개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데 절정고수도 아닌 일, 이류고수 수준으로 어찌 이를 감지할 수 있단 말인가.

무병진의 반탄강기 역시 손쉽게 관통됐다.

공격을 인식한 후 이 악물고 반탄강기의 밀도를 견고히 하지 않는 이상 난전 상황에서 광자검강의 기습에 대항할 여지가 없었다.

직광포의 관통 공능은 사용할 필요조차 없었다.

광자검강이 염왕무사의 육체를 무참히 관통했다.

저항조차 없었다.

개중엔 절정고수인 염왕무사 조장도 있었다.

이들 역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환신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때.

환신의 존재를 감지한 자가 있었다.

염왕성을 대표하는 초절정고수.

흑백무상(黑白無常) 중 백무상이다.

하얀 도사복에 백색 관모를 쓰고 그 위에 백색 견갑과 순백의 비늘 갑주를 걸친 자였다.

얼굴은 분을 바른 것처럼 새하얗다.

천하에 명성을 떨친 고수답게 곧장 이변을 감지했다.

‘뭔가 있다!’

자신이 지휘하는 병단원이 참살당하는데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곧장 무병진의 공능으로 염왕무사의 감각을 이용해 적을 추적했다.

‘……저긴가!’

무언가 생문을 선회하며 허공을 비행하고 있다.

허나 보이지 않는다.

안력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그제야 볼 수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지나갈 때마다 미세하게 뭉개지는 공간을.

백무상은 뒷목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속도가 너무 빨라 자꾸 놓친다.’

투명한 무언가가 한 번씩 황금색 광채를 번뜩이자 염왕무사 네댓 명이 죽어 나갔다.

‘하! 괴력난신이 따로 없구나.’

하지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무상은 안력은 물론이고 감각까지 극도로 끌어올렸다.

“……저기다!”

곧장 일정 지역에 반탄강기를 극도로 집중했다.

그곳에 광자검강이 떨어졌다.

-쩡!

“크윽!”

백무상이 신음성을 터뜨렸다.

위력이 상당해 충격이 기혈을 자극했다.

공격이 실패하자 환신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것 봐라?’

정확하진 않지만 자신의 존재를 어렴풋이 감지했다.

환신은 입맛을 다셨다.

‘역시 초절정고수는 무시할 수 없네. 광자미채도 아직 완벽한 건 아니야. 좀 더 다듬어야 돼.’

보다 확실히 가시광선을 조작해 완전 투명화를 이루고 주변 기류와 기파마저 뜻대로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누구도 잡을 수 없는 유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찾아내지 못한다.

초절정고수를 상대로도 광자미채가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고통 없이 죽여주지.’

백무상을 노리고 곧장 쏘아졌다.

초절정고수는 환골탈태 후 천령개를 통해 천지와 교통한다.

초자연적인 육감이 발동하자 백무상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곧장 장력을 수십 번 때려 넣었다.

허공을 격하고 격공장이 환신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 순간.

-쿵! 쿵! 쿠쿠쿠쿵!

일륜이 연속해서 뜨거운 열기를 사방으로 발산했다.

환신의 육신이 곧장 수직 기동해 위로 솟구쳐 격공장을 회피했다.

뒤이어 전투 기하학의 논리에 따라 선회 원을 그리며 곧장 손을 뻗었다.

환신의 손목에서 금색 팔찌가 튀어나가더니 사람 몸통만 한 크기의 거대한 륜으로 변모했다.

일광금륜의 날을 따라 광자검강이 불쑥 튀어나왔다.

-차르르릉!

태양과도 같이 찬란한 일광금륜이 연속해서 날아오는 백무상의 격공장력을 단숨에 갈라 버렸다.

“헛! 이럴 수가!”

그리고.

-스팟!

무언가 백무상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의 등 뒤로 광자미채를 해체한 환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환신을 중심으로 초승달을 연상시키는 은색 륜이 회전했다.

월광은륜이다.

환신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냉풍과 함께 서리가 떨어졌다.

세 번 숨을 쉴 시간이 지나가고.

폐부를 찌르는 엄청난 절규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아악!”

백무상은 전신 혈관을 실톱으로 긁는 듯한 어마어마한 고통에 체면도 잊고 어린애처럼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백무상의 전신에 금이 생겼다.

정수리부터 사타구니, 배꼽을 중심으로 허리 전체, 흉부를 사선으로, 그리고 목까지.

금에서 푸른 빙정이 돋아났다.

빙정이 떨어지려는 육체를 강제로 잡아 묶었다.

-쩌저적! 쩌정! 쩡!

육신에서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얼음 동상이 차가운 한기를 발산한 채 외롭게 서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한 위력이다.

백무상은 이렇게 쉽사리 죽을 위인이 아니었다.

완숙한 초절정고수로 제대로 붙으면 환신 역시 적어도 50여 초를 겨뤄야 했다.

허나 어디까지나 무공 경지상의 분류일 뿐 승패는 그런 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기괴한 초식, 비장의 절초, 환경, 정신 상태 등 변수가 무궁무진했다.

환신은 백무상이 자신의 무공에 적응할 틈 따위 주지 않고 단숨에 참살해 버렸다.

백무상은 본신 무공의 반의반도 펼쳐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죽는 그 순간조차 원독의 절규가 목구멍까지 차올랐겠지.

그래서 강호는 무정한 것이다.

-카칭!

백무상이 절명하자 그를 핵으로 이루는 무병진이 깨졌다.

맨몸으로 완전무장한 상대에게 던져진 격이었다.

단번에 전장 상황을 파악한 두파가 외쳤다.

“지금이다! 모두 돌격!”

환신은 두파의 활약에 전음을 쏘아 보냈다.

「두 형님. 지금까지 빚진 거 다 갚았습니다? 하하!」

두파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환 형제? 환 형제인가! 푸하하하핫! 고맙네, 고마워!”

허나 환신은 이미 광자미채를 전개한 채 생문을 빠져나갔다.

두파와 귀호단이 있어 이곳에 먼저 지원 왔을 뿐.

다른 생문 역시 환신의 지원이 필요했다.

흑오단은 염왕성채 공방전에서 천주산 쟁탈전과 마찬가지로 자유 순회 권한을 부여받았다.

총군사인 사마작의 선택이다.

그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흑오단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총군사로서 흑오단의 활약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흑오단은 자기들 멋대로 질주했을 때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전장을 휩쓸 게 내버려 둔다.

자유 순회 권한에 대한 환신의 감상은 간단했다.

‘완전 프리롤이네.’

어지러운 전장을 단번에 정리하는 해결사 역할.

그게 바로 흑오단이 할 일이었다.

지금같이 속도가 중요한 상황에선 환신 단독으로 전장을 휘젓고 이후 강력한 병단을 상대할 때 천공에 이은 흑오단의 침투로 입체적인 합공을 가한다.

흑오단만의 필승 공식이다.

백무상을 처리하고 다른 생문으로 진입해 귀면탈을 쓴 또 다른 초절정고수를 상대했다.

염왕성에는 십대음수라 불리는 열 명의 초절정고수가 존재했다.

우두마귀와 마두마귀, 흑백무상 역시 십대음수의 일원이다.

그 위에 제육천마왕을 상징하는 부성주 마라혈겸 루빙이 있고 염라대왕을 상징하는 염왕신마 우문패가 있었으니.

염왕성은 실로 마도십문의 일익이라 자부해도 될 만큼 강대한 전력을 보유했다.

허나 이 중 우두마귀와 마두마귀는 팽저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백무상은 환신의 손에 죽었다.

십대음수의 일원인 야유신(夜游神)은 남궁천이 등장하자마자 기문진 속으로 숨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귀면탈을 쓴 귀왕(鬼王)은 보이지 않는 적의 손에 자신의 병단원이 참살당하자 곧장 후퇴 명령을 내리고 미련 없이 전장을 이탈했다.

백무상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을 보존해야 한다.’

조금 더 적을 안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귀면탈 속 귀왕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정도의 버러지들! 우리 지옥시왕의 반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팽저를 상대로 생과 사를 오가는 전투를 벌이고 있던 우두마귀와 마두마귀 역시 빠르게 후퇴를 감행했다.

염왕성 소속 무사들이 썰물 빠지듯 빠지자 팽저가 대노해 외쳤다.

“놈들이 도주한다! 뒤를 쫓아라!”

“대당가의 명을 받듭니다!”

그렇게 염왕성채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향하려는 그때.

남궁천이 금뢰신검을 타고 나타나 버럭 소리 질렀다.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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