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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155화 (155/447)

64. 천무대전(1)

진열대 뒤에 처박힌 둥근 방패가 눈에 들어왔다.

먼지가 잔뜩 쌓인 게 누가 봐도 오랜 시간 방치된 물건이다.

허나 기연 수확자로서 남다른 자부심의 소유자인 환신에겐 전혀 다르게 보였다.

“……냄새가 나.”

기연의 냄새가 말이다.

환신은 기연 수탐에 한해 자신의 직감을 대단히 신뢰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손을 쭉 뻗어 방패를 끄집어냈다.

어찌나 오래 방치됐는지 먼지가 풀풀 날렸다.

칠요신기를 방출해 먼지를 태워 버리고 곧장 방패를 확인했다.

그리고…….

환신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마, 말도 안 돼!”

그것은 기이한 그림이 양각된 철제 방패였다.

생긴 것만 보면 용의 머리를 떠올리게 한다.

허나 일반적인 용과 비교했을 때 너무도 이질적이었다.

뿔이 없고 두부가 크며 하관이 엄청나게 두꺼워 척 보기에도 치악력이 무지막지해 보이는 형상이다.

중원인은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물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허나 현대인은 아니었다.

보자마자 ‘아! 티라노사우르스!’하고 외칠 수밖에 없는 괴룡의 머리가 방패에 불룩 튀어나와 있는 것이다.

환신은 원형 방패를 보며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미친! 군룡패가 왜 여깄어!”

군룡패(君龍牌).

마수마장의 유작인 구마동신 최강.

고금 모든 신병이기의 정점.

구마동신(九魔動神) 군룡왕(君龍王)의 세 조각 중 하나였다.

구마동신은 이왕삼군사공(二王三君四公)의 총 9종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중 이왕이 가장 강력하고 사공이 가장 약했다.

그럼에도 병기 서열 1위부터 9위까지를 구마동신이 독점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강력한 신병이기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구마동신은 특이하게도 서로 간에 철저히 서열이 나뉘는데 하위 서열은 상위 서열을 상대로 위력이 반감된다.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율적인 위력 때문에 한 번 천하에 등장할 때마다 구마동신의 주인 자리를 놓고 서로 죽고 죽이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지나가는 점소이도 운이 따르면 구마동신의 주인이 될 수 있으니 당연했다.

군룡왕은 그런 구마동신 서열 1위로 모든 신병이기의 정점에 군림하는 폭군이다.

천간십존 장강백마 철린의 철갑마왕(鐵甲馬王)조차 군룡왕 앞에서 빛을 잃으니 그 힘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환신은 가까스로 격동을 억눌렀다.

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99회차 플레이 동안 구마동신 군룡왕을 얻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당연했다.

언제나 그 경천동지할 위력을 입을 헤 벌린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군룡패를 손에 넣은 지금.

천하의 그 누구보다 구마동신 군룡왕 쟁탈전 선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군룡왕의 세 조각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린다.

또 다른 군룡왕의 조각이 등장한 순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 다르게 달려가 조각을 취한다.

‘군룡왕의 조각은 항상 불특정 장소에 무작위로 등장하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아니.

구마동신, 나아가 마수마장의 작품은 반쯤 생명을 지닌 괴병이다.

흑인신화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때였다.

-끼르르르르!

갑자기 흑익신화포가 부들부들 떨더니 깃털을 파르르 떨었다.

“뭐, 뭐야 갑자기?”

-끼르! 끼르르!

새가 우는 듯한 기괴한 소리.

그때.

-화악!

흑익신화포에서 불쑥 그림자가 일어나더니 단숨에 군룡패를 집어삼켜 버렸다.

환신은 기함해 외쳤다.

“헉! 야! 이게 무슨 짓이야! 뱉어! 뱉으라고!”

하지만 흑익신화포는 환신의 어깨에서 쏜살같이 벗어나 교룡금나수를 피해 진열대 사이를 요리조리 움직였다.

심지어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도약하며 도망치는데 환신조차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머지 잡을 수가 없었다.

“야아! 야! 제발! 안 된다고! 시발!”

환신이 본격적으로 일륜보를 펼쳐 추격에 나서려는 순간.

-번쩍!

흑익신화포에서 황금빛 광채가 터졌다.

그리고.

환신의 그림자에서 흑익신화포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다시 어깨에 걸쳐졌다.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흑익신화포를 보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꺼∼∼억! 끼르르륵!

소화가 다 끝난 듯 석굴 안에 울려 퍼지는 트림 소리에 환신을 할 말을 잃었다.

허나 곧 벼락처럼 분노를 터뜨렸다.

“야아아아! 너 진짜 뭐야! 미쳤어?! 아아악!”

혹시나 해서 흑영낭을 뒤져봐도 군룡패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환신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마구 쥐어뜯었다.

구마동신 군룡왕의 주인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찌나 억울한지 눈가에 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다.

아까워 미칠 지경이다.

바로 그때.

환신의 왼쪽 팔뚝에 스멀스멀 그림자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원형의 방패 형태를 취하더니 기괴한 그림자 방패로 변모했다.

“……어?”

환신은 자신의 왼팔에 존재감을 발휘하는 그림자 방패를 응시했다.

“이, 이건!”

혹시나 싶어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군룡패의 권능을 시전해 보았다.

순간.

그림자 방패, 아니, 흑영군룡패(黑影君龍牌)에서 자라난 그림자 늪에서 전각만 한 크기의 거대한 군룡(티라노사우르스)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군룡의 머리는 단숨에 천장을 한입 가득 물어뜯었다.

-와드득! 와드드득!

시커먼 콧김을 뿜으며 무지막지한 기세로 돌을 씹어 먹은 군룡의 머리는 곧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허, 헐…….”

너무 놀라 말을 잃은 환신.

“서, 설마 이것도 되는 건 아니겠지?”

환신은 거의 50장(약 150m)가량 떨어진 그림자를 응시했다.

그곳에서 군룡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무시무시한 그림자 군룡이 환신을 노려본다.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와씨. 이게 무슨 일이고.”

그냥 미쳤다.

본래 힘의 1할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이 정도다.

군룡왕의 주인이 전장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신위에 비하면 약소했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를 흑익신화포의 흑영 능력으로 구현 가능하다는 게 진정 대단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흑익신화포는 군룡왕과 융합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문득 이물감에 흑익신화포의 목깃 쪽을 만졌다.

“어?”

목깃에 군룡의 머리를 형상화한 황금 배지가 생겨나 있었다.

환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대체 정체가 뭐냐?”

-끼르르.

답은 없었다.

그저 낑낑거리는 동물의 신음 소리만 들릴 뿐.

환신은 자신이 흑익신화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단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과연 흑익신화포는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

‘……헌원력이 흑익신화포를 알아봤지. 세공사 일족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될 거 같아.’

샘솟는 의혹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병기고 입구 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환신이 다가오자 구양숙이 입을 열었다.

“신아. 아까 그건 대체 무슨 소리냐. 뭔가 요란스럽던데.”

“그냥…… 쓸 만한 병기를 구했어요.”

아주, 아주 많이 쓸 만한 병기.

“그럼 다행이고. 이만 무고에서 나가자꾸나.”

“예.”

환신과 흑오단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환신은 힐끔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많은 걸 아낌없이 퍼준 제천무고를 응시했다.

‘……공을 세우고 한 번 더 들어와 볼까.’

그땐 병기고뿐만 아니라 무공비급과 기진이보도 확인해 봐야 될 듯싶었다.

소축으로 올라오자 송 학사와 몽춘추가 기다리고 있었다.

송 학사가 다가와 말했다.

“그럼 선택하신 병기를 확인하겠습니다.”

구양숙을 시작으로 흑오단 전원이 새로운 병기를 들어 보였다.

하나하나 물건을 확인하는데 송 학사가 눈을 부릅떴다.

턱을 부들부들 떨며 손을 들어 구양숙의 검을 가리켰다.

“그, 그건 신검 용연…….”

“오, 신이 말이 맞았구나. 정말 용연이었어.”

“그걸 어떻게 찾으신…….”

“흘흘, 신이가 골라줬느니라.”

“마, 맙소사…….”

하지만 구양숙은 시작에 불과했다.

“악! 그건 광혼수투! 이, 이럴 수가! 공공보갑?! 거기다 천왕신도에 지령벽력극, 인마여의창까지!”

송 학사는 경악한 나머지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억! 병기고에서 가장 귀한 신병이기이거늘 어찌!”

구양숙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야…… 신이의 안목이 그만큼 뛰어난 게지. 안 그러냐, 신아?”

“그럼요.”

두 노소가 주고받는 말에 송 학사는 폐부로부터 솟구친 깊은 한숨을 토했다.

“하아…… 어쩔 수 없군요. 분명 흑오단 한 명당 하나의 병기를 허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소인이 따라 들어가는 건데.”

“허허, 그래봐야 별 소용없었을 걸세.”

그러며 구양숙이 어깨를 두드렸다.

청수하고 냉철한 외모인 송 학사의 눈가에서 살짝 물기가 감돌았다.

송 학사는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환신에게 다가갔다.

환신이 흑영군룡패를 내밀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병기고에 이런 물건도 있었습니까?”

“진열대 뒤에 놓여 있던데요.”

“흐흠.”

송 학사는 흑영군룡패를 유심히 살폈다.

“확실히 본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큰 가치가 없는 걸로 판명돼 다음 수장품 정리 시기가 오면 외부로 반출할 예정인 물건이군요. 왜 하필 그걸 취하신 겁니까?”

의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송 학사를 보며 환신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요. 제법 단단해 보이기도 하고요.”

“핑계가 제법 얄팍하지만…… 일단은 알겠습니다. 흑익비영 환 소협의 높으신 안목을 일개 학사에 불과한 소인이 어찌 짐작하겠습니까.”

송 학사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빈정거리는 것뿐이다.

그는 안내인에 불과했으니까.

“그럼 무림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안내하겠습니다.”

“예.”

환신과 흑오단은 송 학사의 뒤를 따랐다.

제천무고로부터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 걷는데 몽춘추가 슬쩍 구양숙에게 다가와 물었다.

“구양 노사. 소인이 듣기로 제천무고에서 얻은 병기가 신검 용연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흘흘, 그렇다.”

몽춘추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럴 수가! 전설상의 신검 용연이라니! 그런 엄청난 병기가 제천무고에 수장돼 있던 것도 놀라운데 검치 구양숙이 용연의 주인이 되다니! 너무도 잘 어울리십니다! 이 사실이 천하에 알려지면 모두 깜짝 놀랄 겁니다!”

“큭큭, 용연을 탐낸 버러지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겠지.”

구양숙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노부가 검객이란 족속을 잘 알아. 쓸 만한 검을 보면 아주 환장하거든. 하물며 신검 용연이라니. 말 다 했지. 미친 듯이 몰려올 거야. 노부는 환영이니라. 닥치는 대로 부나방을 베다 보면 혹시 아는가. 천령의 벽을 돌파하게 될지.”

그러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검에 미친 광인.

검치(劍痴)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모습이다.

살기등등한 구양숙의 표정에 몽춘추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신검 용연 외에도 단원 전원이 엄청난 병기를 갖춰 흑오단의 전력이 극대화됐으니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열심히 환 소협 따라다닌 보람을 느끼는군요.”

“뭐 다행이네요.”

떨떠름한 얼굴로 몽춘추를 보는 환신.

그렇게 일행은 소로를 지나 좁은 계곡으로 진입했다.

5분 정도 걸었을까.

계곡 사이로 빛이 보였다.

계곡을 빠져나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을하가 감탄성을 터뜨렸다.

“우와아!”

계곡 한가운데 형성된 분지에 거대한 건축물이 존재했다.

타원형으로 높게 솟아오른 건물 안으로 수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들어가고 있었다.

송 학사가 깜짝 놀라는 흑오단원들을 보며 말했다.

“이곳이 바로 천하 무인의 성지 천무대전(天武大殿). 제천내각이 주관하는 무림 대회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1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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