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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242화 (242/447)

94. 익룡마군의 주인(1)

“북궁 성주님의 아들이면 혹시 비천십이룡의 일원인 광익신조(光翼神鳥) 북궁척, 북궁 공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북궁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어째서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번 동맹에는 실로 막대한 이문이 걸려 있다.

동맹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보장책으로 북궁척을 보낼 생각인 모양이었다.

과연 제천팔패의 수장.

노련하기 그지없다.

딱히 거부할 이유도 없으니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네요.”

“불쾌하게 여기지 않아 다행이구려.”

“그럴 리가요. 전 한 번 믿으면 속곳까지 벗어준다고요.”

“강호에서 그런 태도는 명을 단축할 수 있소.”

“반대로 든든한 혈맹을 얻을지도 모르죠.”

“후훗, 그럴지도.”

환신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북궁 공자는 병단을 대동할 건가요?”

“그렇소. 척아가 본성의 광익병단 부병단주를 겸하고 있으니 병단 일부를 헐어 환 천주 곁으로 보낼 생각이오. 300기쯤 되겠군.”

“그럼 제가 아드님을 마음껏 부려 먹어도 괜찮죠?”

“상관없소.”

북궁초의 말을 들은 환신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다.

‘크큭, 안 그래도 광주를 기반으로 광동 전역의 패권을 확립하고 그것도 모자라 배 타고 남해 바다를 누벼야 된다고. 바빠도 너무 바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심정인데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인력이라니. 북궁초가 나한텐 정말 귀인이야.’

은혜를 입었으니 보답을 해야지.

훗날 절광성이 큰 위기에 처하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생각이었다.

“북궁 성주님. 이왕 이렇게 된 거 가볍게 무학에 대해 교류하는 건 어떨까요. 개금비와 광자대력기에 한 해 무학 원리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후훗, 불감청이 고소원이요. 개금비의 그 후발선제 수법을 뭐라고 부르오?”

“즉발식이요.”

“본 성주의 무공인 광극신기(光極神技)의 후발선제 수법은 광섬(光閃)이라 부른다오. 방금 전 비무를 나누는 과정에서 확인해 보니 개금비 즉발식이 광섬보다 반의반 수가량 앞섰소. 마치 원인과 결과가 뒤집힌 느낌이랄까? 이 부분에 대해 논하고 싶소.”

“좋습니다.”

그렇게 환신과 북궁초는 서로의 무학에 대한 교류하기 시작했다.

개금비와 광극신기.

광자대력기에서 파생된 두 무공은 어검의 묘리가 담긴 투척술과 권장각에 검법까지 포함된 종합 무공이란 점에서 판이하게 달랐다.

허나 기본 원리는 동일했다.

광자대력기를 기반으로 빛과 같은 빠름과 태양을 연상케 하는 극한의 열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서로 공통점이 있었다.

덕분에 그동안 얻은 깨달음을 교류하는 과정이 제법 즐거웠다.

물론 고금제일 무공 재능 기린지재의 소유자 환신이 얻는 이득이 훨씬 컸다.

그런 광극신기 중 환신의 이목을 끈 무공이 하나 있었다.

‘오룡거 이거, 어마어마한데?’

광극신기상의 보신경, 오룡거.

속도는 물론이고 파괴력 면에서 태양속, 나아가 율약벽의 섬전행을 능가할 정도였다.

물론 북궁초가 오룡거의 정수를 전수한 건 아니었다.

그냥 수박 겉핥기 정도?

허나 환신이 누군가.

힐끔 본 것만으로 상대의 무공을 훔치는 기린지재의 소유자 아닌가.

북궁초와의 비무 와중에 이미 오룡거를 반쯤 훔쳤고, 무학 교류를 통해 모든 얼개를 손에 넣었다.

‘오룡거를 금륜신행과 융합하면 아주 볼 만하겠어.’

환신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 * *

다음 날 아침.

장가계는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새벽부터 익룡마군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익룡마군을 뒤덮은 황금색 광채가 마치 일출처럼 찬란했다는 재보다.

팔대명왕 모두 직감했다.

익룡마군이 장가계 지하에 흐르는 용맥의 영기를 흡수할 만큼 흡수했으니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는 사실을 말이다.

팔대명왕이 밤새 휴식을 취하는 동안 제천사는 바쁜 시간을 보냈다.

-파지지직!

“커흐윽.”

시커멓게 탄 절정고수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율약벽이 자신의 은발을 쓸어 넘기며 집법사자에게 물었다.

“이걸로 끝인가요?”

“그렇습니다, 대총령 각하.”

“이로써 은밀히 암약하던 청천의 무리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율약벽은 뒷짐을 진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청천은 밤사이 제천팔패 간의 갈등을 조장하려고 시도했으나 이는 제천사에 의해 모두 간파되었다.

이 과정에서 청천의 무리는 율약벽과 그녀가 이끄는 제천사에 의해 완전히 괴멸됐다.

여기에는 환신이 넘겨준 정보가 결정적이었다.

‘신이는 어떻게 청천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을까?’

환신이 99회차 동안 청류무사로 플레이한 것만 수십 번임을 율약벽은 절대 알 수 없겠지.

율약벽에게 환신은 비밀을 간직한 신비인이었다.

집법사자가 율약벽에게 물었다.

“대총령 각하. 구마동신 쟁탈전엔 끼어들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그래요.”

“어째서입니까? 구마동신을 손에 넣으면 우리 제천사의 힘이 더욱 커질 겁니다. 그런 저 방자한 제천팔패에 대한 억지력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집법사자의 말에 율약벽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일시적인 거예요. 우리 제천사를 향한 제천팔패 간의 동맹이 더욱 견고해지는 효과를 낳을 뿐이죠. 이제 제천사 단독으로 제천팔패를 옥죄던 시대는 지났어요. 차라리 구마동신을 포기하고 다른 세력과 연수해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그 세력으로 낭천을 선택하신 것입니까?”

“맞아요.”

제천사 입장에서 기득권인 제천팔패보다는 신흥 세력 낭천과 손을 잡는 게 이득이었다.

마침 흑천낭왕 환신과 율약벽 사이에 개인적인 인연이 있지 않은가.

집법사자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율약벽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신이가 만약 천하의 패권을 노리면 어떡하지?’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과연 자신은 환신의 앞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그런 상상만 해도 가슴이 이렇게 찌릿찌릿 아파오는데?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머리에 열 올릴 이유 따위 없었으니까.

* * *

환신과 흑오단은 객잔 입구에서 남궁천과 조우했다.

“남궁 가주님. 의뢰가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그래서 거절할 생각인가?”

“그건 아니지만요.”

“은원보를 1,000개나 지불했으니 오늘 하루 소소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라네.”

“아니, 근데 좀 이해가 안 되는데요. 고작 하루짜리 경호 의뢰에 무슨 은원보를 1,000개나 태우시는 거죠?”

환신의 물음에 남궁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고작 은원보 1,000개로 천령의 절대고수 2명의 발을 묶었으니 오히려 남는 장사 아닌가.”

“아.”

“본좌는 반드시 구마동신을 손에 넣을 작정이네. 그러니 최대한 변수를 줄여야겠지.”

“……쩝. 당했네요.”

“소소가 환신, 네놈과 같이 있고 싶어 해 모처럼 은을 좀 썼지. 그러니 소소를 잘 부탁한다.”

“계약은 오늘 자정까집니다. 그때까지 남궁 가주님이 구마동신을 손에 넣지 못하면 제가 끼어들 겁니다.”

“얼마든지.”

“소소 꼬셔서 구마동신 쟁탈전 구경하러 가자고 할 건데요.”

“맘대로 하게나.”

환신은 볼멘 듯 말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팔대명왕이 서로 다투느라 힘 다 빠지면 그때 뒤통수 시원하게 갈기는 거지.’

그전에 누군가 익룡마군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급적 제천팔패 소속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때 창궁무사 한 명이 남궁천에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주! 익룡마군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디냐.”

“지난번 모습을 드러낸 건곤주 군락지입니다!”

“가자.”

“명을 받듭니다!”

남궁천은 창궁무사와 팔세영웅련 소속 정예 무사를 이끌고 빠르게 건곤주 군락지로 향했다.

남궁천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팔대명왕 역시 날 듯이 건곤주 군락지를 향해 보신경을 펼쳤다.

환신은 옆에 있는 남궁소소를 보며 물었다.

“소소야. 천령의 절대고수들이 멱살 잡고 싸우는 거 보고 싶지 않니?”

“호호! 신이 오라버니는 어쩜 말을 그렇게 재밌게 하세요? 강호를 주름잡는 제천팔패의 지존들이 멱살 잡고 싸운다니. 상상만 해도 너무 웃겨요!”

“그럼 괜찮지?”

“물론이죠. 신이 오라버니가 절 지켜주실 거잖아요.”

“당연하지! 그럼 가자!”

환신의 소매 속에서 흑영낭이 소용돌이쳤다.

흑영낭 안에서 검은 끈이 튀어나와 빠르게 남궁소소의 허리를 감았다.

어제 슬쩍한 구천세의 교룡삭이었다.

“자, 그럼 가볼까요, 남궁 소저.”

“킥킥, 얼마든지요, 환 대협.”

“야, 대협이란 말 빼라. 아직도 적응 안 된다.”

“빨리 적응하시는 게 좋을걸요, 낭천주님.”

“어휴.”

환신의 양옆으로 황금색 수레바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륜신행이었다.

헌데 지금까지와 뭔가 달랐다.

환신의 발밑에 광자로 이루어진 다섯 마리 용이 등장한 것이다.

수레바퀴에 용까지.

마치 용이 끄는 거대한 전차에 탄 듯한 형상이다.

기우와 을하는 환신이 던진 쇠사슬을 잡았다.

“자, 가자!”

-콰르르르릉!

구양숙은 언제나처럼 신검 용연의 검면에 선 채 뒷짐을 지고 어검비행을 펼쳤다.

그렇게 환신과 흑오단 역시 건곤주 군락지로 향했다.

* * *

-쿠르르릉! 쾅! 쾅! 콰카캉!

환신과 남궁소소가 건곤주 군락에 도착하자 이미 팔대명왕 간의 전투가 시작됐다.

재미있는 건 지난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궁천과 매장소, 초일비가 담군명, 조립동, 소이망 등이 서로 무리를 짠 채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구천세는 이들의 드잡이질에 끼지 않고 오롯이 익룡마군에게 정신을 집중했다.

북궁초 역시 무심한 눈초리로 이들의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허나 언제든 기회가 오면 익룡마군을 손에 넣겠다는 듯 눈동자를 빛냈다.

율약벽 또한 팔대명왕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끼애애애애액!

“가만있어!”

초일비가 버럭 화를 내며 주먹을 불끈 쥐고 그대로 권풍을 날렸다.

권풍에 휘말린 익룡마군이 길게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그때.

초일비는 사방으로 귀곡성이 들리며 귀신의 형상이 아른거리는 걸 느꼈다.

“소이망! 감히!”

혈교의 환술이었다.

“하압!”

초일비의 전신에서 엄청난 기파와 함께 귀신의 형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화르르륵!

“끄아아아악!”

그의 전신에서 검은 불꽃이 타올랐다.

암천제 조립동이 사역하는 암염이었다.

“끄으으윽!”

천괴연혼강기의 공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암염은 절대 꺼지지 않았다.

조립동이 공력을 회수하거나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지 않는 이상 암염은 영원히 타오를 것이다.

초일비는 살이 익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이를 악물고 조립동에게 혼세마운상의 절초를 때려 넣었다.

삼합굴공첩의 묘리가 담긴 일격이 자신을 노리고 쏘아지자 조립동은 코웃음을 쳤다.

“흥!”

소매를 휘젓자 허공에 흑영의 머리를 하고 검은 날개를 단 마왕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그대로 초일비를 향해 일장을 내갈겼다.

-콰르르르릉!

“커흑!”

초일비는 신음성과 함께 굉음을 내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스팟!

마왕의 미간을 푸른 전류가 흐르는 금뢰신검이 꿰뚫었다.

순식간에 금뢰신검을 회수한 남궁천이 사방으로 푸른 전류를 뿌리며 천신과도 같은 위엄과 함께 검초를 펼쳤다.

“제! 왕! 검! 형!”

-쿠르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허공에 먹구름이 몰아치더니 뇌전이 떨어져 내렸다.

조립동은 암염을 뿌리며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런 조립동을 남궁천이 신검합일의 묘리로 뒤쫓으며 연속해서 압박했다.

매장소는 담군명이 다른 이들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자하신공과 독고구검으로 집중 견제했다.

여차하면 독고구검 특유의 초식 파괴 때문에 몸을 상할 수 있으니 담군명 역시 감히 매장소를 무시하고 지원에 나설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이 아승기의 시간 속에서 벌어져 초절정고수조차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였다.

허나 같은 천령의 절대고수는 아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구양숙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허어, 실로 난장판이로다.”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24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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