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315화 (315/447)

124. 피바다(5)

전신이 찬란한 금광으로 물들었다.

원광패술상의 내가기공 대력금황기(大力金黃氣)를 극성으로 펼쳤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게 모인 대력금황기를 천광신패에 집중됐다.

-끼이이이이이잉!

천광신패가 초진동을 일으켰다.

방패 테두리를 따라 톱니 형태의 강기가 우후죽순 튀어나왔다.

“끄으으으윽!”

뇌학림은 강기를 쭉 뽑아 검초를 뿌렸다.

-콰콰카카캉!

가공할 위력의 초식에도 불구하고 독고벽에게 일말의 피해조차 입힐 수 없었다.

-고오오오!

금광이 충천하며 독고벽의 전신을 뒤덮었다.

강호구대기문병기의 일원으로 당금 강호에서 활동하는 초절정고수 중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인물이 바로 독고벽이었다.

뇌학림은 떨리는 눈으로 폭발을 뚫고 나온 독고벽을 응시했다.

그 순간 천광신패가 뇌학림의 반탄 강기를 때렸다.

-쩌어어엉!

혈검병단의 반탄 강기가 일순 꿀렁거렸다.

일광병단의 진기가 집중된 천광신패는 한순간 어마어마한 충격을 발산하더니 반탄 강기를 관통해 그대로 뇌학림을 덮쳤다.

원광패술상의 절초, 광폭(光爆)이었다.

“푸화악!”

반탄 강기를 관통한 충격이 뇌학림의 전신 기혈을 휩쓸었다.

엄청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반대쪽으로 튕겨 나갔다.

“문주!”

혈검병단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병단주를 몸으로 막았다.

십여 명이 달라붙어 가까스로 뇌학림을 받아냈다.

비록 즉사는 면했으나 전신 근육과 관절, 내장 일부가 파열되는 엄청난 부상을 입었다.

절망감이 혈검병단원의 뇌리를 뒤덮었다.

허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허공으로 튕긴 천광신패를 회수한 독고벽이 크게 소리쳤다.

“일광병단! 있는 힘껏 밀어붙여!”

“단주의 명을 받듭니다!”

독고벽을 신앙처럼 믿고 따르는 일광병단 전원 방패술을 장기로 삼았다.

일광병단은 방어에 있어서 강호 모든 병단 중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했다.

그들은 뇌학림이 치명상을 입은 틈을 노리고 우르르 몰려갔다.

우락부락한 외형의 일광병단 군장이 등에서 무언가를 빼 들었다.

성인 머리통만 한 원형의 철구가 달린 대추(大鎚)였다.

대추에 살벌한 강기가 맺혔다.

일광병단 조장은 혈검병단의 반탄 강기를 대추로 크게 내려쳤다.

-쩌어엉!

천둥 치는 굉음과 함께 반탄 강기에 쩌적 금이 갔다.

-채앵!

반탄 강기 일부가 깨지며 구멍이 생겼다.

실로 과격한, 우격다짐에 가까운 천공이었다.

일광병단은 뚜껑 따듯 예리한 천공 따위 머릿속에 없었다.

오직 강력한 힘과 특유의 호걸 기질로 그냥 때려 부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천공 능력이 떨어져 동급 병단을 상대로 방어로 일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말이다.

전원 6척(약 180cm) 장신으로 이루어진 일광병단이 우르르 병단 내부로 들어가 방패와 낭아봉, 부월 같은 중병기로 혈검병단을 타격했다.

그러자 뇌진병장을 착용한 타격대 역시 합세했다.

“이놈들이!”

혈검병단이 뇌진병장을 착용한 타격대에게 반격을 가하려 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탁탑병장을 걸친 일광병단원 뒤로 숨었다.

-터엉!

일광병단원이 손에 든 탁탑수패가 투명한 광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탁탑병장의 공능이다.

혈검병단의 공격을 막아내자 타격대가 귀신같이 빈틈을 노리고 뇌진검을 찔러 넣었다.

“커억!”

-파지지직!

뇌진검에서 전류가 흘렀다.

뇌정지기에 당하자 한순간 육신이 경직됐다.

타격대는 그대로 혈검병단원의 척추를 잘랐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며 쓰러진 혈검병단원의 머리를 일광병단원이 낭아봉으로 내려쳤다.

-푸삭!

골통이 깨지며 머리가 납작한 피떡이 됐다.

이와 같은 일이 무병진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대학살이 펼쳐진 것이다.

-퍽! 퍽!

일대가 혈검병단원의 피로 물들었다.

끈적한 피가 웅덩이처럼 고이더니 군영 옆의 호수로 흘러들어 갔다.

호수가 붉게 물들었다.

피바다였다.

고작 1각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마천루 산하 유력 중소문파인 혈검문이 전멸했다.

“끄아아아악!”

끝까지 뇌학림을 지키던 혈검병단원이 수십 자루 뇌진검에 난도질당해 잘 다져진 고깃덩어리로 전락했다.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뇌학림은 핏발 선 눈으로 묵묵히 다가오는 독고벽을 향해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이놈! 이노오옴! 비천한 낭인 따위가 감히!”

독고벽은 피식 웃으며 천광신패를 들어 올렸다.

“마도의 나리. 멀리 안 나갑니다.”

그 말과 함께 독고벽은 뇌학림의 머리를 천광신패 테두리로 찍어버렸다.

-콰드드득!

독고벽은 침착한 얼굴로 뇌학림의 머리통을 꼼꼼히 짓이겼다.

확인 사살이야말로 낭인 업계에서 오래 생존하는 지름길이다.

독고벽은 피떡이 된 뇌학림의 주검을 보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응? 또 손님이 오는군.”

독고벽이 일광병단을 보며 크게 외쳤다.

“다들 손님 받을 준비 해라!”

“예, 단주!”

일광병단은 일제히 목책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은 목재 장애물을 옮겨 진입로의 형태를 완전히 변형시켰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괴한 진채.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인물이 바로 중금오 을지효였다.

과연 신룡팔준 중 백미라 불릴 만한 솜씨였다.

이와 같은 일이 낭천 군영 전체에서 벌어졌다.

낭천 오인방은 물론이고 주요 낭인단 역시 상당수가 탁탑병장과 뇌진병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대야장 헌원복의 거처인 편재각은 거대한 공장이었다.

낭천은 편재각에서 대량생산된 병장으로 빠르게 무장을 갖춰 나갔다.

제천팔패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무공 수위를 신병이기로 메꾸는 전략이다.

절벽 위에서 팔짱을 낀 채 전황을 지켜보고 있던 환신은 씨익 웃었다.

‘역시 템빨이 최고야.’

도원향에서 괴신과 드잡이질한 보람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여기에 기문진과 결계로 요새화된 진채가 더해지니 그 위력이 5대 난공불락 부럽지 않았다.

‘뭐, 하룻밤뿐이긴 하지만.’

무려 1만 개!

1만 개의 정석을 소모해 만든 사냥터다.

이 정도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곤란했다.

환신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에서 천하의 향방이 정해질 거야.’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펴길 반복했다.

손끝에서 회색 중력자가 피어올랐다.

환신은 숨 쉬듯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중력자의 오묘함에 전율을 느꼈다.

‘……특이점이 오고 있어.’

기린지재의 천재성이 미친 듯이 고양된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악록산 대혈전은 물론이고 불과 얼마 전 이곳 황산에서 담군명, 남궁천과의 내공 대결 역시 이겨냈다.

그때 중력신공 5단공 홍람을 펼치며 얻은 깨달음 역시 수습한 지 오래였다.

환신은 자신의 심상 속에 뿌연 기둥이 봄날 새순처럼 자라나고 있음을 느꼈다.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천주가 서고 있다.’

천망의 초월자의 상징.

하늘의 기둥, 천주(天柱)!

여기까지 오는 데 의형인 장강백마 철린이 보여준 무량축시첩을 견식한 게 결정적이었다.

무의식에 각인된 초절 무학이 환신을 천망의 길로 인도했다.

‘자, 남궁천, 담군명. 들어와, 들어와. 빨리 와서 내게 깨달음을 헌납하라고!’

환신의 눈동자가 무에 대한 순수한 광기로 일렁였다.

* * *

한편 사대세력의 수뇌부 역시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전황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했다.

중소문파라 해도 제천팔패 산하 문파.

이들을 상대로 낭천은 엄청난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탁탑병장과 뇌진병장을 갖춰 입은 자들은 현재까지 사상자조차 없었다.

병장을 갖춰 입지 못한 곳은 약간의 피해를 입었지만 지형지물의 묘를 이용하며 영리하게 버티니 골치 아프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고 천령의 절대고수가 출격하기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

담군명은 이를 악물었다.

‘환신이 계속해서 기파를 쏘아 보내고 있다.’

이것은 유혹이다.

얼마든지 상대해 줄 테니 빨리 나서라는 저 자신감이 미칠 듯이 부러웠다.

마천루의 수장으로 천하를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올랐건만 현실에 안주한 채 세상을 떨쳐 울릴 패기를 잃고 말았다.

그것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여기서 패하면 정과 마로 대변되는 기존 질서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흑우선을 부치며 전황을 살피던 사마작이 입을 열었다.

“으음, 전선이 고착되고 있습니다.”

제갈모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둘째 사형의 말대로입니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남궁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렇다는 것은…….”

남궁천의 눈동자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본좌가 직접 나서겠…….”

그때.

누군가 크게 포효했다.

“어헝! 그럴 필요 없다! 천!”

-쿵! 쿵! 쿵!

황금색 전신 갑주를 입고 머리에 제천대성이 쓴 금고아를 연상시키는 장신구를 착용한, 등에 어마어마한 대도를 멘 거구의 사나이.

개천도 팽저.

그가 나선 것이다.

남궁천이 얼굴을 찌푸렸다.

“저.”

“천! 출격을 허가해다오!”

“쓰읍. 저. 너는 팔세영웅련의 대당가다. 경거망동하지 마. 아직 네가 나설 때가 아니다.”

“아니! 바로 지금이다! 팔세영웅련의 형제들이 허무하게 명을 달리하고 있지 않느냐!”

팽저는 팔세영웅련의 2인자인 대당가로 련도들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는 마천루, 사사천과의 야합을 격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남궁천은 결국 이를 강행했고 그 역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북천무맹의 2인자 철목숭과 완전히 다른 행보를 걷고 있었다.

팽저가 버럭 소리쳤다.

“천! 낭천을 무시하지 마라! 특히 독고벽은 팔대세가 가주급 강자로 분류해야 마땅하다! 내가 직접 가서 독고벽과 일광병단을 깨뜨리겠다!”

“저…….”

팽저는 남궁천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를 믿어라. 반드시 낭천 군영을 전리품으로 가져오겠다.”

“……좋다. 믿겠다.”

“하하하핫! 지음을 위해 칼을 드는 것보다 보람찬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팽저는 등에서 패천신도를 빼 들었다.

그는 성큼 발을 내디디며 외쳤다.

“오호병단!”

팽저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팔세영웅련의 진채에서 오호병단이 빠져나왔다.

기수들이 일제히 오호 깃발을 들어 올렸다.

전원 거구의 도객으로 구성된 오호병단은 천하에서 가장 강맹한 공격력을 지닌 병단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었다.

팽저가 패천신도를 어깨에 걸친 채 오호병단을 보며 말했다.

“하북팽가의 용사들이여! 오늘 강호구대기문병기의 일원인 일패 독고벽의 목을 취할 것이다! 내 등을 똑바로 보고 따라와! 함께 무림 역사에 남을 불멸의 명예를 챙기자꾸나!”

“가주의 명을 받듭니다!”

“좋다! 가자!”

팽저와 오호병단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두두두두두!

오호병단은 무병진을 전개한 채 결계의 틈을 통과했다.

오호병단의 군장인 패도사천왕의 일익, 거령도 팽국휘가 팽저에게 물었다.

“가주! 목책을 우회합니까?!”

팽저는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 목책과 망루를 일직선으로 깨부수고 지나간다!”

“푸하하핫! 실로 가주다운 말씀이십니다!”

오호병단은 그대로 목책을 향해 돌진했다.

-우르르릉!

팽저의 전신에서 흑뢰(黑雷)가 용틀임했다.

하북팽가 가주 비전 내가기공.

혼원벽력신공이었다.

팽저의 오른쪽 팔뚝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장심에 흑뢰가 압축됐다.

팽저는 그대로 장력을 내갈겼다.

-콰아아앙!

목책과 망루가 단번에 박살 났다.

오호병단은 그대로 잔해를 짓밟고 통과했다.

다시 목책과 망루가 나오자 다시 한번 장력을 뿌렸다.

-콰아앙!

이런 일이 몇 번이고 반복됐다.

오호병단은 순식간에 일광병단의 지근거리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저 앞에 있는 목책만 통과하면 끝이었다.

“가라!”

팽저는 혼원벽력장을 발출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비웃듯 눈웃음 짓는 독고벽을 말이다.

‘……어째서?’

-콰아아아아아앙!

시큼한 소변 냄새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오호병단을 덮쳤다.

폭발에 휩싸인 채 팽저는 생각했다.

‘……진천뢰?!’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3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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