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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417화 (417/447)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417화

173. 두루 능해 십전이로다(2)

병기가 충돌하는 것과 동시에 환신은 손으로 부갑을 쓸어내리며 오행천강부를 발출했다.

율약벽 역시 뇌룡탄을 쏘아 보냈다.

발출과 동시에 두 신병이기는 영자로 화했다.

극도로 압축된 영자는 강렬한 빛과 함께 아광속에 이르렀다.

광검이었다.

어지간한 병기는 천망의 초월자의 권능에 의해 강제로 영자화당하는 순간 망가져 버린다.

일회용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환신은 한 번 사용한 투척물을 두 번 다시 쓰지 않았다.

어차피 광검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가루가 되기 때문이다.

금령천강부의 공능으로 무한히 병기를 수급할 수 있게 된 후 딱히 병기가 모자랄까 봐 걱정한 적도 없지만 말이다.

광검의 영역에서 버텨내려면 최소 상급 신병이기 정도는 돼야 했다.

신화급 신병이기면 금상첨화였다.

오히려 광검의 공능으로 신병이기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파앙!

광검으로 화한 금령천강부가 잘게 쪼개졌다.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 금속이 비무대를 뒤덮었다.

환신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투기가 뿌리는 채프 같은 거지.’

-키이융! 콰아아앙!

뇌룡탄이 미세 금속으로 화한 금령천강부에 막혀 튕겨졌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환신이 주먹을 꽉 쥐었다.

미세 금속 일부가 금령기를 상징하는 백색 광채를 내뿜었다.

백색 광채를 따라 자전이 하늘 높이 충천했다.

율약벽은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환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금령기의 공능으로 미세 금속의 성질을 초전도체로 바꿔 버렸거든.’

초전도체를 만들려면 완전 반자성을 이뤄야 했다.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허나 오행천강부의 공능은 이를 가능케 했다.

‘엄청나.’

본래 세계의 발달된 과학으로도 불가능한 일을 고작 저 작은 손도끼 하나로 이루어내다니.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토옹. 토옹.

수령천강부가 분화되며 물방울이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화아아악!

물방울이 검은 광채를 내뿜으며 절대 영도의 냉기가 비무대를 휩쓸었다.

자전의 전류는 초전도체의 힘으로 천공에 흩어버리고, 열기는 수령기의 절대 영도로 단숨에 식혀 버렸다.

자전에 대한 완벽한 대응책이다.

율약벽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는 천지간에 가장 강력한 힘인 뇌정지기를 다룬다.

율약벽을 상대하는 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피하거나, 아니면 막거나.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어지간한 고수는 공뢰만으로도 피떡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헌데 환신의 신위를 보라!

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자신의 통제하에 있는 자전을 허공에 흩어버린 것이다.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고 말이다.

이것이 오행천강부의 진정한 무서움이었다.

전성기 오행신마 소황문은 오행기로 모든 종류의 강기공에 대응할 수 있었다.

소황문이 담군명에 이어 마도의 2인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런 연유가 존재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

공간을 가득 메운 미세 금속 사이로 구멍이 뻥 뚫렸다.

물방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구멍을 세 자루 손도끼가 통과했다.

허공에 생긴 구멍은 마치 개미굴처럼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세 자루 손도끼는 복잡한 구멍을 제멋대로 질주했다.

오행천강부가 율약벽에게 직격하기 직전.

율약벽의 눈동자에서 자줏빛 전류가 번뜩였다.

그녀는 번개처럼 양 소매를 휘저었다.

자전의 광검이 천지를 뒤덮었다.

환신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 이건……?’

개금비 즉발식의 묘리로 허공을 가르던 오행천강부가 느려졌다.

환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율약벽이 주변에 뿌린 광검, 아니, 전자기력 때문이다.

그녀는 전자기력을 조작해 자줏빛 광채가 닿는 모든 공간의 마찰력을 극도로 높였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환신은 침음성을 터뜨렸다.

“……끄응, 마찰여의.”

인과 역전의 공능을 품은 즉발식조차 율약벽의 이화접목 수법, 마찰여의가 펼쳐진 공간을 통과할 수 없었다.

율약벽은 빙그레 웃으며 느릿느릿 다가오는 화령천강부를 검지로 콕 찍었다.

-스아악.

오행천강부가 빛으로 화하더니 환신의 부갑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무대를 자욱이 뒤덮은 금령천강부와 수령천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남녀는 춤추듯 몇 걸음 물러났다.

환신과 율약벽 모두 굳은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허나 곧 피식 웃음을 흘렸다.

“오행천강부를 그렇게 사용하다니. 역시 신이네. 다시 한번 날 놀라게 하네.”

“저야말로 깜짝 놀랐다니까요. 현월 진인과 반문건을 상대로 선보일 땐 감을 잡지 못했는데 벽 누이의 마찰여의, 엄청나네요.”

“후훗, 고마워.”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제나 이랬다.

서로가 서로의 무학에 감동하고, 깨달음을 교류하는 관계.

강호는 이를 지음이라 불렀다.

율약벽은 생각했다.

‘이제 신이가 없는 강호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

환신 또한 그랬다.

두 남녀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순 없었다.

태산쟁위!

태산에서 벌어질 무신들의 제전.

그 위대한 투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두 남녀는 자신들의 감정을 철저히 숨겨야 했다.

아니, 적어도 겉으로 드러내선 안 되겠지.

태산쟁위 외에도 환신에겐 한 가지 과업이 더 있었다.

바로 묵시흔과의 생사결이다.

모든 건 묵시흔과 맺은 맹약을 마무리 지은 후의 일이었다.

율약벽은 가볍게 소매를 휘저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자, 신아. 다시 한번 춰볼까?”

둘만의 린봉쌍무를 말이다.

“얼마든지요.”

환신과 율약벽은 동시에 한 걸음 내디뎠다.

-쿠웅!

-카칭!

두 남녀의 전면 공간이 깨지며 검은 구멍이 소용돌이쳤다.

환신과 율약벽의 육신이 모래처럼 분해되더니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자 세계로 진입한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본 율무극이 입을 열었다.

“구양숙. 본존은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율무극의 전면에도 검은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율무극의 원영신 역시 영자로 화해 검은 구멍으로 진입했다.

제천순구 사이에 서서 비무를 지켜보던 고천 또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모습을 감추었다.

무림인들은 멍하니 방금 전까지 공전절후의 혈투가 벌어지던 텅 빈 비무대를 응시할 뿐이었다.

* * *

끝없이 별이 흐르는 흑천.

어디가 위고 어디가 아래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는 무궁한 공간.

-챙그랑!

흑천이 마치 유리창처럼 깨지고, 소용돌이치는 검은 구멍에서 자전과 금광이 비비 꼬인 채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키이이잉!

율약벽은 용의 발톱처럼 손가락을 구부렸다.

손가락 끝에서 단분자 칼날이 쭈욱 튀어나오더니 허공을 지그재그로 가르며 환신을 노리고 쏘아졌다.

뇌명조였다.

-스악!

다섯 자루 단분자 칼날이 순식간에 수만 개로 분화되며 광검으로 화했다.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광검의 물결을 목격한 환신의 발밑에 다섯 마리 금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륜신행 오룡거였다.

천망에 이른 오룡거의 속도는 율약벽의 자운신영에 육박할 지경이었다.

환신은 오룡거의 속도에 의지한 채 원영신을 움직여 율약벽의 광검을 회피했다.

허나 광검을 모두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 환신의 손이 영자로 화하더니 환상처럼 움직였다.

환신의 손길을 따라 교룡이 꿈틀거리며 광검을 밀고, 당기고, 옆으로 흘려보냈다.

교룡금나수였다.

환신이 지닌 수많은 금나수 중에서도 교룡금나수는 발군의 위력을 자랑했다.

십자건곤은 만능에 가까웠으나 율무극은 십자건곤의 위력에 길들여져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문득 율무극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본존은 기본기를 중시한다. 그 이유를 아느냐?’

‘잘 모르겠는데요.’

‘고차원적인 수법은 난해하기 때문이다.’

‘……난해한 게 무슨 문제라도?’

‘기린지재의 소유자인 네가 범재의 심정을 알 리 없지. 사실 본존도 잘 모른다. 본존 역시 천망에 이를 정도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허나 오랫동안 검객을 가르쳐 오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그게 뭔데요?’

‘범재는 범재 나름의 생존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이지.’

‘그게 기본기인가요?’

‘그렇다. 신아. 너는 왕힐에게 칠성권법을 전수받았다고 했지?’

‘예.’

‘수백 년 전 칠성권왕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는 범재였다. 또한 그가 평생 익힌 무공이라고는 기본공인 칠성권법이 다였지. 상승 무공은 줘도 못 익혔다. 범재였기 때문이다. 허나 그는 무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품고 있었다. 그가 고작 기본공인 칠성권법으로 어찌 권왕의 자리에 올랐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어요.’

‘간단하다. 그가 칠성권법을 완벽하게 익혔기 때문이다. 완벽에 가까운 것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칠성권법 초식의 모든 약점을 제거하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익힌 것이다. 그는 어떤 자세로도 칠성권법을 펼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 허나 칠성권법 같은 하급 무공으로 초상승 무공을 당해낼 리 만무한 법. 칠성권왕은 깊이 궁구했다. 그는 기어코 답을 찾았지.’

‘그 답이 뭔가요?’

‘간단하다. 칠성권법에 칠성권법을 더하는 것이다.’

‘……잠깐. 그건 설마?’

‘후훗, 그렇다. 그의 칠성권법은 완벽했기 때문에 칠성권법을 중첩해서 펼쳐도 초식의 꼬임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 번의 중첩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면? 두 번, 세 번 중첩하면 그만 아닌가. 칠성권왕과 같은 시대를 살아온 고천의 증언에 따르면 전성기 칠성권왕은 칠성권법을 무려 53번 중첩했다고 한다.’

‘와…….’

‘이것이 기본기의 힘이다. 기본공을 완벽히 익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무를 개척할 수 있느니라. 물론 네 기린지재라면…… 좀 더 복잡한 무공도 완벽하게 익힐 수 있을지도 모르지.’

율무극의 말은 언제나 옳았다.

환신은 율무극의 지도 아래 영자 세계에서 교룡금나수를 완벽히 연마했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미친 듯이 날뛰는 뇌명조 한 수는 교룡의 멱을 틀어쥐는 교룡금나수를 벗어날 수 없었다.

-파파파팟!

자전의 칼날과 교룡금나수가 연속해서 충돌했다.

뇌명조는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조법 중에서도 수위에 꼽힐 만한 초상승 무학이다.

교룡금나수 역시 뛰어난 무학이었으나 뇌명조에 미치지 못했다.

때문에 환신은 교룡금나수를 그냥 펼치지 않았다.

무량축시첩의 묘리를 가미한 것이다.

교룡금나수를 여러 번 중첩시키고 여기에 영자 변동성마저 가미해 무수히 시간축을 오가는 광검에 대응했다.

율약벽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이것은……!’

섬광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율약벽 역시 영자 세계에서 율무극에게 지도를 받았다.

율무극은 그녀에게 말했다.

‘벽아야. 기대하거라. 신이는 결코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조부의 말대로였다.

율약벽의 눈동자에 광기가 깃들었다.

그녀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파지지직!

율약벽의 장심이 영자로 화하더니 그대로 허공을 때렸다.

광범위한 영역이 율약벽의 장력으로 뒤덮였다.

전뢰신기 제1식 분뢰수상의 장법인 뇌벽장 최종 진화 형태.

뇌벽무량축시첩이 작렬한 것이다.

-콰르르르릉!

강렬한 폭발과 함께 흑천을 지그재그로 가로지르며 환신과 율약벽은 끊임없이 초수를 교환했다.

한 수 한 수 손을 섞을 때마다 심혼이 환희로 가득 찼다.

-콰아아앙!

환신과 율약벽이 손을 맞잡았다.

서로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짧은 순간 수많은 말이 오갔다.

허나 찰나에 불과했다.

환신은 칠채보광을, 율약벽은 자줏빛 광채를 내뿜었다.

-우웅! 우우웅! 파항!

빠르게 뒤로 튕겨진 두 남녀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벽 누이!”

“신아!”

두 천망의 초월자의 비무는 어느새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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