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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426화 (426/447)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426화

177. 무신의 제전(3)

광오 반문건.

그는 검도창 삼두의 일원으로 고금제일도라 불리며 존숭받았다.

또한 그는 고금제일자객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정의로 강호를 관조했다.

반문건이 생각하기에 강호란 악과 악의 대립이다.

인간은 오롯이 악한 존재다.

그저 거악과 소악만이 있을 뿐.

각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제는 거악을 방치하면 무림, 나아가 일반 백성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반문건은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가 가면을 쓰고 도시의 어둠 속을 질주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악인들의 공포가 되기 위해서였다.

반문건 자신의 기준에 거악으로 낙인찍히면 냉혹하게 살해하니 자신 역시 악이었다.

허나 강호란 악과 악이 광란의 윤무를 추는 곳 아닌가.

반문건은 악으로서 선을 추구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환신은 거악,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악이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그는 강호를 자신의 뜻대로 통제하려 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었다.

반문건은 천망의 초월자야말로 언제든 강호를 도탄에 빠뜨릴 악 중의 악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천망의 초월자는 인세에 함부로 개입해선 안 된다.

이들이 개입한 순간 강호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질 거라 확신했다.

헌데 환신은 천망의 초월자가 된 순간부터 강호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건 위험하다.

권력욕에 물들어 강호를 쥐락펴락하는 천망의 초월자라니.

무림 역사상 그런 자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300년 전 천하제일고수이자 천망의 초월자였던 연금제 곽위총은 권력욕이 하늘에 닿아 있었다.

그의 권력욕은 강호에 국한되지 않았다.

황실에까지 이른 것이다.

곽위총은 황제의 스승인 태사의 지위를 받아 천하를 암중 조종했다.

천망의 초월자가 금은보화 따위를 탐낼 리 없었다.

그저 권력을 휘두르는 것에서 유열을 느낄 뿐이다.

어쩌면 악신의 속삭임에 저항하는 수단이었을지도.

하지만 방법이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무려 50년간 5인의 황제를 갈아 치우며 천하를 도탄에 빠뜨린 곽위총은 불현듯 이 짓도 지겹다며 스스로 원영신을 붕괴시키고 귀천해 버렸다.

천하대란으로 신음하는 중원을 내팽개치고 말이다.

그가 황제를 조종한 기간은 50년에 불과했으나 천하에 남겨진 상흔을 회복하는 데 10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반문건이 보기에 환신은 제2의 곽위총이었다.

‘천망의 초월자는 신선이 아니다.’

과연 신선은 욕망에 초연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었다.

승천경에 이르면 뭔가 달라질지도 모르지.

허나 고금제일인 묵시흔조차 도달하지 못한 경지 아닌가.

그저 아득했다.

‘그렇다면 구축(驅逐)할 뿐이다.’

이 자리에서 죽여 천하에 해악을 끼치지 못하게 하리라.

언제나처럼.

허나 환신은 만만한 자가 아니었다.

천하제일 무사부인 율무극의 손길을 거치며 점점 완성되고 있었다.

‘……특히 검은 소용돌이.’

천상의 신인 뇌제의 뇌전을 빨아들인, 심연보다 어두운 그 소용돌이!

그 안에 빨려 들어가면 자신조차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죽이리라.’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내놓으라면 기쁘게 내놓겠다.

환신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

반문건은 불현듯 환신이 자신의 자객행의 마지막 목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삶은 환신을 죽임으로써 완성될 것이다.’

환신을 죽이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 각오였다.

척무상과 현월 진인, 문류후와 천절 신승이 격돌하는 바로 그 순간.

반문건은 망설임 없이 벽옥도 끝을 환신에게 돌렸다.

108개.

반문건이 환신을 암습하기 위해 공검으로 연 문의 숫자였다.

기척을 지우기 위해 최대한 많은 문을 열었다.

반문건은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끝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진 천공부터 깊은 심해, 용암이 꿈틀대는 지하 공동까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

‘일도에 영자핵을 벤다.’

반문건의 최초의 일도는 묵시흔조차 경시하지 못한다.

방심한 순간 영자핵을 내주는 것이다.

‘느껴진다.’

환신의 원영신이 말이다.

-스릉!

반문건은 벽옥도를 좌우로 나누었다.

좌수에 불문의 성광이, 우수에서 마도의 혈광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수미신도류와 지옥마도류를 동시에 전개한 것이다.

“합!”

불문과 마도의 기운이 하나로 융합된다.

벽옥도에서 혼돈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반문건의 천주, ‘원시’의 힘이 담긴 고금제일도법.

원시천도류 일도를 휘두를 준비를 마친 것이다.

반문건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죽어라, 환신!’

원시의 일도를 내리그었다.

영자핵을 베면 한칼에 끝.

간발의 차로 영자핵을 비껴간다 해도 원영신의 절반 이상이 소실되겠지.

광오 반문건의 최초의 일도.

그 진정한 위력을 선보일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 문이 열린 순간.

환신과 눈이 마주쳤다.

엄지발가락부터 정수리까지 찌릿한 전율을 느꼈다.

‘뭐지?’

두 천망의 초월자의 안광이 서로 얽혀 들어갔다.

‘……웃어?’

어째서일까.

환신의 눈은 웃고 있었다.

-파지지직!

공검으로 문을 가르고 나온 반문건 주위를 자줏빛 뇌전이 뒤덮었다.

율약벽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이기어뢰의 물결.

전뢰신기 전4식 중 제3식 전뢰천강지곡 발동이다.

이것만으로도 강한 압박을 받는데 뒤이어 무지갯빛 나비가 나풀거리며 날아들었다.

우화접선 호씨 남매가 월광접상의 장법인 칠채만월접(七彩滿月蝶)을 때려 넣은 것이다.

여기에 율무극이 묵성만검혼상의 절초인 묵성열극으로 십방을 점했다.

반문건은 3인의 천망의 초월자가 합공을 펼치자 이를 악물었다.

‘저들이 손을 잡았구나!’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검도창 삼두와 무림의 태산북두.

이들은 1차 태산쟁위 당시 암묵적으로 동맹을 맺고 다른 천망의 초월자들을 손쉽게 밀어붙였다.

오직 십자건곤의 소유자인 묵시흔만이 이들 동맹을 상대로 버텨냈다.

그러다 호전적인 문류후와 천절 신승이 참지 못하고 대오에서 이탈해 묵시흔과 대적하며 자연스럽게 동맹이 깨지고 각자도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동맹의 힘으로 1차 태산쟁위에서 선전할 수 있었다.

때문에 다른 자들 역시 동맹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인지했다.

헌데 무려 4인이 협력하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반문건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환신!”

반문건의 분노에 찬 절규에 환신이 입가에 한껏 비웃음을 머금은 채 외쳤다.

“하하하! 반문건! 네놈의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그러게 왜 단독 행동을 한 것이냐!”

“이 비열한 놈!”

“바로 이게 1차 태산쟁위 당시 너희 삼두가 한 짓이다!”

“크윽!”

환신은 진작부터 예측하고 있었다.

반문건이 멋대로 이탈해 자신을 노릴 거라고 말이다.

혹시나 암살을 포기하면 곤란하니 은근히 그의 공격을 유도했다.

반문건은 차라리 삼두와 함께 전열을 갖춘 채 덤볐어야 했다.

그럼 이런 비참한 꼴이 되진 않았겠지.

분노를 터뜨리는 와중 반문건의 양손이 영자로 화했다.

광검을 난사하며 벽옥도를 휘둘렀다.

천주 ‘원시’의 힘이 담긴 무지막지한 일격.

허나 상대는 3인의 천망의 초월자였다.

만만한 자가 하나도 없었다.

반문건은 이를 갈았다.

‘……거악을 쳐야 돼.’

환신은 언젠가 천하를 도탄에 빠뜨릴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환신을 처단해야 했다.

반문건은 흠칫하며 벽옥도를 들어 좌측을 막았다.

-쩌어어어어엉!

원영신이 부서질 듯한 어마어마한 타격!

반문건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철리이이인!”

“푸하하핫! 반문건! 나 철린이 의형제인 신이의 편을 들 거라 생각지 못한 것이냐? 어찌 이리 어리석은가!”

검도창 삼두와 무림의 태산북두, 지뇌기가 고천을 제외한 나머지 5인의 천망의 초월자!

이들이 연합한 것이다.

전력을 다한 경천풍마삭의 위력은 십자살 일점 교차에 비견될 정도.

3인의 천망의 초월자가 압박하는 사이 철린은 경천풍마삭을 펼치기 위한 거리를 확보하고 힘을 응축했다.

그리고 반문건이 틈을 보이자 궁극의 기병 돌격을 감행한 것이다.

반문건은 그대로 쭈욱 밀려났다.

벽옥도로 막아내긴 했으나 엄청난 충격에 원영신의 1할이 소실됐다.

‘여기서는 답이 없다.’

활로는 하나뿐이었다.

-쿠웅!

그대로 허공이 깨졌다.

반문건과 철린의 원영신이 가루로 화하더니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른 천망의 초월자 역시 파공축지를 펼쳐 영자 세계로 진입했다.

-쨍그랑!

끝없이 별이 흐르는 흑천이 산산이 부서지며 반문건과 철린이 튀어나왔다.

뒤이어 율약벽과 율무극, 호씨 남매가 흑천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반문건은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틈을 보이면 그대로 반격에 나설 작정이다.

‘척무상과 문류후가 올 때까지 버틴다!’

-서걱!

무언가 원영신을 관통했다.

눈앞에 두 개의 륜이 회전하고 있었다.

천주의 예지가 발동하지 않았다면 영자핵이 베였겠지.

찰나지간 몸을 틀어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허나 대가는 컸다.

-번쩍!

-콰르르르릉!

허공에 회색 십자가가 떠올랐다.

반문건의 원영신 중 2할이 단숨에 소실됐다.

보지 않아도 누구의 수작인지 알 수 있었다.

“커흑! 환시이이이인!”

미리 영자 세계로 진입해 자신의 빈틈을 노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리 5인의 천망의 초월자에게 합공을 당하고 있다손 쳐도 이리 허무하게 당할 리 없었다.

‘함정이다!’

이 모든 게 환신이 준비한 함정이 분명했다.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한 것이다.

환신은 반문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스스로를 미끼로 내걸고 반문건을 잡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파지지직!

자전이 흑천을 뒤덮었다.

전뢰신기 전4식 중 제4식 전뢰북두성이었다.

벽옥도를 미친 듯이 휘둘러 원시천도류의 오의를 쏟아냈다.

허나 원영신을 3할이나 잃어 힘이 빠져도 너무 빠졌다.

-콰르르르릉!

반문건은 전뢰북두성 한 수에 원영신의 5푼이 극광으로 환원됐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죽는 건가?’

환신을 탓할 생각 따위 없었다.

태산쟁위의 본래 목적을 잊고 환신을 죽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을 때부터 작금의 사태는 예정돼 있었는지도 몰랐다.

-푸욱!

철린의 기병삭이 반문건의 육신을 관통했다.

-스악!

호씨 남매의 옥륜당랑참이 달을 베듯 반문건의 원영신을 반으로 갈랐다.

-퍼퍼퍼퍽!

343개의 뇌룡탄이 원영신을 갈기갈기 찢었다.

“크윽!”

미친 듯이 영자를 끌어모아 원영신을 복원했다.

허나 무량대수의 시간 속에서 천망의 초월자 5인의 공세에 원영신은 재생되는 것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소실됐다.

-서걱!

율무극의 묵성만검혼이 번뜩이자 그의 머리가 잘려 나갔다.

-덥썩!

누군가 반문건의 머리를 잡았다.

환신이었다.

“반문건.”

“……환신!”

환신은 머리만 남은 반문건을 보며 말했다.

“패배를 인정하란 말 따위 하지 않을게.”

“……죽여라.”

환신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도원향을 수호할 파수꾼을 내가 왜 죽여?”

“그게 무슨 소리냐.”

“알 거 없고. 태산쟁위가 마무리될 때까지 푹 쉬고 있으라고.”

-스릉.

일월쌍륜이 번개처럼 움직이더니 공간을 잘라냈다.

검은 구멍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신은 망설임 없이 반문건의 머리를 안으로 던져 넣었다.

“환시이이이인! 네놈을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꺼져.”

그렇게 2차 태산쟁위 최초의 탈락자가 나왔다.

삼두의 일원이자 고금제일도, 광오 반문건이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만 것이다.

바로 그때.

-쨍그랑!

흑천이 산산조각 났다.

검은 구멍에서 척무상과 문류후, 천절 신승과 현월 진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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