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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에 미친 무공천재-427화 (427/447)

기연에 미친 무공천재 427화

177. 무신의 제전(4)

영자 세계로 진입한 4인의 천망의 초월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척무상과 문류후의 표정이 그랬다.

‘반문건이 보이지 않는다.’

‘당했구나!’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1차 태산쟁위 당시 검도창 삼두와 태산북두가 다른 천망의 초월자를 배제할 때 딱 이랬다.

다른 자들이 일대일로 맞붙을 때 우르르 몰려가 한 명씩 최단 시간 내에 전투 불능으로 만든 후 다른 자를 공략했다.

검도창 삼두의 합공을 견딘 자는 오직 묵시흔뿐이다.

이들 역시 내심 짐작하고 있었다.

한 번 당했으니 저들 역시 손을 잡을 거란 사실을 말이다.

허나 5인이 연합할 거라고는 상상조차하지 못했다.

환신과 율약벽, 호씨 남매는 그렇다고 치자.

헌데 철린과 율무극이라니.

저 둘이 손을 잡는 그림이 도저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철린은 천간십존 중에서도 친분을 쌓는 게 극히 어려운 인물이다.

1년 365일 장강을 달리며 내공을 소진하는 철린과 제천사를 진두지휘하며 강호를 종횡하는 율무극이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누가 수작을 부린 건지 바로 감이 왔다.

‘환신!’

환신이 저들의 연결 고리가 분명했다.

척무상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 태산쟁위는 환신의 출현으로 수많은 변수가 창출됐다.’

반문건이 첫 번째 탈락자가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으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반문건은 고금제일도의 위명에 더해 고금제일자객이라는 악명의 소유자였다.

그의 암살첩에 이름이 오르면 천간십존조차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반문건의 공격력은 도객답게 천간십존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혔다.

철린과 문류후를 제외하면 누구도 반문건보다 파괴력이 앞선다고 자신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자객 특유의 은밀함이 더해져 더욱 치명적인 위력을 선보였으니.

천간십존 중 누구도 반문건을 얕보지 못했다.

반문건의 비극은 환신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사람은 무언가에 집착하면 냉정을 잃는다.

그는 환신을 암살하는 데 2번 실패했다.

첫 번째는 현월 진인이 끼어들어, 두 번째는 철저히 계획을 세우고 암살을 시도했으나 환신 스스로 극복해 냈다.

일격필살이 기본인 자객이 두 번이나 암살에 실패했다?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을 게 분명했다.

이것이 반문건이 환신에게 집착하는 이유다.

환신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용했다.

막강한 화력과 천간십존 중 가장 높은 공검 경지를 자랑하는 고금제일자객 반문건의 약점은 무엇일까?

바로 방어력이다.

그에겐 강력한 이화접목 수법도, 막강한 방어력을 제공하는 구마동신도 없었다.

결국 5인의 천망의 초월자가 합공에 나서자 엉망으로 밀려 기어코 태산쟁위에서 낙오하게 됐으니.

실로 피눈물을 쏟을 일이었다.

허나 척무상은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참으로 꼴사납게 됐구나, 반문건!’

실로 천하가 비웃을 일이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대로 저들 5인의 천망의 초월자와 격돌하면 엉망으로 깨질 게 분명했다.

어찌해야 할까.

그때 문류후가 외쳤다.

“땡중! 저들이 손잡았다!”

“아미타불! 빈승도 알고 있다!”

“이대로 붙으면 중과부적이니 우리도 손을 잡는 게 어떨까?”

“끌끌! 문 시주! 아주 화통하구만! 그러지!”

고작 네 마디 말로 문류후와 천절 신승은 협력을 이끌어냈다.

척무상과 현월 진인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미친놈들! 저리 쉽게 손을 잡는다고?’

신중한 척무상과 음흉한 현월 진인이라면 사흘 밤낮이 걸릴 일이었다.

허나 문류후와 천절 신승은 달랐다.

천성이 호탕하다 보니 마음이 동하자 바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성격 차이 때문에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것 역시 태산쟁위의 묘미였다.

“무상!”

“말대가리!”

불같은 두 남자가 자신들을 응시하자 척무상과 현월 진인은 똥 씹은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허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사분오열되면 빠르든 늦든 비참하게 패할 뿐이다.

1차 태산쟁위 당시 삼두와 태산북두가 저들을 그리 몰아붙이지 않았던가.

척무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류후. 네가 좌장을 맡아라.”

그 말에 현월 진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크게 반발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현월 진인과 달리 천절 신승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문 시주는 과거 성녀 곡산산을 수호하는 성화단의 단주였지. 척 시주는 성화단의 돌격 대장이었고. 음흉하기 짝이 없는 네놈과 달리 제대로 단체의 좌장을 맡아본 자란 뜻이다.”

“끄으응.”

천절 신승의 말이 옳았다.

운한 진인이란 제자 하나 길러낸 걸 제외하면 현월 진인은 깨달음 수습에 주력했을 뿐 무당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었다.

그런 운한 진인조차 사부의 무관심에 삐뚤어져 비참하게 몰락했으니.

현월 진인은 애초에 타인을 이끌 자격이 없는 자였던 것이다.

강호인들은 천망의 초월자를 완전한 정신과 육체를 지닌 신인으로 여기며 추앙했다.

육체는 그럴지도 모른다.

원영신의 공능은 그야말로 끝이 없었으니까.

허나 정신은 달랐다.

천망의 경지에 이르렀건만 사람의 그것을 벗어나지 못했다.

드높은 정신을 가졌으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또한 하늘의 부름과 악신의 속삭임에 시달렸으니.

승천경에 이르지 못하면 망설임 없이 귀천을 선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현월 진인 자신 역시 잘 알고 있었다.

무신의 경지에 이른 자신 역시 한 명의 인간에 불과함을 말이다.

‘원원자 조사께선 과연 완전한 정신을 이루셨을까?’

알 수 없었다.

허나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장 5인의 천망의 초월자가 달려들 기세니 말이다.

현월 진인이 외쳤다.

“좋다!”

그렇게 삼두와 태산북두의 동맹이 결성됐다.

조용히 이를 지켜보던 환신이 입을 열었다.

“다 끝나셨어요?”

“그렇다.”

“제법 빨리 끝내셨네요.”

삼두와 태산북두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척무상이 입을 열었다.

“기다려 준 것이냐?”

“예.”

“어째서지? 생각해 보니 우리가 영자 세계로 진입할 때 기습을 가했으면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에이, 척 선배, 문 선배와의 인연도 있고, 천간십존이 애타게 기다리던 태산쟁위를 그리 허무하게 끝내 버릴 순 없죠.”

“…….”

척무상은 차가운 눈으로 환신을 응시했다.

작금에 이르러 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태산쟁위의 흐름은 환신의 의도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건 좋지 않다.’

환신은 신참자다.

천망의 경지에 이른 지 불과 1년도 안 된.

허나 환신과 천간십존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바로 십전비무행이다.

환신은 천간십존 전원과 생사결을 벌인 유일한 인물이었다.

1차 태산쟁위 당시 천간십존은 각각 서너 명과 손을 섞었을 뿐이다.

묵시흔조차 6인이 전부였다.

허나 환신은 기어코 천간십존 전원, 나아가 율약벽과도 비무를 펼쳤다.

환신이 각 천간십존의 천주를 훔친 건 물론이고 이번 태산쟁위에서 누구보다 앞설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묵시흔!’

이 모든 일의 배후엔 묵시흔이 웅크리고 있었다.

과연 그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반문건을 가장 먼저 친 이유가 무엇이냐.”

“그가 고금제일자객이기 때문이죠. 틈을 노려 단숨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삼두의 핵심 변수. 일대일 생사결이면 몰라도 태산쟁위에선 그가 제일 위험하죠. 확실한 승리를 위해 변수를 제거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놀랍군.”

“제 생각이 아닙니다.”

“그럼?”

환신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아끼는 군사인 중금오 을지효가 짜준 전략이죠. 그는 반문건을 가장 먼저 해치워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어요.”

“…….”

무인 간의 싸움에 책사의 도움을 받다니.

그것도 태산쟁위를 말이다.

척무상은 깨달았다.

환신이 태산쟁위를 보는 관점은 자신들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저건…… 군주의 관점이었다.

“다들 지루해하고 있으니 슬슬 시작해 보죠.”

바로 그 순간.

평소 만사에 무심한 삼두와 태산북두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말았다.

5인의 천망의 초월자의 정수리에서 영기의 실이 튀어나와 서로 꼬였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들의 원영신을 이루는 영자 하나하나에서 실이 튀어나와 전신을 휘감았다.

이윽고 칠채보광을 내뿜는 거대한 알로 화했다.

척무상은 신음하듯 외쳤다.

“그건…… 설마?!”

5인의 천망의 초월자는 칠채보광을 발산하는 용란으로 화해 서로의 의식을 동기화했다.

-파사삭. 파앗!

용란의 껍질이 깨지며 5인의 천망의 초월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원영신이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전원 비단을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서기로 연결돼 있었다.

현월 진인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천령사냥꾼?”

당대 최고의 무학자라 할 수 있는 신장룡 맹하후가 창안한 무병진.

그중에서도 다수의 초절정고수로 천령의 절대고수를 사냥하기 위해 개발한 갑급 무병진 천령사냥꾼.

천망의 초월자 모두 천령사냥꾼에 대해 알고 있었다.

과거 천령의 절대고수들이 위하를 상대로 천령사냥꾼을 전개해 선전을 펼친 걸 모두 지켜보지 않았는가.

광검 한 수로 언제든 목을 딸 수 있는 천령의 절대고수들이 위하를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건 모두 천령사냥꾼 덕분이었다.

이후 2차 쟁투강호 시대가 개막하고 준천령사냥꾼이 난립하기도 했다.

허나 완벽한 천령사냥꾼을 구현해 낸 건 오직 환신뿐이었다.

‘아니, 다르다.’

천령사냥꾼은 본시 초절정고수가 천령의 절대고수를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천령의 절대고수가 모여 위하를 상대하는 건 천령사냥꾼 개발 당시 상정된 일이 아니었다.

천령사냥꾼을 펼쳐봐야 효율이 극히 떨어질 게 뻔했다.

허면 저건 무엇인가?

『천망사냥꾼이라는 건데 어떠세요? 천령사냥꾼을 천망의 초월자가 펼칠 수 있게 개조한 건데. 마음에 드세요?』

“……신아.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느냐?”

『예.』

“언제부터?”

『그야…… 제가 천망의 경지에 오른 직후부터죠.』

척무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렇다면 너는 정말이지…… 천하의 효웅이 분명하구나.”

환신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순간 척무상은 본능적으로 신검 풍백을 들어 올렸다.

-콰르르르릉!

거대한 륜이 좌우로 튕겨졌다.

일월쌍륜이었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원영신의 5푼이 소실됐다.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삼두와 태산북두의 원영신에 회색 영기가 깃들었다.

-쿠우웅!

무언가 그들을 내리눌렀다.

원영신을 이루는 영자조차 벗어날 수 없는 우주의 절대법칙!

중력이 이들을 찍어 눌렀다.

중력신공을 상징하는 한 수, 선별중력원이었다.

-화악!

삼두와 태산북두는 일제히 공력을 발산했다.

중력자를 떨쳐내기 위함이다.

허나 환신은 천망사냥꾼의 공능으로 천망의 초월자 다섯 명분의 영자를 일수에 발출할 수 있었다.

결국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각각 500배 이상의 중력에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원영신을 이뤘다 해도 이는 엄청난 부담이었다.

‘이럴 수가.’

완벽히 함정에 걸려들고 말았다.

허나 저들을 탓할 수 없었다.

1차 태산쟁위 당시 삼두와 태산북부는 동맹을 맺고 저들에게 비참한 패배를 안겨주었다.

작금에 이르러 그것이 역전됐을 뿐이다.

대체 누굴 원망하겠는가.

그때 환신이 입을 열었다.

『그럼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죠.』

칠채보광에 휩싸인 5인의 천망의 초월자가 일제히 달려들었다.

중력자에 휩싸인 삼두와 태산북두는 굳은 표정으로 병기를 휘두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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