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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43화 (43/760)

43화 라온 길드 (3)

“뭐? 대표라니…….”

“왜 좀 다시 보였어?”

내 생색에 은영 누나가 입을 뻐끔거렸다.

“대표 누구? 설마 박시우?”

“어떻게 알았어?”

“너 최수현이랑 친하잖아.”

박시우가 최수현과 친한 사이라는 건 무척 유명했다.

“박시우랑도 친해졌을 줄은 몰랐어.”

“친하다고 해야 하나. 알아 가는 중이야.”

“뭐야 그게?”

은영 누나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누나는 결국 저녁을 먹고 난 후에야 집에 돌아갔다.

* * *

일주일 후.

은영 누나의 C급 헌터 자격 시험 던전이 정해졌다.

인천 서구 대곡동 큰짝산에 있는 C+급 던전이었다.

“누군진 몰라도 이름 한번 특이하게 잘 지었네.”

편의점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아리아 길드에서 지정해 준 던전은 산 아래에 있었다.

평균적으로 한국에서 생성되는 던전의 3개 중 한 개는 산이었다.

산이라는 것 특성상 등산을 동반하며, 위치가 애매할 경우 일반 루트를 벗어나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산에서 생긴 던전의 선호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길드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던전이고, 협회에서는 처리해야 하는 던전이기 때문에 도심 속 던전보다는 조건이 좋은 편이었다.

주차를 마친 은영 누나가 다가왔다.

평범하게 검은 바지에, 활동성 좋은 면 셔츠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높게 올려 묶은 머리 정도가 다였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뭔가 평범해서 재미없어.”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 오거나, 특이한 패션으로 나타날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너무나 어긋나 있었다.

특이한 패션 하니까 문득 그 녀석이 생각났다.

조만간 박시우에게 한번 물어보긴 해야겠다.

짐을 챙겨 던전 근처에 도착했다.

이미 와 있던 협회 헌터 한 명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남자는 누가 봐도 막 공채에 합격한 신입처럼 보였다.

자기소개를 마친 그가 제법 정중하게 ID 요청을 했다.

“ID 확인 좀 할 수 있을까요?”

그의 말에 스마트폰으로 헌터 네트워크에 들어간 후 개인 바코드를 보여 줬다.

바코드를 찍은 후, 간이 지문 인식 기계로 지문 인식을 했다.

익숙하게 작업을 마친 나와 다르게 은영 누나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남자는 은영 누나의 ID와 지문 인식까지 마쳤다.

은영 누나가 남자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보통 협회는 2인 1조가 기본 아닌가요?”

혹시 모를 사고와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협회의 헌터들은 평상시에도 2인 1조 체제로 움직인다.

C+급 던전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은영 누나의 질문에 그가 당황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군가를 다급하게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분은 잠시 통화하러 다녀오신다고 하셔서요.”

“그분?”

사수를 칭하는 거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존칭이 너무 높았다.

남자가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최수현이 다가왔다.

최수현이 그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뭐? 무슨 일 있어?”

최수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껄렁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태연한 최수현의 태도에 남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남자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없습니다. 저, 통화는 끝나셨나요?”

“대충.”

별로 중요한 통화는 아니었던 모양인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남자가 그분이라고 말할 때부터 묘하긴 했으나 최수현이 올 줄은 몰랐다.

최수현이 나와 은영 누나가 들어가는 던전에 게이트 관리 직원으로 나온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올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든가요.”

“어차피 볼 거잖아. 귀찮게 뭐하러 연락을 해.”

“그러니까 연락을 달라구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최수현을 만나야 하는 나와 누나 입장도 좀 생각해 주란 말이다.

여전히 제멋대로였다.

“그래서? 바쁘신 양반이 여긴 뭐하러 왔어요?”

“맞아, 왜 온 거야!”

은영 누나가 앵무새처럼 내 말을 따라 했다.

최수현이 누나를 노려보자 은영 누나가 호다닥 내 뒤에 숨었다.

사이좋게 막장 드라마를 찍었던 이후로 은영 누나는 최수현을 잔뜩 경계했다.

우리 둘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최수현은 눈 하나 끔벅하지 않았다.

“바쁜 내가 나와 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라.”

여전한 최수현의 자뻑에 대답 대신 입을 다물었다.

최수현이 소매를 걷어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던전에 들어가기로 예정된 시각은 10시 30분이었다.

지금 시각이 10시 15분이 좀 넘었으니 10분 정도는 여유가 있었다.

최수현이 등산로 한쪽을 손가락질했다.

남자가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후다닥 자리를 피하는 남자가 어딘가 안쓰러웠다.

남자가 사라지자 최수현이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뭐요? 저한테 돈 맡긴 거 있어요?”

“맡긴 게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은데, 좋은 말 할 때 내놔라.”

반협박에 가까운 말에 괜히 손을 가슴 쪽으로 가져다 댔다.

최수현이 빌려준 이슈타르의 반지는 정말로 탐이 났다.

현재 아이템은 일반, 레어, 레전드 이렇게 3가지로 구분이 된다.

레전드 아이템까지야 돈만 있으면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3개의 구분에 포함되지 않은 등급 외 아이템이었다.

말 그대로 등급을 측정할 수 없는 아이템으로 돈을 주고 구하기도 힘든 아이템들이 주를 이뤘다.

등급 외 아이템은 널뛰기가 너무 심해 평가 자체가 힘든 아이템이었다.

대표적으로는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 성장형 아이템 같은 게 존재했는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있었다.

최수현이 빌려준 이슈타르의 반지는 신화와 관련된 아이템이었다.

나는 이슈타르의 반지와 유리 조각을 최수현에게 건넸다. 최수현이 반지를 꼈다.

“설마 반지 수금하려고 이른 아침부터 여기까지 온 건 아닐 테고.”

“맞아. 부탁할 게 좀 있거든. 너 레이드 뛸 거냐?”

그새 최수현에게까지 말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그게 왜요?”

“나도 부탁 하나만 하자.”

최수현이 뭔가를 속삭였다.

노골적으로 수저를 얹는 것 같은 부탁이었다.

좀 귀찮을 것 같긴 하지만 같은 배를 탄 마당에 이 정도는 해 줄 수 있었다.

“알았어요.”

“그럼 부탁 좀 하자. 그런데…….”

최수현의 시선이 내 옆에서 기웃거리고 있는 은영 누나에게 닿았다.

“쟤 왜 무기는 없냐?”

나와 은영 누나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먼저 얼굴을 붉힌 건 누나 쪽이었다.

아무리 아리아 길드가 말이 많아도 기본적인 아이템 하나 지원해 주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었다. 나와 은영 누나가 입을 다물자 최수현이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왜?”

“누나가 보기랑 다르게 재능이 없더라구요.”

맞는 무기를 찾기 위해 도검류부터 활, 도끼, 채찍부터 특수 무기까지 실험을 안 해 본 게 없었다.

이러면 보통 마법을 사용하는 걸 고려하는 편인데, 은영 누나는 마법에 대한 재능도 없었다.

정말 어지간하면 가르쳐 준다는 명분으로 하라고 할 텐데. 살다 살다 이 정도로 무기에 재능이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윽, 그럴 수도 있지!”

“인간이냐?”

“그렇게까지 말할 거 없잖아! 그, 그러는 너. 당신은 얼마나 잘났…….”

최수현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은영 누나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누나가 결국 최수현에게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둘은 이전에도 일이 있었다고 했지.

나도 이후에 최수현과 누나에게 각각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최수현은 자살을 목적으로 싸우고 있던 은영 누나를 말려 준 사람이었다.

말투가 저래서 오해를 일으켰던 거지만, 다행히 어떻게 풀긴 푼 것 같았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내가 누나 어떻게 데려왔는데 형 때문에 삐져서 나간다고 하면 책임질 거예요?”

“사람을 무슨 말도 못 하게 하냐?”

“무기는 없어도 힘 하나는 엄청 세니까 괜찮을 거예요.”

무기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은영 누나다운 싸움법이기도 했다.

최수현이 은영 누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확실히 무식하긴 하지.”

“야!”

“야, 뭐? 나 아직 너한테 맞은 거 기억하고 있거든?”

“그건 네가 마, 맞을 짓을 했잖아!”

“그만 싸워요.”

결국, 내가 둘 사이를 중재했다.

오해도 풀었고, 앞으로 같이 지낼 사이라는 걸 알면서도 저러는 걸 보면 태생적으로 성격이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최수현이 손을 들었다.

멀리 보고 있던 협회 직원이 강아지처럼 달려왔다.

내가 알기로 최수현의 부서는 거의 한직이나 다름없다고 알고 있는데, 남자의 반응을 보니 역시 직함은 명목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크게 상관은 없는데.

“이래서 퇴사할 수 있겠어요?”

“알아서 해.”

나갔다 오는 남자에 최수현이 짧게 대답했다.

“참, 서지훈이라고 알아요?”

“아, 걔……. 내가 왜 안 물어보나 했다. 던전 나오면 알려 줄게.”

예정된 시간이 되었던 터라 최수현이 나중에 말해 주겠다고 했다.

나와 은영 누나는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게이트를 본 은영 누나가 메고 있던 배낭 가방의 끈을 꽉 쥐었다.

“긴장돼?”

“그냥 조금.”

은영 누나가 복잡한 시선으로 던전 게이트를 바라봤다.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을 거다.

여기까지 오게 될 줄도 몰랐을 거다.

누나의 복잡한 심경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누나가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갔고, 뒤를 이어 나도 던전에 들어갔다.

* * *

[하늘 동산]

등급 : C+

지형 : 언덕

적정 인원 : 3~5명

목적 : 봉인된 구슬을 얻어 시간의 재단을 활성화하시오.

보상

1) 클리어 시 [공적치 450]

2) 모든 몬스터 사망 시 전원 [공적치 200]

3) 바이콘을 죽인 자 [공적치 360]

4) 시간의 재단을 활성화한 자 [공적치 1000]

미션형 던전이긴 해도 C+급 던전치고는 심각하게 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늘 동산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은 일각수, 소위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몬스터였다.

좁고, 개체 수가 많은 데다가 공략법이 까다로운 개미굴 던전과 다르게 이쪽은 개체 수도 적을뿐더러 필드 자체도 상당히 넓었다.

확 트인 초원과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신기해.”

던전에 들어온 누나가 눈을 반짝거렸다.

나도 처음 차원 이동하고 던전 들어왔을 때는 누나와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별개의 공간이 맞긴 하지.

그래도 던전은 던전이었다.

던전의 환경에 감탄하는 건 최대한 줄이는 게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숨어 있던 검은 일각수 한 마리가 달려왔다.

일각수는 이름 그대로 뿔 하나를 가진 몬스터로, 말과 코뿔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개체 수가 적긴 하지만, 이동 속도가 빠르고 급습을 당했을 시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각도로 봤을 때 나보다는 은영 누나를 노리고 있었다.

검을 뽑아 베어 내려던 순간 은영 누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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