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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45화 (45/760)

45화 낯선 자들의 이야기 (1)

해가 지고 있었다.

일각수들은 야간 투시 능력이 좋으므로 밤이 되면 무조건 이쪽이 불리했다.

일각수의 개체 수도 많이 줄여 놨으니 이 속도면 내일 오전이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을 듯싶었다.

“알았어!”

일각수의 목을 발로 밟아 부러트린 은영 누나가 태연하게 돌아왔다.

지정해 뒀던 베이스캠프 포인트로 돌아오니 어둠이 드리웠다.

좋은 타이밍에 빠진 것 같았다.

나와 누나는 나무 위로 올라왔다.

나뭇가지가 꽤 큰 데다가 널찍해서 눕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인원이 좀 많으면 텐트를 치며 교대로 불침번을 서도 상관없으나, 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불침번은 너무 체력 소모가 심했다.

드문드문 어둠 속에서 일각수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편 나무에 자리를 잡은 누나가 다리를 흔들며 주변을 둘러봤다.

“뭔가 꿈을 꾸는 것 같아.”

“그래?”

“실은 말야, 우리 부모님은 내가 헌터가 되지 않기를 바랐거든. 그거 알아?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중에는 헌터가 되길 원하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어.”

각성자가 되고, 신에게 선택을 받은 순간 좋든 싫든 헌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은영 누나가 말하는 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처음에 아무 신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한 게, 부모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

은영 누나가 가방에서 칼로리바를 꺼내 입에 물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누나의 적응력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도 노숙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는데 말이다.

“그런데 말야. 포기를 못 하겠더라고. 딱히 부모님 때문은 아니고. 그냥 그런 기분이 들었어.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고마워.”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마지막 순간 누나는 분명 웃고 있었다.

* * *

아침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패턴을 바꿨다.

일각수의 어그로가 누나에게 끌린 사이 일각수의 목을 베어 냈다.

잘려 나간 목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후,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깔끔하게 잘렸네.”

“스킬 사용한 거니까. 바로 이동하자.”

봉인된 구슬은 전부 모았다. 남아 있는 일각수는 한 마리였다.

“그러고 보니 검은 대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응?”

피를 닦아 낸 검을 집어넣은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너 소테르 신의 첫 번째 사도라면서? 소테르 신은 다른 신이랑 다르게 대표 길드도 없잖아. 가끔 나한테 센스가 좋다느니, 재능이 있다느니 하고 말하는 거 보면 누가 나이가 더 많은 건지 모르겠다니까?”

은영 누나의 의문은 합당했다.

따지고 보면 아무 말 없이 넘어가 준 박시우나, 최수현이 이상한 쪽에 속했다.

당연히 두 사람이 의심을 안 해서 안 물어봤을 리는 없었다.

물어본다고 해서 대답을 해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부분은 확실히 닮아 있었다.

둘이 친구를 할 만하다.

“예전에 배운 거야. 내가 정말 힘들 때 도와줬던 사람이 있거든.”

사연을 말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했다.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던 중 누나의 말 중에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누나 그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무슨 얘기?”

“내가 첫 번째 사도라는 거.”

“최수현이 말하던데? 아, 던전 들어가기 며칠 전에 연락 왔었어.”

누나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던전에서 핸드폰을 꺼내면 권외 지역으로 나와 아무런 기능을 사용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핸드폰에 기록된 메신저 같은 건 볼 수 있었다.

은영 누나가 대충 채팅의 내용을 보여 줬다.

그새 나 몰래 은영 누나에게 연락까지 하고,

‘하여튼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양이 꽤 많은 걸 보니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 같아 보였다. 다 좋은데.

“폐기 불가능한 새끼라고 저장해 놓은 건 너무한 거 같은데.”

“어머, 사실 아냐?”

누나는 별로 개의치 않은 듯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뭐라고 적혀 있을지 좀 궁금한데 이거.

슬쩍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누나가 빠르게 핸드폰을 집어넣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남은 바이콘을 찾기 위해 마력 탐지를 사용했다.

‘얼씨구?’

던전 내에 예정에 없던 존재가 느껴졌다.

움직임이나 마력의 양으로 봤을 때 일각수는 절대 아니었다.

어제는 분명 느껴지지 않은 기운이었다.

‘난입인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골치가 아프게 됐다.

“찾았다. 저게 마지막이지?”

은영 누나가 마지막 남아 있는 일각수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가 먼저 달려갔다.

일각수의 옆구리를 발로 차며 기습을 했다. 당황한 일각수가 뒤로 물러났다.

일각수의 뿔 끝이 번쩍거렸다.

“잠깐, 누나 위험해!”

누나의 발밑에 있는 땅이 흔들렸다.

갈라진 땅 사이로 올라온 나무뿌리가 누나의 발을 묶었다.

당황한 누나가 한순간 움직임을 멈췄고, 일각수가 기다렸다는 듯 뿔을 들이밀었다.

일각수를 향해 달려가며 스킬을 사용했다.

누나의 몸을 향하는 뿔을 쳐 낸 후 그대로 일각수의 몸을 베어 냈다.

누나와 일각수 사이로 커다란 바람이 불었다.

피를 흘린 일각수가 두 발을 높이 치켜들었다. 일각수의 가슴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가슴에 찌른 검을 뽑아내자 피가 몸으로 튀었다.

일각수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완전히 숨을 거뒀다.

일각수가 죽자 은영 누나의 발을 묶고 있던 뿌리들이 사라졌다.

놀란 모양인지 비틀거리던 누나가 털썩 주저앉았다.

“괜찮아?”

누나가 내 손을 붙잡으며 일어났다.

“미안해.”

“그럴 수도 있지.”

일각수는 개체마다 고유 마법을 사용한다.

마법의 위력 자체는 그리 강한 편은 아니라 위협적이지 않으나, 어떤 개체가 어떤 마법을 사용할지는 겪어 봐야 알 수 있었다.

발을 묶는 마법을 사용할 거라 예상하지 못해서 생긴 일일 뿐이었다.

단순한 경험 부족에서 온 실수였다. 내 위로에도 누나는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위험했던 건 맞으니까.’

이참에 조금 더 위기감을 가진다고 한다면 나야 나쁘지 않았다.

“얼른 보스 잡으러 가자.”

“응.”

조금은 차분해진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언덕에 있는 석판에는 5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네가 하는 게 낫지 않아?”

“누나가 해. 누나 공적치도 별로 없잖아.”

C급부터 시작한다고 가정을 했을 때 누나는 다른 헌터들에 비해 누적 공적치가 상당히 낮은 편이었다.

어차피 나한테 돌아올 거니 양보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은영 누나가 석판에 난 구멍에 봉인된 구슬을 하나씩 끼워 넣었다.

마지막 구슬을 집어넣자, 하늘에서 붉은색 먹구름이 몰려왔다.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구름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보스인 바이콘과 일각수 몇 마리들이 내려왔다.

“한결아, 저거…….”

바이콘의 뿔이 붉은색이었다.

이거 원,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것인지 모르겠다.

땅으로 내려온 바이콘이 커다란 앞발로 바닥을 긁었다. 발길질 한 번에 삽질이라도 한 것처럼 바닥이 파헤쳐졌다.

휘이이잉. 바이콘이 울음을 터트렸다. 바이콘을 보호하고 있던 일각수들이 달려들었다.

<축복의 나래> 스킬을 사용하기 직전 몸을 숙인 누나는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웠다.

그리고 높이 뛰어올라 일각수의 공격을 피했다. 발꿈치에는 작게 날개가 돋아 있었다.

난데없이 날아오른 누나에 일각수들이 당황했다.

일각수 하나가 번개 마법을 사용했다.

떨어지는 번개를 피한 누나가 번개 마법을 사용한 반동으로 스턴 상태에 빠진 일각수를 향해 발을 휘둘렀다.

발을 딛기 무섭게 땅 아래에서 나무뿌리가 올라왔다.

누나가 발을 크게 움직여 올라오는 나무뿌리들을 걷어찼다.

“같은 수법에 두 번은 안 당해!”

걱정할 필요는 없었나 보다.

누나가 나를 노리는 일각수를 향해 돌을 던졌다.

내가 어그로를 끌 때 심심하면 써먹었던 방법이었다.

보고 있던 바이콘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소테르 신의 기운이 당신을 축복합니다.]

[1단계 가호가 발동합니다.]

가호 스킬을 사용한 후 바이콘의 돌진을 막아 냈다.

보통의 일각수들은 한 개의 고유 마법을 가진다.

뿔이 두 개인 바이콘은 두 개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두 개의 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 개의 고유 마법을 사용했을 시에는 스턴의 효과를 받지 않는다.

거기에 붉은 뿔은 고유 마법 재사용 시간도 상당히 짧았다.

‘단순히 마법을 사용하는 거라면 피하면 그만이니까.’

바이콘의 약점은 당연히 두 개의 뿔이었다. 뿔이 잘려 나간 바이콘은 사실상 일각수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바이콘의 공격을 피한 후 뿔을 향해 검을 들었다.

그 순간, 바이콘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아슬아슬한 움직임으로 바이콘의 공격을 피했다.

“이 자식.”

바이콘의 몸이 붉은 번개라도 두른 것처럼 번쩍거렸다.

고유 마법이 신체 강화 계열 같아 보였다.

안 그래도 성가신 녀석이 신체 강화까지 하니 더 골치가 아파졌다.

유성참을 쓰기에는 여유가 없었다.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바이콘이 달려들었다.

뿔을 잘라 내기 위해 몇 번인가 시도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신체 강화를 사용하면서 뿔까지 튼튼해진 것 같았다.

은영 누나가 옆차기를 해 바이콘을 밀어냈다.

“금방 처리했네?”

“애 좀 먹었지만 괜찮아.”

신체 강화가 풀린 바이콘이 앞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바이콘의 밑으로 검은 손들이 올라왔다.

길게 올라온 검은 손들이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러나.”

누나가 뒤로 물러나자 검을 크게 움직였다.

번쩍거리는 빛과 함께 손들이 옆으로 잘려 나갔다.

스러지는 검은 손들 사이로 바이콘이 보이자 은영 누나가 달려 나갔다.

뿔이 두 개라고 해서 급소가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누나의 주먹이 바이콘의 심장을 타격했다.

움찔거린 바이콘이 신체 강화를 사용해 은영 누나를 공격했다.

은영 누나가 재빨리 몸을 숙였고, 그 위로 달려든 내가 바이콘의 뿔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선으로 그은 것처럼 바이콘의 붉은 뿔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바이콘의 몸을 밟아 반동을 이용해 뒤로 물러났다.

뿔이 잘린 바이콘이 당황했고, 몸을 숙이고 있던 은영 누나가 기다렸다는 듯 바이콘의 목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바이콘이 충격으로 인해 튕겨 나갔다.

다시 접근한 누나가 바이콘의 목을 감으며 발로 내리찍었다.

쓰러진 바이콘을 향해 다가온 나와 누나가 바이콘을 내려다봤다.

일말의 자비도 없이, 은영 누나의 발이 바이콘의 목을 밟았다.

바이콘이 죽자 동산 주변에 있던 붉은 먹구름이 걷혔다.

동산에 해가 떴다. 바이콘이 소환된 석판이 일그러지며 출구 게이트로 바뀌었다.

은영 누나가 바이콘의 또 다른 뿔을 뜯어내려고 하는 사이 조용히 움직였다.

“너 누구야? 아니지, 언 놈이 사주했어?”

망토를 뒤집어쓰고 숨어 있던 남자가 당황하며 몸을 돌렸다.

“어, 어떻게…….”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모양인지 남자가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경계를 했다.

“난 착하니까 삼 초 준다.”

“…….”

“삼.”

도망치려는 남자에게 접근해 검 등으로 가슴을 쳤다.

정신을 잃은 남자가 내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일이랑 이는 어디 갔…….”

“너 혹시 멍청이냐?”

그걸 기다려 주는 녀석이 세상에 어디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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