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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61화 (61/760)

61화 조삼모사 (4)

알아들을 수 없는 지한의 말을 무시한 채 지한에게 나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두 개였다.

하나는 소테르 신의 축복.

[신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가져오는 힘도 강해져. 10번까지 중첩할 수 있어. 표현하자면 종합 버프 스킬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

“그런 좋은 스킬 있으면 진작 알려 줬어야 할 거 아냐. 이쪽은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했는데.”

[어떻게 한 번도 써 볼 생각을 안 하냐?]

“탤런트라길래 무슨 패시브 스킬인 줄 알았다고. 내 잘못이냐? 됐어, 그럼 이 집판……. 아니, 집행자의 검은?”

[특정 집단을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해당 집단을 대상으로 능력치가 올라가.]

집행자의 검은 검을 소환하는 스킬 같은 게 아니었다.

사용한다고 해서 검이 나오지도 않는다.

이건 일종의 단체를 저격한 버프였다.

“상대를 많이 죽이면 더 강해지는 스킬이랑, 특정 집단을 죽이면 능력치가 올라가는 스킬이라니……. 이거 완전 살인광 아냐?”

말은 저렇게 해도 표정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지한이 특정 집단이라는 말에 누굴 생각하고 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누가 누구한테 살인광이라고 말할 처지가 되는 건지.

나는 남아 있는 지한의 공적치를 이용해 스킬과 아이템들을 선물했다.

물약 좀 좋은 걸 달라고 잔소리를 들었다.

이거밖에 없는데 어쩌라고.

억울해서 못 해 먹겠다 정말.

* * *

다음 날.

호화로운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정신을 차렸다.

5층을 클리어하고 난 탓에 정신적 피로는 여전히 쌓여 있었다.

그래도 몸이 개운하니 그건 그거대로 행복했다.

룸서비스를 이용해 조식을 시켰다.

박시우가 잡아 준 방은 무척이나 좋았다.

원래부터 박시우가 가지고 있는 개인실인 모양이었다.

스위트룸을 1년 동안 킵 해 놓고 가지고 있다니 대체 이게 무슨 돈 지랄인지 모르겠다.

나도 나중에 해 봐야지.

막 식사를 끝냈을 무렵 박시우에게 받은 핸드폰에서 벨이 울렸다.

“이 자식은 잠도 안 자나?”

아침이라고 해도 아직 6시도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박시우일 줄 알고 번호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 한결아!! 너, 너 괜찮은 거야? 다쳤다면서? 대체 무슨 일이야?

─ 어? 누나?

은영 누나의 목소리에 잠시 당황했다.

박시우랑 같이 있나?

혹시나 하고 발신 번호를 확인했다. 은영 누나의 번호였다.

─ 내 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 얘는 그게 중요해?

─ 아니, 나도 스토커는 좀 무섭거든?

─ 누가 스토커야! 최수현한테 받은 거야!

최수현이라는 말에 안심했다.

‘근데 그 녀석 보기랑 다르게 입이 싼 것 같기도 하고.’

말해도 상관은 없긴 한데.

─ 집 완전 박살이 났던데, 괜찮은 거 맞지?

우선은 흥분한 은영 누나를 달래는 게 먼저 같았다.

나는 은영 누나에게 차분하게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지한에 대한 것만 빼고.

사연도 길뿐더러 일일이 설명할 시간도 없었다.

아직은 모르는 게 낫다.

‘그 자식 블랙 헌터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 비교해 헌터에 대해 관리가 잘 이뤄지는 편이었다.

게이트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IT 강국이었으니까.

전산 처리 작업 하나만큼은 한국을 따라 올해 나라가 없었다.

한국 헌터들은 헌터 협회에서 관리하는 헌터 네트워크(HN)에 소속이 되어 있다.

해외에 있는 수많은 나라가 한국처럼 HN 시스템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모두가 이 시스템을 따르는 것은 아니었다.

블랙 헌터의 기준은 모호하지만, 넓게 보자면 HN에 소속되지 않은 관리 대상이 아닌 헌터였다.

여기에는 해외 헌터들도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딱히 블랙 헌터 그 자체로 범죄가 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소의 불합리하거나 불편한 건 있겠지만.

애당초 HN라는 시스템도 편리성 때문에 시작한 것이었다.

편하지 않다면 써야 할 이유도 의무도 없었다.

유지한이 블랙 헌터라는 사실이 그냥 의외였을 뿐이다.

─ 다행이다. 그럼 당분간 그 호텔에서 지내는 거야?

─ 아마도 던전 원정 끝날 때까지는 이곳에 있을 것 같아.

─ 같이 던전 들어가자 그러려 그랬는데…….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네.

길드 내에는 라온 길드와 던전 원정에 대한 소문이 전부 퍼져 있었다.

내가 박시우를 통해 티켓 멤버에 포함이 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 이거 끝나고 또 같이 던전 들어가자.

─ 알았어.

긴말하지 않은 채 은영 누나와의 통화를 종료했다.

후식으로 나온 디저트와 함께 모닝커피를 마셨다.

이번엔 정말 박시우에게 연락이 왔다.

중요한 이야기는 전부 끝났으니, 사실상 안부 전화에 가까웠다.

전화를 받은 박시우는 다짜고짜 용건부터 말했다.

─ 지금 네 스탯이 어떻게 되지?

─ 어, 잠시만.

곧바로 상태창을 열었다.

[강한결(소테르)]

-‘시련의 탑’의 차원의 주인입니다.

직급 : 대리자 (8%)

힘 : B (21%)

체력 : B- (11%)

마력 : B+ (30%)

치유력 : C+ (85%)

공적치 : 6,950

스킬 <선(線)> <풍아(風牙)> <달빛 베기> <마력 탐지> <유성참(流星斬)>

탤런트 <소테르 신의 축복> <집행자의 검> <강림>

업적

-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꽤 오랜만에 연 상태창이었다.

치유력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B 스탯에 들어와 있었다.

─ 빠르군.

─ 일단은 수호자니까.

소테르 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 중 최수현을 제외하고는 내가 신의 대리인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 온 사람은 다름 아닌 최수현이었다.

신에게는 간부를 뽑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아직 내 레벨이 낮아서 그렇지, 레벨이 올라가면 간부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혜택을 줄 수가 있는 모양이었다.

예를 들면 전에 최수현이 말했던 ‘스타터 팩’ 같은 게 대표적이었다.

─ 네 성장 속도를 보면 소테르 신이라는 녀석이 잠재력이 있는 신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다.

거참, 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면 될 걸 꼭 그렇게 트집을 잡아야 속이 풀리냐?

잠시 이야기가 샜으나 금방 본론으로 돌아왔다.

─ 그 정도 스탯이면 B급 헌터가 되는 데 별문제는 없겠군.

A급 던전의 최소 입장 기준은 C급 헌터부터였다.

물론, 던전이 사람을 가려 받는 건 절대 아니었다.

안전을 위한 조치일 뿐이다.

이대로 들어가도 상관은 없으나, 아무래도 박시우가 뽑은 헌터가 C급 헌터면 보여지는 이미지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지금 나에게 부족한 건 던전 공략 횟수였다.

─ 필요한 지원을 해 주겠다. A급 던전 공략까지 한 달 안에 B급 헌터가 돼라. 팀이 필요하면 쓸 만한 헌터들로 붙여 주지.

─ 팀은 됐어.

마음은 고마우나 여기서는 혼자 움직이는 게 훨씬 빠를 것 같았다.

솔플을 하겠다는 내 말에 박시우는 별다른 토를 달지 않았다.

─ 대신에 사람 하나만 붙여 줘. 헌터는 아니어도 되니까 던전 정보에 빠삭한 녀석으로.

그 녀석이 앞으로 한 달 동안 내 던전과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해 줄 것이었다.

─ 저녁에 다시 연락하지.

박시우 또한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다.

* * *

[던전이 클리어되었습니다.]

[공적치 정산이 시작됩니다.]

[던전 클리어 시 (전원) + 400]

[모든 몬스터 처리 시 (전원) +800]

[맨 스콜피온 처리 +1000]

[(히든) 오아시스 발견 + 400]

[(히든) 샌드웜 처리 +1200]

[최종 +3,800]

“어휴, 뭔 난리야 이게.”

던전을 빠져나온 나는 신발을 벗어 모래를 털어 냈다.

보스전을 하던 중 난데없이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오아시스와 함께 히든 몬스터까지 나오면서 전투가 전부 꼬였다.

덕분에 공적치를 더 얻은 건 좋긴 한데.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대로변에 있는 택시를 타고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일찍 왔네.”

넓은 스위트룸의 거실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던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김강우.

스물일곱인 그는 내가 처음 개미굴 던전을 클리어하고, 카페테리아에서 보고서를 쓰고 있을 때 나를 찾아왔던 비서과의 남자였다.

비서과에는 대표적으로 길드 내부 행정 업무를 관리하는 제1 부속 비서실과 던전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제2 부속 비서실, 그리고 길드 대표와 마스터급 헌터들을 관리하는 의전 비서실이 있다.

말이 의전이지 이쪽은 그냥 개인 비서나 다름없었다.

월급도 다른 비서들에게는 길드 앞으로 지급되는 것과 다르게 의전 비서실 소속 비서들은 자신이 모시는 헌터에게서 월급을 받는다.

근데 그것도 또 일정 금액은 길드에서 지원해 준단다.

이, 회사란 게 참.

어쨌든 그 탓에 의전 비서실은 모시는 헌터의 업무적인 일을 포함해 개인적인 잡일을 전부 도맡는 편이었다.

김강우는 박시우 직속 의전실 소속 막내 비서였다.

나는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김강우의 앞에 앉았다.

“일찍은 무슨. 원래 오늘 오전에는 나왔어야 했다고.”

“내가 오전은 너무 빠르다고 말했잖아.”

“중간에 오아시스만 안 찾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어. 그리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짜장면은 좀 아니잖아.”

“내가 먹고 싶어서 시켰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잔소리는.”

짜장면을 전부 해치운 김강우가 캔 맥주를 뜯어 마셨다.

처음 만났을 때의 단정한 이미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지금은 그냥 다른 의미로 동네 형 같았다.

강우는 박시우에게 한 달 동안 길드에 출근도 하지 말고 내 서포트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박시우가 까라면 까야 하는 처지였기에 뭐라 할 말은 없었겠지마는 그도 사람인지라 불만이 없을 리는 없었다.

다행히 김강우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과는 별개로 할 일은 하는 남자였다.

김강우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내가 훨씬 일찍 첫 던전을 클리어하고 나온 이후,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다.

나이도 비슷하겠다, 박시우에게 말하지 않는 조건으로 편하게 대하기로 약속했다.

김강우가 짜장면 그릇을 옆으로 치웠다.

“잠깐만, 그런데 너 뭘 찾았다고?”

“오아시스.”

당연히 찾으려고 찾은 건 절대 아니었다.

오아시스라는 말을 들은 김강우가 반응을 했다.

“샌드웜은?”

“있었지. 걸리적거려서 같이 죽였지만.”

다 마신 맥주 캔을 내려놓은 김강우가 깜짝 놀랐다.

“너 헌터 된 지 1년 안 됐다고 그랬지? 대체 정체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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