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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254화 (254/760)

254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1)

하늘을 가르고 나타난 드래곤의 머리가 입을 벌렸다.

입에서 나온 브레스는 대지를 전부 불태워 버릴 기세로 날아왔다.

앞으로 나아간 최수현이 총을 뻗었다.

최수현의 발밑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생긴 마법진이 생겨났다.

“저 녀석이 소테르 신의 반신이든, 아니든 알 바 아니잖아. 나는 지금 화가 났다고.”

은영 누나를 흘끔 바라본 최수현이 심호흡을 하며 마탄을 넣은 총의 총구를 당겼다.

직선으로 날아간 붉은 마탄이 브레스에 부딪혔다.

브레스와 부딪힌 마탄이 사라지며 커다란 방패가 나타났다.

마탄에는 수백 가지에 이르는 종류가 있고, 상황에 따라서 혹은 기호에 따라서 다양한 마탄을 사용한다.

최수현이 가지고 있는 6개의 초월기 중 하나인 <가브리엘의 방패>는 최재형이 가지고 있는 <절대 방패>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랐다.

브레스를 막고 있는 육각형의 방패 모서리에는 동그란 공간이 비어 있었다.

왼손에 있는 총을 쥔 최수현이 연속으로 마탄을 쏘았다.

최수현이 쏜 마탄은 모서리에 날아가 박혔다.

금이 가고 있던 방패가 원래대로 복구되며 브레스를 완전히 막아 냈다.

최수현이 만들어 낸 가브리엘의 방패가 있었던 곳을 제외한 땅들이 엉망으로 변했다.

[나는 꿈의 신, 이 세계에서는 신이라고 해도 나를 이길 수 없어.]

앨리스가 손을 뻗자 대지가 흔들리며 그 사이로 게임을 반복했던 헌터들이 나타났다.

─ 그만하고 싶어.

─ 이런 건 지긋지긋해.

─ 도대체 언제쯤이면 나갈 수 있는 거지?

─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수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듣고 있으면 정신마저 갉아먹을 것 같은 감정들에 최수현이 혼란스러운 듯, 이마 위로 손을 올렸다.

최수현이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참으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소테르 신은 그렇다 쳐도, 거기 두 사람은 왜 이렇게 멀쩡한 거냐? 이 불길한 소리 나만 들려?”

“불길하긴 어디가 불길하다고 하는 거지?”

유지한이 천마검을 꽉 쥐었다.

모든 악의 근원인 마(魔)의 힘을 가지고 있는 유지한에게 이 정도 원한은 원한이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유지한의 반박에 최수현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은영 누나를 바라봤다.

“들리긴 하지만, 상관없어. 내가 겪은 거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거든.”

게임 회귀를 반복한 은영 누나는 이제 어지간한 일에는 눈 하나 끔벅하지 않았다.

“무리할 필요 없어. 저 녀석은 내가 죽일 거니까.”

“착각하지 마라. 여자. 저놈을 죽이는 건 나다.”

은영 누나와 유지한이 경쟁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앨리스를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나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하늘검을 쥔 채 앞으로 달려갔다.

일부러 평소보다 더 보폭을 넓고 빠르게 뛴 탓에 세 사람과 거리가 훅 하고 벌어졌다.

“야!”

“저 자식이……!”

등 뒤에서 최수현과 은영 누나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공간의 영향인지 앨리스와의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앨리스에 대한 원한이 깊다는 건 알고 있다.

신으로서 믿음직한 신도이긴 하지만 앨리스는 내가 쓰러트려야만 했다.

앨리스가 손을 까닥이자 지형이 바뀌며 내 뒤를 쫓던 은영 누나와 유지한과 내 사이가 갈라졌다.

멀게 느껴졌던 앨리스가 코앞에 나타났다.

앨리스가 두 팔을 뻗자 앨리스의 세계에 있던 헌터들과 몬스터들이 우리를 공격했다.

검은 머리의 앨리스가 황금의 검을 꽉 쥐었다.

“덤벼.”

앨리스의 도발에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으며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을 쓰러트린 후 앞으로 나아갔다.

앨리스는 내 공격을 피하지 않고 검을 부딪쳤다.

“내가 싸움을 못 할 거라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

체격에 맞지 않은 커다란 검을 휘두르는 앨리스의 모습에는 어떠한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런 앨리스를 보며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앨리스가 휘두르고 있는 황금의 검은 꿈의 신 앨리스의 신물이었다.

신물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여기가 앨리스의 신전이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어.”

앨리스의 검을 받아친 후 뒤로 물러난 내가 말을 덧붙였다.

“너는 여기서 내 손에 죽을 테니까.”

그녀가 무슨 무기를 사용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었다.

꿈의 신 앨리스는 전 세계 곳곳에 자신의 신전과 연결된 차원 게이트를 만들었다.

신전에 발을 들인 헌터들은 앨리스가 만든 게임의 플레이어가 되었다.

붙잡힌 헌터들이 모시는 신에게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을 일삼은 건 물론이고, 신들을 상대로 일종의 불법 토토 게임을 즐겼다.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의 초식을 밟은 후, 연달아 분광십팔수검(分光十八手劒)의 초식을 밟았다.

밀려난 엘리스가 다시 검을 치켜들자 지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발밑에서 솟아오른 나무 위에 선 앨리스가 검 끝을 나에게 겨눴다.

“이게 다 저 여자 때문이야! 저 여자와 네가 모든 걸 망쳤어!”

앨리스가 말하는 ‘여자’란 은영 누나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3라운드인 결승전을 시작할 때, 201명의 생존자가 있었다.

이건 내 추측이지만 원래 3라운드의 생존자는 201명 같은 애매한 숫자가 아니라 200명이어야만 했다.

은영 누나는 앨리스의 정신 간섭을 받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정신 오염’은 한번 당한 정신계 스킬에 대해 내성을 가지는 스킬이었다.

내성이 생기려면 한 번은 스킬에 걸려야 하므로 유지한도 앨리스의 정신 간섭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뭐지?’

앨리스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확실히 뭔가 이상했다.

필멸자(이제는 초월자가 되었긴 하지만)인 은영 누나가 자신보다 훨씬 더 높은 상위 개체인 앨리스 신의 정신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소테르 신의 힘을 되찾고, 나는 은영 누나의 모든 것을 확인했다.

은영 누나의 스킬이나 기억 그 어디에서도 정신계 스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누나 본인도 왜 자신만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은영 누나에게는 뭔가가 있다.

대부분의 무소속 헌터들은 신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졌지만, 다른 신으로부터 견제를 당해 어비스로 떨어지면서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그에 비해 은영 누나는 존재 소멸을 당하지 않았다.

어쩌면 누나는 무소속 헌터 중에서 유일하게 어비스로 떨어지지 않은 헌터일 수도 있었다.

나는 은영 누나의 이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누나의 이명은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본능적으로 그것이 어비스의 희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나의 말도 안 되는 성장도 어느 정도는 설명이 돼.’

아무리 선천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식으로 헌터 업계에 뛰어든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누나가 다른 헌터와의 간격을 이렇게 빨리 좁히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았다.

게임 회귀를 반복해도 초월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았다.

신이란 위선적이고, 독선적이라.

자신이 낳은 신도가 끝까지 자신의 신도로 있기를 바라지, 그가 자신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서 있기를 원하는 신은 없었다.

‘나는 상관이 없지만.’

정말 만약에 누나가 신위에 오른다면, 나로서는 득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아니었다.

앨리스가 나를 두고 이레귤러라고 말하는 것도 이해는 됐다.

앨리스가 황금의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너의 신도들은, 저 여자는 대체 뭐냐고! 왜 나를 방해하는 거야!”

내 검을 쳐 낸 앨리스가 나와 똑같은 분광십팔수검(分光十八手劒)의 초식을 밟았다.

뒤로 물러난 내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앨리스의 다른 손에서 마총이 생겨났다.

그것은 최수현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총이었다.

총구를 당기자 최수현의 초월기가 발동되며 내 발밑에서 사슬이 올라와 내 몸을 묶었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어.”

내 위로 뛰어오른 앨리스의 손에 있는 검의 형태가 바뀌었다.

검은빛의 얇고 가는 검으로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천마검이었다.

총을 버린 앨리스가 두 손으로 천마검을 꽉 쥐었다.

꿈의 주인인 앨리스는 이 세계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보통의 신들은 자신의 신전을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작은 공간 정도로 생각을 한다.

꿈의 신인 앨리스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세계를 사랑했다.

“천마삼검(天魔三劍) 제일식(第一式).”

앨리스의 다른 손에서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불가살이의 검이 나타났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범접할 수 없는 마의 힘이 다가왔다.

나는 쇠사슬 사이로 하늘검을 치켜들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이 세계에서 앨리스는 자유이다.

아무도 앨리스를 방해할 수 없다.

기억을 되찾고 난 이후에 깨달았다.

내가 왜 소테르 신, 차성진의 기억을 빠른 속도로 잃어버렸는지.

앨리스가 꿈의 신이라면, 왜 이 세계는 이토록 비참하고 저주스러운가.

우리는 즐겁고 행복한 것보다, 불행한 것을 더 오래 그리고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불행을 평생 기억하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다.

앨리스의 정신 간섭, 기억 소실은 그런 자들의 꿈을 이뤄 주는 것이었다.

아르벨리시아 대륙에서 있었던 일들, 차성진으로서 신위에 올랐던 시절의 기억은 내 영혼의 삶에 있어 가장 힘든 기억이었다.

현재의 강한결은 과거의 차성진과는 달랐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걸 혼자 하고, 길잡이였던 스승을 잃고, 세계를 저주했던 그때와는 달랐다.

강한결에게는 믿을 수 있는 동료가, 믿고 의지할 만한(몇 명은 당위성이 좀 의심되긴 하지만) 자들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차성진의 기억을 가장 먼저 잃어버린 건.

신위에 오른 차성진의 영혼을 가진 강한결이 아니라, 온전한 강한결이 되고 싶었던 내 욕망이었던 걸지도 모른다.

“파천아수라(波天阿修羅)!”

유지한의 초월기를 흉내 낸 파천아수라가 나를 향했다.

앨리스는 자유로웠지만, 동시에 진짜가 아니었다.

“너는 가짜야.”

나는 알고 있다.

유지한이 베리타스 신을 향해 사용했던 파천아수라(波天阿修羅)는 이 정도로 약하지 않다.

최수현의 초월기인 <영겁의 사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게 네가 나를 이길 수 없는 이유야.”

하늘검을 중심으로 강한결의 초월 모드인 ‘창천의 구름’이 발동되었다.

이 세계는 앨리스가 빼앗은 사람들의 불행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맑은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이 유지한의 기술을 흉내 낸 앨리스의 파천아수라를 집어삼켰다.

[나는 가짜가 아니야! 이건……. 이건 진짜라고!]

내가 발을 내딛자 발밑이 끝이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로 바뀌었다.

나는 걸음을 빨리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당황한 앨리스가 나에게 마탄을 쏘았다.

해주의 반지가 앨리스가 쏜 마탄을 전부 상쇄시켰다.

만약 저게 진짜 최수현의 마탄이었다면, 해주의 반지가 가지고 있는 반 마법장으로 막아 내는 건 불가능했다.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졌다.

하늘검을 집어넣은 후, 손에 있는 반지에 마력을 잔뜩 불어넣었다.

푸른 빛을 머금은 롱기누스의 창이 생겨났다.

[죽여 버리겠어!!]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앨리스가 두 손으로 황금의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저건 내 ‘하늘과 땅을 가르는 검’의 스킬이었다.

“우선 이건.”

발을 멈춘 내가 롱기누스의 창을 던지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은영 누나의 몫이다.”

손끝에서 창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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