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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317화 (317/760)

317화 백면금모구미호 (3)

잔뜩 찔려 하는 안주혜와 다르게 유지한은 팔짱을 낀 채 태연하게 서 있었다.

평소에는 연기도 못 하면서, 이런 데서는 철면피였다.

‘아니지. 저 자식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놈이 아냐.’

틀림없이 빼앗긴 놈이 잘못이지, 자기는 잘못이 없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오비타는 유지한이 천총웅검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 보였는데.’

녀석은 도쿄성에 있는 닌자 중에서도 꽤 고위급 간부였다.

성주인 마에하라도 모르는 걸 보면 내부에서 꽤 보안에 신경을 쓴 것 같아 보였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좋지.’

보아하니 유지한과 안주혜는 그 사실을 밝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은영 누나가 마에하라에게 말했다.

“최소한 누가 가지고 갔는지도 모르는 거야?”

“글쎄요. 황성에서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직접 황성에 가지 않는 이상 정보는 거기까지 알아내는 건 힘들어요.”

“뭐, 천총운검에 대한 얘기는 나중으로 해도 되지 않겠어? 야마토 놈들도 도둑맞은 거라면서? 녀석들도 이를 악물고 범인을 찾겠지. 그럼 다시 우리가 가지고 오면 되는 일이잖아.”

“그게 말처럼 쉽나요?”

마에하라가 말 같지 않은 소리라며 나를 노려봤다.

“그럼 어찌할 건데? 어차피 도쿄성과 싸울 생각 아니었어? 그것도 아니면 녀석들보다 먼저 천총웅검을 훔쳐 간 범인을 찾을 자신과 시간이라도 있어?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내가 일방적으로 따지듯 캐묻자 마에하라가 입을 꾹 다물었다.

“후, 알겠어요. 그럼 앞으로의 제 계획을 말씀드릴게요.”

“좋아. 진작 그럴 것이지.”

“백면금모구미호 덕분에 시간을 벌긴 했지만, 길어야 며칠이에요. 그 이상 머물렀다가는 의심을 받을 거예요.”

“넌 어차피 칠복파 소속이잖아.”

“맞아요. 그리고 다이토구는 저주받은 숲 때문에 주로 용병 헌터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요. 말이 용병이지, 히가시 신의 신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다이토구에 갇혀 있는 신세나 마찬가지지만요.”

“불만이 없진 않겠네.”

마에하라가 용병들을 이끌고 도쿄성에 합류하라는 건 사실상 그들을 한반도 침략의 방패막이로 사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고 난 이후, 저는 이날만을 기다려 왔어요. 다이토구는 히메를 중심으로 반란을 선포할 거예요.”

“괜찮겠어?”

“이건 저와, 히메의 의지예요.”

“히메의 의지는 칠복파의 의지이기도 하지. 다이토구가 중심이 되면 분명 여기저기 숨어 있는 동지들이 몰려들 거다.”

유우지가 마에하라의 말을 거들었다.

보아하니 저쪽은 이야기가 완전히 끝난 것 같았다.

그럼 남은 건 우리 쪽의 선택인데.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가 물어보려던 찰나 은영 누나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난 찬성.”

“야, 송은영! 그걸 그렇게 막…….”

“고민해 봤는데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래. 그렇다고 우리끼리 도쿄 성에 쳐들어갈 수는 없잖아? 난 그것도 상관은 없지만.”

“누님이 찬성한다면 저도 찬성입니다!”

“저는……. 그, 딱히 선택지가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찬성?”

은영 누나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좋다는 최재형과 열도에 와서 별의별 꼴을 다 보고 자존감이 좀 떨어진 것 같은 채설하가 조용히 찬성표를 던졌다.

최수현이 한숨을 쉬며 초아를 흘끔 바라봤다.

우리보다 먼저 다이토성에 머문 초아는 마에하라의 계획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최수현이 혹시나 싶어 안주혜와 유지한을 바라봤다.

“뭐? 알아서 해. 왜 그걸 나에게 물어보는데?”

“……라고 하네. 난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빼 줘.”

“망할 놈들. 난 반대야! 우리가 창세의 나무 베어 버리려고 왔지, 이것들 전쟁하는 거 도와주러 온 줄 알아?”

최수현이 쓸데없는 전쟁에 끼는 건 사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전쟁이 그렇게 쉬워? 우리가 껴서 도쿄성을 쓰러트린다고 쳐, 전후 처린 어떻게 할 건데? 이 자식들이 열도 다 먹고 난 다음에 뒤통수칠지 어떻게 알아?”

“히메는 그런 짓 안 합니다. 말씀이 너무한 것 아닙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리에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최수현에게 끼어들었다.

현실적인 건 최수현의 성격이기도 했다.

“너무해? 너무한 건 그쪽이지. 우리 전력을 이용해서 도쿄성을 쓰러트리겠다는 거잖아. 네가 전쟁이라는 걸 해 보긴 했냐?”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 수라장을…….”

“그런 거 말고. 진짜 전쟁을 해 봤냐고. 잘 들어, 다이토성을 중심으로 칠복파가 뭉치게 되면 더는 돌이킬 수 없다. 그쪽이 전부 뒈지든 저쪽이 뒈지든 끝장을 봐야 해.”

“알고 있습니다.”

에이토가 그 정도는 각오했다며 주먹을 꽉 쥐었다.

“힘든 싸움이 되겠죠.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했습니다. 그리고 그대들이 저희의 싸움에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우리가 에이토를 도왔던 건, 칠복파의 바람 역시 창세의 나무를 쓰러트리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칠복파와 야마토의 전쟁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본 최수현이 어깨의 힘을 풀며 말했다.

“뭐 해 줄 건데?”

“……네?”

최수현의 말에 에이토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럼 그렇지.

최수현이 게거품 물고 반대할 때부터 당연히 저렇게 나올 줄 알았다.

“아, 너희들이 잘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를 국가로 치면 내가 외교부 장관쯤 되거든?”

“그런 거였어요?”

당황한 에이토가 우리를 바라봤다.

최수현이 누가 말할세라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전후 처리. 확실하게 해서 대가를 받을 게 아니라면 우리는 이번 일에서 빠지겠어.”

“그 대가란?”

“이권.”

“무, 무슨 말을……! 그럼 열도를 그대 나라의 식민지로 삼겠다는 뜻인 건가?”

“누가 식민지로 삼는 댔냐? 비약이 심하네. 그건 최악의 경우겠지만 외세를 끌어들인 데에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그게 전쟁이다. 애송아.”

최수현이 다소 거만할 수 있는 태도로 짝다리를 짚으며 유우지를 바라봤다.

“하나만 물어보지요.”

“뭔데?”

“히메는 야마토와의 전쟁에 그대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천황의 명패를 가지고 온 초아의 실력은 알지만, 나머지 사람들의 실력은 의심이 되는군요.”

“마에하라. 이자들은…….”

“예. 히메를 구하고 여기까지 데리고 와 준 자들이죠, 분명 실력은 뛰어나지만, 그게 다 아닌가요? 전 보는 것만 믿거든요.”

“실력 증명이 필요하다?”

“어머, 특히 저는 그대의 실력이 가장 의심되는걸요? 그대는 무엇을 근거로 저희와 전후 처리를 논하는지요? 마치 그대들이 전쟁에 참여하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듯이 말씀을 하지 않나요? 그건 대체 어디서 온 오만이죠?”

마에하라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최수현의 말을 받아쳤다.

최수현이 한 방 먹은 듯 입을 살짝 벌렸다.

옆에 있던 은영 누나가 가볍게 웃음을 참았다.

이제 슬슬 내가 끼어들어야 할 타이밍인 것 같았다.

“용병들은 어때? 그들을 전력으로 삼을 순 없어? 어차피 야마토에 충성하는 자들도 아니잖아.”

“왜 갑자기 그 얘기가…….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들에게 칠복파의 대의를 설명한다고 해서 따라올 것 같지는 않아요.”

“힘의 문제지.”

“네?”

“대의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힘을 증명할 수단이 있다면 용병들도 칠복파를 따라서 오지 않겠어? 수현이 형은……. 오만하긴 한데, 그걸 형에게 면전에 대고 한 사람은 그쪽이 처음이라.”

“야! 강한결, 너 누구 편이야!”

“보다시피 이런 사람이긴 하지만. 강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내가 최수현의 편을 들자 다시 최수현의 콧대가 올라갔다.

하여튼 단순하긴.

“벽면금모구미호를 쓰러트려 주지. 나와 유지한이.”

“그래, 내가……. 잠깐, 내가 아니라 유지한?”

“왜 형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내가 어림도 없다며 최수현을 노려봤다.

다이토구에 용병들이 많이 몰리게 된 건 벽의 근처에 생긴 저주받은 숲 때문에만은 아니었다.

검은 악마와 나무뿌리들이 저주받은 숲 구역을 넘어 쳐들어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저주받은 숲 근처에 자리를 잡아 버린 백면금모구미호가 근처의 검은 악마와 나무뿌리들을 지속해서 밀어내고 있는 게 문제였다.

“백면금모구미호를 쓰러트리고 오겠다구요?”

“응. 쓰러트려 줄게.”

“그게 어떤 몬스터인지 알고 계세요?”

“존나 센 놈?”

“당신이 처음 다이토성에 왔을 때, 백면금모구미호의 독 때문에 죽을 뻔했어요. 솔직히 그 독을 맞고 그렇게 오래 살아 있는 사람은 처음 보기도 했구요. 보통은 스치기만 해도 즉사예요.”

“거기에는 여러 가지 사연이 있어서.”

엄밀하게 말하면 벽에 상처를 내기 위해 힘을 과하게 사용한 탓이 더 컸다.

백면금모구미호의 독이 마력이 부족해 약해진 내 몸에 빠르게 스며든 게 문제였다.

“제안하지. 백면금모구미호를 쓰러트린 공은 너희에게 넘겨줄게.”

“네?”

“대충 그놈 꼬리 같은 거 가지고 오면 되지 않을까? 구미호니까?”

“뒷동산에 다녀오는 것처럼 말씀하시지 말아 주세요. 그 구미호는 무려 50년 동안 아무도 사냥하지 못한 요괴 중의 요괴라구요!”

“그래서? 아무도 처리하지 못하니까 언제까지고 내버려 두자고? 백면금모구미호를 처리하면, 칠복파가 건재하다는 걸 보여 줄 기회가 돼. 그리고 그건 도쿄성의 입장에서 큰 위기로 다가오겠지. 한반도 정벌을 위해 야마토 놈들이 지방에 과한 요구를 하고 있다면서? 기회를 보다가 칠복파에 붙고 싶어 하는 놈들이 없을까?”

“백면금모구미호를 처리만 한다면요. 그럼 그 공을 저희에게 넘겨주면 그대들이 얻는 건 뭔가요?”

“수현이 형이 말한 대로. 전쟁이 끝났을 시 열도는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어떤 식으로든.”

“참고로 난 지는 싸움은 안 하는 주의다.”

내 말에 마에하라가 에이토를 흘끔 바라봤다.

이걸 결정하는 건 마에하라가 아닌 에이토여야 했다.

“좋아. 그렇게 하지.”

“히메……! 저들이 무슨 요구를 할 줄 알고 그러는 겁니까? 저들은 자신들의 국가를 위해 열도에 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도 알아. 하지만 야마토와 창세의 나무를 쓰러트리지 않으면 열도의 미래는 없어. 그리고……. 아무리 마에하라와 칠복파 헌터들이 모여 준다고 한들. 야마토를 상대하기에 부족한 건 사실이야. 우리에겐 저들이 필요해. 우리마저 포기한다면 열도의 미래는 없다.”

“후우, 히메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네요. 좋아요. 그럼 그대들이 말한 대로 백면금모구미호를 쓰러트리고 온다면 저도 전쟁이 끝난 후, 전후 처리에 협력하도록 하죠. 그만한 힘이 있다면요.”

“좋아.”

“기한은 일주일이에요. 그대들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줘요.”

마에하라가 말한 일주일이라는 건 도쿄성에 가기로 약속한 날짜였다.

그 날짜를 넘기면 마에하라는 어떤 식으로든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는 충분히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회의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죠. 저는 일정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게요.”

마에하라를 포함해 열도 측 헌터들이 먼저 자리를 나갔다.

은영 누나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한결아, 나도 같이…….”

“누나. 이건 나랑 유지한이 가야만 해.”

“…….”

“위험한 짓 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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