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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358화 (358/760)

358화 최수현 (2)

“진짜라니까……. 나 맞았다고! 얼굴을 봐! 이게 어딜 봐서 때린 얼굴이야!!”

최수현이 억울하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순간 시선이 몰리자 임우현이 몸을 틀어 최수현의 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커흑…… 이…….”

무릎을 반쯤 꿇은 최수현이 눈물을 머금으며 임우현을 올려다봤다.

임우현.

생긴 것만 보면 길에서 흔하게 찾아볼 것 같은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었지만,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청월 길드의 마스터 헌터이자 차기 길드 대표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동시에 어린 나이에 각성자가 된 최수현의 헌터 보호자 역을 담당하고 있었다.

대체 어느 보호자가 교무실에서 마력이 실린 주먹을 진심으로 때리겠냐마는.

최수현이 그간 저질렀던 일들을 생각하면 맞아도 쌌다.

그 모습을 지켜본 주임 선생님이 깜짝 놀랐다.

“저, 저기……. 수현이가 평소에 사고를 많이 치긴 하지만, 오늘은 믿기 힘들게도 정말 맞은 거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그…….”

“상대가 각성자도 아닌 비각성자인데, 수현이가 맞았을 리가 없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때린 친구와도 잘 이야기할 테니 이번에는 넘어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맞았다니…… 으윽…….”

고개를 숙이던 임우현이 최수현을 강하게 노려봤다.

살기까지 담은 시선에 최수현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말했다.

“먼저 가서 시비를 걸었던 건 나니까. 내 잘못도 없지 않지. 쌍방 과실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수현이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다시는 시우와 싸우지 마라.”

“알았다니까요.”

선생님의 잔소리에 최수현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청월 길드의 마스터급 헌터가 고개를 숙이는데 선생님도 차마 일을 키울 수는 없었다.

최수현은 임우현이 시키는 대로 복도에 나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끝에서 박시우의 모습이 보였다.

태연하게 걸어오는 박시우를 본 최수현이 이를 꽉 악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었지만, 임우현 앞에서 싸움박질했다가는 배에 주먹 한 대 얻어맞은 걸로는 끝나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어린 나이에 각성한 헌터들은 현장 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소속된 길드에 따로 보호자를 둬야만 했다.

‘재수도 없지.’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닌 저 망나니가 보호자라니 말이다.

최수현이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박시우를 진심을 담아 노려봤다.

“학생이면 교복 입고 다녀라. 외부인인 줄 알았잖아.”

“야! 내가 바빠서……!! 이게 진짜!”

최수현이 주먹을 드는 순간 교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임우현을 본 최수현이 흠칫 놀랐다.

박시우가 두 사람을 무시한 채 조용히 학교를 빠져나갔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임우현이 최수현을 향해 말을 걸었다.

“꼬맹이, 이 뒤에 뭐 해?”

“집에 갈 건데. 어차피 오늘은 일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럼 태워 줄게.”

“네 차에 타라고? 싫어!”

“집에 데려다주는 거 아니거든?”

“그럼 어디 가는데?”

임우현이 불만이 가득한 최수현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웃었다.

“우리 집. 한잔하고 싶은 기분이거든, 어울려 줄 거지?”

“마음대로 해라!”

임우현의 손을 쳐 낸 최수현은 맞았던 배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대충 때리는 시늉만 하든가.

아프긴 더럽게 아프게 때리고.

* * *

임우현의 집은 강남에 있는 고층 타워팰리스였다.

최수현은 노을이 지는 창문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쓸모없이 좋은 집이네.”

“길드에서 적당히 내준 집이야.”

“거 잘난 길드에서 잘나가서 좋겠수다!”

창문에 손을 기댄 최수현이 고개를 돌린 채 으르렁거렸다.

임우현이 넥타이를 풀고, 셔츠의 소매를 접었다.

“집은 너희 집이 더 좋을 거 아니야.”

“우리 집이 좋기는 무슨. 더럽게 넓기만 하고. 여긴 높잖아.”

“수현이는 말이야, 높은 게 좋아?”

“낮은 것보다야.”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 기분이 좋다.

모든 걸 볼 수 있고, 동시에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보지 못한다.

누구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해방감이야말로 최수현이 찾고 있었던 진정한 자유였을지도 몰랐다.

최수현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임우현이 냉장고에서 안주와 캔 맥주를 꺼냈다.

임우현은 부엌의 중간 지점에 길게 만들어져 있는 바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임우현이 그만 오라며 최수현을 향해 손을 까닥였다.

앞에 앉은 최수현이 테이블에 놓여 있는 맥주를 흘끔흘끔 바라봤다.

“네 건 이거.”

임우현이 뒤쪽에 있는 음료수 캔 하나를 최수현에게 내밀었다.

탄산이 들어간 캔 음료수였다.

최수현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임우현을 보자, 그가 손을 휘휘 저었다.

“어린애는 음료수나 마시라고.”

“살인은 되고, 술이랑 담배는 안 되는 건 뭔데?”

“아, 너 최근에 던전에서 사람 죽였댔지. 첫 살인? 기분이 어땠지?”

“그런 거 물어보지 말라고.”

“하하! 미안, 미안. 난 내가 첫 살인을 했을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서 말이지. 그러니까 더더욱 안 돼.”

임우현이 캔 맥주로 향하는 최수현의 손을 쳐 냈다.

진득한 담배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최수현이 마지못해 임우현이 준 보리 맛 캔 음료수를 따 입에 털어 넣었다.

“으엑, 맛없어.”

도대체 이런 걸 누가 만들었단 말인가.

“술이랑 담배야말로 진정한 어른의 특권이라고, 아쉬우면 머리가 작은 걸 탓하든가.”

“그놈은 각성자였어.”

임우현의 말을 자른 최수현이 캔을 내려놓았다.

박시우는.

그 녀석은 각성자가 틀림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수현은 그 사실 하나만큼은 확신하고 있었다.

“나도 알아. 그런데.”

임우현이 태연하게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었다.

임우현의 손에 있는 맥주캔의 끝이 최수현의 이마에 난 상처에 닿았다.

“사고를 치는 건 좋아, 아니. 쳐도 돼.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세계를 사는 건 아니야. 어차피 네 세상은 그 녀석들과 달라. 그러니 나는 네가 무슨 짓을 벌이든 이해해 줄 수 있어.”

“…….”

“하지만 말이다. 쳐도 되는 대상이랑 아닌 놈이랑은 구분 좀 하자. 응? 너 걔가 누군지 알긴 알고 시비를 건 거냐?”

임우현이 흘러내린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최수현을 바라봤다.

각성하는 건 보통 성인 때 즈음이지만, 간혹 드물게 어린 나이에 각성하기도 한다.

최수현은 그런 또래 각성자들 중에서도 성인 못지않은 실력과 능력을 갖춘 각성자였다.

최수현의 지도자인 임우현은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은 언젠가 거물이 될 녀석이다. 지금의 나보다 강해지는 건 금방이겠지.’

선배의 역할은 능력이 있는 후배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인도하는 것이었다.

임우현의 말에 최수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냥 전학생 아니었어?”

“네가 그 녀석이 각성자라며. 미성년자인 각성자가 정체를 숨긴 채 학교에 전학을 온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듣고 보니 그렇네.”

어린 나이에 각성하는 건 생각보다 성가신 것들이 많았다.

현장에 투입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아동학대나 인권 문제 등에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었다.

길드에서 마스터급이나 되는 임우현을 보호자로 붙이고, 최수현을 애지중지하는 이유도 다 그것 때문이었다.

최수현의 대답에 임우현이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애네.”

“누가 애야!”

“박시우라는 이름을 듣고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니.”

“그러니까 걔가 그렇게 대단한 놈이야? 어? 내가 어떻게 알아!”

최수현이 쾅, 하고 바 테이블을 내리찍었다.

임우현이 흔들리는 맥주캔을 붙잡으며 팔을 괬다.

“너에게는 너무 어려운 문제였나 보군. 좋아, 그럼 질문을 바꿔 보도록 할까? 박씨 가문에 대해 알고 있지?”

“1세대 각성자가 나온 이후로 쭉 초월자를 배출하는 명문 가문……. 잠깐, 그 녀석이?”

“한 번만 더 테이블 치면 확 창밖으로 던져 버린다!”

“알았어, 알았다고.”

최수현이 급하게 손을 아래로 내려놓았다.

“소문으로만 들었어. 솔직히 반쯤 거짓말인 줄 알았고.”

각성과 유전의 관계에 대해서는 불확실한 점들이 너무 많았다.

부모가 각성자라고 해서 반드시 자식이 각성자가 되리라는 법은 없는 게 이 세계였다.

“대개 그런 수상한 집안에는 비밀이 많은 편이지. 예전에 우연히 그쪽 집안과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청부 살인?”

“꼭 대놓고 말해야겠니?”

“사실이잖아.”

임우현의 저격 실력은 전 세계에 있는 마탄의 사수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났다.

대외적으로는 청월 길드의 마스터 헌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던전에 들어가는 횟수보다 던전 밖에서 사람을 죽이는 횟수가 더 많은 자였다.

“됐으니까. 잠자코 들어. 어른이 말하는데 어디 말대답이야.”

어른은 무슨.

최수현은 짜증을 내는 임우현의 앞에서 차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한 집안에서 초월자가 연달아 나온다? 이런 건 말이 안 되거든.”

“그래서?”

“간혹 있어. 각성과는 또 다른 능력을 가진 자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뭐……. 대충 ‘이능력자’ 정도로 부르면 돼. 그러니까 처음부터 초월자가 연달아 나타난 게 아니야. 처음부터 한 명이었던 거지.”

임우현이 맥주 대신 양주를 꺼내 와 잔에 따른 후 마셨다.

맥주를 마신 후에 양주라니.

대체 무슨 조합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최수현은 임우현이 하는 말을 끊고 싶지 않았다.

임우현의 말대로라면 그 집안의 초월자는 처음부터 한 명이었다는 건데.

“어떻게 그게 가능해?”

“엥? 그거야 나도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르면 왜 말을 한 거냐고! 결국, 그건 네 가설인 거잖아!”

“가설이 아니다. 사실이지.”

“…….”

“어떻게, 냐고 물어본다면 나도 대답을 해 줄 방법이 없어. 하지만 몸을 옮겨서 생존을 연명하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물어본다면 가능해. 그리고 박시우라는 애는 그릇이다. 처음부터 그렇게 된 건 아냐. 소문에 의하면 위에 형이 하나 있는 모양인데, 형에게는 그릇의 자격이 없는 듯해.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좋은 거 아니야?”

최수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대로 이어서 초월자를 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게 아닌가.

담배를 끈 임우현이 씁쓸하게 웃었다.

“글쎄, 누군가에게는 축복이고 누군가에게는 저주가 아닐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내가 한 명이라고 말했잖아. 그릇은 그릇의 역할만 하면 돼.”

“그 말은…….”

“방법은 몰라. 난 그쪽 가문의 관계자도, 뭣도 아니니까. 하지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 녀석 죽을걸. 아, 육체는 살아 있으니 죽는 게 죽는 건 아니긴 하겠지만. 그러니 자신이 자신이라고 생각할 때 최대한 많은 걸 하게 해 주려고 하는 거지.”

“뭐야 그게.”

나지만, 내 몸이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된다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상황에 최수현은 당혹감을 넘어 불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녀석은 그걸 알면서도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건가?

그건 마치.

“살아 있는 인형이나 다를 게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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