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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385화 (385/760)

385화 111111이 뭔데 새끼야 (4)

말 같지도 않은 패키지 구성을 본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그래도 마이너스인데 저걸 사면 대체 얼마나 밑바닥으로 떨어질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넌 샀냐?”

“그럼 어떡해? 맨몸으로 싸울 수는 없잖아. 아까도 말했지만, 난 죽고 싶지 않아. 살아 있을 수만 있다면 이런 불합리한 대우 몇 번이든 참을 수 있어.”

“그 괴물이라는 게……. 하아, 됐다.”

이재운은 공적치가 0이 되어 괴물이 되는 걸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재운이 말하는 ‘괴물’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지금의 나로서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빌어먹을 아이템 상점에서 등을 돌렸다.

“내, 내 무기는 안 줄 거다!”

“필요 없어!”

“네가 히스를 맨주먹으로 쓰러트릴 정도로 강한 녀석이라는 건 인정해. 하지만 모의전이나 배틀 로열은 장난이 아니야.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딴 쓰레기 무기를 들고 싸울 바에는 맨주먹이 낫겠다.”

입구로 돌아온 나는 이재운을 포함해 다른 유저들이 있는 무기들을 확인했다.

제법 괜찮은 무기를 들고 있는 유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딱 봐도 싸구려 양산형 같은 무기들이었다.

“난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는 하루만 더 늦게 일어났으면 폐기 처리가 될 뻔했다.

이재운은 처음부터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상관없긴 하지만.

[10초 후 모의전이 시작됩니다.]

눈앞으로 상태창이 나타나며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0초가 되자 발밑으로 커다란 빛이 생겨나더니 강제로 필드에 소환이 되었다.

200명 남짓한 유저들이 소환된 곳은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에 검은 돔이 씌워져 있는 장소였다.

“여긴 또 뭐야?”

“가상 공간이야. 게임은 게임 마스터인 GM이 결정해.”

“GM? 그 녀석도 콜로세움 관리자 측이냐?”

“아니, GM은 프리랜서야. 콜로세움 측에 고용된 사람들이라고 알고 있어. 나도 그 이상은 잘 몰라.”

이재운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검은색이었던 돔의 색이 변하며 그 위로 웬 파티 차림을 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의 뒤로 웬 숫자판 하나가 나타났다.

[1]에서 시작한 숫자보다는 천천히 올라가더니 [300] 언저리에서 그쳤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안녕하세요! 이번 게임의 사회를 담당하게 된 GM…….>

“헐, 하롱하롱이다!”

“하롱하롱이 왜 여기와?”

“대박,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머,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니 기쁘네요. 어쨌든 진행을 위해서니까 조금 조용히 해 주시겠어요?>

그녀가 입술 근처로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빙긋 웃었다.

뭐야? 기분 나쁘게, 왜 저래?

“하론이 누구야?”

“하롱하롱입니다! 형님. 한때 랭킹전 방송계를 주름잡았던 희대의 아이돌 하롱하롱!”

옆에 있던 히스가 난데없이 끼어들어 하롱하롱인지 하늘인지 하는 녀석에 대해 주절주절 풀어놓았다.

“크흑……. 콜로세움에 있으면서 다시는 못 보게 될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왜 콜로세움 방송 같은 걸 하는 거지?”

“재능 기부겠지!”

“콜로세움 방송이 왜?”

“형님, 콜로세움은 낙오자들만 모여 있는 곳입니다. 네임드 GM이 이런 밑바닥 방송을 할 리가 없죠.”

아무래도 녀석들은 자기들이 밑바닥이라는 데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듯싶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롱(솔직히 두 번 부르기 귀찮다)을 바라봤다.

나이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20대 초반의 청순한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아, 최재형이 더 예쁘게 생겼…….’

이런 말 하면 걔한테 얻어맞으려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재형은 진상혁을 잘 따랐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순간, 진상혁을 말리지 못한 건 분명히 내 잘못이었다.

‘빌어먹을.’

나의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거나 떠올리는 건 너무 끔찍한 일이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나는 돌아간다.’

이건 유지한이 나에게 준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기회를 헛되이 쓰고 싶지 않았다.

<자, 그럼 오늘의 모의전 룰렛 돌아갑니다!>

그사이 하롱이라는 여자가 커다란 룰렛을 돌렸다.

룰렛이 돌아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 폭죽과 함께 커다란 글씨가 나타났다.

[환수(幻獸) 레이스]

“어머, 오늘의 게임은 환수 레이스네요! 5분 뒤에 시작합니다!”

설명은!

이 세계는 뉴비(?)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재운을 불렀다.

“자, 설명해 봐. 저게 환수 레이스가 뭐야?”

“너 진짜……. 여기 왜 왔냐?’

“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말 안 해도 빨리 꺼져 줄 테니 걱정 마라.”

“하아, 환수 레이스는 솔직히 가장 생존율이 낮은 게임 중 하나야. 모든 유저들은 100점짜리 생존 포인트를 가지고 시작해. 그리고 동시에 검은 별이 나타나. 환수는 검은 별을 가진 유저를 우선적으로 공격하거든. 일종의 타기팅 같은 거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시간이 늘어날수록 생존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늘어나. 환수에게 공격을 당하거나 부상을 입으면 생존 포인트는 내려가고.”

“검은 별이 걸리면 어떻게 해?”

“검은 별은 5분 단위로 바뀌어, 살아남는 방법은 5분 동안 환수의 공격을 피하거나 다른 유저에게 검은 별을 전가하는 것뿐이야.”

“검은 별을 넘길 수도 있어?”

“터치만 하면 돼.”

“룰은 그게 끝?”

“게임이 끝나 갈 즈음에는 검은 별의 개수가 증가해, 제한 시간은 3시간 정도이고. 룰은 이게 다야.”

나는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생존 포인트를 확보하려면 최대한 검은 별이 걸리지 않아야 했다.

<자! 그럼 게임 스타트!>

하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돔이 넓어지더니 주변 일대가 아무것도 없는 평지에서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다.

“아, 맞다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저 여자의 뒤에 있는 숫자판은 뭐냐?”

300 언저리에서 왔다 갔다 하던 숫자는 실시간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 시청자 수야.”

“시청자는 누군데?”

“콜로세움 바깥에 있는 모든 유저. 우린 검투사 신세지만 콜로세움 밖에 있는 녀석들은 달라. 랭킹전에 참여할 수도 있고, 관객으로서 구경할 수도 있어.”

“근데 왜 300명밖에 안 돼?”

당장, 이 방에 있는 사람들만 해도 200명 가까이 됐다. 200명짜리 인원을 굴려서 300명짜리 시청자를 확보한 거면 아무리 생각해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뭘 기대해? 우린 질 나쁜 최하위 방송이라고. 그나마 정액제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으니까 먹고사는 거지.”

“다른 방송은?”

“방송마다 달라. 다시 보기로 돈을 벌기도 하고, 방송 시청료로 벌기도 하고 다양해.”

나와 이재운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가짜로 만들어진 땅이 흔들리더니 괴물 한 마리가 나타났다.

5m가 넘어 보이는 녀석은 염소의 뿔과 얼굴에 12개의 팔, 그리고 6개의 다리가 있는 몬스터에 가까웠다.

부저가 울리자 몇몇 유저들의 머리 위로 검은 별들이 생겨났다.

환수라고 소환된 거대한 산양 밑으로는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도마뱀(?)같이 생긴 몬스터들이 무기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너 뭐, 뭐 해? 안 도망쳐?”

“이 게임은 결국 생존 포인트가 가장 많은 놈이 이기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최대한 안 맞고 도망치면 돼! 아까 설명했잖아.”

“아니, 아니. 내 말은 저놈들한테 맞거나 다치면 생존 포인트가 떨어지는 거잖아.”

“그게 뭐!”

“저놈들이 없으면?”

“그러니까 저놈들이 전부 사라지면? 생존 포인트를 깎아 먹을 놈이 없다는 거잖아.”

“마, 맞는 말이긴 한데……. 가, 가끔 새끼 환수들을 쓰러트리는 녀석이 있긴 하지만 환수를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아니, 애당초 환수를 쓰러트린 놈이 콜로세움에 있을 리도 없고 여러 가지로.”

이재운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여길 나가야 해.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간다고 한들 중층부에 대한 정보가 없거든.”

“그, 그래서?”

“히스 놈을 데려가는 것보다 널 데리고 나가는 게 훨씬 이득일 것 같아서 말이야. 같은 한국인이기도 하고?”

“나를 데리고 나가 주겠다고?”

“그래. 선택은 자유지만.”

이재운이 못 미덥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사이 수풀 사이에서 한 남성이 튀어나와 손으로 내 어깨를 터치하고 도망쳤다.

타기팅이 되는 검은 별은 상대를 터치하면 별을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검은 별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게서 도망을 치는 것도 생존 방법이라면 방법이었다.

“뭐, 지금 당장 나를 따라서 오라는 얘긴 안 해. 너도 내 실력에 대해 의심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말야.”

“그건…….”

“두 번째 제안은 없다. 이 게임이 끝난 후 제안을 할 테니까 그때 결정해.”

나에게 검은 별이 생기자 근처에 있는 새끼 환수 서너 마리들이 다가왔다.

타앗.

바닥을 박차고 뛰어간 나는 검이 있는 것처럼 주먹을 꽉 쥐며 자세를 잡았다.

크에에에엑.

풍아(風牙)를 사용한 것처럼 바람이 일어나더니 다가오던 새끼 환수들의 팔과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 나가며 아래로 떨어졌다.

“믿을 수 없어. 검도 없이…….”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누군가 새끼 환수를 죽였어!”

“대체 누가…….”

근처에 있던 몇몇 유저들이 내 모습을 보더니 저들끼리 속닥였다.

나는 한 번 더 심검(心劍)을 사용해 남아 있는 새끼 환수들을 죽였다.

내가 동료들을 쓰러트리자 다른 화가 난 몇몇 환수들이 타기팅을 풀며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짐승같이 생긴 새끼 환수 한 마리가 긴 손톱을 이용해 내 등 뒤를 노렸다.

내 발밑으로는 이미 새끼 환수에게 사망한 유저의 시체가 있었다.

그가 사용하던 검으로 추정되는 것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몸을 살짝 숙이자 환수의 손톱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일어난 나는 바닥에 있는 검을 위로 차올린 후 들어 크게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검을 크게 휘두르자 새끼 환수의 몸이 잘려 나갔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어차피 구독형 싸구려 콜로세움.

GM이라고 해도 할 일이 없고, 적당히 시간만 보내면 됐던 하롱은 하품을 하며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아래쪽이 소란스러워서 무슨 일인가 싶어 내려다보자, 처음 보는 유저 하나가 새끼 환수를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어, 어어어? 이게 무슨 일이지?’

새끼 환수라고 해도 환수는 환수였다.

게다가 저 검은 줘도 안 가진다는 콜로세움 전용 양산형 싸구려 검이었다.

실력 있는 녀석이라면 한두 마리 정도는 쓰러트릴 수 있지만, 저건 어쩌다 쓰러트린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GM. 하롱하롱. (본명 김지민)

전직 아이돌.

GM 경력만 10년 차인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건 하이튜브 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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