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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420화 (420/760)

420화 나를 속였구나! (3)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정도로 진심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유지한이 억울하다는 듯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샹들리에 위에 있던 최수현이 점멸을 사용해 아래로 내려왔다.

“너넨 또 왜 싸우고, 난리인데! 주변 좀 봐라!”

자신 있게 소리를 지르긴 했으나 최수현은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유지한과 박시우 사이에 정체 모를 불화가 일어난 건 아닌가 걱정했다.

유지한이 시키는 대로 움직인 게 잘못인 건지, 아니며 유지한이 이제 와서 배신할 리가 없다고 믿은 게 잘못인지 알 수 없었다.

“아. 그러냐.”

화를 낼 줄 알았던 최수현의 예상과는 달리 유지한은 순순히 최수현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라이트 세이버를 내려놓았다.

“뭐야, 꽤 얌전하네? 너 진짜 왜 싸운 거냐?”

“싸워 보고 싶게 생겼잖아.”

유지한은 류양의 라이트 세이버를 어깨너머로 휙 던졌다.

류양의 라이트 세이버는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5세대 제품이었다.

같은 라이트 세이버라고 해도 초기 제품에 비해 최신 제품이 내구도나 성능 면에서 차이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박시우가 사용하는 7세대 라이트 세이버와 쉴 틈 없이 부딪힌 탓인지 류양의 라이트 세이버는 금방 내구도가 닳아 버렸다.

최수현은 유지한의 중얼거림에 어이가 없다며 코웃음을 쳤다.

농담으로 한 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유지한은 꽤 진지했다.

박시우는 강하다.

다른 나라의 헌터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 헌터들의 수준이 높은 건 맞지만, 그중에서도 독특한 편이었다.

최수현은 싸움의 방식 자체가 달라서 상대할 필요조차 없고, 검을 부딪칠 일이 많았던 강한결과 다르게 레이드 이후 유지한은 박시우와 직접 붙어 본 적이 없었다.

의도한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으나 박시우는 매번 일이 끝난 후 뒷정리를 담당하러 올 때가 더 많았다.

유지한이 한국 헌터의 편에 붙고 난 이후에는 박시우가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걸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싸워 보고 싶게 생긴 건 또 뭐야?”

“자, 잠깐…… 저 사람은 바, 박시우…… 왜 박시우가 여기 있는 겁니까? 그, 그보다 당신은 대체…….”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지한과 최수현을 본 자수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몇 번이나 눈을 의심하며, 고민을 거듭했으나 궁전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는 박시우가 분명했다.

여긴 다른 곳도 아니고 북한이었다.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먼 나라인 북한에 왜 박시우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수영이 고개를 확 하고 돌리며 싸늘한 시선으로 유지한을 바라봤다.

최수현을 부하라고 데리고 와 속인 걸 보면, 그 또한 한국 헌터가 틀림없어 보였다.

저 녀석은 류양 중교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중교님은 어디 가신 거지?”

“죽었다. 그걸 꼭 내 입으로 말해야 하냐?”

“거, 거짓말하지 마라! 중교님께서 너 같은 놈에게 죽었을 리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하지?”

“뭐, 라고?”

“류양 중교가 살아 있을 거로 생각하는 근거가 뭐냐 물었다. 나는 너와 국산 부대를 속이기 위해 류양 중교인 척했지. 그런데 내가 그를 살려 둬야 할 이유가 어디 있지? 아니면 죽은 놈의 사진이라도 찍어서 가지고 다녔어야 했나?”

“나를 속였구나!”

자수영이 검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이템 창에서 천마검을 꺼낸 유지한이 검을 쥔 채 자수영의 앞으로 걸어갔다.

“언제나 말하지만.”

“…….”

“속은 놈이 잘못이다.”

자수영의 중국에 대한 애국심, 중화 길드의 초월자에 대한 자부심은 충분히 이해한다.

어디까지나 그녀 개인의 삶에 한해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중화사상에 물들고, 각성자가 된 이후 중화 길드의 힘을 실감하며 자라 왔을 자수영이 자부심을 가지지 않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유지한이 동정을 베풀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자수영의 국산 부대 및 북한의 중국 군부대는 북한에 허가받은 군대가 아니었다.

사실상 무단 점거에 불법을 저지르는 녀석들을 봐줄 마음은 없었다.

유지한의 도발에 화가 난 자수영이 초월기를 사용하며 유지한에게 달려들었다.

“류양 중교님과 중화 길드를 무시하지 마라!”

자수영의 발밑이 얼어붙으며 사방에서 차가운 눈보라가 쳤다.

자수영이 유지한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유지한이 가볍게 자수영의 공격을 막아 냈다.

유지한이 도망치는 권경택을 흘끔 바라보며 박시우에게 말했다.

“이 여자는 내가 상대하지. 너희 둘은 해야 할 일을 해라.”

민석준과 박영천은 이미 김해진이 연금되어 있는 사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빌어먹을 결국 네놈이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는 뜻이잖아! 중국 놈들이랑 손을 잡는 게 아니었는데……!!”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권경택이 부하들을 방패 삼아 안쪽으로 도망쳤다.

쿠데타가 성공하면 한국 정부와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될 거라는 것 정도야 각오한 일이었다.

최근 십몇 년 사이 한국의 힘과 위상이 강해지고 있다고 해도 중국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설마 한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개입을 할 줄은 권경택도 예상하지 못했다.

권경택을 쫓는 두 사람을 무시한 유지한이 자수영의 검을 쳐 낸 후 뒤로 살짝 물러났다.

자수영이 욱신거리는 손목을 붙잡으며 고개를 들었다.

“당신, 정말 한국 헌터 맞습니까?”

류양 중교가 죽었다.

자수영도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으나 중화 길드 초월자 부대서 연수생으로 있을 당시 간간이 들려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믿기 힘들지만 그런 류양 종교를 죽인 사람이 유지한이었다.

중화 길드 초월자들은 한국을 포함해 인근 국가의 유명한 헌터들의 이름과 얼굴은 전부 외워야 했다.

사실 그중 절반은 억지로 외우려 하지 않아도 알게 될 수밖에 없었다.

자수영은 이만한 실력의 헌터가 중화 길드 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맞긴 맞지. 뭐, 그렇다고 해서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유지한이 천마검을 살짝 틀며 자수영을 한 번 더 도발했다.

일을 돌이키기에는 너무나 커져 버리고 말았다.

작정하고 도망을 친다고 해도 살아서 중국 땅을 밟을 수 있을지 가늠이 서지 않았다.

실력을 확답할 수 없는 유지한도 변수였지만, 지금의 자수영이 박시우와 최수현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자명했다.

설령 운 좋게 본국으로 귀국한다 해도 중화 길드에서 일을 그르친 자수영을 받아 줄 가능성은 작았다.

한 번의 실수는 죽음뿐이다.

그리고 중화 길드 내에는 자수영의 자리를 대신할 헌터는 차고 넘쳤다.

“머리 쓰지 말고 덤벼.”

“죽을 땐 죽더라도, 류양 중교님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자수영이 유지한에게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자수영의 흰 검과 유지한의 천마검이 허공에서 빠르게 부딪혔다.

자수영의 검에서 흘러나온 냉기가 천마검을 타고 유지한의 몸까지 흘러 들어왔다.

체온이 확 내려가며 유지한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유지한의 뺨 근처로 얼음들이 달라붙었다.

자수영이 사용한 빙독(氷毒)은 몸의 체온을 급격하게 떨어트리며, 혈액을 응고시키고, 이내 급속한 저체온으로 사망하게 만드는 스킬 중 하나였다.

유지한이 유성참(流星斬)을 사용해 자수영의 검을 쳐 냈다.

강한결의 유성참과는 다르게 검게 물든 참격이 자수영을 향해 날아갔다.

자수영이 허공으로 검을 휘두르자 커다란 얼음이 생겨나며 유지한의 참격과 부딪혔다.

“후우.”

유지한이 가볍게 숨을 내쉬자 입김이 흘러나왔다.

유지한은 한 번도 자수영의 검에 상처를 입은 적이 없었다.

“호흡기인가 보군.”

자수영이 쥐고 있는 검에서 차가운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에 베이거나 하지 않아도, 검에서 나오는 한기만으로도 중독을 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맞습니다. 빙독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빠르게 퍼지는 독입니다.”

자수영이 유지한의 옆으로 접근해 검을 내리그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빙독이 퍼져 나가며, 자수영과 검을 부딪치면 검에서 흘러나오는 한기가 다시 상대의 몸에 스며들었다.

빙독은 호흡기뿐 아니라 피부로도 중독이 되는 독이었다.

아무리 초월자라 해도 5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슬슬…….’

자수영은 유지한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타이밍을 잡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카앙.

유지한은 그런 자수영을 비웃듯 가볍게 검을 쳐 내며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았다.

천마검이 지나갈 때마다 수백 개에 이르는 검은 꽃잎들이 자수영을 향해 날아갔다.

자수영이 검을 휘둘러 얼음을 만들어 냈으나, 유지한의 꽃잎들은 얼음을 산산 조각내 버리며 자수영에게 날아왔다.

일부의 꽃잎들이 자수영의 뺨과 어깨,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런 광역기라면…….’

분명 빠르게 빙독이 퍼질 것이었다.

비틀거리던 자수영이 검을 쥔 채 고개를 들었다.

유지한은 그런 자수영을 비웃기라도 하듯 달려들며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의 초식을 밟았다.

유지한이 휘두르고 있는 천마검은 다른 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편이었다.

하지만 검을 맞대고 있는 자수영은 유지한의 천마검에서 흘러나오는 중압감을 이길 수가 없었다.

“어, 어째서! 빙독이 듣지 아, 않는 겁니까?”

“간단한 이유다. 나에게 독은 듣지 않기 때문이지.”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마(魔)의 힘과 소테르 신 고유의 파괴 힘은 결국 부정적인 힘 그 자체였다.

유지한의 몸은 웬만한 독과 상태 이상에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다.

자신이 있었던 빙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말에 자수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자수영이 유지한에게 베인 어깨를 움켜쥐며 뒤로 물러난 후 두 손으로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자수영을 중심으로 일어난 냉기가 실내 전체를 뒤덮었다.

유리들이 깨지며,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샹들리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자수영의 머리 위로 흰 소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가 입을 벌리자 엄청난 양의 얼음 조각들이 유지한에게 쏟아졌다.

“중화 길드의 이름으로 당신을 처단하겠습니다!”

이를 악문 자수영이 유지한을 향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초월기를 사용한 유지한이 검 끝을 자수영에게 겨누며 자세를 잡았다.

지면에서 발을 떼며 천마검이 유려하게 움직였다.

자수영의 마력과 유지한의 마력이 한데 얽히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어째서……!!”

남아 있는 마력을 전부 끌어와 초월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수영의 검은 유지한에게 닿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지한이 천마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수영의 마력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유환마검(幽幻魔劍).”

유지한이 마지막으로 천마검을 높이 치켜들자 자수영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중화 길드와 이곳의 헌터야말로 가장 뛰어난 자들이자 선택받은 인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건 뭐란 말인가?

눈앞에 있는 유지한은 자수영이 상대하고 중국에서 봐 왔던 그 어떤 헌터들보다 더 강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자수영을 뒤덮었다.

유지한의 힘이 자수영의 마력을 전부 집어삼키며 다가왔다.

“죽어라.”

다음 순간, 자수영이 본 것은 눈앞으로 다가와 있는 유지한의 검이었다.

“중화…… 길드 만세!”

촤아아악.

유지한의 검이 자수영의 가슴을 가르고 지나갔다.

쓰러진 자수영을 본 유지한이 아이템 창에서 류양 중교의 코트를 꺼내 어깨너머로 던졌다.

나풀거리며 떨어진 코트가 엎드린 채 죽은 자수영의 몸 위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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