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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509화 (509/760)

509화 의술의 신 (4)

유지한의 질문에 나는 불가살이의 검을 살짝 내려놓았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할 거냐고?

“왜 너답지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마치 내가 네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유지한이 실패할 거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유지한에게는 잠재 능력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신살자 유지한과 내가 진심을 다해 붙으면 누가 이길지 나로서는 쉽게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넌 할 수 있어.”

“인간처럼 생긴 슬라임에게 위로받고 싶지 않은데.”

“이 자식이 칭찬을 해 줘도 꼭!”

“어쨌든 답이 필요하다.”

“내가 처음에 말했지? 나와 너는 무한으로 이곳에 있을 수 없다고.”

여긴 중층부의 차원의 틈새로 언젠가는 발각이 될 게 틀림없었다.

작정하고 유지한을 숨긴다면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러면 유지한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를테면 정말 다시는 한미래나 김다솜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래.”

“딱히 숨길 생각은 없어, 네 성장이 내가 생각한 것에 못 미쳐도 너는 중층으로 돌아가야 해. 뭐, 인생은 실전이라고 하니까.”

하지만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다.

유현우는 현재 중층부에서 가장 랭킹이 높은 유저다.

유현우의 몸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정황상 유현우의 능력을 전부 활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컸다.

유현우의 실력에 뒤에 숨어 있는 킹까지 실력을 발휘한다면 유지한은 무조건 죽을 게 틀림없었다.

‘유지한이 유현우를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유지한은 서유라를 죽이는 데에는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능적으로 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현우의 이름을 들은 유지한의 반응을 볼 때 쉽지 않을 거 같았다.

“너에게 신경을 많이 써 준 건 사실이지만 죽으면 어쩔 수 없지.”

“그런가.”

“질문은 이제 끝이냐? 게임 시작하고 더 물어보면 대답 안 해 준다?”

“대충 다 물어본 거 같다.”

유지한이 아이템창에서 단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예상대로 무기를 사용해도 되냐고 물어본 건 단검을 쓰기 위함인 듯싶어 보였다.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콜로세움의 검투사로 있을 때 대충 이런 시계를 본 기억이 있었다.

위쪽으로 커다란 시계가 나타났다.

정확하게 7일을 맞춰 놓은 시계에서 커다란 부저 음이 울렸다.

“너에게 검을 주기 위한 거라고 해도. 봐준다는 소리는 안 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지한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불가살이의 검을 쥔 채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의 초식을 밟았다.

반사적으로 공격을 피한 유지한이 별안간 뒤쪽들 돌아보며 움직임을 멈췄다.

“이런, 미친…….”

검에 의해 깔끔하게 잘려 나간 건물들이 뒤쪽으로 넘어갔다.

건물의 단면은 그대로 유리가 부서지듯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게 건물 무너지는 거까지 현실적으로 하면, 이 주변은 먼지 말고는 아무것도 남는 게 없기 때문이었다.

유지한이 반 토막이 난 건물들을 보며 눈을 껌벅였다.

“너, 너 검…… 그…….”

현재 내 손에 있는 불가살이의 검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당황한 유지한을 보니 나는 제법 귀엽게 굴 줄도 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더듬는 걸 보니 대충 검을 뽑지도 않은 채 어떻게 했냐고 하는 거 같았다.

“마력을 이용해서. 잘하면 돼.”

“괴물이냐고.”

“초월기를 사용해도 상관없어.”

“말 안 해도 그럴 거다!”

내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초월 모드를 사용했다.

신살자 유지한이 늘 천마의 힘을 사용한 공격만 해서 그렇지, 유지한에게는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의 초월기가 있었다.

유지한의 초월 모드 1형은 <절대 감각>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스킬처럼 보일지 몰라도 유지한의 초월 모드는 상당한 메리트가 있었다.

초월 상태가 되면 발밑으로 고유의 영역이 생기는 내 초월기나, 머리나 눈 색이 바뀌는 등 한 눈으로 봐도 차이가 보이는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유지한의 초월 모드에는 그러한 차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신살자 유지한은 싸움이 격해진다 싶으면 바로 초월기를 사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유저들은 대부분 신살자 유지한이 초월기를 사용했다는 걸 깨닫지 못한다.

초월기의 흔적이 남지 않으니까.

초월기를 사용한다면 상대 유저도 그에 따른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

들키지 않고 초월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엄청난 이점이었다.

불가살이의 검을 쥔 내가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았다.

천마의 힘을 사용할 수 없는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초월기는 <절대 감각> 단 하나였다.

서유라와 주먹질을 한 후라 그런지 확실히 유지한의 움직임이 좋아진 게 느껴졌다.

유지한은 날아오는 공격들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 후, 단검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흘려 넣었다.

나에게 접근한 유지한이 발을 크게 휘둘렀다.

나는 한 손으로 유지한의 발을 막아 냈다.

빠르게 발을 내려놓은 유지한이 원 밖으로 물러났다.

“현명한 선택이긴 하지만.”

내가 손을 살짝 까닥이자 위쪽에 있던 롱기누스의 창이 유지한을 향해 날아갔다.

퍼어어엉.

몸을 굴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유지한이 피를 토해 냈다.

확실히 초월기를 사용한 상태라 그런지 감이 좋아져 있었다.

“야야, 잠깐!”

“질문은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게 아니라 저 너……. 마법 같은 것도 사용할 줄 알았던 거냐?”

“아…….”

유지한의 말에 나는 잠시 대답이 막혔다.

[물방울로 보여.]

[물방울 폭탄인 거냐고.]

[슬라임다워서 좋잖아.]

[롱기누스의 창이 걸리지 않게 해 준 건 고맙긴 한데.]

물방울 폭탄은 아무래도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내 눈에는 그냥 롱기누스의 창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대충 그렇다고 해 둬.”

“대충이 뭐냐고! 대충이! 마법은 반칙이잖아!”

“마법을 사용하지 말라는 룰을 정한 적은 없잖아.”

“설마 네가 이런 스킬을 사용할 줄 몰랐다.”

유지한이 비틀거리며 단검을 꽉 쥐었다.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자세를 잡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유지한의 공격을 열심히 피하며 불가살이의 검을 휘둘렀다.

단검을 버린 유지한이 불가살이의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딜!”

나는 검을 살짝 틀어 유지한의 양어깨를 내려쳤다.

유지한의 몸이 앞으로 쓰러지는가 싶더니, 별안간 손을 뒤쪽으로 뻗었다.

위로 던졌던 단검이 아래로 떨어지더니 정확하게 유지한의 손에 닿았다.

불가살이의 검을 빼앗을 것처럼 굴었던 건 처음부터 페이크였던 모양이다.

현명한 선택이긴 하지.

나는 불가살이의 검을 틀어 유지한의 단검을 막아 냈다.

“다짜고짜 목을 노리다니 너무한 거 아냐?”

나는 유지한의 단검을 밀어내며 유성참(流星斬)을 사용했다.

깔끔하게 날아간 참격이 유지한의 목을 향했다.

백 텀블링을 한 유지한이 내 공격을 피하더니 몸을 벌떡 일으켜 가까이 접근했다.

한 번 더 초식을 밟기 위해 검을 휘두르려던 그때, 유지한의 손끝에서 뭔가가 반짝거렸다.

‘저건…….’

콰아아앙.

나와 유지한 사이로 폭발이 일어났다.

내가 위쪽으로 뛰어오른 만큼 유지한이 내 뒤를 노렸다.

크게 휘두르는 발을 막아 낸 나는 간신히 원 아래로 내려왔다.

“밖으로 나갔…….”

“하늘은 봐달라고!”

너무 억지지 않냐는 내 말에 유지한이 아쉽다며 혀를 찼다.

유지한의 손에는 원통형의 물체가 있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캔은 형태는 다르긴 하지만 무척이나 익숙한 물건이었다.

‘마력 수류탄!’

현재 중층에는 마탄을 사용하는 유저들도 꽤 있었다.

설마 유지한이 마력 수류탄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유지한의 아이템창에는 신살자 유지한이 그동안 사용해 왔던 아이템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한마디로 판도라의 상자라 이거지.’

마력 수류탄을 만지작거린 유지한이 단검을 쥔 채 내 반응을 살폈다.

아마도 내가 아이템창에 뭐가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인 거 같아 보였다.

[신도 ‘유지한’의 아이템창을 열람합니다.]

[격이 높은 상대의 가호로 인해 거부되었습니다.]

“와, 이걸 이렇게 한다고?”

그보다 인과율이 어쩌고 하지 않았냐?

[재밌잖아.]

[재미있으면 뭐든 해도 되는 거냐고!]

[몰래 아이템창을 훔쳐보려고 하는 너는 괜찮은 거고?]

[젠장. 필요 없어.]

자존심 상해 죽겠네.

나는 불가살이의 검을 머리 위로 살짝 휘두른 채 유지한을 노려봤다.

“설마 무기를 물어본 이유가 수류탄 때문이었냐?”

유지한은 대답하는 대신 내 쪽으로 수류탄을 냅다 집어 던졌다.

나는 불가살이의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수류탄을 쳐 냈다.

퍼어어엉.

수류탄인 줄 알았던 내 예상과 다르게 허공에서 터진 건 다름 아닌 흰 연막이었다.

나는 마력이 느껴지는 쪽을 향해 롱기누스의 창을 냅다 날렸다.

유지한은 그사이 근처 건물의 3층 유리창에 올라가 있었다.

“소용없는 짓을.”

“글쎄. 어떨까?”

폭발과 연막이 사라지자 유지한의 모습이 보였다.

“하, 어이가 없네.”

나는 그제야 유지한이 무기 사용을 물어본 게 단순히 수류탄 사용 때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왜 사서가 유지한을 감싸고 돌았는지도.

유지한의 손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총이었다.

나는 앞머리를 살짝 쓸어 넘기며 유지한을 올려다봤다.

‘분명 신살자 유지한은 마탄을 사용할 줄 알았지.’

나와 만나기 전부터 오만 가지 꼴을 다 겪은 녀석은 거의 못 하는 게 없었다.

유지한이 나를 향해 마탄을 쏘았다.

나는 몸을 살짝 틀어 직선거리로 날아오는 마탄을 피했다.

몸을 피한 곳에는 또 다른 마탄이 다가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불가살이의 검을 옆으로 휘둘러 마탄을 쳐 냈다.

연속적인 간격을 두고 두 발의 마탄을 쏘다니.

[나 아니야.]

[그럼 너 말고 누가 있는데?]

[제안만 했을 뿐이거든?]

사서가 억울하다는 듯 나에게 속삭였다.

어쩐지.

김다솜을 떠올렸을 때는 멀쩡하게 중층부의 모습이 나타났다.

거기서 갑자기 강남역으로 바뀐 건 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유지한이 있는 쪽을 향해 롱기누스의 창을 날렸다.

유지한이 대뜸 건물 안쪽으로 숨어 버렸다.

건물의 끝에 있는 유리창이 깨지더니 나를 향해 마탄이 날아왔다.

나는 다시 한번 유지한의 마탄을 막아 냈다.

“머리 잘 썼네.”

현재 여긴 고층 건물들이 가득한 빌딩 숲.

그리고 나는 건널목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유지한의 사격 실력은 부족하긴 하지만 그것도 지금뿐이었다.

원 안을 제외하면 움직이지 않는 표적.

유지한에게 있어서 나는 맞히기 딱 좋은 상대였다.

실제로 유지한은 마탄을 쏘면 쏠수록 무서운 속도로 감을 찾고 있었다.

나에 비해 유지한에게는 몸을 숨기기 쉬운 장소들이 여럿 있었다.

나는 불가살이의 검을 크게 휘둘러 유지한이 숨은 건물의 윗부분을 베어 냈다.

유지한이 재빨리 자리를 옮기며 나를 향해 마력 수류탄을 던졌다.

나는 옆에서 날아오는 마탄과 롱기누스의 창을 부딪쳤다.

사실 유지한이 마법이라고 착각하는 롱기누스의 창도 사실 그렇게 마력 효율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로프 같은 아이템을 사용해 건물의 중간에 매달린 유지한이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나는 그런 유지한을 올려다보며 손을 까닥였다.

“오냐, 한번 해 보자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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