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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518화 (518/760)

518화 더 나은 곳으로 (4)

30층에 올라갈 때도, 한미래는 유지한보다 먼저 초월자가 되어 있었다.

탑에 들어온 순서가 강함의 순서는 아니었다.

초월자 유지한은 이미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짜 한미래는 뭐 하고 있는 거냐? 남의 공간에 아주 살림을 차렸지!”

“남의 공간이라니, 누가 보면 네 공간인 줄 알겠다.”

“내가 먼저 왔잖아.”

유지한의 억지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하긴 따지고 보면 유지한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한미래는 환상을 보여 주는 장막의 한쪽에 텐트와 가재도구들을 꺼내 놓은 채 자리를 잡았다.

그중에는 도대체 왜 가지고 있는 건지 싶은 물건들도 있었다.

뭔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건 아이템창을 가진 유저들의 특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미래가 틈새에 머무르기 시작한 영향인지, 며칠 전 한미래는 짧게나마 화타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나는 화타와 대화하는 한미래를 보며 사서로부터 원래 이러면 안 되지만 이번만 넘어가 주겠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약을 만든대.”

“약?”

“그래, 환수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약이야.”

“그걸 왜 여기서 만들고 난리야.”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

금방 만들 줄 알았던 내 예상과 다르게 한미래는 약을 만드는 데 꽤 고생하는 거 같았다.

‘그야 한미래는 약사는 아니니까.’

탑에서 사용하는 포션 같은 건 현실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도 아주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었다.

“환수라면 공적치가 0이 된 유저들을 말하는 거냐?”

“그래. 넌 아직 환수를 본 적이 없지?”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건가?”

“아마도. 한미래가 제조에 성공하기만 하면 될 수도 있어.”

“흐음.”

내 대답에 유지한이 팔짱을 낀 채 뭔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는 딱히 유지한이 고민을 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뭘 그렇게 고민해?”

“환수에 대해서다. 그들은 원래 유저였다고 했잖아. 그럼 그 환수들을 죽여야 하는 건가?”

“환수들의 강함은 유저였을 때의 실력과 비례해. 그리고 그들의 대부분은 유저를 보면 죽이려 들지. 넌 너를 죽이려고 하는 환수를 살려 줄 거냐?”

유지한의 성격상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유지한이 저런 거로 고민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죽이겠지. 내 말은 덤비는 환수들이 아닌 남아 있는 환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 환수들까지 찾아내서 죽여야 하는 건가?”

“죽이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니까. 게다가 그 환수가 다른 유저를 죽이면 환수가 늘어나.”

“확실히 그건 골치 아픈 문제 같긴 하네.”

“하지만 전과는 다를 거다.”

한미래가 환수된 유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성공한다면 더 이상 환수를 죽일 필요가 없어진다.

사서의 말에 의하면 환수 사태만 잘 해결하면 가사 상태가 된 중층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차원의 핵의 힘으로는 10년을 버티기 힘들지만, 사서가 도와준다면 그 가사 상태를 수천 년 동안 지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하는 사서에 나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대체 얼마나 센 거지?’

이 차원의 탑은 중층 말고도 여러 개의 서버라 불리는 차원이 존재했다.

그 차원을 전부 관리한다는 건…….

‘마치 차원의 신 같잖아.’

너무 나간 거겠지?

혹시나 사서가 한마디쯤 할 줄 알았는데, 사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르다는 건 역시 환수화 된 유저들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냐 없냐의 여부겠지?”

“그래.”

“환수 사태를 해결하면 형을 만날 수 있는 건가.”

유지한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며칠 전 유지한과 한미래가 떠드는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다.

환상을 이용해 몸을 숨겼으나 발각이 되었다는 편이 더 맞았다.

유지한은 외부에서 온 한미래에게 유현우에 관해 물어봤다.

─ 네 형, 그러니까 유현우에 관해 얘길 해 달라고?

─ 그래. 아는 대로 말해 줬으면 좋겠다.

─ 없는데?

─ 뭐?

─ 아는 게 없다고.

아는 게 없다는 한미래의 말에 유지한은 장난하냐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 없는 걸 없다고 말하지,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사화 엔터의 대표가 네 형일 줄 몰랐다고!

유지한의 검을 막아 낸 한미래가 억울하다며 소리를 질렀다.

유지한은 한미래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 듯 검을 내려놓았다.

제법 담담한 척하고 있지만, 유지한은 여전히 장막 밖으로 나가 유현우를 만나고 싶어 하고 있었다.

“있잖아. 형을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라든지 그런 거 있냐?”

“뭐? 내가 그걸 왜 너에게 말해야 하는데!”

“난 네 신이잖아.”

“신이라고 해서 뭐든 말해 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유지한이 좀 쉬겠다며 확 하고 등을 돌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건 신살자 유지한이나 초월자 유지한이나 똑같은 거 같긴 한데.

왜 이쪽이 훨씬 더 열 받는 거 같지?

유지한은 멋대로 한미래가 쳐 둔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던 한미래는 유지한이 텐트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집중력이 좋아도 그렇지, 저걸 대놓고 주거 침입을 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몇 시간 후, 유지한이 텐트 안에서 자고 있다는 걸 깨달은 한미래가 유지한을 텐트에서 쫓아냈다.

바닥에 머리를 박은 유지한이 억울하다며 텐트 안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 좀! 잘 자고 있었는데 그럴 거냐고!”

“이게 내 텐트지, 네 텐트야! 꼬우면 너도 텐트 쳐!”

“없다고!”

“그럼 바닥에서 자.”

“같이 자면 되잖아.”

“목에 칼 꽂아 버리기 전에 꺼져. 너 어차피 죽어도 안 죽는다면서? 한 열 번쯤 죽여 줄까?”

살기까지 내뿜는 한미래에 유지한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보다 못한 한미래가 아이템창에서 침낭 하나를 꺼내 유지한의 얼굴에 냅다 집어 던졌다.

“이거라도 줄 테니까 써.”

“제길.”

유지한이 마지못해 한미래가 준 침낭을 챙겨 구석으로 들어갔다.

나는 꾸물거리며 침낭 안으로 들어가 얼굴을 내미는 유지한을 바라봤다.

“뭐! 자는 사람 처음 보냐!”

유지한이 나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어, 자라자.”

열흘 동안 안 쉬고 싸웠으면 피곤할 만도 하지.

* * *

나는 하늘검의 검집으로 유지한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유지한이 한 손으로 내 공격을 막아 냈다.

얼씨구?

이제 머리 좀 컸다 이건가?

한 대 더 칠까 고민을 하던 그때.

“야.”

“왜?”

“초월기를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뜬금없이?”

“한미래와 나의 실력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피지컬적인 부분뿐이지.”

유지한은 실제 한미래와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채 단순하게 검을 휘두르며 싸운 적이 있었다.

유지한의 말대로 두 사람의 실력은 비슷했다.

굳이 말하자면 유지한 쪽이 조금 더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하게 검을 휘두르거나 주먹다짐을 했을 때나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피지컬로 승부를 보는 경우는 대부분 마력량과 스킬의 수준이 비슷할 때나 가능했다.

보통은 마력량과 스킬의 수준에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의외로 피지컬 승부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 고유 결계? 그건 흉내조차 낼 수 없겠더군.”

지금의 한미래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걸 인정한 유지한은 한미래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자존심이라는 건 생각보다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

특히 상대 쪽에서도 자존심을 세우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랬다.

처음에는 유지한을 놀리던 한미래였지만, 유지한이 꽤 진지하게 이거저거 물어 오자 한미래 또한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신살자 유지한이라면 모를까, 초월자 유지한과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었던 나로서는 한미래의 이야기가 유지한에게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 그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내가 할 수 있긴 한 건가?”

“그 너라는 건 미래의 자신을 말하는 거냐? 아니면 너에게 빙의되었던 녀석을 말하는 거냐?”

“후자다. 미래의 내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그런 주제에 미래의 너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있다 이거지?”

“시끄러워! 어쩔 수 없다고!”

어쩔 수 없다니?

나는 유지한의 말이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다.

툴툴거리는 유지한의 모습에 나는 멋대로 유지한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아.’

유지한의 상태창에 있는 스킬들 중 절반 이상은 <????>, <???> 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사용한 적은 있어 흔적은 남아 있으나 지금 유지한의 격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스킬들이었다.

나는 저 상태창의 스킬들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걸 느꼈다.

‘저런 건 못 참지.’

내 몸에 빙의했던 녀석이 사용했다면, 내가 사용하지 못할 리가 없다.

하늘과 땅을 가르는 검을 이를 악물며 사용하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저런 걸 남겨 놓으니 미래의 유지한에 대해 경쟁심이 붙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신살자 유지한의 고유 결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게.”

“뭐가 그러게야. 내 몸에 빙의했던 녀석이 고유 결계를 사용할 수 있냐니까?”

“못 할걸.”

“…….”

“아, 오해하지 마라. 고유 결계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약하다는 게 아니니까. 그 몸으로는 못 한다는 거야.”

나는 노골적으로 유지한의 몸을 손가락질했다.

마의 힘을 사용한 신살자 유지한은 머무를 수 있는 것보다 빠르게 원래 세계로 돌아갔다.

그것은 일종의 대가였다.

‘내 생각이 맞다면.’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고유 결계는 마의 힘과 관련이 있었다.

신살자 유지한은 중층부에 와서 단 한 번도 고유 결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원래의 몸으로는 가능하다는 뜻이겠군.”

“아마 그럴걸?”

“아마는 뭐야?”

“나라고 해서 너에 대해 전부 아는 건 아니니까.”

“신이잖아!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네가 알려 줘야 알지! 너 아까도 나에게 전부 말해야 할 의무가 없다느니 하고 떠들었잖아!”

적절한 핑계이긴 하지만.

나 역시 신살자 유지한의 모든 걸 알고 있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 녀석의 신은…….’

나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니니까.

다른 차원의 내가 시련의 탑을 관리하는 사서라면, 그 녀석의 차원에도 유지한이 있을 가능성은 컸다.

“아니…….”

“뭐?”

“신인데, 독심술이나 뭐 이런 거 못 하냐?”

“넌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보다 독심술 같은 걸 해 주길 바라는 거냐? 꽤 기분 나쁘다 그거?”

당해 본 신(?)으로서의 경험담인데 말이지.

[내 얘기?]

[그래!]

하여튼 이럴 때만 또 귀신같이 말을 걸고 사라지지.

나는 유지한이 왜 이런 주제를 꺼냈는지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그건 좀 기분이 나쁘긴 하겠군.”

“어쨌든 고유 결계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약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초월기는 아니지.”

유지한이 정곡을 찌르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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