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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544화 (544/760)

544화 1위 (3)

레이피어의 움직임을 따라 나타난 마력이 브래든의 어깨를 관통했다.

바닥을 짚은 지천우가 백 텀블링을 하며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지천우는 나머지 유저들을 흘끔 훑어봤다.

수적으로 약간 열세긴 하지만 질 거 같아 보이진 않았다.

“네놈만 어떻게 하면 되겠군.”

아래로 뛰어내린 지천우가 레이피어를 쥐며 자세를 잡았다.

“난 봐주는 거 없으니까.”

지천우가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지천우의 발밑에서 흰 마법진이 생겨났다.

잔뜩 경계하고 있던 브래든의 눈앞으로 깃털 같은 게 펄럭거렸다.

지천우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바로 옆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같은 수법에 당할 거 같으냐!”

브래든이 반사적으로 창을 휘둘렀으나, 지천우는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이동한 지천우가 브래든을 향해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하지만 브래든 또한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브래든이 창을 휘두르며 지천우의 공격들을 전부 막아 냈다.

틈을 본 브래든이 지천우를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창끝에서 새어 나온 초록빛 마력이 지천우를 덮쳤다.

레이피어를 내려놓은 지천우가 손을 뻗었다.

위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 보고 있던 유지한이 입을 살짝 벌렸다.

유지한이 서 있는 나무는 물론 사방으로 깃털이 흩날렸다.

“이게 무슨…….”

“오, 드디어 나오는군.”

지천우의 어깨에서 나타난 커다란 날개가 브래든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다.

‘역시 그랬군.’

슬라임 녀석은 신성에 대해 어떻게 말을 해 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지한 또한 지천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신성이라는 걸 알고만 있을 뿐, 정확하게 어떤 건지 깨닫지는 못하고 있었다.

‘왜 반대되는 힘이라고 말하는지 알겠군.’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힘은 소테르 신에게서 온 힘이었다.

그리고 녀석과 유지한의 힘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적을 죽이면 죽일수록, 상대에 대한 분노가, 부의 감정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유지한의 힘 또한 강해진다.

지천우가 가진 힘은 정말 그것과는 반대였다.

삶에 대한 희망, 긍정적인 감정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지는 힘이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겠지만.’

다른 유저 하나가 유지한을 향해 마탄을 쏘았다.

유지한이 마탄을 쳐 내며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브래든은 지천우의 어깨에 있는 커다란 날개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런 날개를 달고 제대로 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공중전이었다면 모를까, 브래든이 보기에 지천우의 날개는 장식에 불과했다.

혹은 타격점을 늘려 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천우가 지면을 박차며 달려 나갔다.

“나도 많이 착해졌다니까.”

브랜든과 거리를 좁히는 그 찰나의 순간 지천우의 어깨에 있던 날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브래든의 창을 쳐 낸 지천우가 빈틈을 발견하고는 발을 크게 휘둘렀다.

엄청난 힘에 브래든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지천우의 레이피어인 발트안데르스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졌다.

몸을 튼 지천우가 팔을 앞으로 뻗었다.

수십 개의 빛의 참격들이 브래든을 향해 쏟아졌다.

다가오는 공격에 브랜든은 본능적인 위협을 느꼈다.

공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잡아먹힌다.’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감정에 불안한 느낌이 든 브랜든이 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파아아앗.

지진이 일어난 거처럼 지면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지형이 바뀌었다.

별안간 높아지는 지형에 싸우고 있던 유저들이 부랴부랴 멀리 떨어졌다.

“오, 고유 결계.”

암석 아래로 뛰어내린 지천우는 고유 결계의 범위를 빠져나가려는 이은희의 팔을 붙잡았다.

“잠깐, 너 뭐 하는 짓…….”

지천우의 손을 뿌리치기도 전에 이은희의 몸이 붕 떠올랐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

고유 결계의 중앙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은 이은희는 균형을 잡아 근처에 있는 암석 위로 올라갔다.

암석 위에 선 이은희는 이미 지천우의 고유 결계가 완전히 완성되었다는 걸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짙은 안개들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으며, 군데군데 높게 솟은 암석들이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이은희는 건너편 암석 위에 서 있는 지천우를 흘끔 바라봤다.

“혼자 처리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처리야 할 수 있지. 하지만 이 안에서 일어난 일은 못 보잖아.”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고유 결계가 무너졌을 때, 네가 걸어 나오면 브래든이 죽은 거고. 브래든이 나오면 네가 죽은 거니까.”

결과만 확인하면 될 뿐, 굳이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다.

“매정하네. 결과가 중요하다는 거야?”

“당연하지.”

“결과가 좋아도 과정이 나쁘면, 그건 나쁜 거야 좋은 거야?”

“선악에 관한 이야기라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탑에 들어온 순간부터 그런 건 의미가 없으니까. 네가 날 데리고 들어온 이유는 알겠어.”

한미래는 지천우가 브래든을 이기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

유지한이나 이은희가 지천우를 믿든지 말든지 그런 것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천우를 믿을지 말지 그걸 정하는 건 오직 한미래 본인이었다.

지천우라고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의사 유저는 나를 신뢰하지 않으니, 너라도 포섭하기 위해 고유 결계에 가뒀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뭔가 기분 나쁜 스킬이네.”

“난 관심법을 사용하지 않았어. 이 정도 추리쯤이야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지천우의 말은 이은희의 귀에 ‘너도 하는 생각을 내가 못할 게 뭐냐’라고밖에 들리지 않았다.

“30점이야.”

“뭐?”

“내가 널 붙잡은 건 다른 이유 때문이야.”

“다른 이유?”

고유 결계가 완성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지천우가 암석을 뛰어넘어 이은희에게 다가왔다.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높게 뛴 지천우가 이은희의 뺨 위로 손을 올렸다.

허공에 떠 있는 지천우의 등에는 날개가 달려 있었다.

고개를 숙인 지천우가 이은희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뭐, 라고? 지금 그게……!”

지천우의 말에 이은희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안개 너머에서 커다란 붉은빛의 마력이 쏟아졌다.

안개를 뚫고 나타난 용의 모습을 한 공격에 지천우가 허공에서 몸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

브래든이 암석 위로 올라와 지천우를 노려봤다.

“하하, 공중전도 안 할 거면서 날개가 왜 필요하냐고 물어보던 녀석이 이런 고유 결계라고?”

“흥, 시끄럽다!”

브래든이 암석을 박차며 위로 뛰어올랐다.

빠르게 창을 휘두르는 녀석은 허공을 지면처럼 밟고 있었다.

그게 브래든의 능력 일부임은 틀림없어 보였다.

지천우와 브래든이 고유 결계 내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으나, 이은희의 눈에는 두 사람의 싸움이 크게 들어오지 않았다.

이은희는 지천우의 손이 지나간 뺨 위로 손을 올렸다.

─ 너 죽어.

─ 뭐?

─ 내가 널 살릴 수 있어.

이은희는 지천우가 뭔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대상이 같이 있던 한미래나, 유지한은 절대 아니었다.

‘저 녀석은 대체 뭐지? 그보다, 내가 죽는다니……’

죽는다는 말을 들은 이은희는 자신의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다른 유저들이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은 것처럼, 이은희 또한 수도 없이 죽음의 순간을 수도 없이 경험했다.

다른 유저들에게 협박도 수십 번도 넘게 받아 왔다.

살기를 내뿜고, 피눈물을 흘리며 해 왔던 그 모든 말보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하는 지천우의 목소리가 이은희에게는 더 소름으로 다가왔다.

심지어 죽어?

죽인다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아니라 마치 이은희의 죽음이 확정된 거처럼 말을 했다.

아마 지천우가 아닌 다른 유저였다면 비웃고 지나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 저 녀석은 대체 뭐지?’

유지한이 밑도 끝도 없이 지천우를 믿는 것처럼, 이은희 또한 지천우의 말이 단순히 농담이나 협박 같은 거로 들리진 않았다.

이은희는 브래든과 싸움이 끝나면 지천우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파아아아앗.

지천우가 레이피어를 휘두를 때마다 위쪽에서 커다란 마법진이 생겨났다.

마법진에서 생긴 빛이 마치 폭우처럼 브래든에게 쏟아졌다.

‘저 녀석 뭐야?’

고유 결계 내부에서 남의 싸움을 구경할 일이 그렇게 흔하게 있는 건 아니었다.

보통이 지경이 되면 너 죽고 나 죽자 하고 싸우기 바쁘니까 말이다.

브래든이 이은희 쪽을 경계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이은희를 바라보는 순간, 지천우가 귀신같이 눈치를 채 빈틈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은희에게서 신경을 쓸 틈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아니면 진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 새끼가!”

“넌 유현우를 죽이지 못해.”

“네가 뭘 안다고 떠드는 거냐!”

“죽인다고 한들 뭔가 달라질 거 같아?”

“닥쳐라! 그 녀석만 죽이면, 그놈만 없으면 중층부는 내 손에 들어온다!”

환수 사태는 기존에 있던 중층부의 질서를 전부 바꾸었다.

브래든은 중간부터 유현우에게 갈아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유현우가 이끄는 사화 엔터는 중층부 전체를 지배했다.

생각했던 그거보다 훨씬 빨리 환수들을 몰아내고 있지만, 경계 구역이 한 번 더 무너진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유현우는 킹을 죽였다! 그렇다면 내가 그를 죽이지 못할 이유는 어디 있지?”

“너, 지금 그게 사실이야?”

“하, 몰랐던 거냐? 킹은…….”

“한심하긴.”

브래든의 공격을 막아 낸 지천우가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에 섰다.

지천우도 아직 상황 파악이 전부 된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었다.

녀석이 말하는 킹은 100년 전쟁을 일으켰던 주범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숙주였지.

‘유현우라는 유저가 킹을 죽였다고 한다면…….’

그건 죽인 게 아니라 이동을 했을 가능성이 컸다.

“킹이 죽었다는 걸 본 유저는?”

“유현우가 명예의 전당에서 직접 순위 인증을 했다. 그러니 그가 죽은 게 틀림없…….”

지천우가 브래든의 앞으로 나타나 레이피어를 목에 겨눴다.

지천우의 붉은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그가 아니라 그녀다.”

지천우가 브래든을 향해 레이피어를 찔러 넣었다.

브래든이 몸을 아래로 떨어트리며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허공에 발을 디딘 브래든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위를 바라봤다.

그녀라고?

“허억, 네놈……. 킹을 알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그녀는…… 루치아는…….”

지천우가 주먹을 꽉 쥐며 이를 악물었다.

“됐어, 너에게 할 말은 아닌 거 같군.”

“네놈 대체 뭐 하는 유저냐!”

“뭐 하는 유저냐고? 혹시 100년 동안 중층뿐 아니라 지능도 같이 떨어졌어?”

“내가 누군지 궁금하면 랭킹을 봐. 그러라고 있는 랭킹이잖아.”

지천우의 말에 브래든이 반박했다.

“하, 어이가 없군. 랭킹이 대체 뭘 말해 준다는 거지?”

“지천우.”

“…….”

“그 이상, 내가 너에게 할 말은 없다.”

“그러니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브래든이 랭킹창을 열었다.

8위의 브래든은 자신의 아래에 있는 유저들의 순위를 전부 열람할 수 있었다.

거기에 자신보다 위쪽 유저의 순위도 알고 있다.

그런데 랭킹창을 보라니 대체 무슨 배짱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브래든은 랭킹창에 지천우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그 순간.

[해당 유저의 순위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공적치가 필요합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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