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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611화 (611/760)

611화 뭐가 불만이야 (4)

죽은 다른 유저와 다르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얻었다.

그것만으로 사치라고 말하는 유저도 분명 있을 거다.

“그래도 더 강해지고 싶은 건 유저의 본능이니까요.”

“그럼 더더욱 유지한 쪽에 가는 게 좋을걸. 나보다는 배울 게 많을 거야. 궁금하지 않아? 너희들이 잠들어 있던 100년 후의 유저들의 모습이.”

최진성이 주먹을 꽉 쥐며 손을 내려다봤다.

나는 짧게나마 유지한과 부딪혔던 최진성이라면 알 거라 믿었다.

“구, 궁금하긴 해요.”

“그치?”

“그래도 꼭 제가 갈 필요는 없지 않나 싶은…….”

“고유 결계.”

“아니, 그…….”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어.”

“네?”

내가 최진성을 구석으로 끌고 와 가장 먼저 한 말은 ‘고유 결계를 사용할 수 있다.’였다.

하지만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확신하며 말할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진짜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

이 녀석의 신은 지천우와 똑같은 희망의 신인 세르비아였다.

그리고 무슨 연유에서인지 지천우의 고유 결계 스킬을 아예 봉인해 놓았다.

사연이 있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악취미인 건가.

더는 세르비아의 신도가 아닌 나는 최진성의 본인을 불러 줄 수 있었다.

“저, 정말요?”

“그렇다고 해서 엄청 당장은 아니고, 딱 세 시간만 기다려.”

“…….”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게 될 테니까.”

“성진 씨가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저는 고유 결계만 사용할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야 지금은 예전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욕심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사용하게 해 줄게.”

“그런데 그, 만약에 제가 안 가면…….”

이게 아직도 그런 소릴?

내가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최진성을 바라보자 눈치를 본 최진성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가, 갈게요!”

“그치?”

“진짜 가기 싫지만.”

나는 마지못해 받아들인 최진성을 다시 김아진에게 데리고 왔다.

그사이 4구역의 하늘을 가리고 있던 그로스가 마력을 내뿜었다.

녀석의 거대한 피부가 갈라지더니 그 사이로 눈알이 생겨났다.

검은 태양에 생겨난 눈알이 느리게 움직이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냥 하는 소리지만, 정말 찌르기 좋게 생겼다.

물론 웬만한 공격으로는 턱도 없겠지만.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유지한 일행들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의 위치를 알려 준 후 최진성을 보냈다.

바로 가는 거냐며 투덜거리긴 했으나, 마침 우리를 감시할 감시자가 왔기 때문에 최진성도 지체할 수는 없게 되어 버렸다.

“저, 정말 약속 지켜야 해요!”

내가 빨리 가라며 손을 휘휘 젓자, 최진성이 후드를 눌러쓰며 어둠의 조직의 베이스캠프가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최진성이 완전히 사라지자 김아진이 나를 흘끔 바라봤다.

“뭐라고 설득한 거지?”

“그건 호기심이야? 오지랖이야?”

“전자. 내 말도 잘 안 듣는 녀석이 네 말을 들을 리가 없잖아.”

“최진성의 고유 결계, 누군가가 일부러 막은 거야.”

“누군가?”

“최진성의 신.”

김아진도 내가 최진성의 고유 결계를 빌미로 협상을 했을 거라고 대충 짐작은 한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내 입에서 최진성의 원래 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줄 몰랐다는 눈치였다.

김아진은 어둠의 조직 감시자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보고는 딱 한 마디를 덧붙였다.

“잔인하군.”

“그치?”

그 한마디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럼 진성이는 계속…….”

“사용할 수 있어. 지금의 최진성이라면 말야.”

사실 사용하고 못 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최진성이 응당 누리고, 가져야 하는 권리를 되돌려 주었을 뿐이었다.

김아진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다가오는 어둠의 조직 측 유저를 바라봤다.

유지한이 보낸 유저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분명 한 명이라고 들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됐어.”

“그렇게 됐다니 이건 얘기가 다르지 않나?”

“전력은 많으면 많은 수록 좋은 거 아냐?”

김아진과 서유라가 기 싸움을 하자, 옆에 있던 서아현이 후드를 벗은 후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아, 그게 저……. 제가 가겠다고 한 거니까 너무 싸우진 말아 주세요.”

김아진은 대충 어둠의 조직 유저들의 얼굴을 익혀 왔다.

“너는 그, 치유계 유저라고 그랬나?”

“네. 맞아요. 그, 저희 쪽에는 미래 언니가 있으니까요. 아무래도 거기보다는 여기가 조금 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안 될까요?”

서아현이 눈을 반짝거리자 김아진이 당황했다.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 나를 흘끔 바라보던 김아진이 마지못해 말했다.

“하아, 알겠다. 이제 와서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아진은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눈치 보지 말라고 말해도 역시 어쩔 수 없긴 한 모양이었다.

중층부를 정리하고 빨리 사라져 주든지 해야지 말이다.

나는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그로스를 올려다봤다.

저만한 크기는 오랜만이긴 한데.

‘뭐…….’

누가 나오든 지금의 ‘나’라면 충분히 쓰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서아현과 함께 온 서유라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 녀석이지?”

“그 녀석?”

“유지한이 죽이려고 했던 놈. 후드를 벗지 않는 건 좀 마음에 안 드네.”

나는 유지한의 동료가 된 이후의 서유라를 잘 모른다.

심지어 지금의 서유라는 원래 있던 금제도 풀려 있지 않은가?

내가 본 서유라라고는 유지한을 괴롭힐……. 아니, 훈련 시킬 때 장막에서 봤던 게 다였다.

실제 기억을 토대로 만든 환상이라고 해도 결국 진짜 같은 가짜였다.

진짜 서유라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너도 유지한이 한 것처럼 나를 죽이려고?”

“내가 왜?”

“……응?”

당연히 시비를 거는 줄 알았던 나는 풀어지는 서유라의 말투에 오히려 당황했다.

서유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지한 걔가 죽이겠다고 말하는 유저가 너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굳이 그래야 할 필요는 없어.”

“그럼?”

“최소한 얼굴은 좀 보여 달라는 거야. 가면이라도 쓰고 있지 않은 이상 어차피 보게 되겠지만.”

서유라의 말이 맞는다.

싸움이 시작되면 후드를 쓰고 얼굴을 가리고 할 여유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텐데 숨겨 봤자 서로 기분만 상할 테니 미리 보여 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후드를 벗었다.

“어, 어라…….”

내 얼굴을 본 서아현이 눈을 껌벅였다.

푸른 검을 사용하는 유저.

아마도 서아현과 서유라는 유지한이 말한 유저가 ‘강한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강한결은 이제 퇴장할 때지.’

나는 쭉 초월기를 사용한 채 차성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 내 정도의 수준이라면 초월 상태를 유지하는 것쯤은 마력 소모 축에도 들지 않았다.

“차성진이다. 얼굴을 확인했으니 문제없겠지?”

“어, 뭐. 그렇네.”

서유라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참고로 말하는데 서로 감시를 붙이자고 제안한 건 유지한 쪽이다. 우린 너희를 지켜 줘야 할 의무가 없어.”

“필요 없어.”

“마, 맞아요! 제 몸은 제가 지킬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내가 다시 후드를 쓰기 무섭게 김아진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셰리를 향해 손짓했다.

“셰리, 다른 유저들에게 안내해 줘라.”

“알았어. ……그런데 너무 어린 애들만 보낸 거 아냐?”

다가온 셰리는 서유라와 서아현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한미래나, 이은희에 비해 키도 작고 동글동글하게 생긴 편이었다.

그야 셰리의 입장에서는 애처럼 보일 만고 싶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셰리에 서아현이 자존심이 상한다며 소리쳤다.

“저, 저 이래 봬도 죽기 전에 서른 살이었거든요?”

“……뭐?”

어라. 이건 나도 몰랐는데.

진짜 저 얼굴과 성격으로 서른 살이었다고?

“뭐, 뭐야. 너, 아니. 당신 서른 살이었…… 어요?”

서유라도 몰랐는지 말을 얼버무렸다.

“탑에서 나이는 의미가 없으니까 말을 안 하긴 했지만요. 헤헤. 어쨌든 어리지 않아요.”

서아현이 다시 셰리를 노려봤다.

셰리가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 알았어. 어리게 봐서 미안해.”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구요!”

셰리가 서아현과 서유라를 데리고 다른 유저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멀어지는 서아현을 본 나는 문득 초아가 생각났다.

잘 지내고 있겠지.

‘중층부 일만 끝내면 얼른 돌아가…… 가만.’

그런데 초아도 분명 의사 면허증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 초아가 모시던 신이…….’

어라? 설마…….

“어이, 왜 그래?”

“아냐,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해서.”

아무래도 나중에 시간을 내서 확인을 해 봐야 할 거 같았다.

나는 신경 쓰지 말라며 허공으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나저나 지금쯤이면 최진성도 저쪽에 도착했겠지?

별일이 없으면 좋을 텐데.

* * *

어둠의 조직 유저들이 모여 있는 베이스캠프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엉망이 된 4구역에서 유저들이 한 군데 모여 있다면 자연스럽게 티가 나기 때문이었다.

최진성이 반쯤 기울어진 건물 옥상에 선 채 아래를 내려다봤다.

“하아. 진짜 싫은데.”

도대체 그 유지한이라는 유저는 왜 자신을 못 괴롭혀서 안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저들끼리 지내다 보면 서로 발로 좀 차고, 주먹다짐 좀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거 한번 했다고 철천지원수처럼 구는 유지한을 최진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경비를 서고 있던 유저는 위에서 뛰어내리는 최진성에게 깜짝 놀라 무기를 들었다.

“누, 누구냐! 뭐 하는 놈이냐!”

“잠깐. 적이 아니야.”

최진성이 후드를 벗은 후, 두 손을 들었다.

무기를 뽑지 않은 최진성에 유저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럼 누구지?”

“그게…….”

“어이, 교복.”

“누가 교복…… 아.”

반대편에서 들리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최진성이 입술을 깨물었다.

유지한이 다가가자 유저들이 무기를 집어넣으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하하, 그럼 저희는 이만.”

“뭐야, 난 적인 줄 알았잖아.”

“적이든 뭐든 알 게 뭐야. 지한 씨가 알아서 해 주겠지.”

같은 편이라고 하면 다행이고, 아니라고 해도 유지한이 죽여 줄 테니 자신들이 할 일은 없어 보였다.

물러나면서 하는 유저들의 대화를 들은 최진성은 어이가 없었다.

적이든 알 게 뭐냐니.

도대체 인성이 어떻게 되어 먹었으면 저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유지한은 그런 유저들을 흘끔 보더니 최진성에게 말을 걸었다.

“이름이 뭐냐?’

“네?”

“네? 가 아니라 이름이 뭐냐고! 멍청이냐?”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건가?

유지한이 답답하다며 짜증을 냈다.

유지한의 짜증에 최진성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 무서워! 왠지 학교 다닐 때 삥 좀 뜯어 봤을 거 같아! 돌아가고 싶어!’

고유 결계고 뭐고 그냥 안 간다고 버틸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최진성이 입을 다물고 있자 유지한이 쯧, 하며 혀를 찼다.

“야, 교복. 너 그 교복 세현고 교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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