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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617화 (617/760)

617화 데스 매치 (2)

유지한의 외침에 지천우와 한미래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초월기를 사용한 한미래가 본드래곤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뼈 사이로 찔러 넣은 검을 살짝 튼 상태로 초월기를 사용했다.

파아아아앗.

검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마력이 본 드래곤의 뼈에 달라붙었다.

뼈를 타고 흘러 들어가는 한미래의 마력에 본 드래곤의 날개 뼈가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죽어어!”

한미래가 초월기를 사용하자 본 드래곤이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에 갇혔다.

검을 빼낸 한미래가 다른 언데드를 베어 낸 후 뒤쪽으로 물러났다.

얼음이 금이 가더니 녀석의 날개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고 작은 얼음 덩어리가 온몸에 달라붙은 탓에 본 드래곤은 꿈적도 하지 못했다.

한미래가 만든 얼음 또한 한미래의 마력으로 만든 거였다.

한미래의 마력에는 기본적으로 치유 능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미래가 본 드래곤의 움직임을 묶는 데 성공하자 지천우가 발트안데르스를 휘둘렀다.

파아아아앗.

뻗어 나간 마력들이 본 드래곤의 몸을 사정없이 짓이겨 놓았다.

지천우가 레이피어를 내려놓으며 한미래를 바라봤다.

“그 ‘죽어’는 왜 이렇게 열심히 외치는 거야?”

김다솜도 그렇고, 이은희도 그렇고.

지천우는 종종 유지한 일행들이 죽어 버리라는 말을 외치는 걸 봤었다.

그야 상대를 죽일 목적으로 싸우는 건 맞긴 하지만, 굳이 죽으라며 입 밖으로 내뱉으며 싸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상대가 유저라면 그럴 수 있다 쳐도 저 녀석은 몬스터였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왜 하는지 궁금했다.

지천우의 말에 한미래가 뺨을 긁적거렸다.

분명 그런 말을 한 거 같긴 한데,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라, 내가 그랬어?”

“…….”

“하하, 이게 유지한이랑 있다 보면 그렇게 되더라고? 나도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어.”

한미래가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지천우는 근처에 있는 언데드를 죽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미래의 성격을 보아하니, 유지한이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았을 것 같아 보였다.

다만 한미래가 유지한을 만나면서 성격을 다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위쪽에 있는 유지한이 아래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야! 빨리빨리 안 와? 나 뒈지면 니들 때문이야!”

“흥, 죽으면 죽는 거지 뭐래.”

“유령이 되어서라도 따라와 주마.”

“그거 대놓고 저주하겠다는 소리잖아! 그보다 따지고 보면 저주에 걸린 네가 잘못이잖아!”

뻔뻔한 건 알고 있었지만, 죽음이 걸린 순간에도 이렇게 뻔뻔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내 잘못이냐? 저주를 건 저 새끼가 잘못한 거지.”

유지한이 불가살이의 검 끝으로 베크나를 가리켰다.

“저놈이 나에게 저주를 걸지 않았으면 난 그냥 지나갔을 거다.”

“드,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뭐가 맞는 말이야!”

지천우가 이상한 궤변에 넘어가지 말라며 한미래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세 사람이 서 있던 해골 밭이 흔들리더니 그 위로 지네같이 생긴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발트안데르스를 쥔 지천우가 유지한을 흘끔 바라봤다.

“너 내가 마력 탐지 사용하지 말랬지.”

“잔소리하지 말라고, 네가 내 엄마야?”

“너 같은 자식은 내 쪽에서 사양이거든? 농담하는 게 아니라 너 진짜 그러다가 저주로 죽는 게 아니라 먼저 죽어.”

“왜?”

유지한이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지천우를 바라봤다.

어차피 20분 후면 죽을지도 모른다.

저주로 죽나, 스스로 죽나 그게 그거다.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이다.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에 있었다.

지천우가 지네같이 생긴 몬스터를 향해 화타의 검을 휘두르는 한미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천우의 손끝이 유지한의 가슴 근처에 닿았다.

“알면서 물어보지 마.”

“모른다니까 그러네.”

“네가 가진 마력 탐지 스킬은 근본을 보는 스킬이야, 상대의 밑바닥까지 전부 알 수 있지.”

그건 바꿔 말하자면 상대의 마력이 유지한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일 경우에는 역으로 대미지를 입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내가 저놈들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냐?”

“그 반대야.”

“뭐?”

“넌 그런 쪽에 너무 동조를 잘하잖아.”

유지한에게 들려오는 목소리는 대부분 상대에 대한 저주, 불쾌한 감정, 분노 같은 것들이었다.

“너무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건 경험에서 나온 충고인가?”

유지한은 지천우가 100년 전쟁에서 중층부의 희망이라 불리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지천우의 목숨은 지천우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는 지천우는 무슨 감정이었을지, 유지한으로서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뭐, 그런다고 해서 네가 들을 거 같진 않아.”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들었을지도 모르지.”

유지한이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흘끔 바라봤다.

유지한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죽음까지의 시간도, 그리고 유현우에게 향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어이, 지천우.”

“어? 아니, 그보다 너 이름으로…….”

“만약 내가 죽으면 네가 날 죽여라.”

“사망 플래그?”

“만약이라고 했잖아! 만약!”

“그럼 죽을 린 없겠네.”

등을 맞대는 지천우를 본 유지한이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죽으면 죽여 달라니까 죽을 리가 없다는 게 대체 무슨 대답이란 말인가.

“형에게 갈 거잖아?”

유지한이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유현우에 대한 말을 꺼내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 유지한은 처음부터 죽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뒤돌아보지 마. 달려. 길은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야, 유지한.”

한미래가 유지한에게 뭔가를 휙 하고 던졌다.

은박지에 쌓여 있는 건 다름 아닌 작은 알약이었다.

이건 치료제는 아니었다.

한미래가 만들었던 치료제의 실패작이었다.

비록 환수된 유저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는 실패한 약이지만, 가치가 없냐고 하면 그렇지만도 않았다.

“너, 이거 계속 쓸 거면 이름이라도 붙여 주는 게 어떠냐?”

“약의 이름? 한미래 같은 건 어때?”

유지한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며 인상을 찌푸렸다.

“육신환(六神丸)이야.”

“쓸데없이 거창한 이름이군.”

“알려 주면 그런 말 할 줄 알았어.”

웃음을 참은 유지한이 주머니에 육신환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세 사람 주변으로 다시 지네처럼 생긴 언데드들이 올라왔다.

다리는 동물의 다리를 하고 있었으며, 긴 몸에는 수백 구가 넘는 해골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한미래가 머리 위로 화타의 검을 크게 휘둘렀다.

허공을 가르는 검을 따라 생겨난 물길들이 유지한에게 스며들었다.

“내가 원래 이런 짓 잘 안 하는 거 알지? 얼른 가서 저 해골 대가리 쓰러트리고 와.”

“그래.”

지네처럼 생긴 언데드가 단체로 입을 벌렸다.

검은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쏟아진 광선들이 세 사람에게 떨어졌다.

콰아아아아앙.

폭발의 여파로 근처에 있던 언데드들과 해골이 쓸려 나갔지만, 녀석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먼지가 사라지자 그 사이로 흰빛이 보였다.

레이피어를 쥐고 있는 지천우를 중심으로 여섯 개의 빛의 방패가 원형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다.

지천우가 베크나가 있는 쪽을 보더니 몸을 살짝 틀었다.

“피에트로 데 아바노의 칠 일.”

지천우의 발밑으로 흰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빛이 솟아올랐다.

어깨의 날개가 넓게 펼쳐지더니 근처에 있는 언데드들을 한 번에 몰아냈다.

“1장 아르스 테우르기아 (Ars Theurgia).”

파아아앗.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력한 빛이 사방에 흩어졌다.

“대박.”

지천우의 머리 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천우가 레이피어를 베크나가 있는 곳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소환된 천사가 들고 있던 창을 앞으로 뻗었다.

뒤에서 수십 개의 마법진이 생겨나며 일제히 아래로 포격을 가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한미래가 입을 벌리지 못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100년 전에 이런 녀석이 있었는데 졌다는 걸 도무지 실감할 수 없었다.

빛과 어둠이 사방을 뒤덮는 순간, 유지한은 베크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죽지 않고 버티고 있는 언데드를 베어 내며 해골의 산에 올라갔다.

지천우의 마력이 흐려지기 무섭게 다시 언데드들이 유지한을 향해 달려왔다.

‘15분.’

유지한이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았다.

수십 구의 언데드들이 정말 낙엽처럼 흩날려 갔다.

파악.

발밑에 있는 해골을 지르밟으며 자세를 잡은 유지한은 바로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을 사용했다.

불가살이의 검이 유지한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언데드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았다.

‘죽을까 보다!’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가며 회선구류검(回旋九流劍)을 사용했다.

다시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은 유지한이 초월기인 <흑화>를 왕의 권능으로 강화했다.

유지한의 초월기는 죽음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강해지는 능력이었다.

식은땀이 흐르며 앞이 어지러웠다.

언데드를 베어 내면서 아이템창에서 꺼낸 워터볼을 검의 궤적에 집어 던졌다.

쏟아진 물이 머리에서부터 발아래로 쏟아졌다.

머리를 차갑게 식힌 유지한이 마력 탐지를 사용했다.

어느새 베크나와 유지한의 거리가 금방이라도 검을 휘두르면 닿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른 유지한은 처음으로 장거리 스킬이 없는 것에 서러움을 느꼈다.

지면에 있는 지네를 찔렀던 검을 빼낸 유지한은 얼굴에 튀긴 검은 피를 손등으로 닦아 낸 후 베크나에게 달려갔다.

녀석의 몸이 크게 흔들리더니 고개가 기괴하게 돌아갔다.

[몸을, 내놔라, 네놈의 몸을.]

“꺼져! 누가 너 같은 새끼한테 줄 거 같냐고!”

지천우의 말에 의하면 유지한 자체가 어둠의 힘과 상성이 좋은 게 틀림없었다.

베크나가 가장 먼저 유지한을 노린 이유?

저주를 걸 수 있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면 가장 좋아 보이는 걸 고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은, 네, 놈이 아니라……]

머리가 180도로 돌아간 베크나의 손이 부들부들 흔들렸다.

리치에서 한 단계 더 뛰어넘은 베크나는 신이 되고자 했으나 결국 실패한 실패작이었다.

리치가 되기 위한 대가로 인과에서 벗어났으며 그 결과 차원을 맴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유지한의 몸을 빼앗아 다시 한번 신위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그가 가장 먼저 탐냈던 건 사실 유지한이 아니라 다른 자였다.

하지만 그는 저주의 범위에 없을뿐더러 넘볼 수 없는 자였다.

언데드들을 쉴 틈 없이 베어 낸 유지한이 베크나의 근처까지 다가왔다.

처형대 근처까지 도착한 유지한이 달빛 베기를 사용했다.

그 순간, 녀석의 손에 있던 마도서에서 검은빛이 새어 나왔다.

검은빛은 순식간에 유지한과 함께 주변을 집어삼켰다.

분명 거리가 있었던 베크나의 모습이 유지한의 앞에 나타났다.

베크나의 해골 손가락이 유지한의 어깨에 닿았다.

유지한이 자세를 바꾸며 급하게 검을 내리그었다.

어깨에 닿았던 해골 손이 사라지며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환상?’

뭔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유지한이 공격을 멈췄다.

유지한이 처형대의 기둥에 발을 짚은 후 몸을 굴려 아래로 내려왔다.

유지한은 별생각 없이 몸을 일으켰다.

뒤에서 다른 언데드가 입을 벌리며 덤벼들었다.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두른 유지한이 주먹을 쓰기 위해 왼손에 힘을 주었다.

“이런 썅, 힘이…….”

당황한 유지한이 재빨리 뒤로 물러나 언데드를 반으로 갈라 버렸다.

유지한이 왼쪽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감각이 없군.”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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