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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641화 (641/760)

641화 죽어 버려 (1)

유지한이 앞으로 달려가며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의 초식을 밟았다.

유현우가 해 보라는 듯 유지한의 초식을 막아 냈다.

유지한의 팔에 긴 상처가 남았다.

마력을 끌어올리자 불가살이의 검에 연결된 붕대가 유지한의 손목에 완전히 감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검을 놓지 않겠다는 유지한의 의지였다.

“인과가 내가 아닌, 너를 선택하게 하겠다고? 그런 게 가능할 거로 생각해?”

“그러는 형은 과거를 바꾸는 게 가능할 거로 생각해서 그렇게 하나 보지? 내 존재까지 부정하면서!”

몸을 숙인 유지한이 풍아(風牙)를 사용했다.

위에서 아래로 올라오는 검격이 유현우의 가슴을 노렸다.

그러나 스킬이 없는 상태라 그런지 완벽한 공격이 되지 못한 채 유현우의 앞에서 흐려졌다.

타.

유지한이 쉬지 않고 달려가며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았다.

유현우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치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바위에 검을 휘두르는 거 같았다.

‘아니지.’

─ 모든 일에 ‘절대’라는 건 없어.

망할 슬라임은 그런 말을 늘 입버릇처럼 내뱉고 다녔다.

─ 불완전하기에 세상인 거지.

모든 것이 완전하고, 완벽하다면 세상은 처음부터 존재도 하지 않았을 거라 했다.

불가살이의 검이 유현우의 검을 강하게 쳐 냈다.

유현우의 검이 밀려 나가는 순간, 유지한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는 기분 탓인가 싶었는데,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닌 거 같았다.

유지한은 오래 가지 않아 그게 이현의 힘의 잔재라는 걸 깨달았다.

‘이현의 검이 맞긴 한가 보군.’

오래 사용한 무기에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 흔적이 남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유지한은 그걸 느낄 수 있다는 거고, 유현우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유지한은 저 검이 자신이 처음 슬라임에 검을 받았을 때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유지한도 검의 봉인을 푸는 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차이가 있다면 유현우는 저 검의 봉인을 영원히 풀지 못할 거라는 점 정도였다.

“착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형이야말로 착각하지 않는 게 좋을걸?”

유지한이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 낸 후 앞으로 달려갔다.

검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유지한의 몸에 상처가 생겼다.

유현우도 상처를 입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천우의 스킬을 빼앗은 탓에 눈 깜박하는 사이에 상처가 사라졌었다.

최소한 지천우는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았는데, 지천우의 스킬 그 자체가 적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두 손으로 불가살이의 검의 검집을 꽉 쥐었다.

장갑에서 새어 나온 피가 검을 감고 있던 붕대 위로 스며들었다.

온몸 구석구석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유지한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이게 더 나아.’

베크나에게 감각을 차단당했을 당시, 죽음이라는 게 무엇인지를 느꼈다.

적어도 유지한이 느꼈던 죽음 중에서는 가장 끔찍했다.

그 안에서 유지한은 스스로가 죽지 않았다고 세뇌를 하며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유지한은 자신이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상처가 늘어나고, 비명을 지르면 지를수록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유지한이 이를 악물며 유현우와 검을 부딪쳤다.

사방에 크고 작은 검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았다.

유지한이 휘청거리자 그 틈을 놓칠 리 없는 유현우가 달려들었다.

그러자 유지한이 기다렸다는 듯 눈을 번뜩이며 유현우를 향해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의 초식을 밟았다.

“헛수고다.”

“그걸 판단하는 건 형이…… 쿨럭, 아니라고!”

유현우가 유지한을 따라 똑같이 초식을 밟았다.

스킬이 없는 탓에 유지한은 계속 검이 헛나간다거나 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마치 누군가가 강제로 유지한의 검을 틀어 버리는 거 같았다.

마법이 아닌 유저의 스킬은 대부분 올바른 움직임을 유지함으로 인해 발동하는 거였다.

그 움직임을 계속 틀어 버리니, 스킬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지한은 멈추지 않았다.

틀리면 다시, 그 초식부터 이어서 공격을 반복하며 유현우를 밀어붙였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흐린 인식만 있는 천마삼검과는 달랐다.

그리고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은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서도, 가장 자신이 있는 스킬 중 하나였다.

“내 스킬을 사용해? 누구 마음대로!”

카앙.

유지한이 천룡무상검법(天龍無上劍法)의 초식을 완벽하게 사용했다.

“됐다!”

빠르게 상태창을 열어 본 유지한은 붉은색에서 녹색으로 변한 스킬을 확인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려울 뿐이었다.

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확신만 있으면 그다음은 쉬웠다.

시간이 지나 스킬을 점점 더 많이 가지고 오게 되면 나머지 스킬은 굳이 유지한이 시범을 보여 줄 필요도 없었다.

이게 인과에 의해 움직이는 거라면, 더 많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유지한이 스킬의 주인이라는 건 이제 더 의심할 필요조차 없기 때문이었다.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니 이제.

‘의심하지 않고!’

움직이면 된다.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사방에서 유현우의 마력으로 만든 검들이 날아왔다.

몸을 튼 유지한이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았다.

날아드는 검과 유지한이 만들어 낸 검기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커흑……!”

공격을 전부 막아 내지 못한 듯 유지한의 어깨에 난 상처에 검이 스치고 지나갔다.

같은 부위를 두 번이나 다치니, 고통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졌다.

유현우가 그 틈을 놓칠 리 없다는 듯 유지한에게 다가왔다.

유현우의 검이 유지한의 심장을 향하던 그때, 검은 마력이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얼마나 살벌한 공격이었는지, 뒤로 물러난 두 사람 사이로 끝이 보이지 않는 작은 절벽이 만들어졌다.

“이 싸움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

“설마 비겁하다느니 하는 소릴 하는 건 아니겠지?”

유지한도 다수의 유저들과 혼자서 싸워 본 경험이 있었다.

강한 유저들의 무서운 점이 그거였다.

그들은 단순히 한 명을 상대로 강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바깥에 있는 나머지 유저들도 합류할 거였다.

“김다솜과 꽤 친해진 모양인데.”

“걔 이야기가 왜 나와?”

“가장 먼저 보는 게 네 죽음이라니 안타깝군.”

“하하, 미친 거 아냐?”

유지한은 제 형이지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유지한이라면 자신의 시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김다솜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유지한이 자신의 옆으로 다가온 지천우를 위아래로 훑었다.

시간을 좀 끌어 달라길래 뭘 하고 오나 했더니.

“뭐냐 그 꼴은?”

유지한이 기억하는 지천우는 금발에 붉은 눈을 하고 있었다.

초월기가 풀리지 않은 탓에 유지가 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천우는 평범하게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였다.

이렇게 보니 색다르긴 했으나 그런 것에 감탄할 시간은 없었다.

“초월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야.”

“아무 말도 안 했다.”

“얼굴에 씌어 있는데?”

유지한의 표정은 누가 봐도 초월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든가 하며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설령 아니라고 할지라도 지천우는 유지한의 성격에 자신을 보고 유지한이 그렇게 의심하지 않을 리가 없다 확신했다.

정곡을 찔린 유지한이 대답 대신 혀를 찼다.

유지한은 지천우의 뒤로 살짝 숨으며 상처에 엘릭서를 들이부었다.

“어쩔 수 없어, 이걸 사용하면 기존의 초월 모드가 풀리거든.”

지천우의 머리카락 색이 금발에서 풀리지 않았던 건 초월기, 정확하게 말하면 초월 모드의 부작용이었다.

“아.”

유지한이 뭔가를 깨달은 듯 입을 살짝 벌렸다.

초월 모드 또한 초월기이니, 두 개를 가지고 있어도 이론적으로는 이상한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불길한 초월기군.”

불길하다고 해야 하나?

굳이 말하자면 살짝 나쁘다는 쪽에 가까웠다.

지금 지천우의 마력은 유지한이 기억하고 있는 지천우의 마력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었다.

지천우가 다가오는 유현우를 향해 발트안데르스를 휘둘렀다.

파아아앗.

순식간에 휘두른 레이피어에 검은 마력들이 유현우의 급소를 노렸다.

검을 휘둘러 간신히 급소를 막아 낸 유현우가 시야를 가린 검을 내려놓으며 지천우를 바라봤다.

“뭘 한 거지?”

“글쎄. 그걸 알려 줘야 할 의무는 없는 거 같은데?”

유지한은 지천우의 다른 손을 흘끔 바라봤다.

아직 거리를 벌리고 있는 유현우는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까이 있는 유지한은 유현우의 손이 이상하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마치 힘줄이 끊긴 것처럼 꿈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지천우가 유지한에게 대신 속삭였다.

“테우르기아는 천사를 소환하는 초월기, 그리고 게티아는 악마를 소환하는 거야.”

“공짜는 아닌 거 같은데.”

“뭐, 그렇지.”

지천우도 유지한이 자신의 팔의 상태를 눈치채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숨겨 봤자 의미가 없는 건 숨기지 않는 편이 좋았다.

“네놈의 초월기가 왜 안 풀리는지 이제야 이해했군.”

지천우의 신은 지천우가 죽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지천우가 계속 대가를 지불하고 악마를 소환하는 스킬을 반복하면, 그것도 자살의 일종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걸 차단하기 위한 초월기였던 거다.

벌어진 상처 사이로 엘릭서를 들이부은 유지한이 지천우의 옆에 섰다.

유지한은 이제 대충 어떤 식으로 스킬을 되찾아 오면 되는지 감을 잡았다.

이미 몇몇 개의 스킬은 유지한이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유지한 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하여튼 이놈의 탑은 미친놈들투성이 아닐까. 제정신이 박혀 있는 놈이 하나도 없어.”

“그 미친놈들의 정점에 선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

“내기할까? 내가 미친놈인가, 아니면 네가 더 미쳤나.”

유지한은 지천우가 어떤 식으로 스킬을 되찾아 올지를 단번에 깨달았다.

게티아를 사용하는 대가는 아마도 지천우의 신체 일부였다.

‘저걸 반복하면 지천우의 스킬은 무조건 되돌아온다.’

지천우를 살리기 위해서.

미치지 않고서야 자기 목숨을 인질로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천우가 유지한을 스치고 유현우의 앞으로 다가갔다.

유현우가 검을 휘두르자 사방에서 창살들이 올라왔다.

몸을 틀어 창살을 피한 지천우가 틈 사이로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그러자 안개처럼 검은 마력이 흩어졌고, 사방에서 검붉은 줄기가 나타나 창살들을 옭아맸다.

다가오는 줄기들을 전부 베어 낸 유현우가 지천우의 머리 위로 다가왔다.

섬뜩한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니 꽤 큰 스킬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줄기를 밟고 뛰어오른 유지한이 지천우와 유현우 사이로 불가살이의 검을 밀어 넣으며 공격을 막아 냈다.

“둘이서 덤빈다고 억울해하지 말라고!”

검을 쳐 낸 유지한이 몸을 틀어 발을 크게 휘둘러 유현우를 밀어냈다.

지천우가 기다렸다는 듯 떨어지는 유현우를 따라잡으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레이피어에서 흘러나온 검은 마력이 순식간에 지천우와 유현우를 뒤덮었다.

지천우는 틈이 보이면 금방 끼어들 준비를 하는 유지한을 흘끔 바라봤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천우가 이를 악물며 유현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죽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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