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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720화 (720/760)

720화 배틀 필드 (4)

검을 든 사내가 유지한의 앞으로 걸어왔다.

“첸쯔이를 공격한 놈이 너군.”

“실수였다.”

“실수였다고?”

“발이 미끄러져서 말이지.”

유지한이 발을 툴툴 털며 웃었다.

유지한의 살기에 사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 각성자로군.”

배틀 필드에는 간혹 드물게 각성자들도 섞여 있었다.

중화 길드도 각성자라 해서 전부 받아 주는 건 아니었다.

3계 출신이 아니거나, 신원이 불분명하거나, 혹은 아예 알려지지 않은 각성자들의 경우는 중화 길드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래 봤자 쓰레기겠지만.”

이름 없는 자.

3계의 호적에도 올라와 있지 않으며, 국적도 없는 존재.

대부분은 비각성자이지만, 그중에서 간혹 드물게 각성자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각성자들은 중화 길드 각성자들에 비해 약한 게 현실이었다.

정규 교육도 받지 않은 데다가 던전도 제대로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각성자가 강해 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유지한이 검을 살짝 비틀며 사내의 목 끝을 겨눴다.

“잔소리 말고 덤벼.”

검 끝이 살짝 흔들렸다.

마치 도발을 하는 것 같았다.

“이 새끼가!”

열이 받은 사내가 유지한을 향해 라이트 세이버를 휘둘렀다.

플레이어들이 배틀 필드의 무기라고 받은 것들은 구시대 무기였다.

마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각성자 시대 초창기에나 사용하던 싸구려 철검이었다.

사내는 유지한을 향해 자신 있게 라이트 세이버를 내리그었다.

싸구려 철검을 사용하는 삼류 각성자 따위가 라이트 세이버를 쥔 자신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생각했다.

“재밌나?”

“……뭐, 라고?”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구는 게 재미있냐고 물었다.”

배틀 필드를 돌아다니는 처형자들은 명령을 받아 플레이어들을 살리기도 하고, 극한까지 몰아붙이기도 하며, 때로는 목숨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플레이어들의 목숨은 처형자의 기분에 따라 달려 있었다.

그게 퍽 재미있었겠지.

“하, 그렇다면 어쩔 거냐! 뭐 하는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은 죽는다.”

그가 마력을 조금 더 끌어올리자 라이트 세이버의 검신에 푸른 전기가 감겼다.

근처에 있던 다른 처형자가 불안한 듯 사내에게 말했다.

“어이! 스킬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닥쳐! 이름 없는 쓰레기 주제에 감히 이 몸을 우롱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타앗.

지면을 박찬 그가 엄청난 속도로 유지한을 향해 달려갔다.

평범한 각성자라면 사내를 보는 것도 불가능할 터다.

그러나 유지한은 정확하게 철검으로 사내의 검을 막아 냈다.

‘운이 좋…….’

라이트 세이버에 부딪힌 철검이 산산조각이 나며 부러졌다.

몸을 뒤로 기울인 유지한이 사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죽어’ 님이 44 칩을 후원합니다.

<뭐라는지 모르겠는데 입 터네 저 새끼>]

시야를 살짝 가리는 상태창에 유지한이 입술 끝을 깨물었다.

그사이 유지한이 정확하게 사내의 공격을 피했다.

우연인가 싶었던 것도 잠깐 유지한의 손에 별안간 단검이 나타났다.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는 단검이 사내의 전격이 휘감긴 라이트 세이버를 전부 쳐 냈다.

전격의 일부가 유지한의 몸에 닿긴 했으나, 유지한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단검을 높이 치켜든 유지한이 사내를 내려다봤다.

“죽어!”

유지한의 단검이 사내의 심장을 정확하게 내리꽂았다.

사내의 검이 아래로 떨었더니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유지한이 단검을 뽑아내며 사내의 몸을 뒤로 밀었다.

얼굴과 상반신에 붉은 피가 튀었다.

야른그레이프를 낀 장갑으로 뺨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 냈다.

[‘죽어’ 님이 4칩을 후원합니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깝쳐.>]

“이거 못 끄나?”

유지한이 팔목에 있는 검은 팔찌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틀 필드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는 모두 이 검은 팔찌를 차고 있어야 했다.

“저, 새끼 뭐야?”

“외부인 같은데. ……골치 아픈 놈이 들어왔군.”

간혹 등록되지 않은 각성자 중에 상금을 노리고 일부러 들어오는 녀석이 있었다.

누군가가 유지한의 기록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지난번 배틀 필드에 참여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30위 정도의 중간 성적으로 마무리했으며, 각성자라 표기가 되어 있지도 않았다.

다가오는 사내들은 유지한이 각성자가 틀림없다 확신했다.

처형자들을 둘이나 죽인 놈이 각성자가 아닐 리가.

무엇보다 유지한이 죽인 처형자는 초월자는 아니긴 하지만 꽤 강한 축에 속해 있는 각성자였다.

배틀 필드가 점점 좁아지더니, 유지한을 둘러싼 처형자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죽어’ 님이 4칩을 후원합니다.

<야, 너 괜찮냐? 시선 너무 끌린 거 같은데.>]

[‘죽어’ 님이 4칩을 후원합니다.

<?? 이래도 되는 거??>]

“시끄럽다고!”

유지한이 계속해서 후원으로 떠드는 상태창을 보며 짜증을 냈다.

알아서 한다니까, 왜 이딴 시스템이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지한의 상태창에는 강한결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후원 메시지도 나타났다.

웬만한 후원창은 다 무시하고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후원창 하나가 보였다.

다른 후원창과 다르게 검은색에 금박이 둘러진 상태창이었다.

[‘익명8245’ 님이 500,000칩을 후원합니다.

<뭐 하는 짓이지?>]

“하아.”

각자 임무 수행하는 거 아니었나?

유지한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느낌상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장성현이 분명했다.

다가오는 처형자들을 무시한 유지한이 죽은 사내 앞으로 다가갔다.

몸을 숙인 유지한이 사내의 손에 있는 라이트 세이버를 가지고 왔다.

유지한이 라이트 세이버를 켜자, 처형자들이 그럴 줄 알았다며 저들끼리 눈치를 살폈다.

각성자가 아닌 자는 라이트 세이버를 사용할 수 없었다.

커다란 대검을 쥔 처형자가 유지한을 향해 말을 걸었다.

“네놈에게 현상금이 걸렸다.”

“그래? 얼마냐?”

“20만 칩이다.”

1칩에 1달러니까, 20만 칩이면 대충 한화로 2억 정도의 현상금이 걸린 셈이었다.

“뭐야, 별거 아니네?”

“뭐라고?”

“내가 방금 후원받은 게 50만 칩이거든.”

“하하! 대체 어떤 미친놈이 이딴 게임에 50만 칩이나 쓴단 말이냐!”

“미친놈인가 보지.”

어차피 바꾸지도 못하겠지만.

유지한이 라이트 세이버를 쥔 채 다가오는 처형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 * *

창사시 외곽의 한 저택.

대리석에 고급 가구들로 이뤄진 저택은 거실의 넓이만 해도 상당한 편이었다.

최수현은 침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커다란 소파에 앉아 있었다.

100인치가 넘는 커다란 화면에 배틀 필드 장면이 중개되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최수현이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후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반화(反華) 세력의 최대 후원자라는 거지?”

“그래.”

“장난 없는 새끼.”

최수현이 중얼거리자 장성현이 말뜻을 잘 모르겠다며 바라봤다.

최수현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과일을 집어 먹었다.

“중화 길드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잘나가는 네놈이,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중이다. 그런데 중화 길드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반화 세력은 말 그대로 반 중화 길드 세력들이었다.

중화 길드의 단일 체제 시스템을 부정하는 자들의 집단으로, 일종의 반정부 테러 단체였다.

실제로 그들은 중국 본토의 주요 시설이나 도시를 테러하기도 했다.

최수현이 기억하기로는 반화 세력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설이 가장 유력했다.

그런데 미국이 아니라 내부자라니, 참으로 기가 찰 일이었다.

“나는 중화 길드를 부정하지 않는다.”

“……이용한다는 거군. 알면 알수록 기분 나쁜 녀석이라니까.”

그 반화 놈들은 자신들의 배후에 장성현이 있다는 것도, 장성현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거였다.

“반화 세력은 동부 전구에 있다. 창사시 마력 핵 기지가 무너지면, 바로 동부에 있는 마력 핵 기지를 타격할 거다.”

컨트롤 타워가 사라진 마력 핵은 고물에 지나지 않았다.

최수현이 커다란 모니터를 흘끔흘끔 바라봤다.

모니터 너머에는 영혼석을 사용해 겉모습을 바꾼 유지한이 있었다.

“야, 근데 저거 괜찮은 거냐?”

최수현이 처형자의 심장에 단검을 찔러 넣는 유지한을 손가락질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눈에 띄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성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최수현은 그런 장성현을 보며 노골적으로 웃었다.

“안 괜찮은 모양이네?”

“하아, 배틀 필드에서 눈에 띄지 말라 말했을 텐데.”

“내가 할 소린 아니지만, 한마디 해도 되냐?”

“뭐지?”

“유지한 저놈, 말 더럽게 안 들어. 그보다. 우리도 뭐 하는 자식인지 모르거든.”

처형자들과 대치하는 유지한에 장성현이 고개를 돌렸다.

“……너도 조사해 봤으니까 알 거 아니냐.”

장성현은 상당히 철저한 놈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같이 가겠다고 하는 유지한을 이유 없이 받아들였을 리는 없었다.

나름대로 조사를 하고 받아들일 만하니까 받아들인 거다.

“한국 정부에서 꽤 잘 숨긴 놈이라 생각했다. 박진우가 보장해 주기도 했고.”

“진우 형님의 보장은 뭐……. 나도 가끔 그 형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가 있으니까 그렇다 치지만, 한국 정부에서 숨긴 건 아닐걸?”

“무슨 말이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복귀 전까지 협회 출신이었잖냐? 물론, 부서가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유지한 그놈은 협회에서 숨겨 준 놈이 아냐.”

최수현이 천장 위를 손가락질하며 피식피식 웃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긴 하지만.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러니 정보가 사라진 것도, 누군가 철저하게 숨긴 것도 아니었다.

애초부터 여기에 없었으니까.

천장을 보다 고개를 숙인 장성현이 말했다.

“나보고 그 황당한 말을 믿으라고?”

“……믿든지 말든지 그건 네 자유고. 솔직히 나도 가끔 안 믿기긴 하거든.”

“그런 놈을 박진우는 왜 보증을 서 준 거지?”

“글쎄? 분명한 건. 진우 형님은 손해 보는 짓은 안 해. 그런 점에선 너랑 닮긴 했군.”

지금까지 유지한의 행보로 봤을 때, 확실히 한국에 해가 되는 짓을 한 적은 없었다.

협회에서도 유지한의 존재를 알면서 묵인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었다.

장성현이 태블릿 PC를 만지며 답답한 마음에 유지한에게 후원을 보냈다.

“보내도 되는 거냐?”

“이 정돈 상관없을 거다.”

“그보다 어차피 대답이 돌아오지도 않을 텐데.”

“짜증 나서 말이지.”

“오, 너도 짜증이 나긴 나는구나.”

그사이 죽은 사내의 라이트 세이버를 든 유지한이 처형자들과 부딪혔다.

처형자들과 싸우는 유지한을 본 장성현이 한마디 했다.

“방해되면 버리고 가라.”

“야, 어차피 대륙 간 이동 스크롤 있잖아. 그리고 저놈은 안 구해 줘도 돼. 그냥 죽어도 상관없…… 잠깐.”

유지한의 싸움을 유심히 보던 최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최수현은 소파에 엎어 놓은 자신의 태블릿 PC를 가지고 와 메모장을 열었다.

장성현이 최수현의 태블릿 PC를 흘끔 보며 말을 걸었다.

“뭐 하는 거지?”

“야. 저 자식, 암호 쓰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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