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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721화 (721/760)

721화 가지가지 하네 (1)

장성현이 그게 무슨 소리냐며 최수현의 태블릿 화면을 바라봤다.

최수현은 유지한의 스킬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애당초 녀석의 검은 강한결과 상당히 많이 닮아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유지한의 공격 방식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아무리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라 할지라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화감이 들 정도였다.

만약 저기서 싸우고 있는 게 유지한이라는 걸 사전에 알지 못했다면, 최수현도 유지한이라고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장성현은 최수현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수현이 커다란 모니터 너머를 흘끔 보더니 뭔가를 적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마치 글씨를 쓰고 있는 거 같았다.

“……어.”

한 글자씩 검의 움직임을 따라가던 최수현의 손이 굳었다.

그리고 그건 태블릿을 본 장성현도 마찬가지였다.

“진위가 저기 있다고?”

“……몰라, 그렇게 말하는 거 같은데? 그보다 저기 장소가 대체 어디야?”

“나도 모른다.”

장성현의 대답에 최수현이 고개를 확 돌렸다.

중화 길드의 중장쯤 되면 중국 내에서 손에 꼽히는 권력자였다.

“아는 게 뭐냐?”

“……중국이 한국같이 좁은 곳인 줄 알고 있다면 착각이다.”

“이 새끼가? 건드릴 게 따로 있지. 해 보자는 거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 ……게다가 배틀 필드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불법 유희 게임이다.”

“그걸 보고 있는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

“저 녀석이 아니면 볼 일도 없었을 거다.”

“어쨌든 진위가 올 수는 있는 건가?”

“가능성이 없진 않다. 정확하게 어디서 열리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창사시에서 멀지 않은 곳일 거다. 대략 다섯 군데 정도 추측할 수 있겠군.”

장성현이 옆에 있던 태블릿 PC를 가지고 와 창사시 주변에 있는 숲 몇 군데를 체크했다.

“모른다고 할 때는 언제고.”

“정확하게 어디서 열리는지 모른다고 했을 뿐이다. 배틀 필드가 열리는 장소는 당일이 되기 전까지 알 수 없으니까.”

작정하고 알려고 한다면 모를 것도 없지만,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배틀 필드 그 자체였다.

장성현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사시 일대는 서부 전구의 관할권이잖아. 배틀 필드에 대해 뒤를 봐주고 있는 거 아닌가?”

“그렇다.”

“그럼 진위가 나타날 가능성도 없진 않겠군.”

최수현이 태블릿을 옆으로 던지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사이 유지한이 근처에 있는 처형자 두세 명을 더 죽였다.

“애당초 뭘 근거로 진위가 그 근처에 있다는 거냐?”

“아, 유지한에게는 마력 탐지 스킬이 있거든.”

최수현이 대충 설명을 하자 장성현이 어이가 없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각성자들 중에서 감이 좋은 자들은 마력의 흐름을 느끼고는 한다.

초월자의 경우에는 마력을 느끼기 전에 기척을 눈치채기도 했다.

어쨌든 일반적으로 마력을 느낀다는 것은 감각적인 부분의 일종이지 그걸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허나 유지한이 가지고 있는 마력 탐지 스킬은 그 감각을 직관으로 바꿔 주는 역할을 했다.

어떤 위협도, 대미지도 없지만, 그만큼 무서운 스킬이었다.

최수현이 들고 있던 펜을 빙글 돌리더니 펜 끝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너 말야, 뭔가 놓치고 있는 거 아냐?”

“…….”

“아니면 내기라도 할까? 진위가 나타날지 아닐지.”

“잠시 나갔다 오지.”

장성현이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소파에 앉은 최수현이 손을 흔들더니, 화면을 바라봤다.

‘진짜 골치 아프게 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거.’

최수현은 꼭 재수 없는 일에만 감이 좋은 편이었다.

* * *

타앗.

지면을 박찬 유지한이 달려들며 라이트 세이버를 휘둘렀다.

유지한은 가지고 있는 라이트 세이버를 끈 후 처형자의 얼굴에 냅다 집어 던졌다. 그가 라이트 세이버의 손잡이를 베어 낸 것도 잠시, 뒤로 접근한 유지한이 다른 라이트 세이버를 꺼내 사내의 몸을 베어 냈다.

유지한이 사용하는 라이트 세이버의 손잡이는 검은색이었으며, 아무런 표기도 되어 있지 않았다.

@─ 라이트 세이버를 달라니……. 너는 네 검이 있을 텐데.

@─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니까 달라고 하는 거잖아!

마탄이나 주먹을 같은 상대를 특정할 수 없는 것을 사용하는 최수현이나 송은영과 다르게 검이나 무기를 사용하는 각성자들은 쉽게 눈에 띌 수 있었다.

중화 길드에선 보급형 무기인 라이트 세이버를 가장 많이 사용하니, 눈에 띄지 않고 쓸 만한 무기가 필요했다.

유지한의 신경질에 박시우가 한숨을 내쉬며 몇 시간 후에 다시 오라 했다.

다시 간 유지한은 박시우가 준비한 라이트 세이버를 받을 수 있었다.

@─ 8세대 라이트 세이버다. 시제품이지.

박시우에게 써 보라고 온 거긴 하지만, 딱히 지금 당장 쓸 일이 있을 거 같지는 않아 내버려 뒀던 거였다.

앞으로 달려간 유지한이 처형자들을 쓰러트렸다.

“저 새끼 죽여!”

“제길,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저런 괴물이 왜…….”

배틀 필드의 구역이 점점 좁아지고, 다른 방향에 있던 처형자들까지 몰려들었다.

초식을 밟으려던 유지한이 별안간 검을 살짝 아래로 내려놓았다.

“왔군.”

검은 정장 차림의 그는 얼굴에 사슴의 얼굴을 한 가면이 있었다.

그의 등장에 처형자들이 흠칫 놀라며 물러났다.

얼굴을 가린 진위가 순식간에 유지한의 앞으로 다가왔다.

몇몇 유저들은 언제 움직였는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였다.

유지한은 코앞까지 다가온 진위를 두고도 꿈적하지 않았다.

“배짱이 제법이네. 내가 죽이면 어쩌려 그랬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거 정도는 안다. 진위(陈玮) 중장.”

190이 넘는 키의 진위가 몸을 살짝 숙였고, 유지한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진위를 바라봤다.

“너, 감이 좋은걸?”

유지한이 진위를 향해 라이트 세이버를 휘둘렀다.

싸구려 검을 휘두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격이 진위를 향해 날아갔다.

뒤로 물러난 진위가 높이 뛰어오르더니 올라오는 유지한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얼핏 보기에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으나 절대 아니었다.

진위의 주변으로 나타난 검은 빛들이 유지한을 향해 날아왔다.

흑(黑)의 사수.

그것이 진위 중장의 이명이었다.

날아드는 마탄을 쳐 낸 유지한이 땅 아래로 내려왔다.

그걸 놓칠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사방에서 수십 개의 마탄들이 또다시 날아왔다.

비록 가면을 쓰고 있었으나, 유지한과 싸우고 있는 자가 진위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지면에 호선을 그린 유지한이 라이트 세이버를 이용해 낙영비화검(落英飛花劍)의 초식을 밟았다.

검은 마탄들 사이로 검보랏빛의 마력이 흩날렸다.

강한 마력을 이기지 못한 드론들이 떨어져 내렸다.

아래로 내려온 진위가 그대로 유지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진위가 유지한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진위의 손 위로 검은 검 하나가 나타나 유지한과 부딪혔다.

“그 몸의 주인은 누구지? ……아니면 네 정체를 까발려야 하는 걸까?”

사방에서 쏟아지는 검은 빛과 강한 마력에 근처에 있던 처형자들마저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저, 저놈 대체 뭐야?”

“진위 중장…… 헙. 그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라니.”

물러난 처형자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사이, 그림자가 일렁거리더니 뒤에서 검은 고래들이 나타났다.

지면을 헤엄치던 고래들은 순식간에 처형자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꿀렁거리는 그림자 안에서 비명과 함께 뼈와 살이 씹히는 소리가 났다.

뒤쪽을 흘끔 본 유지한이 다시 진위를 바라봤다.

영혼석에 대미지가 들어가고 있는 모양인지 장유의 피부와 몸이 유리에 금이 가듯 기괴하게 갈라졌다.

유지한의 라이트 세이버가 진위의 손에 있는 검은 검을 강하게 내리쳤다.

힘을 이기지 못한 검은 검이 산산조각이 나 부서졌다.

진위가 유지한을 노려봤다.

“그 라이트 세이버는 평범하지 않은 거 같은데.”

“빌린 거라 잘 몰라.”

유지한이 머리 위로 라이트 세이버를 빙글 돌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주변에 떠 있는 드론들은 다 떨어져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드론들도 뒤에 있는 누군가가 제거하는 중이었다.

유지한의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유지한이 휘청거리자 진위가 빈틈을 파고들었다.

몸을 숙이는가 싶던 유지한이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둘렀다.

진위의 뺨에서 붉은 피가 주룩 흘렀다.

유지한의 주변에 있는 땅이 아래로 내려앉았다.

엄청난 중력 때문이었다.

진위가 몸을 살짝 숙이더니 유지한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쿨럭…… 그 새끼가 진짜…….”

피를 쏟은 장유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진위가 그런 장유의 몸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그의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 * *

“아니, 이게 여기서 끊긴다고?”

멍하니 화면을 보던 최수현이 어이가 없다며 벌떡 일어났다.

사슴 가면을 쓴 사람이 딱 봐도 진위라는 건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애당초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흑의 사수. ……아,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막상 싸우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왠지 끼어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사이에 밖으로 나갔던 장성현이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가겠다 아주.”

“시끄러워!”

장성현이 뒤에 있는 소미연에게 나가라며 고개를 까닥였다.

소미연이 나가자 들어온 장성현이 소파에 털썩 앉으며 검은 화면을 바라봤다.

“끈 건가?”

“아직. 드론들 다 부서진 모양인데. 그래서 알아는 봤냐?”

“창사시 북쪽에 반화 세력의 비밀 기지가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중요 거점 중 하나다.”

“마력 핵 기지를 감시해야 하니까. 규모보단 네가 신경을 많이 썼겠군.”

최수현의 중얼거림에 장성현이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성현이 드문드문 한마디씩 던지는 최수현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봤다.

“배틀 필드가 진행되는 사이, 거점이 공격을 당한 모양이다.”

반화 세력들은 배틀 필드에 있는 내부자를 통해 게임에 참여하는 척하다가 죽은 척 위장해 신분 세탁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 화면이 흔들리더니 별안간 진위의 주변을 비췄다.

“어, 어라……?”

엉망이 되어 있는 숲 한가운데에 진위와 함께 쓰러져 있는 장유의 모습이 보였다.

장성현이 어떻게 된 거냐며 최수현을 바라봤으나, 최수현도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저 녀석의 생존은 내가 확인해 보도록 하지.”

“비밀 기지가 공격당한 건 어떻게 할 건데? 그거, 괜찮은 거냐? 그보다…….”

최수현의 등 뒤로는 뺨에 묻은 피를 손수건으로 닦아 내는 진위의 모습이 커다랗게 나타났다.

최수현이 어깨너머로 엄지손가락을 넘겼다.

누가 봐도 진위를 가리키고 있는 거였다.

“너 이놈이랑 친구 아니었냐고.”

진위가 배틀 필드의 뒤를 봐주고 있는 건 그럴 수 있다 쳐도, 정황상 그가 갑자기 나타날 이유는 절대 없었다.

시선을 끄는 사이 반화 세력들을 공격한 범인이 진위라는 뜻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혹은 오해가 있었던가.’

어느 쪽이든 장성현은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할 게 틀림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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