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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더니 신이 되었다-727화 (727/760)

727화 해 보자는 거냐 (3)

“원한다면 둘만 있어도 되고.”

“자신감이 넘치네. 좋아. 나도 너에게 할 말이 있었던 참이거든.”

현설과 진위가 마시던 칵테일 잔을 내려놓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진위의 부하가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위를 바라봤다.

아무리 진위가 여자 편력이 심하다고 해도 장성현의 여자라고 알려진 녀석을 건드리는 건 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었다.

그런 사내의 심리를 읽은 건지, 진위가 사내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내가 어디 갔냐고 묻거든 나를 찾으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다소 헷갈리는 말투긴 했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사내가 해야 할 일은 진위의 말을 그대로 장성현에게 전하는 거였다.

현설이 다가오는 진위의 손을 탁 하고 쳐 냈다.

진위는 그런 현설의 태도에 재미있다며 웃을 뿐이었다.

장성현은 그렇다 쳐도 진위에게까지, 저렇게 행동하는 걸 보면 정말 겁이 없는 여자였다.

“저 여자는 대체 뭐야?”

사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사이, 또 다른 누군가가 다가왔다.

“뭐야, 누굴 찾는 거야?”

“진위 중장님을 찾고 있습니다. 어디 계시는지 아십니까?”

“진 중장님이라면 개인적인 일로 잠시 방에 들어가셨다. 나에게 보고하도록.”

“그게…… 중요한 사안이라 직접 보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대답에 사내가 한숨을 내쉬었다.

진위와 현설이 사라질 때부터 느낌이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알겠다. 다시 불러오지.”

“무슨 일이지?”

보고를 듣고 온 장성현에 두 사람이 재빠르게 경례했다.

장성현은 진위와 현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진위의 측근은 그렇다 쳐다도, 옆에 있는 사내는 서부 전구 소속의 다른 각성자였다.

“진 중장님에게 직보고 드릴 게 있다고 하여 찾아온 자입니다.”

“진위는?”

“그……. 현설 님과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다시 찾으러 가야 할 거 같네요. 아, 중장님께서 찾아오시면 전해 드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는 진위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애매할 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최고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알겠다. 진위는 내가 찾아보도록 하지. 그리고…….”

장정현이 보고하러 온 서부 전구 병사를 향해 손을 까닥였다.

다가온 병사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그걸 어떻게…….”

“나도 방금 그 얘길 하고 왔다.”

장성현이 빠르게 홀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 방금 전까지 다른 사람들과 떠들고 있었던 장우신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진위보다는 조금 빨랐던 모양인데, 장우신과는 비슷하거나 조금 늦은 게 분명했다.

잠시 고민하던 장성현이 다시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진위에게 전해 주지.”

장성현이 소미연에게 받은 정보는 창사시에 있는 마력 핵 기지 중 하나가 반화 세력들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거였다.

‘내 명령도 없이 움직였다고?’

장성현이 반화 세력의 배후라는 걸 아는 사람은 군 내부에 없었다.

공을 들인 조직이다 보니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삼중으로 배후를 은폐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창사시에는 반화 세력의 간부 중 한 명인 량바오가 있었다.

진위에게 당한 창사시 세력들을 모아 움직인다면 량바오가 틀림없었다.

소미연의 보고를 들었을 땐, 량바오가 멋대로 움직인 건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나 빠르게 머리를 식히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봤을 때, 량바오는 그럴 만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것도 창사시 세력들이 최소 절반 이상은 죽은 상황에서.

동시에 최수현이 자신에게 했던 충고에 가까운 말이 떠올랐다.

‘……유지한, 그자를 빨리 찾는 게 좋을 거라 했던가.’

장유는 처음부터 반화 세력과 합류시키게 할 계획이었다.

그 과정에서 사고가 있었고, 정황상 높은 진위와 싸웠을 때 영혼석이 부서진 게 분명했다.

올 마스터라는 녀석이 진위와 한번 부딪힌 걸로 죽을 린 없다.

최수현의 말대로 죽은 척을 했거나, 쇼를 한 거였다.

“나를 못 믿는 건가?”

다소 조급해진 장성현이 보고하러 온 사내를 재촉했다.

그는 장성현이 독자적인 라인을 통해 정보를 파악했음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그…….”

장성현은 사내와 함께 홀 구석으로 가 진위를 대신해 보고를 들었다.

“알겠다. 그렇게 전해 주지.”

“예. 시급한 사안이라 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성현은 바로 홀을 나오며 걸음을 빠르게 했다.

‘외부인 침입이 감지된 곳은 서부 기지다.’

동부와 서부에 있는 기지는 전부 마력 핵 기지의 더미다.

그걸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었으며, 물론 더미라 할지라도 해당 시설에서 여러 연구가 진행 중인 건 사실이었다.

‘무소속 각성자인가…….’

최수현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태까지 마력 핵 기지를 찾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이었던 셈이었다.

확실히 그 말을 들은 이후 정신이 번쩍 드는 걸 보면 뭔가가 없진 않았다.

장성현이 현설과 진위가 들어갔다는 방 앞으로 다가갔다.

소미연이 문을 두드리려던 그때, 복도에서 류청선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달리는 것처럼 다가온 류청선이 순식간에 장성현의 멱살을 붙잡았다.

“당신,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뭐……?”

장성현이 급한 보고 때문에 자리를 피했을 때, 송은영은 계속 최수현을 보고 있었다.

류청선의 손을 쳐 낸 장성현이 문 너머를 흘끔 바라봤다.

소미연이 열심히 문을 두드렸으나, 문 너머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콰앙.

동시에 뒤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어났다.

류청선이 벽에 등을 부딪친 채 쓰러졌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류청선이 장성현을 바라봤다.

장성현이 손을 틀며 태연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사람을 착각한 모양이지.”

“……죄송합니다.”

“내가 일이 바빠서, 봐주도록 하지. 다음번엔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장성현이 가라는 듯 고갯짓하자, 류청선이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 위화구 남단으로 가면 군사 교정 시설이 있다. 낙오자들이 모이는 집단이지.

─ 거긴 왜?

─ 현설, 아니……. 최수현이 거기가 신경 쓰인다더군. 나는 잘 공감을 못 하겠지만, 소란이 일어난 참이니 방문해도 좋을 거다. 여차하면 내 이름을 팔아라.

류청선이 불안한 듯 문 너머를 바라보자, 장성현이 한마디 덧붙였다.

─ 이쪽 일은 내가 처리하지. 별일 없을 거다.

─ 하아, 알았어.

류청선을 쫓아낸 장성현이 문을 바라봤다.

“부숴.”

소미연이 라이트 세이버를 휘둘러 문을 부쉈다.

호텔의 스위트룸 같은 넓은 방은 텅 비어 있었다.

서재로 들어간 장성현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뭔가를 주웠다.

현설의 군번줄이었다.

‘제길, 무슨 생각이냐. 진위.’

군번줄을 주머니에 넣은 장성현이 몸을 일으켰다.

“진 중장님이 왜 이런 짓을…….”

“이 일은 내가 처리하지. 그보다, 구 상사.”

“예.”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다.”

장성현은 구 상사에게 반화 세력이 쳐들어갔다는 서부 마력 핵 기지로 가라 조용히 명령을 내린 후, 급하게 시청을 나왔다.

“찾으러 와라는 무슨.”

직접 운전재를 잡은 장성현이 현설의 군번줄을 뒤집었다.

거기에는 작은 글씨로 위치 정보를 알려 주는 암호 숫자가 적혀 있었다.

* * *

며칠 전.

나는 종종 리중보의 별장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갔다.

리중보도 내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호감을 사기 위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늘어놓았다.

“마력 핵을 사용하겠다는 겁니까?”

“높은 확률로 그리될 걸세. 곧 창사시에서 간부 회의가 열리지 않는가. 그 일을 논하기 위한 회의이기도 함세.”

“주로 동부 해안에 있는 마력 핵들이 발사되겠군요.”

차를 마신 내가 태연하게 말하자, 리중보가 조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긴 한데,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우리지.”

“창사시에 있는 마력 저장고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네. 마력 핵을 쏘려면 저장해 둔 마력을 사용하거나, 마법사의 마력을 이용해야 할 테니. ……다만, 자네도 알다시피 마력 핵에 들어가는 마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양일세.”

“최소 초월자 10명은 있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마법에 특화된 초월자여야만 했다.

나와 리중보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식사가 치워지며 디저트가 나왔다.

“그것도 그거지만, 마력 핵을 사용할 정도로 마력을 소모하면 최소 일주일에서 길면 이 주 정도 마력 고갈 상태에 빠진다고 하더군.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다른 각성자들과 다르게 제 몸 지키기가 힘들다는 뜻이겠죠. 아무리 당국에서 보호해 준다고 해도…….”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애매하게 흘려 넘겼다.

리중보도 이해한다며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중화 길드는 이 전에도 몇 번인가 실험용으로 마력 핵을 발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쉬고 있던 각성자들이 한두 명씩 어떤 방법으로든 죽어 나갔다.

“……그래서 고안한 게 마력 저장고지.”

하지만 그 마력 저장소에 마력을 저장하는 일도 쉽지는 않아 보였다.

리중보의 말을 유추했을 때, 지금 발사할 수 있는 마력 핵은 총 세 번 정도가 한계인 듯싶었다.

“어쨌든 당 간부 회의에 참석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해질 테지. 자네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

“하하, 괜찮습니다. 전 아직 전략 지원 부대 소속에 교관 신분이니 말입니다. 리 중장님을 곤란하게 해 드릴 순 없죠.”

“하하,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해.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진 말게. 자네도 장 중장이 있는데 라인 갈아탔다는 게 알려져서 좋을 게 없으니.”

내가 장성현과 그다지 접점이 없는 걸 눈치챈 리중보는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라인에 설 것을 어필했다.

“이번 회의에 장 중장님도 오시는 겁니까?”

“그렇게 됐네. 명목은 여자친구가 오고 싶다고 별장에 놀러 온 거라고 하던데……. 하, 그게 말이 될 리가 있겠나? 마력 핵을 발사하면 창사시에서 결정이 이뤄질 테니 직접 온 걸 거다.”

한국과 북한은 장성현이 공을 들인 곳이기도 하니, 마력 핵을 발사하려면 장성현의 허가가 없진 않아야 한다며 덧붙였다.

“하, 그런 놈이 한국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 뒀다니 믿을 수가 없군. 한국과 뒤로 손을 잡은 게 아니라면 말이야.”

“푸웁…… 아, 죄송합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말은 하시길래.”

“하하! 농담이 거칠었나? 그냥 한 소리니 신경을 쓰지 말게. 다른 사람도 아닌 장 중장이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만큼 한국의 상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던 걸세.”

“그렇군요.”

처음에는 그냥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짬이 없진 않은 모양인지 이런 쪽에서는 눈치가 좋은 편이었다.

리중보가 자연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자네 얘길 좀 해 보게, 교관 생활은 할 만한가?”

“하하, 처음엔 좀 할 만했는데. 지루하더군요.”

“그래도 자네 반 학생들은 우수하다고 왕 상위가 그러더군.”

“그러면 뭐 합니까? 결국 낙제생이 생겼는데.”

내가 낙제생 이야기를 꺼내자 리중보가 마시던 잔을 내려놓았다.

이 정도 친해졌으면 한 번 정도는 물어볼 수 있을 거 같았다.

“아……. 크흠, 그건 자네 잘못이 아니니 너무 개의치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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