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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화 〉예기치 못한 결과에 대비하라(7) (129/207)



〈 129화 〉예기치 못한 결과에 대비하라(7)

간디 디포의 정찰 결과는 꽤 의외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디의 방어설비가 어떻게 손실되었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도중에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직 생존자가 있다고?”

“그렇습니다. 관측 결과, 간디 디포에는 아직 생존자들이 남아 이물과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화복 및 선외 활동복을 벗지 않은 채, 주로 네이팜을 이용한 소각 형식으로 버티고 있는 듯합니다.”

어뢰정 넷으로 이루어진 정찰대는, 간디 디포의 일부 구역에서 계속 벌어지는 교전 흔적을 포착했다. 레이저는 물론 일반화약식 화기를 사용하는지 간헐적으로 사격으로 인해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으며, 개중에서는 네이팜을 분사하는 장면도 포착되었다.

“통신은?”

“통신은 없었습니다. 통신을 시도할 겨를이 없거나, 그럴 장비가 없었겠죠. 다만 불빛 신호를 포착하긴 했다고 합니다. 모스 부호로, 구조신호였습니다.”

어쩔까. 정찰을 보낸 이들은 러쉬모어 함대의 1기, 2기 승무원들로, 하니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이들이었다. 일단은 정보 통제를 위한 침묵을 지켜줄 것이며, 거기에 딱히 의문을 품지도 않을 것이다.

“명분이 하나 더 생긴  아니야? 굳이 명분만 따지는 게 아니더라도, 생존자들은 구해야지. 맥코인 대령 때처럼 지휘체계가 망가진 군인들일 테니, 숙련자를 얻을 기회잖아.”

셀린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쪽이었다. 물론, 생존자가 남아있다면 일단 닥치고 중성자탄을 때려 박을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안 생기는 건 아니었다.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이라고 소이탄이나 네이팜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좋아. 이 정도면 정보를 공개해도 되겠어.”

- 그리고, 가는 김에 이물들을 상대로 한 생물병기를 시험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와중에 끼어드는 블루. 한동안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안 나오더니, 마침 시의적절하게 괜찮은 물건을 하나 만들었다면서 시험하길 요청하고 있었다.

“소규모 실험 결과가 괜찮았다는 말은 들었는데, 벌써 그렇게 뿌려도 될 정도로 대량이 나왔나?”

일단 저층 건물 몇 개 정도는 정화할 수 있을 정도는 확보가 됐습니다. 효과에 따라 생산설비를 증강할지, 아니면 이 수준을 유지할지 정할 생각입니다. 분사기는 대인용 네이팜 분사기를 전용하면 됩니다.

이물 전용 생물병기. 생물병기를 생물병기로 제압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으나, 실제로 생물병기를 통제하기 위해 다른 형태의 생물병기를 사용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일정 지역을 초토화한 후, 병력 투입 없이 해당 지역을 안정화할 땐 매우 효과적인 방법.

다만 추가로 투입되는 생물병기가 해당 지역을 사람이 살지 못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다른 환경에 영향을 주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더라도, 간디 디포는 이미 이물이 장악한 상태이니 그런 부작용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고.

“좋아. 그것까지 해서,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지. 애니, 원정대 조직은 어떻게 됐어?”

“이미 조직 구성은 완료했습니다, 유진. 우랄까지 동원 준비가 끝났고, 간디 디포를 장악하는데 필요한 인적 구성이나 물자 구성도 완료했습니다.”

애니가 말하는 구성 완료라는 건, 러쉬모어 함대만 말하는  아니었다. 이곳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 전체의 구성을 두고 말하는 것으로, 핵심 용병 외에도 이런 상황에서 기여해 자기 몫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은 이들이 더해진다.

따지고 보면 말만 스테이션 소속이지 사실상 개별 용병대의 잡다한 모임에 불과하겠으나, 그래도 지휘체계만 확실히 해두면 그럴싸한 수준의 조직력을 갖출  있는 게 그 용병들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누가 우위에 있는지도 확실했고, 명분도 이득도 공유하는 상황.

“협조적으로 나왔어?”

“그렇더군요. 협조적이지 않으면 다른 방도가 없는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그러므로, 이 스테이션의 용병 중에서 협조적이기 싫더라도 정말로 비협조적으로 나올  있는 이들은 없었다. 유진이 이 스테이션을 장악했던 방법인 쿠데타조차도, 하니엘과 치료제 연구소가 유진의 편인 이상 시도되더라도 명분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좋아. 회의 소집하지. 간디 디포 출정 건으로.”

이는 회의 소집 명분부터 이미 간디 디포의 정찰 결과가 매우 고무적임을 알리고 있었다. 당연히, 핵심 용병을 비롯한 스테이션 관리자 소집도 빠르게 이루어졌다.

- 정찰 결과가 좋았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애초에 예상했던 대로, 간디 디포와 방어시설은 상당 부분 무력화되어 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기점으로 공략을 시작하면, 간디 디포의 이물을 걷어내고 탈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을 겁니다. 다만, 의외의 사항도 있었습니다.”

-의외의 사항?

방어시설이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다는 부분에서 다들 표정이 밝아졌지만, 의외의 사항이라는 표현이 나오니 웃음기가 조금씩 굳었다. 괜한 내용으로 의외의 사항이라고 따로 언급할 리는 없었으므로.

“간디 디포에 생존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전히 교전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데, 즉 중성자탄으로 융단폭격을 하는 건 선택지에서 배제된 상황입니다.”

- 그러면 상륙  화력지원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주변 지역에 대한 소이탄 및 네이팜 폭격, 그 외 레이저 정밀 타격이 전부입니다. 광역 지원은 생존자들이 휘말릴 가능성 때문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직후 수군거림이 일어나기는 했어도 간디 디포의 생존자들을 무시하자는 의견이 나오지는 않았다. 기껏 살아남은 이들을 그냥 죽이자는  자체가  좋은 생각이고, 무엇보다 러쉬모어 함대의 구성원 중에 반란군 출신자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생존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감추더라도, 간디 디포에 가면 그들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들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당장 거기에 중성자탄을 쏘라고 몰아치면 쏘기야 하겠으나, 나중에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 그러면 곧장 지상 투입이나 다름이 없는데, 괜찮은 겁니까? 이물들은 감염된 사람들의 신체적 기능을 고스란히 사용하는데 말이에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중량 강화복 위주로 선발대를 구성하더라도 사상자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대공 포대는 무력화가 되었더라도, 중화기 전체가 그렇게 되진 않았을  아닙니까. 지상전에 대비해 급한 대로 주력전차를 비롯한 장갑차량을 소수 제작하긴 했지만, 그 소수로 전부 감당하지는 못할 겁니다.

지상전 병기의 부재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되었던 바이므로, 스테이션 내에서도 조금씩 중장갑 병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중량 강화복이 여러 면에서 상당히 뛰어난 병기이긴 했으나, 아무래도 정규전에서 사용하는 주력전차 등의 병기에 비하면 손색이 있는 게 사실.

그런 가운데, 양산 체계가 잡힌 건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다수가 나온  아니었다. 안 그래도 생산력을 쓸 데가 많은 가운데, 지상 병기에 전용할 역량이 매우 제한적인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약화되기 전의 애니라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 점에 관해서는 걱정을 덜어도 좋습니다. 이물이 점령한 지상에 뿌릴 새로운 병기가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생산력이 실험실 단계라 대량은 아니지만, 간디 디포의 일부 구역을 확보할 정도는 됩니다. 자료는 방금 보냈습니다.”

- 실험실 단계라는 표현을 보아하니, 연구소에서 뭔가 성과가 나온 거로군.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면 망설일 게 없죠. 출정합시다.

일사천리였다. 다른 용병들은, 일부는 다소 찝찝해하기는 했지만, 유진에게 일의 진행을 맡겼고, 유진은 거기에 걸맞은 결과를 내놓았다. 거기에 생존자까지 발견되었다 하니, 더 왈가왈부하면서 시간을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스테이션 창립 이래 가장 강력한 전력으로 떠나는 원정이 시작되었다. 이는 알-테켈테 스테이션 시기까지 모두 더해도 마찬가지로, 애초에 대형함이 순양함 한 척이라도 있었던 시기가 이번이 처음인 덕분이다.

거기에 지상전을 수행할 병력은 어떤가. 현재 용병 파견 스테이션에 다른  몰라도 인적 자원만큼은 넘쳐났다. 그러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유진의 러쉬모어 함대나 다른 핵심 용병이 아닌 이들도 충분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 정말 저 없이 가셔도 괜찮겠습니까? 누님?

“괜찮습니다, 코울슬로. 염려치 말고, 스테이션 관리에 집중하십시오. 당신이 없어도 원정군 전력은 충분합니다.”

러쉬모어 프라우드에는 코울슬로가 남기로 했다. 블루도 남겠으나, 그는 러쉬모어 함대의 간부일지언정 연구소를 총괄해야 한다는 확고한 역할이 있기에 당분간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에서의 러쉬모어 함대 대표는 코울슬로가 맡게 된 셈.

그런 스테이션을 뒤로 하고, 순양함  척에 어느새 열 척 가까이 되어가는 구축함 중 여섯 척을 동원한 러쉬모어 함대가 중심이 되어,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의 첫 공식 원정이 시작되었다.

- 지정 좌표로 진입합니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주십시오.

쿵! 간디 디포 부근의 일반 우주로 들어서면서, 구축함 이하 함선들에게 가벼운 충격이 가해졌다. 근처에 순양함이   떡하니 있는 탓으로, 쉽게 풀어 말하자면 초광속 항행 잔류 에너지 파장과 충돌한 여파였다. 물론,  정도로는  문제가 되진 않는다.

보입니다. 지상에서 네이팜 불꽃이 터져 나오는군요. 분명히 아직 생존자들이 있습니다. ‘제초제’를 탑재한 함선으로 지상 병력 상륙 지점 부근을 먼저 청소합니다.

러쉬모어 함대의 기함은 러쉬모어이므로, 유진과 하니엘 역시 러쉬모어에탑승해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보는 간디 디포의 광경은, 생존자들이 곳곳에서 최후의 저항을 벌이고 있는 것이 보이는 상황.

여러 곳에서 간헐적인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고, 그 부근은 그래도 인공물 형상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이물이 잠식한 형상으로 바뀌는 중. 이물 함선을 확인한 곳처럼 되려면 한참이 걸리겠으나,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은 편이었다.

“통신은 없는 것 같군.”

“네, 하지만 점멸 신호가 곧장 올라오는군요. 고맙다, 협력하겠다의 반복입니다, 유진.”

간디 디포의 생존자들에겐 그야말로 천운이 강림한 셈이겠다. 다 죽었구나 싶은 마당에, 어디의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규모의 함대가 나타난 것이다. 우연히  건 아닐 테고, 이전에어뢰정 하나가 다녀갔으니 목표에 생존자의 구출이 없을 리가.

그런 와중에, 액체 화물 컨테이너를 달고 하강한 어뢰정 넷이 상륙 예정 지역 주변에 제초제라 이름 붙인 대 이물 생물병기를 뿌렸다. 지상에서 꾸물거리던 이물 몇이 그대로 사그라들며, 주변 지역이 잠잠해진다.

“꼬맹아, 준비됐냐.”

“됐어요, 아저씨. 빨리 사람들 구하러 가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 함대의 우선 목표는 사람을 구하는  아니었으나, 하니엘은 그쪽에 좀  중점을 두고 있었다. 쓸데없이 착해 빠졌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바람직한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건, 상륙지점에 가장 먼저 닿는  하니엘과 유진을 비롯한 중량 강화복 선발대였다. 장갑을 강화한 다른 병기들이 있긴 했으나, 그건 좀 더 넓은 착륙지점이 필요했다.

“놀랍습니다. 정말로 제초제가 효과가 있는 거였군요.”

그렇게 하니엘이 포함된 지상 병력이 하강한 와중에, 놀랍게도 이물에 반응한 소녀의 빛이 일어나지 않았다. 당장 근방에 활성화된 이물이 없다는 증거로, 적어도 어뢰정 넷이 액체 화물 컨테이너로 뿌린 제초제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뜻이 된다.

“여기 시신입니다! 제초제에 맞은 듯한데, 이물은 없는 듯합니다!”

“감염자까지 살려주진 못하나 본데.”

하지만 제초제는 말 그대로 생물병기를 상대하기 위한 생물병기였지, 치료제 역할은 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아니면 완전히 감염된 사람이라면 하니엘조차 살리지 못하거나.

“어디서 온 누굽니까! 소속을 밝히……윽!”

그 와중에 생존자들이 상륙지점으로 다가오며 외쳤는데, 가까이 다가오자 하니엘이 이물을 정화할 때 특유의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접근하던 이들은 당연히 당황했으나, 근처에 있던 스테이션 소속 사람들은 꽤 익숙한  주변을 경계할 따름.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의 총관리자, 선우 유진이다! 그쪽은 누군가!”

“우, 우주 혁명군 간디 디포 방위 연대 소속입니다! 우, 우리들을 구하기 위해 온 게 맞습니까?”

다른 목적이 있다고 말해야 하나? 잠깐 고민한 유진은, 선발대가 주변으로 흩어지면서 좀  넓은 범위를 장악하는 걸 살핀 후 답했다.

“그런 목적도 있는데, 그보단 여기, 간디 디포를 탈환하는 게 주요 목적이지. 어때, 협력하겠나? 그쪽 수뇌부는 이미 모두 도망갔어.”

“사령부가요? 말도 안 됩니다. 여기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데…….”

“정 못 믿겠으면 나중에 맥코인 대령에게 물어봐도 좋아. 지금은 내 휘하의 러쉬모어 함대 일부를 지휘하고 있으니.”

“맥코인 대령님이 계십니까? 그렇다면 우리도 협력하겠습니다.”

맥코인 대령의 평판이 나쁘진 않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진은 수십가량의 반란군 생존자를 받아들였다. 간디 디포의 사정을 가장 잘 알면서 훈련도 실전 경험도 있고, 당장 유진에게 협력할 의지도 명분도 충분한 사람들.

“생존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아까 봤던 그 빛이, 그쪽의 감염을 완전히 치료해줄 테니까. 덕분에 우리 스테이션은 감염으로부터 완벽하게 청정해.”

“그런 겁니까? 알겠습니다. 다른 생존자들도 모두 불러 모으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생존자와 지상 병력, 군수품 및 생산시설이 영향을 받지 않는 구역에는 소이탄과네이팜, 백린이 수시로 떨어져 사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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