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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2화 〉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2) (152/207)

〈 152화 〉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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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살펴보면, 반연방 조약은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이 맹주가 되어 연방을 상대로 공동 행동을 하기로 맺은 조약이었다. 용병 파견 연합 스테이션의 유진 제독, 어디 항성계 총독 누구, 무슨 스테이션의 관리자 누구 등등의 이름이 조약 참가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물론, 개중에서 반가운 장소나 이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올림푸스 스테이션, 자유 스테이션의 릴리 마를렌 같은.

“아니, 그런데 난 이런 조약에 서명한 적이 없는데.”

“그렇다고 무를 겁니까?”

“그러면 큰일나겠지?”

“어떤 큰일이 날지는 궁금하군요. 한번 저질러보지 않겠습니까? 유진?”

안 될 말이지. 유진은 괜한 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은 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폈다. 단순히 어디까지 어떻게 장악하고 조약에 넣었는지 만이 아니라, 어느 구역에선 어떤 상황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도 다 들어간 내용이었으니까.

“일단 회의부터 소집하자고. 이건 너무 조건이 좋아서.”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내우주 원정함대의 보고가 도착했다는 건 알고 있을 테니,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애니의 말대로, 회의 소집에 대한 반응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아이브스를 비롯하여 회의 참석 자격이 있는 이들 중 스테이션 외부에 있던 이들도, 각자 가진 내부 정보력으로 재빨리 스테이션으로 복귀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일이 그렇게 되니, 간만에 스테이션에 지도층이 전부 모였다. 각 파벌의 최고 지도층들, 스테이션의 수뇌부들, 각 함대의 최종 결정 지휘권자들. 본래는 이렇게 한 자리에 함부로 모이진 않겠으나, 그만큼 내우주에서 연방으로 벌어진 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겁니까?”

“원정함대에서 올라온 보고는 어떻습니까? 설마 일이 실패한 건 아니겠죠?”

유진과 애니가 회의장에 들어오자마자, 다들 소식을 알기 위해 안달복달하기 시작했다. 그것으로 스테이션의 미래는 물론, 주변 우주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끼칠 테니까.

“자, 자. 다들 진정들 합시다. 어디 그냥 짧게 이야기하고 말 일입니까? 전부 다 말씀들 드릴 테니, 너무 그렇게…… 이런.”

“왜요? 아저씨? 내가 뭐 오면 안 되는 곳 왔어요?”

유진이 다른 사람들을 달래며 이야기를 해보려는데, 갑자기 회의장으로 하니엘이 들어왔다. 수뇌부라는 표현을 사용하긴 애매한 부분이 있긴 했으나, 소녀 또한 이곳에서 상당히 중요한 사람이었다. 누가 소녀가 어디로 간다는 걸 막을 수 있겠는가.

“아니, 어차피 정리된 내용 다 알려줄 텐데, 왜 굳이 와서 사람들 곤란하게 만들어.”

곤란하다는 게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스테이션의 사람이라면 하니엘을 봤을 때 각자 방법으로 경의를 표하는 게 일상화 되었기에 하는 말이었지. 지금도, 그저 인사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 인사라는 게 숭배파는 두 손을 맞잡은 채 무릎을 꿇으며 기도하고, 핵심 용병단은 오른손을 왼 어깨에 올린 채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며, 나머진 쓰고 있는 모자를 벗으며 가볍게 인사하는 것으로 명백한 차이가 있긴 했지만.

“직접 듣고 싶어서요. 이걸로, 나도 할 일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건 봐야 할 일이고. 뭐, 그래. 그럼 여기 앉아라.”

결국, 의자 하나를 끌고 와 자기 옆에 앉히는 유진. 하니엘이 불편하지 않도록, 회의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위치를 옮기는 것도 별개였다. 그 와중에 셀린이 하니엘에게 뭔가 속닥거리자, 소녀도 셀린에게 귀엣말을 하더니 둘이 작게 웃었다.

“그럼 설명 시작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우주 원정함대의 목적은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나치게 성공한 나머지, 내우주의 반란군과 연방 세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고요.”

애니가 설명을 시작하면서 띄우는 홀로그램에는, 보고에 첨부되었던 것에서 좀 더 손을 본 형태의 3차원 반투명 지도가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스테이션 내우주 원정함대의 경로와 그로 인한 영향이 몇 가지 색으로 간략화된다.

“잘못본게 아니라면, 연방이 지나치게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닙니까? 그래도 연방인데, 자신들이 만든 생물병기에 저렇게 당할 리가 있습니까?”

“계획 단계에선, 그리고 보고를 받아보기 전까진 마찬가지 생각이었으나, 그래도 이건 엄연한 사실입니다. 추가 저지선을 형성하여 확산을 억누르고 있긴 하나, 그랬을 땐 이미 너무 깊게 퍼진 거죠.”

보고에 첨부된 영상 몇 가지는, 연방이 연방 시민들을 강제로 격리하고 ‘치료’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치료’를 어떻게 수행하는지까지 알아내기엔 보안이 너무 단단했지만, 그럼에도 대충 알 정도는 되었다.

치료시설에 들어간 사람들 숫자만큼, 하루나 이틀쯤 지나면 시체가방이 나오는데 모를 수가 있겠는가.

“역시 연방이군요. 저런 극단적인 대응이라니.”

“그래도 저렇게 해야 확산을 확실히 막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연방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이 주변처럼 여러 세력이 뒤섞여 있는 곳은 도망치는 외에 대응이 안 됩니다. 우리야 천사님이 계셨기에 망정이지.”

“흠! 다음은, 저런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확인되는 곳입니다.”

약간 확대되는 홀로그램 지도에서, 새빨간 점으로 몇 군데 행성과 스테이션들이 표시되었다. 그러더니, 그 몇 군데는 어느새 수십 군데, 그러더니 백 군데가 넘어갔다.

그나마 소규모 우주 거주지나 작은 식민지는 제외한 것임에도 그 정도다. 거기까지 더하면, 더 할말이 없어지는 거지.

“저렇게 심각합니까? 연방도 물 다 빠졌군요.”

“그럼에도, 여전히 연방 구역의 6할 이상이 이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반면 반란군은 피해가 더 심각하죠. 치료제와 제초제가 보급되긴 했으나, 이미 많은 항성계와 스테이션의 지휘부가 붕괴해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 보여주는 건 반란군 구역의 상황. 연방 구역도 크게 손실을 보았으나, 반란군은 아예 반살 난 수준이었다. 연방은 아무런 영향도 없는 구역이 6할 이상, 그나마 비교적 소소한 영향으로 끝나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가 터지진 않은 곳이 대충 2할에서 조금 모자라다.

즉, 연방의 영향력이 미치는 구역에서 행성이나 거주지를 포기해야 할 수준의 문제가 되는 구역은 연방 구역의 2할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반면 반란군은.

“절반 이상이 개박살났군요.”

“다소 험한 표현입니다만, 맞습니다. 반란군은 완전히 개박살났습니다. 그나마 지금 표시되는 것도, 어디까지나 포기해야 할 정도의 문제가 터진 곳에 불과합니다. 연방처럼 소소한 영향까지 있었던 곳을 표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어우, 이거 완전히…….”

반면 반란군의 영향력이 미치는 구역은, 그야말로 초토화 직전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의 8할가량이 다른 색으로 물들었는데, 거기서 반란군이 지금 얼마나 엿을 먹고 있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반란군도 고생하는군요.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우리 스테이션의 내우주 원정함대가 조약에 넣은 구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번 감상들 하시죠.”

반연방 조약이 먹어버린 구역은, 연방이 통제력을 상실한 곳과 반란군이 통제력을 상실한 구역 전부였다. 그러니까 연방 영토의 2할, 반란군 영토의 5할을 잡아먹으면서 내우주의 일대 대세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당연히, 모두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고작해야 스테이션 기준에 간신히 턱걸이하는 작은 스테이션이었는데 주변 다른 우주 거주지나 식민지를 먹더니 인비지늄을 자체적으로 채굴하고, 이젠 아예 내우주의 상장 부분을 잡아먹게 생기지 않았는가.

“아니, 그래도 저 구역들이 전부 이전의 조건을 유지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확보한 구역들의 손실이 제법 큰 편이며, 특히 인력 손실이 심각합니다. 가능한 한 고르게 인력을 분배하더라도, 확보한 구역이 생물병기 확산 전 수준으로 복구되는 건 어려울 겁니다.”

다만, 그렇다고 우세가 뒤집히는 건 아니었다. 반란군이야 연방을 상대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힘을 쓰느라 반연방 조약에 협력하겠으나, 연방은 당연히 조약을 적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애초에 이름부터가 반연방 조약인데, 그걸 가만히 둘 리가 있나.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연방이 문제 상황을 수습하고 힘을 집중하면, 저 영토를 고스란히 내뱉을 수밖에 없습니다. 복구해도 나중에 차지할 연방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닙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아예 복구하지 못하도록 초토화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반란군 출신 파벌인 혁명 전대 쪽에서는, 아무래도 연방의 힘을 염려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연방의 힘을 크게 체감하는 쪽이, 바로 그 연방을 주적으로 삼는 반란군일 수밖에 없으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군요. 연방은 천사님을 손에 넣기 위해, 아니면 천사님께 위해를 가하려는 목적으로 이곳을 최종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렇게 조약에 포함된 구역을 무리하게 정상화하느라 힘을 쓰다간, 이쪽의 준비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요.”

숭배파에서 자신의 의견에 동감해주자, 혁명 전대 수뇌가 밝은 표정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스테이션에선 숭배파가 가장 큰 힘을 가졌으면서 가장 다수였으므로, 그들이 동의하는 의견이 곧 스테이션의 향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그 숭배파의 의견을 단숨이 뒤집을 수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어, 하지만, 그건 너무 거칠지 않아요?”

“천사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렇겠지요. 다소 무자비하긴 합니다.”

“아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 이 우주에 연방과 반란군, 그리고 우리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순간 유진과 애니, 셀린, 블루의 시선이 잠깐 얽히며 교차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웅성거림이 시작되어, 바쁘게 의견을 교환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는, 연방이 너무나도 확고한 우주의 지배자이자 강자이기에 그쪽으로만 생각이 집중되기 쉽다. 특히 반란군 소속이었다면 더욱 연방에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으므로, 일단 연방을 상대로 열세에 몰린 입장에서 떠올리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보라. 우주는 넓다. 그리고 이 우주에서, 연방에 적대적인 세력은 얼마든지 있다. 아니, 사실 어느 정도 영향권을 형성하는 것에 성공한 세력이라면, 대부분 연방에게 적대적이라 보면 된다. 그저 연방이 지나치게 강력했기에 제대로 반발하지 못했을 뿐.

이건 회의에 들어오기 전에 유진 일행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난 내용이기도 했다. 그리고 맥코인 대령이나 교단 전대장도 바보는 아니었으므로, 보고에도 그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저 하니엘은 회의에 들어오지 않을 예정이라 그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짚어냈다는 게 좀 의외였을 뿐.

“안 그래도, 안 그래도 보고의 이후 내용은 그것과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집중해주시죠.”

애니의 그 말에 모두가 주의를 집중했고, 홀로그램의 3차원 우주 지도가 좀 더 확장되었다. 그리고 그 직후, 생물병기에 영향을 받은 제3세력들의 구도가 채색되어갔다.

“다른 세력도 문제가 많군요. 비록 생물병기가 퍼지는 주요 경로에서 살짝 빗겨나가있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연방이 거기까지 배려하는 치들은 아니지. 어차피 주변 세력들은 연방에 적대적이었으면 적대적이었지, 딱히 우호적이진 않았으니 망해도 괜찮다는 생각도 있었을 거고.”

애초에 생물병기가 내우주에서 퍼지기 시작한 것에 연방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었으므로, 주변 세력의 감염 정도는 반란군과 비교했을 땐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반란군 세력 내에는 정말 악의적인 수준으로 확산했다면, 다른 세력은 그래도 이해는 되는 수준.

그나마 거기서 끝났다면 모를까, 그렇게 연방의 개입 없이 퍼지는 생물병기 감염이 내우주의 외곽을 돌면서 이루어지는 걸 보면 그 제3세력들도 연방에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마치 금이라도 그은 것처럼, 다른 방향으론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감염이 연방의 영향력 내로는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있으니 바보가 아닌 한 당연한 일.

“제3세력의 경우, 그래도 감염 정도가 반란군처럼 괴멸적으로 심각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치료제와 제초제를 적극적으로 현지 생산, 유포하여, 감염 이전 수준보단 못해도 어느 정도 복구해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반연방 조약에 합류했고요.”

“아무리 그래도, 원래 연방을 싫어했어도 그에 대항할 의지는 세우지 못하던 놈들입니다. 이번이라고 어디 제대로 협력하겠습니까?”

역시 혁명 전대 수뇌의 말. 이번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제3세력이라도 항성계 두엇, 스테이션 서넛 정도를 영향력에 넣어둔 소규모 세력들이었으므로, 정말 연방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게 되긴 할까 싶은 것이다.

“연방 시민들에게도 냉혹한 처치를 진행하는 게, 지금 연방의 상태예요. 다른 세력에는 더 심할 게 자명합니다. 내가 연방 출신이라 아는데, 지금은 연방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불만이 하늘을 찌를 거예요. 지금 이상으로 그렇게 될 시기가 또 오긴 어려울 거고. 연방 근처의 다른 세력들도 그걸 아는 거죠.”

내내 조용히 있던 아이브스가 입을 열자, 주변에선 작게 웅성거리면서도 대체로 거기에 동의하는 편이었다. 지금이야말로 연방이 가장 혼란스러울 때이다. 연방에게 뭔가 하려면 지금 이상 가는 기회가 오진 않을 거다. 가까운 세력이 오히려 그걸 더 잘 알지 않겠느냐.

“그러면 우리 스테이션에선 뭘 하는 겁니까? 그저 치료제를 제공하여 맹주 자리에 앉아만 있는 겁니까?”

그 끝에 나온, 핵심적인 질문. 그리고 거기에서, 숭배파의 최고 지위에 있는 뷔클뤽스비 뮐레랑 대사제가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 빛의 교단이 날개를 펼칠 때입니다. 연방 내에도 동지들이 많으니, 그것으로 이번 사태에서 연방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여기 계신 천사님이 그에 대적하여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만방에 알리면 됩니다.”

하니엘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었으나, 주변에선 다시 한번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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