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경성의 헌터 아카데미-203화 (203/229)

〈 203화 〉 사실은 이렇습니다 (1)

* * *

‘낯선 천장이다.’

하숙방의 누렇게 찌든 신문지 벽지가 아닌, 새하얀 도배지가 발린 천장. 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곳은 병원이었으니까.

‘이 시대에 떨어져서 병원에 입원해보는 것도 처음이네.’

누운 채로 창가 쪽을 흘깃 보니 이제 막 아침해가 하늘을 밝혀오는 시간이었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보았다.

“읏차…… 어디 보자.”

환자복을 들춰보니 옆구리에 붕대가 발라져 있었는데, 떼어내고 보니 조금 흉터만 남아있을 뿐 이미 새살이 돋아 있었다.

‘과연 이것이, 지금의 조선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의료기술……’

물론 21세기의 그것과는 비할 바 못 되지만, 총상도 이렇게 하룻밤만에 치료하다니 꽤나 수준급의 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총독부의원이라는 곳은 애초에 조선총독부의 부설기관인 만큼, 고위층이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이었기에 당연한 일이랄까. 제대로 된 치유술사가 의사 자격으로 모여 있겠지.

아무튼 이 정도면, 살짝 욱씬거리긴 해도 바로 퇴원해도 될 것 같다. 병원비는 서장이 내줬을테고……

나는 팔뚝에 꽂힌 링겔 주삿바늘을 빼고, 환자복을 벗고 피딱지 묻은 교복을 걸쳤다. 군데군데 찢어지고 피에 절은 교복을 입는 것은 찝찝했지만, 환자복을 입고 퇴원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교복을 걸치고 퇴원수속을 묻기 위해 침상 옆의 끈을 당겨 간호사를 부르려는 찰나,

“이보게! 자네 괜찮은가!”

“학생 손님! 괜찮으셔요?”

병실의 문이 벌컥 열리고 들어온 것은 송병오 녀석과 함서주였다.

“에구, 어쩜 좋아…… 꼴이 말이 아녜요!”

“제기랄! 백철연이 자네가 총에 맞았다고 들었네그려! 헌데 왜 벌써부터 일어나 있는가!”

저 둘이 온 것을 보면 하숙집에도 연락이 간 모양이었다. 하긴, 이젠 내 하숙방에도 전화가 있으니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겠지.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어, 걱정 마. 다 나았어.”

“예끼! 총에 맞았는데 괜찮을 턱이 있나!”

“그렇다니까. 의심이 많은 자여, 내가 옆구리의 흉터를 보여줘야 믿겠느냐.”

“에그머니나, 어떡해요!”

함서주가 놀라며 외쳤다.

“별안간 예수쟁이마냥 말하는 것 좀 봐요! 아무래두 정신이 오락가락한가 봐……! 자, 잠깐만 있어 보셔요! 저가 의사 선생님하구 간호부 언니를……”

아니, 드립 좀 쳤기로서니 정신나간 사람 취급이네. 나는 함서주가 간호사를 부르러 뛰쳐나가기 전에, 상의를 들춰서 옆구리를 드러내며 말했다.

“진짜야. 다 나았어…… 봐봐. 여기가 총 맞은 자리야.”

“허어!”

송병오 녀석은 내 옆구리의 흉터를 살펴보더니 놀랍다는 듯 말했다.

“하룻밤만에 이렇게 나았단 말인가? 원, 역시 부르주아지들이나 다니는 병원은 끕이 다르구만!”

“봤지? 걱정할 거 없다고.”

나는 다시 옷매무새를 정돈해 옆구리를 덮으며 말했다.

“아무튼 이제 퇴원하려고. 쉬더라도 병원에서 쉬는건 어쩐지 불편해서 말이지.”

“그러구선 나갈려구요!”

함서주가 조그맣게 외쳤다.

“암만 다 나았대두, 그런 꼬락서니루다가…… 누가 보면은요 학생이 아니라 거진줄 알겠지요!”

그렇게 함서주가 내 복장을 지적했지만, 아닌게 아니라 내가 입고 있는 교복에는 간밤의 싸움 덕분에 옆구리에는 구멍이 뚫리고 군데군데 피에 절여져 있었다. 급히 지혈하는데 쓰느라 망토는 찢어먹기도 했고.

핏자국이야 뭐 교복이 검은 색이라 많이 티나지는 않았지만 거지꼴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환자복 입고 나갈 수는 없잖아.”

물론 내 하숙방에 여벌이 있긴 한데 그걸 지금 가져올 수도 없고 말이지—그렇게 말을 덧붙이려는데,

“그럴까봐선 여기 옷 갖구왔어요.”

함서주는 조그만 보따리를 주섬주섬 풀어놓는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잘 개어진 교복이었다. 게다가 깨끗한 ‘메리야스’와 ‘빤쓰’까지.

함서주는 잠도 제대로 못 잔듯 졸린 눈이었는데, 내가 싸우다가 다쳐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하숙방에서 옷부터 챙겨온 것이다.

“어, 고맙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고마웠다. 함서주 얘 아니면 누가 이렇게 나를 챙겨주겠나. 나는 함서주가 가져온 옷가지를 안아들고 말했다.

“잠깐 옷 좀 갈아입을게.”

침상 커튼을 친 나는, 하의부터 먼저 갈아입은 뒤에 메리야스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막 메리야스를 걸치려는데.

—우당탕탕!

—벌컥!

하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백철연! 그대 있는가!”

“시라바야시 군, 다이죠부? 앗, 밀지 마!”

『저, 저기, 얘들아? 환자는 안정을……』

하는 말소리가 연거푸 들려오고, 침상 커튼이 발칵 열어젖혀졌다.

—촤르륵!

“우왓!”

“꺅!”

커튼이 젖혀짐과 동시에 눈 앞으로 밀고들어오는 묵직한 덩어리에 나는 침상으로 자빠지고, 뭔가 나를 깔아뭉개며 물컹한 것이 내 맨살에 닿았다.

물컹……?

“아앗, 고멘! 넘어져버렸쨧따! 데헷……”

양복자였다. 내 위로 엎어졌던 양복자가 몸을 일으키며 머쓱하다는 듯 혀를 빼물었고, 그런 양복자의 바로 뒤에 서 있던 이유하가 얼굴이 빨개진 채 양복자에게 외쳤다.

“양가! 계, 계집이 어찌 몰염치하게 무엇하는 작태요!”

“모오, 류까 쨩! 네가 뒤에서 밀어서 그랬다쟝! 그렇게 급했으면 네가 첫 빳따로 들어오던지!”

“그, 그대는 어찌 나의 핑계를 대는가! 내 언제 급히 굴었다고—”

『두, 둘다 진정을……』

갑자기 말다툼을 시작한 둘의 뒤에 서 있던 아이까와가 둘을 진정시키려는 노력도 무색하게,

『오이! 건방진 조선인 녀석!』

또 한차례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시끄러운 목소리가 병실을 채웠왔다.

『총에 맞았다고 해서 구경을 왔지만 아무렇지도 않군! 반라가 된 채로 여자에게 둘러싸인 꼴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무라사끼 녀석이었다. 놈의 등장으로 잠시 상황이 진정된 틈을 타, 나는 상의를 마저 걸치며 대꾸했다.

『너까지 왔네. 너도 걱정돼서 왔냐?』

『흥! 네놈의 응응 앓는 구경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하긴, 종로경찰서장의 아들이니만큼 자기 아버지에게 바로 듣고 온 것이겠지. 이유하와 투닥거리려던 양복자도 다시 호들갑을 떨며 물어왔다.

“맞아맞아! 총에 맞았다고 들었는데, 진짜로 다이죠부?

“어. 봐봐. 다 나았어.”

나는 다시 상의를 들춰서 옆구리를 보여줬고, 양복자는 내 옆구리의 흉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헤에­! 꽤나 심빠이했었다노니 완전 헤끼쟝?”

이유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 역시 이 의원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는 바. 실력이 대단하더구려.”

양복자와 이유하는 조선어로 얘기했지만, 아이까와도 눈치껏 알아듣고 맞장구를 쳤다.

『에……? 마, 맞아요! 이런 수준의 치유술이라니…… 저도 언젠간 이런 곳에서……』

무라사끼도 병실 한쪽에 삐딱하게 선 채로 거만하게 팔짱을 끼며 외쳤다.

『흥, 똥 조선인! 내 아버지에게 감사해라! 네놈에게 이런 비싼 병원이라니…… 아버지는 네 놈을 꽤나 신뢰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다들 한마디씩 얹는다. 그 요란법썩한 광경을 보며 나는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녀석들……’

내가 있는 1인 병실이 그리 좁지는 않았지만 이만한 인원이 한번에 들어와 있으니 북적북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함서주는 물론이고 내 분대원들도 전부 모여들었으니까.

‘오스에는 없긴 한데, 얘는 원래 내 분대원도 아니었으니.’

그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가 다쳐서 입원했다고 하니 다들 이렇게 새벽부터 몰려와준 것이다……. 이 시대에 떨어진지 두 달도 채 안 되었건만, 그동안 인생 헛살지는 않았나보다.

그렇게 흐뭇한 눈길로 녀석들을 보고 있는데,

“그런데 말일세. 자네한테 묻고 싶은 것이…… 음. 일본 말로 해야겠네그려.”

송병오가 뭐라 말을 꺼내려다가, 아무래도 일본인 친구들도 섞여있기도 하고 병원같은 공적인 자리다보니, 일본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가 다친 것 말일세.』

『응?』

『내 여기까지 오면서 듣기로는 태극단 잔당과 싸우느라 다쳤다고 들었네만……』

송병오는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설명을 바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렇지. 얘네들한테도 설명해줘야지.

간밤의 사건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내가 종로경찰서장에게 설명한 대로, 태극단 잔당 염안호를 척살한 것으로 되어있을 것이다. 이 녀석들도 다들 경찰을 통해 소식을 들었을테니 그렇게 알고 있겠지.

그런데 송병오를 비롯해 이유하같은 조선인 친구들은 독립운동가를 죽였다는 것을 용납하지 못할테니, 염안호가 배신자였다는 진상을 얘기해주는 것이 좋을 터였다.

‘염안호는 태극단의 배신자였어. 놈은 고등경찰과 내통하며 동지를 팔아먹는 놈이었지.’

하고 말이다. 또 그것이 정직한 사실이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몹시 민감한 문제였다.

당장 이 자리에는 종로경찰서장의 아들, 무라사끼 녀석도 있었으니까.

아무리 나와 같은 편이 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대동아공영회라는 미지의 집단에 맞서기 위한 것일 뿐.

자부심 가득한 일본인이자 종로경찰서장의 아들인 무라사끼에게 있어서, 태극단을 비롯한 독립운동단체라는 것은 테러나 하는 반사회적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었고,

그런 태극단을 위해 내가 목숨까지 걸어가며 배신자를 척살했다는 것은 결코 옳게 보이지 않으리라.

그렇게 민감한 문제가 얽힌 일이었는데,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설명이 있을까.

‘물론, 있지.’

어젯밤 잠들기 전에 꽤나 골몰히 고민했었고, 나는 그 답을 찾아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나와 함께 해나가야 할 녀석들이니만큼, 이 녀석들에게 해줄 설명은 당연히 준비해두었던 것이다.

『너희들에게만 말해줄게.』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이들과 각각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놈은 대동아공영회의 첩자였어.』

『……!』

병실 안에 있던 모두가—함서주만 제외하고—크게 놀랐다. 태극단 잔당으로 전해들었던 염안호라는 놈이, 사실 대동아공영회의 첩자였다니!

사실, 내가 알기로 염안호는 대동아공영회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저 운 좋게 얻은 능력으로 동지를 팔아먹는 매국행위를 하던 놈이었을 뿐이지.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나의 분대원들은 모두 대동아공영회를 대항해 싸우자고 결심한 녀석들이었으니, 이런 대동아공영회 방패는 보기좋게 먹혀들었다.

“뭣이!”

송병오가 외쳤다.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내 단박에 느꼈네! 그 놈은 인상부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

송병오는 처음부터 그 놈이 수상했다며, 내 말을 바로 믿었다. 사실 얘는 그냥 잘난 놈에 대한 질투였던 것 같긴 하지만…….

이번엔 무라사끼가 입을 열었다.

『놈이 태극단원이 아니었단 말이냐!』

『태극단원이긴 했지. 하지만 제대로 된 태극단원도 아니었어. 그 실상은 대동아공영회의 첩자…… 태극단으로 위장해 테러를 계획중인 놈이었어.』

『테러를!』

나는 무라사끼에게 말했다.

『무라사끼. 엊그제도 대동아공영회의 존재를 너희들에게 밝히며 얘기했지만, 대동아공영회 소속의 인자(?者)들이 태극단의 이름으로 경찰에 투서를 날리고선 하수구 모찌넨도 테러와 고무공장 테러를 벌였다는 것, 기억하지?』

『음, 그랬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놈들은 테러 행위를 벌이며, 어차피 경찰에게 범죄조직 취급을 받고있는 태극단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지.』

그 말을 듣고, 무라사끼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쳇! 태극단이니 뭐니 독립운동을 하는 놈들도 죄다 반사회적 패거리일 뿐이지만, 그 대동아공영회라는 놈들이야말로 한층 더 비열한 놈들이군!』

『그래…… 비열한 놈들이지. 아무튼 나는, 우연히 이 염안호라는 놈과 만났다……』

아이들이 경청하는 가운데 나는 말을 이었다.

『아니, 놈이 나를 찾아냈다는 것이 더욱 적절하겠군. 놈의 능력은 마음을 읽는 것이었으니까.』

『허어, 마음을 읽는다고!』

송병오가 놀라고, 무라사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그렇게 된 거였냐. 네 녀석 말대로, 의사가 놈을 부검해보니 정신감응계 각성능력자라더군!』

오…… 지금도 그런 기술이 있었나.

21세기에는 별 것 아닌 기술이기는 했지만, 사후 몇 시간 동안은 체내에 잔존해있는 마력 패턴을 분석해 어떤 능력이었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기술력으로는 아직 구체적인 것까진 밝혀내지 못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래. 정신감응계였지…… 어이, 도미꼬.』

나는 양복자를 불렀다.

『응? 뭐야뭐야?』

『놈은 정신감응계로써,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너도 비슷한 부류의 능력이니까 잘 알 거야.』

『헤에­ 맞아. 나는 염동력이 주력이라서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감응력도 조금 갖고있으니까!』

양복자가 신나서 떠들어댔다.

『내가 지능이 낮은 하등동물은 조종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쪽으로 엄청 고단수가 되면 사람을 조종하거나 마음을 읽을수도 있게 된다고 들었어! 물론 고등동물의, 그것도 인간의 마음을 읽는 수준까지 가려면 엄청 드물지만……』

실제로 양복자는 하급 소형 마수 게다마(??) 한마리를 길들여 조종하곤 했다. 양복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자신이 「긴따마(?)」라고 이름붙인 금색 게다마를 어디선가 꺼내더니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긴따마는 말도 참 잘 듣지!』

그 모습을 보고 무라사끼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외쳤다.

『정말로 미친 여자인가!』

나도 무라사끼와 같은 생각을 했다. 애완동물 이름을 ‘부1랄’이라고 짓고 아무데서나 그 이름을 부르는 여학생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튼 놈은 내 기억을 읽고, 고등경찰 내부에 있는 대동아공영회 소속 끄나풀에게 밀고하려고 했어. 나뿐만 아니라 너희들까지 전부 다.』

『우리들까지……!』

『흥! 고등계의 놈들, 그럴 줄 알았다! 온갖 거만은 다 부리면서, 실상은 부패한 놈들이니까!』

종로경찰서장의 아들인 무라사끼는 고등계 경찰에게는 딱히 좋은 감정이 없는지, 그럴 줄 알았다면서 악담을 쏟아냈다. 뭐, 보통경찰이랑 고등경찰이 은근히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이쯤이면 설명이 다 된 것 같아서, 나는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놈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거다.』

내가 그렇게 말을 마치자, 송병오가 안경을 슥 올리더니 세줄요약을 하듯 정리해서 말했다.

『결국 놈은, 태극단인 척 하면서 실은 대동아공영회라는 범죄집단의 첩자였던 게로군. 게다가 마음을 읽는다니……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죽어 마땅한 자였네 그려.』

나는 그 말이 맞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무라사끼가 외쳤다.

『똥…… 이 건방진 녀석! 그런 일이 있으면 나에게라도 도움을 청하면 좋았다! 왜 혼자 싸움을 했던 거냐!』

『그러게 말일세! 나도 놈의 면상에 기꺼이 총알 구멍을 내주었을텐데!』

『나 역시 그대와 함께 있었다면, 그 비열한 자를 빙수로 만들어버렸을 것이오.』

음. 진짜 그랬을까봐 무섭네. 빙수라니……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방심하다가 총에 맞긴 했지만 싸움 실력이 대단한 놈은 아니었으니까. 굳이 너희들까지 위험에 빠트리기는 싫기도 했고. 다치는 것은 나 혼자로 충분해.』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무라사끼 녀석만이 코밑을 쓱 훔치며 한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흥! 네놈은, 정말로 건방진 똥 조선인 녀석이라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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