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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역사 영웅이 되었다-13화 (13/160)

〈 13화 〉 12화: 극복

* * *

『내 머리카락은 서리를 뿌리고, 내 오른팔은 너희를 심판할지니.』

­하늘의 여신 신전에 적힌 글귀.

***

유스티아는 갑자기 세상이 변한 것을 알고는 놀랐다.

분명 조금 전까지 싸우고 있었을 텐데.

주마등이라고 하기에는 완전한 세상이었다.

유스티아가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은 어딘가에서 본 적 있었던 공간인 것 같았다.

이내 그녀는, 이곳이 꿈에서 본 공간임을 깨달았다.

"안녕하세요. 인간 영웅."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유스티아에게 다가왔다.

유스티아는 그 여자에게서 묘하게 익숙함을 느꼈다.

"어머, 어제 저희 만나지 않았나요?"

"그런 적이 있었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니, 역시 적합자가 아니라 그런가."

여자는 혼잣말을 조용히 속삭이더니 이내 유스티아의 오른팔을 덥석 집었다.

"엉망진창이네요. 이 팔. 더이상 회복은 무리일 정도로 다쳤어요."

"그, 그런···."

"제 잘못이에요. 죄송해요."

"응? 무슨 소리야?"

"제가 조금만 신중했다면 이럴 일도 없었을 텐데···. 사죄의 의미로 이거 받아주세요."

여자가 유스티아의 오른팔을 어루만지자, 오른팔이 순식간에 낫더니 룬 문자들이 새겨졌다.

"자, 영웅이시어. 부디 이겨내시길."

그렇게 세상이 무너졌다.

***

프레이야는 주변을 살펴보고는 몸 상태가 안 좋아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

그러나 몸에는 아무런 열기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죽은 건가, 하고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아직 안 돌아가셨어요. 인간 영웅."

갑자기 어떤 여자가 다가와 프레이야의 고개를 들게 했다.

프레이야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음, 역시 당신도 저를 기억하시지 못하나요?"

"너, 너 누군데?"

"역시나, 그래도 조금은 희망을 품어보려고 했는데."

여자는 알 수 없는 혼잣말을 하고는, 이내 프레이야의 옆에 앉아 그녀를 껴안았다.

"뜨겁네요."

"...마나 소모량이 엄청난 마법을 대책 없이 난사했으니 뜨겁겠지."

"곧 뇌랑 간이 익어 먹기 딱 좋겠어요."

"..."

"농담을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여자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열심히 싸워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그 보답으로 드리는 거니 부디 마음껏 사용하시길."

프레이야는 여자가 어루만진 머리카락에서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마치 차가운 손가락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이제 슬슬 돌아가세요."

그렇게 세상이 변했다.

***

유스티아와 프레이야가 정신을 차리자, 오크가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유스티아는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 오른팔을 맞은 오크의 사지가 절단되어 날아갔다.

"뭐, 뭐냐아아!"

오크 무리가 그 광경을 보고서는 잠시 주춤거렸다.

프레이야는 정신을 차리니 몸이 전혀 뜨겁지 않은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머리카락에서 무언가 감각이 느껴졌다.

프레이야가 오크들이 주춤거리는 틈을 타 「풀무질」을 날리려 준비하자, 머리카락이 팔처럼 움직이더니 마법을 시전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유스티아! 숙여!"

"응!"

프레이야가 「풀무질」을 시전하자 방금 과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양의 열풍이 주위의 오크를 날려버렸다.

게다가 프레이야는 그렇게 큰 마법을 사용하였음에도 잠깐 열이 올랐을 뿐, 몸이 뜨거워지지 않는 것에 놀랐다.

"크, 크아아아악... 캐헥, 캑."

오크 부족장이 극도의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뒹굴었다.

"너, 아까 잘도 그랬겠다."

유스티아는 그 오크 부족장에게 다가가 오른팔로 머리를 날렸다.

오크 부족장의 머리는 형체를 알 수 없을 만큼 산산조각이 나 주위로 튀었다.

"웩. 역겨워."

유스티아는 손에 묻은 피와 살점을 털어내고 프레이야에게로 다가왔다.

프레이야는 주위에 살아있는 오크가 남아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유스티아, 너도 방금 봤어?"

"응,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떤 여자가 이 오른팔을 만졌어."

"나도, 누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더라."

"혹시 웬즈데이씨의 오른쪽 눈과 같은···. 거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둘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주위를 다시금 샅샅이 살펴보았다.

역시 오크는 없었다.

"...없지?"

"이쪽도 없어, 시체들은 다 확인사살 해놨고."

"진짜? 휴, 살았다아···."

"진짜 겨우 죽다 살아났네···."

둘은 피로 물든 풀밭에 잠깐 앉아, 조금 전까지 있던 죽음의 공포를 씻어냈다.

그때, 갑자기 하늘에서 잿빛 벼락이 번쩍이더니.

"죽어라아아앗!"

죽은 줄 알았던 오크 부족장이 프레이야에게 달려들었다.

***

"전하, 척후병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무슨 일이죠?"

"오크 무리가 어느 곳으로 모이고 있다고 합니다."

뭐? 오크 무리가 다시 모인다고?

설마···.

"전하! 놈들이 관문을 벗어난 제 동료들을 노릴지도 몰라요! 빨리 전진해야 합니다!"

"알겠어요. 다리아! 모두 전력으로 달릴 준비를 하라고 전하세요!"

"받들겠습니다. 전하."

늦지 않았으면···.

설마, 설마 오크 놈들이 나를 무시하고 녀석들을 노린 건가?

오크의 지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다.

제기랄.

제발 살아만 있어 줘.

우리가 빠르게 달려나가자 오크의 시체가 나타났다.

"이 주변에 있을 겁니다!"

"좋아요, 병사들을 풀어 찾도록 할게요."

"제가 앞장설게요."

나는 뛰쳐나가 오크의 시체 주위를 샅샅이 뒤졌다.

오른쪽 눈의 힘을 쓰자, 인간 여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걸 발견하자 나는 전력으로 그곳으로 달렸다.

"얘들아!"

마침내 도착한 그곳에서 오크 한 마리가 피를 뒤집어쓴 프레이야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딱 봐도 위험한 상황이다.

나는 머릿속에서 내가 어제 썼던 룬 문자를 기억해냈다.

「풀무질」은 아무리 다양한 마법 못 쓰는 나라도 한 번 정도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터였다.

내 손에서 나간 열풍이 오크를 덮쳐 밀어냈다.

"무, 무사해?"

"웨, 웬즈데이씨?"

"웬즈데이! 살아있었구나!"

"너 괜찮아! 방금 죽을 뻔했다고?"

"괜찮아. 조금 긴장이 풀려서 그랬을 뿐이야···. 뭐, 네 덕분에 살긴 했네. 고마워."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누고 멀리 날려진 오크 부족장의 모습을 살폈다.

"크켁, 케케켁."

"아, 아까 머리를 날려버렸는데···?"

"이 일대를 전부 날려버렸는데도 멀쩡하잖아!"

"아무래도 저 오크놈, 특별한 마법을 쓰는 것 같군."

타버린 살점이 순식간에 복구되는 것을 보아 꽤 고급진 마법을 사용하는 모양이다.

머리가 날려졌는데도 복구했다고?

그 정도의 치료 마법이면 치료 마법에 정통한 내가 3달 밤을 새워도 만들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싸울 때다.

"프레이야! 저놈은 너를 노리고 있어!"

"내가 지켜줄게!"

유스티아는 프레이야의 앞으로 다가오는 오크의 주먹을 아래로 휘게 하고 오른팔로 강하게 내리쳤다.

오트 부족장의 팔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나 내 눈으로 보았을 때 오크 부족장의 팔은 아직 멀쩡하다.

순식간에 회복할 거라는 소리다.

"유스티아, 잠시 물러서. 저놈 비상식적일 정도로 회복량이 빨라."

"머리를 날렸는데도 복구할 정도면······. 어떻게 하지? 심장 같은 데라도 노려볼까?"

"아니, 그래도 복구할 거야 저 정도 마법이면. 다른 방법이 필요해."

머리가 없는데도 마법이 발동했다면 가능성은 두 개.

저놈이 가지는 소지품 치료 마법이 새겨져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 밖에서 마법을 걸어주는 것.

후자일 가능성은 작다.

내 오른쪽 눈으로 살펴봤을 때 아무도 없었어.

그러므로 우리는 저놈의 소지품을 노린다.

저놈은 간단한 가죽 하의에, 엄니와 손톱, 발톱에 피어싱이 되어 있다.

저 부분을 노린다.

"유스티아, 다시 한 번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겠어? 최대한 엄니를 부서뜨리면서."

"으, 응. 좀 감촉이 좋지 않지만. 해볼게."

"프레이야, 너는 「풀무질」로 놈의 손발을 노려."

"흠, 조절하는 게 좀 불안정하지만, 문제없겠지. 알았어."

우리는 달려오는 오크 부족장을 요격하기 위한 자세를 갖췄다.

유스티아는 잠시 심호흡을 한 후 도약을 해 오크 부족장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프레이야는 강렬한 열풍을 낮게 깔아 놈의 팔다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오크 부족장은 이내 너덜너덜해진 채로 쓰러졌다.

해치웠나?

아 잠깐, 이런 말 하면 꼭······.

"다, 다시 복구하려고 해!"

젠장.

자세히 살펴보니 놈의 손톱 중 멀쩡한 게 남아있다.

이대로 가다간 다시 복구된다.

나는 머릿속으로 다시금 그제 작성한 마법을 떠올렸다.

"다들 물러나!"

그렇게 열풍이 오크의 두 손을 태워버렸다.

그 순간, 오크의 복구가 멈추었다.

"헉, 헉, 헉."

덥다.

내가 이래서 불 속성 마법을 싫어한다니까.

가뜩이나 마법 쓰면 더운데 마법 열기 때문에 더 덥잖아!

"끄, 끝난 거지?"

"응, 내 눈으로 살펴봤을 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다, 다행이다아······."

유스티아는 피바람이 불고 간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나도 덥고 지쳐 그녀와 등을 맞대고 피가 흐르는 바닥에 앉았다.

"많이 더워?"

"응. 그런데 너는 많이 안 더워 보이네? 아까 그렇게 뜨겁더니만."

"이 머리카락 덕분인 것 같아. 뭐, 나중에 천천히 설명하도록 하고. 지금은 좀 쉬어야겠지."

프레이야는 내 옆에 기대며 주저앉았다.

그녀가 머리카락으로 내 목을 감싸자, 머리카락의 시원한 냉기가 내 몸으로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모두 멀쩡해서 다행이야."

"그러네, 다행이네."

"힘들었지만, 그래도 죽는 것보단 낫겠지?"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

"웬즈데이님, 동료분들을 찾으셨습니까?"

그때, 뒤에서 다리아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뭐, 뭐야 저 여자. 분위기 못 읽네.

아니, 일부러 안 읽은 표정이다.

저 여자, 나 싫어하나?

나는 어쩔 수 없이 팔을 둘에게서 거두었다.

아쉽다.

"웬즈데이, 저 여자는 누구야?"

"아, 그건 조금 나중에 소개해줄게. 코스트가디언씨, 전하를 여기로 모셔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다리아는 숲으로 들어가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왕국의 왕녀, 엘리자베스 케이나인입니다."

엘리자베스는 뼛속까지 벤 우아한 몸동작으로 자기를 소개했다.

"저, 전하라 부르면 되는 거야?"

"불편하시다면 그냥 엘리자베스라 불러도 상관없어요."

"그래도 왕족인데 좀 높여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난 그냥 엘리자베스라 부를게. 괜찮지?"

"네! 물론이죠!"

"그럼 나, 나도···."

엘리자베스같은 높으신 분을 그냥 반말로 부르다니, 둘 다 간이 크네.

뭐 본인 마음대로인가?

"나는 프레이야야. 주로 마법을 사용하지."

"내 이름은 유스티아야! 주먹으로 싸우는 전사야."

"그렇군요. 유스티아님, 프레이야님 이라고 부르면 될까요?"

"아니, 그냥 님 빼고 불러."

"맞아! 비슷한 또래한테 그렇게 불리면 좀 부담스럽고."

아, 그냥 비슷한 나잇대니까 굳이 존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었나 보네.

"그럼 유스티아씨, 프레이야씨. 두 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히려 우리가 고맙지."

"잘 부탁해!"

그렇게 모두 조금이나마 대화를 나누며 조금은 쉬었다.

"아, 그나저나 프레이야. 관문은?"

"비워놨는데, 문을 열고 나오지는 않은 데다 오크 놈들 숫자를 크게 줄였으니 아마 아무도 없을 거야."

"좋아. 전하, 지금 당장 병사를 이끌고 관문을 점거하죠?"

"알겠어요. 웬디."

우리는 병사들과 함께 관문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

"그나저나, 너희 오크한테서 어떻게 이긴 거야?"

해가 지고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천막 안에서 둘러앉아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말 안 해줬나?"

"무슨 일 있었어?"

"저번에 너, 꿈에서 여자가 그 눈 줬다고 했지?"

"응."

"우리도 그런 일이 일어났어."

"정말?"

유스티아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오른팔을 보여줬고.

프레이야는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이리저리 움직여 보였다.

와, 징그러워.

"그 능력들의 이름은?"

"음···. 나는 『티르의 오른팔』이라고 나와 있어."

"『스카디의 머리카락』이라는 이름이네, 뭐 이름은 꽤 괜찮네."

"무슨 능력이 있는지 알겠어?"

"글쎄, 아마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나는 일단 머리카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프레이야는 하얗고 아름답게 뻗은 머리카락으로 내 얼굴을 톡톡 찔렀다.

약간 아프다.

"아, 따가워."

"그리고 이 머리카락이 내가 마법을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듯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

"우선 마법의 위력이 커지는 데다, 체온이 잘 오르지 않아."

"음, 수냉쿨러같은 기능을 탑재했구먼."

"수냉쿨러라니, 실례야."

"...그것도 실례인가?"

수냉쿨러가 뭐 어때서.

나름 비싼 건데.

아 근데 머리카락으로 눈 찌르는 거 반칙.

아프다고.

"나,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저번에 오른팔을 휘둘렀을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었어."

"그래서 오크 시체가 그렇게 참혹했나 보네."

"...나도 의도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게다가, 오른팔을 다쳐도 금방 회복되는 듯해."

"그래? 그거 다행이네. 더이상 아프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야."

"으, 응···. 고마워."

"다들 좋은 능력들만 받았네, 나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거지만."

"하긴, 여자나 훔쳐보는 눈은 확실히 쓸모없지."

"뭐?"

"네 시선을 모를 줄 알았어? 너 전투 중이든 휴식 중이든 잘 때든 항상 그 눈으로 우리를 천박하게 봤잖아."

"그, 그랬어?"

"서, 설마."

별로 그렇게 티 나게 바라보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지?

젠장. 앞으로 이 행복을 더 누릴 수 없는 건가.

이 눈 이제 쓸데가 더 없어졌다.

"그, 그런···."

유스티아가 얼굴을 붉히며 옷매무새를 고쳐매었다.

"자, 쓸데없는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오늘 고생했으니 이제 잘까."

"말 돌리는 거 봐."

"아니거든?"

"그럼 둘 다 잘자."

나는 베개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프레이야가 갑자기 나를 제지했다.

"어디가?"

"바깥에서 자게."

"왜?"

"네가 나 있으면 불편하다며."

잘 때 몰래 엿보는 걸 알아챘으니, 어쩔 수 없지.

아쉽다 아쉬워.

"...그냥 여기서 자."

"응?"

"몸이야 뭐,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쓰레기같은 변태 짓만 하지 않으면 딱히 상관없어."

그 말을 듣자 생각이 잠시 멈추었다.

프레이야가 방금 뭐라고 한 거지?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유스티아, 상관없지?"

"으, 응! 물론이지! 웬즈데이씨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니까!"

유스티아는 약간 머뭇거렸지만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괜찮다는 말은 또 뭐야.

"그럼 자, 여기 누워."

프레이야는 자기 옆자리에 천을 깔아 자리를 만들고는 누우라고 톡톡 쳤다.

"음···. 그럼 사양은 하지 않을게."

"그럼 다 준비됐지? 불 끈다."

유스티아가 천막 안에 기름 등을 훅 불어 껐다.

천막 안에는 오직 달빛만이 스며들어왔다.

프레이야가 갑자기 내 쪽으로 몸을 당기더니 속삭였다.

"...다음부터 말이야."

"으, 응?"

"그런 짓 하지 마. 덕분에 고생했다고."

"맞아, 갑자기 그렇게 튀는 짓 하면 당황스럽다고. 심장 떨어질 뻔했어."

유스티아도 내 옆쪽으로 자리를 잡고 이쪽으로 몸을 당겼다.

"알았어."

"부탁이야."

내가 프레이야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자, 그녀의 눈에 조금이나마 눈물이 맺혀 있는 거 같았다.

...다음부터는 조금 생각하면서 행동해야겠다.

"웬즈데이씨, 조금은 우리한테도 상의해줘. 나 웬즈데이씨만큼 똑똑하진 않지만, 같이 싸우고 있잖아."

"응. 알겠어."

유스티아는 내 손을 덥석 잡고는 두 손으로 감쌌다.

그녀의 거칠지만 아름다운 손의 감촉은 매우 기분이 좋았다.

프레이야는 내 옆으로 조금 더 다가와서는 몸을 밀착시켰다.

오늘 밤은 좀 따뜻한 밤이 될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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