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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역사 영웅이 되었다-31화 (31/160)

〈 31화 〉 30화: 부러진 이빨 산 전투(2)

* * *

『그 때는 그저 나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누군가의 책.

***

그 시각, 드워프 함대.

"척후병의 말에 의하면 광산이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뭐라고?"

"인간 놈들의 소행인가?"

"설마! 우리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몰살됐다! 다른 종족이 개입한 것이 아니냐?"

함대의 기함에서는 혼란스러운 난쟁이들끼리의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걸 보다 못한 함대의 지휘관은 벽을 쾅 치며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그만! 언제까지 정신 사납게 떠들 생각이냐!"

"지, 지휘관님.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광산이 무너진 게 엘프놈들이 개입했든 인간 놈들이 했든! 우리는 우리의 계획을 방해한 녀석들을 물리칠 뿐이다!"

"맞습니다!"

지휘관이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분위기는 이내 진정되었고 병사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일단 섬 주위로 척후병을 보내 놈들의 위치를 찾아라! 그리고 우리 드워프 왕국의 위대한 기술력이 담긴 대포로 놈들을 요격할 것이다!"

"지, 지휘관님. 「그거」는 어떻게 할까요?"

"...마석 채취에 피해를 당하였으니 사용할 수 없겠지. 놈들이 손대지 못하도록 꼭꼭 숨겨라."

"알겠습니다."

지휘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엘프와의 수많은 전투로 단련된 정예 드워프 병사들이 일제히 움직이며 싸울 준비를 하였다.

그 드워프들은 자신이 절대 패배할 리 없다는 크나큰 자신감과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으로 무장한 「용 머리 대륙」 최고의 병사들이라 불린 전사들이었기에, 지휘관은 손쉽게 지금 상황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빨리 놈들을 쓸어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자신에게 맡겨진 막중한 임무를 해내고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드워프 지휘관의 머리에 들어있었다.

***

그날 저녁.

나랑 유스티아는 산에서 내려와 우리가 처논 진으로 도착했다.

올라갈 때는 괜찮았는데 내려올 때가 의외로 힘들어서 해가 질 때 돌아왔네.

"왜 이렇게 늦게 와!"

프레이야는 짜증이 난 건지 걱정이 된 건지 우리를 가장 먼저 맞이하러 나왔다.

"미안, 이것저것 챙겨오느라고."

"이, 이건?"

"나름 순도 높아 보이는 마석이야. 내려오다가 주웠어."

산에서 내려오다가 순도 높은 마석이 눈에 띄길래 주워왔다.

이렇게 영롱한 색감을 보고 지나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걸 쓸 수 없잖아."

"쓸 수 있게 만들면 되지."

"마법 기구 만들 수 있어?"

"간단한 거라면 가능해. 뭐 프로펠러나 CPU 같은 복잡한 기계는 무리고 간단한 무기 정도는."

"그거 기대되네."

마법 기구를 만든다면 우리뿐 아니라 엘리자베스나 다리아 같은 사람들도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 기구는 마법을 그냥 사용하는 것보다 난이도가 훨씬 쉬우니까.

마음 같아선 마법 기구를 양산하여 훌륭한 병력을 만들었으면 좋겠는데.

"웬디. 왔어요?"

"웬즈데이님. 오셨습니까."

"네, 전하. 다리아 씨. 산 위에서 놈들의 광산과 병력 일부를 처리하고 왔습니다."

"적들의 반응은 어땠던가요?"

"의외로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조용했습니다. 아마 자신들의 상황이 여유롭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의 병력과 노동자들이 몰살되었다면 급하게 병력을 파견할 줄 알았는데, 병력은커녕 조사를 위한 척후병조차 없었다.

신중한 거야, 아니면 자만심에 차 있는 거야.

"...여유인가요. 얼마나 강하길래 이런 상황에서도 여유를 부릴까요."

엘리자베스는 드워프 들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끼는 듯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전하, 괜찮을 겁니다."

"...병력 숫자도 차이가 나고 장비도 차이가 나는데 과연 괜찮을까요?"

확실히 우리는 마법 기구는커녕 철로 된 갑옷도 없어서 놈들의 공격에 취약하다.

거기다 배 수십 척에 타 있는 드워프 들의 숫자는 족히 이천 명 정도는 될 것이다.

그나마 우리 병사들도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가진 병사들이라는 게 그나마 비빌 수 있는 점이다.

"전쟁은 병력의 양과 질로 승부가 결정이 나지 않습니다. 전략과 전술, 그리고 엄청난 능력을 갖춘 영웅이라면 전황을 손쉽게 뒤집을 수 있죠."

"...그러네요. 여러분들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솔직히 말해 나도 걱정된다.

여기서 이기지 못한다면 정치적 입지는커녕 목숨조차 위급해질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병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사기만 깎이니,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엘리자베스는 좀 기분이 풀렸는지 표정이 좀 밝아졌다.

"미안해요, 웬디. 돌아오자마자 이런 푸념을 늘어놓다니."

"아닙니다. 전하를 돕는 게 제 일이니까요."

"...정말 고마워요. 다리아, 돌아오신 영웅분들을 쉬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웬즈데이님, 유스티아님, 식사를 준비했는데 어떠십니까?"

"아, 그거 좋네. 고마워."

"밥? 뭔데?"

"바닷가에서 갓 잡은 바닷가재입니다."

"와! 진짜?"

다리아는 천막 안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래, 일단 밥 먹고 생각하자.

***

그날 밤.

나는 잠시 천막에서 나와 주변을 살폈다.

우리의 존재를 알아챘으니 놈들도 척후를 보내겠지.

그걸 끊어먹을 수 있다면 시간을 벌 수 있다.

"웬즈데이. 혼자서 뭐해?"

"감시."

프레이야는 그런 나를 보고 따라오더니 주위를 같이 살폈다.

"그래서, 드워프는 보여?"

"아니. 아직 아무것도 안 보여. 섬 반대편이라 그런가."

"...안 들켰으면 좋겠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언젠가는 들키겠지. 우리는 그 시간을 늦출 수 있을 뿐이고."

"나도 알아."

"뭐 걱정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유리해지는 건 우리니까."

우리는 본토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지만, 저놈들은 보급을 받기 위해서는 저 남쪽 멀리까지 가야 한다.

최대한 버틸 수만 있으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

"그나저나 웬즈데이. 좀 멀리 나온 거 아냐?."

"그러네,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와버렸네."

프레이야랑 이야기하고 주위를 살피며 걷다 보니까 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버렸다.

여기까지 굳이 오지 않아도 내 눈의 능력이라면 정찰하기에는 무리가 없으니까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내가 돌아가려 하자, 프레이야가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았다.

"응? 왜 그래?"

"...기껏 사람도 없는 곳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거야?"

프레이야는 툴툴대면서 무언가 원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유스티아도 그렇고 왜 이리 다들 왕성한 것인지.

여자도 성욕이 세다는 말이 사실 이긴 하나보다.

"지금은 정찰 중이니까, 과격한 짓은 안돼."

"칫, 알았어."

나는 프레이야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녀도 내 등 뒤에 팔과 머리카락을 두르고 나에게 몸을 밀착했다.

프레이야의 말랑한 가슴과 심장박동이 느껴지자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할래?"

"뭐를?"

"아, 알면서 왜 물어봐!"

"모르겠는데. 좀 알려줘."

프레이야가 욕망에 물든 붉은 눈동자를 내게 보여주자 조금은 장난을 치고 싶어져 능청스럽게 그녀의 뻔한 말을 되받아쳤다.

어째 프레이야만 보면 장난이 치고 싶어지는 지 나도 잘 모르겠네.

"그, 키, 키스. 해줘."

"그냥 입술만 부딪히면 돼? 잘 모르겠는걸?"

"아, 진짜! 저번처럼 해줘!"

"기억 안 나."

"...정말! 혀 넣어달라고!"

프레이야는 얼굴을 붉히며 짜증이랑 색욕이 절반씩 섞인 말을 내뱉었다.

머리카락이 나를 툭툭 치면서 몸을 살짝 배배 꼬는 걸 보니 부끄러운가 보다.

"알았어. 자, 이리와."

"...응."

나는 그녀의 은색 머리카락과 얼굴을 붙잡고 입술을 훔쳤다.

프레이야가 요구한 대로 혀를 그녀의 입술 사이에 넣어 주었다.

그녀의 혀와 내 혀가 다시금 얽히며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저번에 한 번 해본 게 경험이 되었는지, 오늘은 조금 혀 놀림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럼 조금 고급스러운 기술을 써볼까.

"으응♡."

내가 프레이야의 은발 머리카락에 묻힌 귀를 살짝 만지자, 그녀는 신음소리를 내더니 혀의 움직임이 더 거칠어졌다.

여기가 성감대인가.

나는 그녀의 귀를 정성스럽게 만지며 키스를 이어나가자, 점차 신음소리가 강력해지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너,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키스가 끝나자, 프레이야는 내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했는지 투정을 부렸다.

"왜, 기분 좋았잖아."

"그래도! 말은 하고 만져야지!"

저번에는 그럼 말하고 만졌냐.

나는 츤츤거리는 프레이야에게 다가가 그녀의 귀를 물고 정성스레 빨았다.

"헤윽♡! 앙♡."

"이거 봐. 여기 좋아하잖아."

"아흑♡, 응♡. 그래도… 죠금은 말을 해주고… 앙♡."

프레이야는 귀만 조금 핥았을 뿐인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저번에도 그렇고 조금만 만져도 가버리네.

꽤 민감한 몸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만해앵♡. 지금 정찰 중이자나♡."

"알았어. 그럼 돌아가자."

"...남은 건 나중에 해줄래♡?"

역시 좋았나 보네.

그럼 솔직하게 말하면 될 것이지 자꾸 틱틱댄다니까.

다음에는 내가 아는 모든 테크닉을 동원해 혼내줘야겠다.

그렇게 주변 정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리는 진으로 돌아갔다.

진으로 돌아갔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웬디, 여기 있었군요!"

"무슨 일이신가요, 전하?"

"우리 척후병이 진 주위에서 드워프 놈들의 척후병을 발견했어요!"

"그런…! 정말인가요?"

"들켜버린 거야?"

우리가 그렇게 묻자 엘리자베스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치 못한 비보가 날라오다니.

이거 위험하다.

키스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전하. 일단 모든 병사에게 전투 준비를 시키고 불침번을 강화하세요.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전투가 일어날 겁니다."

"...알겠어요. 그게 최선이겠죠."

"프레이야. 너는 일단 빨리 자. 싸움이 일어나면 깨워줄게."

"웬즈데이는?"

"나는 좀 더 상황을 살펴볼게."

"알았어, 그럼 부탁해."

나는 프레이야를 천막 안으로 들여보내고 엘리자베스와 함께 병사들 사이도 들어가 상황을 살폈다.

다리아는 전투를 준비하다가 우리를 보고는 달려왔다.

"다리아 씨. 상황은 어때요?"

"장비를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전투식량을 배부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믿을만한 병사를 한 서른 명만 뽑아 전하를 호위하게 하세요."

"호위요? 그, 그런 건 필요가…."

"전하. 전투 중에는 저도 프레이야도 유스티아도 전하를 지킬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안전장치는 필요해요."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요……. 가뜩이나 병력도 적은데."

"이 전투의 승패보다 전하의 목숨이 더 소중합니다. 부디 받아들여 주세요."

내가 이것만큼은 꼭 해야 한다는 강력한 눈빛을 보내며 강권하자, 엘리자베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리아 씨. 다리아 씨는 남은 병력을 서쪽 골짜기에 집중시켜 막아 주세요."

"네? 그럼 동쪽 골짜기는…."

"그쪽은 저희가 막습니다."

"그래도 병력이 좀 있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뇨. 저희의 마법을 제대로 활용하기에는 주위에 아군이 적은 편이 낫습니다. 다리아 씨는 서쪽 골짜기로 밀고 들어오는 놈들을 막기만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몇몇 발 빠른 병사를 보내 주위를 수색하는 것도 잊지 말고요. 특히 산 위쪽."

"명심하겠습니다."

병력 오백을 나누는 것보다 한쪽으로 몰아 골짜기를 틀어막는다면 아무리 드워프 놈들의 기술력이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산 위로 돌아오는 험하지만 예상 못 하는 경로만 살핀다면 문제없다.

"웬디. 오늘도 그저 무사하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엘리자베스는 동쪽 골짜기로 떠나려는 나를 붙잡으며 말을 건넸다.

"전하께서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잖아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그럼 나중에 마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그때는 같이 싸워 주실래요?"

"네! 웬디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으면 얼마든지요!"

"그러면 조금 기다려주세요. 이번 싸움이 끝나면 그때 알려드릴게요."

"진, 진짜요?"

"네, 각서라도 쓸까요?"

나는 엘리자베스에게 언젠가 했던 말을 다시 속삭이자, 엘리자베스는 그때의 감정이 생각났는지 감정에 북받쳐 내 품에 안겼다.

빨리 싸움이 끝났으면 좋겠네.

그럼 좀 이것저것 할 수 있을 텐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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