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역사 영웅이 되었다-55화 (55/160)

〈 55화 〉 54화: 뿔과 비늘

* * *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다.』

­드워프 격언

***

나는 로제와 함께 저택 뒤 오두막으로 향했다.

저택 주위 경계용으로 사용되는 것 같은 그 오두막은 낡아 보였지만 안쪽은 상당히 깨끗했다.

아마 지금도 사용되는 것 같다.

내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닫자, 나무문 특유의 끼이익거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왔다.

"일단 여기 앉으렴."

"으, 응. 알았어, 주인님."

나와 로제는 오두막 안에 있던 자그마한 나무의자에 걸터앉았다.

로제는 부끄러운지 자꾸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다른 여자였다면 손을 사용해 억지로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겠지만, 로제는 귀여우니까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부끄러움을 풀기 위해 조금 스킨십을 해볼까.

나는 로제의 몸을 다시 꼭 껴안아 주었다.

"부끄럽니?"

"응."

"괜찮아, 이상한 곳은 안 볼 테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이런 어린아이의 중요한 부위를 염탐하면서 히히덕거리는 그런 쓰레기는 아니다.

고작해야 몸에 난 비늘이나 뿔 같은 부분만 볼 거다.

그러니까 윤리적으로 아슬아슬 오케이일 것이다.

나는 우선 로제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깊게 넣어 쓰다듬었다.

손가락 끝에 인간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딱딱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뿔, 드래고니안의 상징인 한 쌍의 뿔이었다.

내가 게임을 하던 시절, 드래고니안의 뿔은 고급 무기의 재료였다.

게다가, 좀 강력하다는 마법 도구라면 무조건 이걸 썼을 정도로 희귀하던 탓에 거의 한 나라의 일년 예산 정도의 값어치를 지녔다.

그런데 이 뿔에 새겨진 룬 문자를 누구도 알아내지 못해 복제는 꿈도 꿀 수 없어 가치는 도저히 내려가지 않았다.

내가 원래 사용하던 지팡이도 이걸로 만들었었지 참.

그 지팡이 꽤 괜찮았는데. 잘 지내려나.

근데 그렇게 귀한 재료라고 해도 로제를 해치면서까지 얻어낼 생각은 없다.

이렇게 나를 잘 따르는 아이를 죽이라니, 사탄도 못 할 일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손끝으로 로제의 뿔을 만져나갔다.

"으, 으읏…."

"간지럽니?"

"읏응, 뿔 만지면 간지러워어…."

로제는 꽤 간지러운 듯 몸을 움찔거리며 품에서 살짝 날뛰었다.

뿔에도 촉각이 있다니, 아마 단순하게 뼈로 이루어진 뿔이 아닌 것 같다.

좀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그녀의 머리카락을 치우자 로제의 눈동자처럼 새빨간 뿔이 드러났다.

나는 오른쪽 눈에 힘을 주어 뿔을 살펴보았다.

뿔의 표면은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울퉁불퉁하거나 거칠지도 않았다.

마치 숙련된 조각가가 섬세하기 깎아낸 것 같이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드래고니안의 뿔에는 지문처럼 각 개체마다 다른 무늬가 새겨져 있다.

로제의 무늬는 직선과 곡선이 잘 어우러진 꽤 세련된 무늬였다.

나는 그 무늬를 더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현미경 같은 물건이 없는 이 세계에서 지금 인간 최초로 무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파여진 무늬 옆면에는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와, 진짜 룬 문자가 있었네?

심증만 있던 드래고니안 뿔의 룬 문자를 발견해냈다.

원래 세계였다면 엄청난 주목을 받았겠지.

"아읏! 주, 주인니임. 수, 숨결 닿아서 간지러워어…."

"그래?"

숨결 가지고 저리 간지러워하다니, 상당히 민감한 부위인 것 같다.

내가 뿔을 자세히 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비비듯 만지자, 로제의 몸이 순간적으로 팔짝 뛰어오르더니 나를 꼭 껴안았다.

"으으… 주인님, 만지지마아…."

"알았어, 알았어."

뭐, 뿔의 룬 문자를 발견하기는 했으나 내용은 아직 모르니 지금 당장 더 조사해봐야 의미 없을 것이다.

기억해놨다가 시간 날 때 곰곰이 생각해보거나, 직접 실험해보는 게 좋겠지.

나는 이제 로제의 다른 부위를 보기 위해 그녀를 품에서 해방하고 어깨를 잡았다.

"로제, 비늘 좀 보여줄래?"

"...아, 알았어."

로제는 자기가 입은 빨간색 원피스를 살짝 내렸다.

그녀의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새하얀 어깨가 드러나 조금 몸이 반응했다.

아, 그러지 마. 고작 어린애 어깨 본 거 가지고 그러냐.

어깨에 다른 여자들과 달리 브래지어 자국이 없는 게 더 꼴….

참자, 정말 참자.

로제가 어깨 밑으로 원피스를 내려 그녀의 가슴 윗부분을 모두 드러내었다.

양옆 쇄골 부분에 비늘 한 개씩, 그리고 그사이 목젖 아랫부분에 비늘 하나. 총 세 개였다.

그리고 그 밑에 가슴은 그리 크지 않은 듯 가슴골은 그닥….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몸을 훑는 나에게 살짝 싸대기를 때려 진정시켰다.

로제도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가슴 부분을 손으로 가렸다.

"주, 주인님 시선 이상해."

"그건 오해란다. 로제."

"늑대 새끼…? 같아."

"로제,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니?"

어허, 감히 하늘이 내려준 신성한 본능에 충실한 사람에게 늑대라니.

로제가 어리다 보니까 어딘가에서 이상한 말을 무분별하게 주워들은 것 같다.

이참에 조금 교정을 해 주어야겠다.

"로제. 주인님한테 그런 말을 하면 안 돼."

"미, 미안해…."

"그럴 때는 `변태`라는 건전한 말을 사용하렴."

"변태…?"

변태 정도면 늑대 새끼보다는 훨씬 건전한 단어가 아닌가?

절대 내가 변태라는 단어에 친근감을 느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뭐 하여튼, 나는 일단 로제의 왼쪽 쇄골에 달린 비늘을 살펴보았다.

비늘은 화석에 남지 않았던 부위라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색은 빨간색, 길이는 약 4cm 정도였고, 길쭉한 타원형인 데다 끝쪽 부분이 로제의 피부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약간 잎맥처럼 거기에 어떤 선이 퍼지듯 존재했다.

여기에도 감각이 있으려나? 라는 의문이 들어 나는 비늘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제가 갑자기 과격하게 반응하였다.

"흐냑!"

"괜찮아? 느낌은 어때?"

"아, 아프지는 않은데 약간 간지러워…."

아프지 않다길래 내가 계속 문질문질하면서 만지자, 로제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얼굴에 홍조가 올라왔다.

이, 이거 설마….

아냐, 그럴 리 없을 거야.

그냥 조금 많이 민감한 곳이겠지!

나는 더 이상 하면 무언가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비늘 만지는 걸 중단하고 오른쪽 눈으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비늘 표면에 룬 문자가 난잡하게 적혀있는 것 같았다.

음…. 역시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자다.

실험을 해봐야겠다.

나는 왼쪽 비늘에서 눈을 떼고 오른쪽 비늘을 살펴보았지만, 좌우가 반전된 걸 빼면 완전 똑같았다.

음, 마치 신체 기관처럼 오른쪽과 왼쪽이 대칭이구만.

그럼 중앙에 있는 저 비늘은 어떨까?

나는 로제의 목으로 얼굴을 가져가 그곳에 있는 비늘을 관찰했다.

아까의 비늘과는 생김새와 새겨져 있는 룬 문자가 완전 달랐다.

좀 더 룬 문자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고, 잎맥 비슷한 것도 훨씬 많았다.

신기하다 싶어 내가 그 비늘로 손을 가져가서 살짝, 아주 살짝 만졌다.

"아으으읏!"

"미안, 로제. 많이 아파? 괜찮아?"

"으읏, 하아, 하아."

목 밑에 있는 비늘을 만지자 로제의 몸이 갑자기 축 늘어지더니 내 쪽으로 쓰러졌다.

그녀의 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거기에다 그녀에게서 묘한 체취가 느껴졌다.

으…. 응?

"주인니임. 나, 나 이상해…."

로제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는 색색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충혈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표정이 슬픈 것도, 기쁜 것도 아닌 어딘가 북받쳐 오르는 듯한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느라 그녀가 입고 있는 원피스가 더 내려가 로제의 가슴이 드러났다.

그녀의 젖꼭지는 완전 빳빳이 서서 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아, 이거 실수했다.

인간과 다른 부위에 대해 이해가 매우 떨어져서 벌어진 참사였다.

비늘이나 뿔이 엄청나게 민감한 걸 고려했어야 했는데.

로제는 이미 엄청나게 흥분한 듯 나를 맹목적으로 바라보았다.

원피스는 더 흘러내려, 그녀의 허리를 넘어 소중한 부분까지 내려갔다.

묘하게 원피스 안쪽으로 붉은 털이 삐쭉 나온 것 같은데….

나는 더 이상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렸다.

"...로제, 옷을 입으렴."

"아, 아! 알겠어."

로제는 흥분이 좀 가셔서 정신이 확 든 듯 허겁지겁 원피스를 올려 제대로 입었다.

...휴, 하마타면 습관적으로 한 손은 가슴을, 다른 한 손은 아래쪽으로 넣어 문지를 뻔했다.

오늘 아침에 한번 빼지 않았다면 분명 저질렀을 것이다.

대체 색욕이 왜 이렇게 들끓는지, 주위에 아름다운 여자가 많아서 그런가?

아무튼, 일단 오늘의 조사는 이 정도로 충분하니, 빨리 여기서 나가야겠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로제."

"으, 응! 주인님!"

나랑 로제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오두막에서 나와 저택으로 향했다.

***

식사를 마치고 다리아는 그녀의 주인을 찾아 위층으로 올라갔다.

마침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이 있어 들어가니 바닥에는 고급스러운 옷이 널브러져 있었고 침대 위에 누군가 있었다.

이불 아래에는 대낮부터 옷을 홀라당 다 벗은 엘리자베스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다리아는 그걸 보고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의 첫경험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분명 그녀가 상상하는 첫경험이란, 운명의 상대와 환상적인 공간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았을 떄 엘리자베스의 첫경험은 운명적인 상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 여자랑 관계를 맺는 바람둥이이며, 환상적이긴커녕 낡은 방이었고, 사랑은 거짓일 확률이 더 높아 보였다.

엘리자베스를 끔찍하게 여기는 그녀라면 분명 화를 낼 상황이었지만, 엘리제베스의 태평한 표정이 그녀의 분노를 잠재웠다.

뭐, 본인이 기분 좋았으면 된 건가.

부디 이후의 일로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다리아?"

그렇게 다리아가 엘리자베스를 지켜보는 도중, 기척을 느꼈는지 엘리자베스가 눈을 살며시 떴다.

"전하. 일어나셨습니까."

"아, 앗…. 다리아, 이, 이건…."

엘리자베스는 자기가 다 벗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이불을 당기고 몸을 가렸다.

하지만 다리아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웬즈데이 님과 하셨군요?"

"아, 알고 있었어요?"

"...네."

다른 일도 이것저것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우선은 주인과 그의 관계를 숨기는 게 우선이었다.

"전하. 일단 옷을 입으시죠."

"응."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세요."

"알았어."

엘리자베스는 바닥에 널브러진 브래지어를 들고 그녀의 꽉 찬 가슴을 브래지어에 집어넣었다.

그러고서는 이미 바싹 말라버린 팬티에 다리를 넣고 허리까지 올렸다.

아까 맞은 엉덩이가 팬티에 비벼지자 살짝 화끈거렸다.

"...죄송해요. 다리아. 왕족이라면 왕족답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저는 그저 전하의 판단을 따를 뿐입니다. 전하께서 순결을 바치셨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다리아가 그렇게 말하자 엘리자베스의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이내 재잘거리듯 그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긴 해요. 웬디는 분명 제 순결을 바칠만한 남자였어요. 탄탄한 근육이며, 달콤한 목소리며, 간들거리는 손길에…."

"전하. 그런 이야기는 좀 조용한 곳에서 하시죠."

다리아는 흥분하여 급발진하는 엘리자베스의 입을 살짝 틀어막고 여기보다 더 으슥한 곳에 있는 방으로 이끌었다.

원래라면 그냥 말을 멈추게 하면 되었지만, 그와의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웬디의 굵은 그것이 제 그곳에 들어왔을 때는 엄청나게 아팠지만, 그 후에 점차 괜찮아지면서…."

그렇게 다리아는 엘리자베스의 생생한 경험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왠지 모르게 아래쪽이 젖어드는 것 같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