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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역사 영웅이 되었다-154화 (154/160)

〈 154화 〉 153화: 찰나의 휴식

* * *

『처녀는 성욕과 사랑을 구별할 수 없다. 동정도 마찬가지다.』

­인간 격언

***

"메르세데스 님!"

감옥 안에 갖혀 있던 엘프의 공포가 환희로 바뀌었다. 엘프 누구라도 아는 찬란한 엘프의 유력한 족장 딸이자 능란한 전사, 메르세데스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의 존재는 역병처럼 확산되던 엘프 처녀들 사이의 비명을 순식간에 잠재울뿐더러 환호를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메르세데스가 왔다는 것을 믿지 못한 일부 엘프 처녀들은 다리를 후들거리며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환각인지 의심하여 자기 귀 끝을 잡아 뜯는 엘프 처녀들도 있었다.

"모두 침착하게 대기! 너희를 구원하러 온 병력이 있어! 지금 드워프들을 몰아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라!"

메르세데스는 감옥 안에 그득그득 모여 있던 엘프 처녀들을 진정시킨 후 감옥 안에 있게 두었다. 그 닭장 같은 협소함을 보니 빨리 탈출시키고 싶었지만, 입구 부분을 드워프가 장악하고 있으므로 지금 당장 탈출할 수는 없었다. 다들 나이가 어린 엘프들이기도하고, 처녀성을 유지하느라 격한 운동도 훈련도 받지 못한 엘프 처녀들은 그 나이 절반의 엘프 남자보다 약할 정도로 무력했다. 메르세데스와 같은 처녀 기사단 출신은 예외적으로 전투력이 무지막지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메르세데스는 조금 더 전투에 진지하게 임하기로 했다.

"로제 마님."

"응, 말해."

"엘프 처녀들이 있는 방으로 드워프들이 대피할 수 있습니다. 그걸 다 처리해 버리죠."

메르세데스는 감옥 바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리 말했다. 바깥에 메르세데스가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그가 있으니, 안쪽에서 지원하면서 엘프 처녀들을 지키자는 말이었다. 로제는 그 말에 살짝 언짢아했지만, 딱히 방법도 없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쳇, 주인님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저도 서방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이런 꼬꼬마 여자애들 말고."

"나 말하는 거 아니지?"

"설마요. 뒤에 있는 귀여운 처녀애들 말하는 겁니다."

메르세데스는 황급히 자기 말을 변호했다. 하지만 미묘한 말투 때문에 로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메르세데스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주인 앞에서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가슴 크기만 보면 너는 그냥 꼬맹이야."

"...가, 가슴이라니. 가슴이 사람의 성숙함을 대변하지는 않잖아요. 게다가 로제 마님도 그렇게 크지는…."

"너보다 크거든?"

"..마님. 전투 준비나 하시죠."

로제는 딱 달라붙는 전투복 위로 그녀의 몰캉몰캉한 가슴을 틀어쥐었다. 며칠 때 만져지지 못한 채 성장하기만 하는 그 가슴은 누군가의 손길을 애처롭게 원하는 듯 마구 출렁거렸다. 로제 그녀 자신도 마음 같아서는 전투복 아래에 있는 브래지어를 벗고 미친 듯이 그런 짓을 하고 싶었지만, 전투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딱히 혼자 하기도 뭐 하니 그냥 집중하기로 했다.

"어, 진동 온다. 두 명이야."

"총을 들고 있으려나요?"

"일단 쇳소리는 안 나는데 말이지."

과연 로제의 말대로 감옥 안방으로 도망쳐오는 드워프 들은 총은커녕 기본적인 무장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얼굴에 싱싱한 화상 자국이 있는 걸 보아 아마 방금 화염 계열 마법으로 공격당한 것 같았다.

"너희들! 당장 귀 막아!"

메르세데스는 총 소리를 무서워할 엘프 처녀들을 진정시키며 허리춤에 찬 총을 뽑았다. 총을 다룬 지 얼마 되었다고 그녀의 절친인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활보다 더 능수능란하게 총을 다루었다. 허리춤에서 뽑고 총알을 장전하고 팔에 안착시키고 조준하고 발포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물 흐르듯 이루어져 20초도 걸리지 않았다. 옆에 있던 로제도 나름 빠르게 총을 다루려 했지만, 그녀의 성장해서 존재감을 자랑하는 가슴에 총이 몇 번 부딪혀 몇초 정도 더 느렸다.

­탕

경쾌한 총소리가 감옥 안에 울려펴졌다. 별로 크지 않은 소리도 감옥 안에 있으니 이리저리 부딪히고 증폭되어 되게 큰 소리로 들렸다. 미쳐 귀를 막지 못한 엘프 처녀들은 갑작스럽게 들린 총소리에 바들바들 떨었지만, 이내 그 총소리의 주인이 메르세데스임을 알고 진정하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 시체 치울까?"

"아뇨. 걸리적거리게 그냥 두죠."

"응. 그럼 계속 막고 있자. 주인님이 시간 될 때 알아서 오시겠지."

그렇게 그녀 둘은 그 통로에서 드워프 열일곱을 죽였다. 다들 공포에 질려 도망오는 나약해 빠진 놈들이었다.

***

"...저거 다 뭐냐."

"정확히 말해서는 '저것들' 이죠. 서방님."

대략 반나절이 흐른 후, 드워프들을 어느 정도 정리한 우리는 건물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매우 놀라운 광경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엘프 처녀들이, 바글바글하게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저게 다 처녀라고?"

"네. 엘프 여자들은 혼인을 할 때까지 처녀성을 유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처녀성을 잃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과 검사를 하며, 처녀막이 터지지 않게 운동도 금지시켜요."

"너는 운동했잖아."

"저는 족장 딸이니까 그런 거죠."

메르세데스의 말에 나는 일단 납득했다. 솔직히 국가에서 쳐녀를 선별하고 처녀막을 검사하고 처녀성을 교육시키는 광경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메르세데스가 하는 말이니 안 믿을 수도 없었다. 그녀는 내 사랑스러운 아내이기도하고 엘프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메르세데스 님."

"응? 왜 그러세요, 다리아 마님?"

그러던 도중 갑자기 나와 메르세데스 사이에 다리아가 난입했다. 게다가 메르세데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평소답지 않은 다리아의 모습에 나와 메르세데스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저 엘프 처녀들이 제,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인원수를 확인하고 바깥으로 인솔하려 했는데…."

"그래요? 뭐라던가요?"

"미개한 인간놈들의 말을 들을 수는 없다, 꺼져라 따위의 말이었습니다."

다리아는 오랜만에 그런 날카로운 말을 들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자 메르세데스는 그 말이 상당히 기분 나빴는지 발을 한번 세게 굴렀다.

"아직도 그 무지하고 몽매한 사고방식에서 못 깨어났네요. 미개한 놈들은 엘프인 것을 말이죠."

"너도 엘프인데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죠. 서방님의 그 위대한 능력과 사랑에 감동한 인간이라면 누구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을 걸요."

메르세데스는 은근히 내 몸에 그녀의 몸을 비비며 그리 말했다. 조금 그녀도 쌓여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를 어째, 아직 전투도 완전히 안 끝났는데. 게다가 전투가 끝난다 해도 저 엘프 처녀들 관리할 생각에 머리털이 빠지는 기분이다..

"당장 제 서방님도 인간족인데, 저렇게 인간을 모욕하는 태도를 용납할 수 없네요. 어쩔 수 없죠. 서방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응."

메르세데스는 엘프 처녀들의 기강을 단속시킬 요량인지 풀어해친 전투복을 다시 입고 위풍당당하게 건물 안쪽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다리아도 그런 메르세데스를 쫄쫄 따라갔다. 그 때 마침 건물 바깥에서 정찰하던 나머지 인원들이 들어왔다.

"나 왔어. 웬즈데이 씨."

"...혼자서 뭐 해?"

"주인님!"

유스티아와 프레이야, 로제는 전혀 긴장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나에게 걸어왔다. 옷도 깨끗하고 총에 발포 흔적도 없는걸 보니 딱히 전투는 안 일어난 것 같았다.

"뭐라도 발견했어?"

"아니 전혀. 이미 이 주위에 드워프는 없어."

"...시체 하나하나 다 뒤져서 확인 사살까지 한결과야. 아무도 없어, 웬즈데이."

"맞아! 프레이야가 막 시체 나뭇가지로 쿡쿡 쑤시고 다녔어!"

그녀들의 말에 따르면 이제 성 안에는 드워프들이 딱히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어제부터 드워프를 거의 몇천 명은 지지고 볶고 총알로 머리에 구멍 뚫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게다가 여긴 후방 중에 후방, 아무리 대도시라 해도 몇천 명 이상의 병력이 상주하기는 어려우니 그 정도 잡았으면 이미 피나르핀 내부에는 드워프가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따 새벽에 내가 다시 한번 볼게, 이 눈으로."

"...힘들 텐데."

"뒤통수에 바람구멍 뚫리는 것보다야 낫지."

나를 걱정하는 프레이야의 말에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으스대는 말투를 사용했다. 그 말투에 프레이야도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축하 파티는 언제 해?"

"몰라, 상황 끝나야 하지."

"근데 드워프들을 싹 소탕하는데도 오래 걸릴 텐데. 그러다가는 지원군이 올지도 모르잖아."

긴장이 풀릴대로 풀렸는지 유스티아가 파티 이야기를 꺼냈다. 어지간히도 놀고 싶었는지 그녀답지 않게 매우 흥분된 목소리었다.

"...그건 맞네. 완전함을 달성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니까."

옆에 있던 프레이야도 파티라는 말에 흥분했는지 한껏 거들었다. 정확히는 파티를 핑계로 나랑 놀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말이다.

"일단 당분간은 안 돼. 할 일이 너무 많아. 당장 성 안 잔당 토벌하고, 엘프 처녀들 관리하고, 주위 정찰에다…."

"저 멀리 짱박혀 있는 마차도 데려와야겠지."

유스티아가 그리 말하자 내 머릿속이 더 무거워졌다. 이런, 잠시나마 사랑스러운 내 아내인 엘리자베스를 잊고 말았다. 게다가 딸을 마구 낳아준 나미도 말이다. 이거 전투에 집중하느라 머리가 어떻게 된 것 같았다.

"...쉬기는 글렀네."

"파티도 말이야."

프레이야도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 걸 실감한 듯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 및에 언뜻 다크서클이 엿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주인님! 그럼 아기는 언제 만들어?"

"...응?"

"벌써 며칠씩이나 아기를 안 만들었잖아! 아기 만들고 싶어!"

이 와중에 로제는 발정이라도 났는지 그녀의 몸을 내 몸에 쓱쓱 비볐다. 그녀의 가슴이 내 몸에 닿아 말캉거리는 게 느껴졌다. 원래는 이 정도의 사이즈는 아니었던 것은데, 그녀도 나름 성장하는 것 같아 살짝 기뻤다. 하지만 당장 그녀가 맹목적으로 요구해 오는 그 행위는 하기 힘들었다. 아무리 짧게 걸린다고 해도 그 짓하면로제가 곯아떨어져 기절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참아줘."

내 거절에 로제는 기가 팍 죽은 표정을 지었다. 마음속으로는 그녀도 왜 안 되는지 알고 있지만, 도저히 몸이 못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 그럼 키스 정도는 괜찮지 않아?"

"키스?"

"응. 키스."

그래서 로제는 어느 정도 타협한 절충안을 제시했다. 딱히 옷을 벗을 필요도, 절정 후 졸도할 필요도 없는 키스 말이다.

"키스라….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괜찮지! 무조건 괜찮지!"

내가 살짝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유스티아가 거들었다. 그녀도 마구 키스하고 싶은 듯 발정 난 얼굴로 나를 부추겼다.

"...키스 정도로 전투 불능이 되진 않잖아."

그 뒤에 있던 프레이야도 싫지는 않은 듯 발정 난 얼굴로 키스하자고 말했다. 혀를 날름거리며 내 입술을 쳐다보는게,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사자 같기도 했다. 이렇게 발정 난 얼굴을 많이 보여주다니 많이들 쌓여 있었구나 싶었다.

"좋아. 그럼 키스만 하자."

"내가 먼저!"

"아, 안 돼!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하자!"

"...맞아."

내 동의가 떨어지자마자 로제는 내게 입술을 박치기 할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유스티아와 프레이야가 제지하자 키스를 하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결국, 그녀 셋은 가위바위보를 하여 순서를 정하였다.

"첫 번째! 오늘은 운이 좋네!"

첫 키스 상대는 유스티아였다. 오늘 아주 많은 맹활약을 해줬던 유스티아는 다행이게도 딱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자잘자잘하고 사소한 찰과상이 전부라 딱히 치료마법도 필요 없어 보였다. 그래도 나는 유스티아의 몸 이곳저곳을 슬쩍 살펴보며 혹시 모를 상처가 없는지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그 눈빛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인지 유스티아는 전투복을 슬쩍 벗으며 나를 유혹했다.

"뭐야, 웬즈데이 씨 설마 나랑 하고 싶어?"

"아니야. 그냥 상처 확인."

"쳇, 뭐야."

내 단호한 거절에 유스티아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깜찍한 머리를 두 손으로 잡으며 내 얼굴을 가까이하자, 금세 발정 난 얼굴을 보여 주며 나에게 다가왔다. 입술과 입술이 맞부딪치고, 혀와 혀가 섞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달콤한 영혼의 교환이었다.

"츄읍♡, 으, 으응. 포옵♡."

질척한 소리가 금세 건물 안쪽에 울려 퍼졌다. 그걸 들은 로제와 프레이야는 더욱 발정 난 표정을 지우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키스를 당하는 유스티아는 더 그랬다. 이미 그녀의 눈은 성욕에 그득그득 물들어 있었다. 나는 최대한 그녀의 성욕을 자극하지 않게 키스 이와의 다른 터치는 하지 않았다. 평소같이 하던 가슴 애무는 물론, 성감대가 될 만한 다른 곳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유스티아는 그런 내 행동을 무위로 돌릴 만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웬즈데이 씨. 나, 못 참겠어♡…."

유스티아의 거칠거칠한 손이, 내 바지 안쪽으로 들어왔다. 마침 그곳에는 내 팽팽해진 육봉이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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