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화 〉생존 전략 1. 새 친구를 만들자 (8) (9/139)



〈 9화 〉생존 전략 1. 새 친구를 만들자 (8)

예상대로 다리오 가문은  의견에 별 말없이 찬동했다.
사실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개차반 공주님이 얼굴만 보고 개망나니 기사를 퍼스트 나이트로 삼았다.
그런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평판이 아작나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지네.
도주 계획을 서두를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한편 알렌은 겉으론 담담한 척, 가벼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내 눈엔 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몸을 들썩거리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였다.
다리오 가문에서 확답도 보냈겠다.
슬슬 대화를 나눠도 될 것 같았다.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알렌의 방에 훌쩍 가서 노크했다.

똑똑


“어, 누구야?”

“루크레치아에요.”

“뭐? 으악!”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직접 찾아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곧 방문이 열렸다.


“어서 오십시오, 공주님. 하하, 이것 참. 정리가 안 된 방이라 모시기가 부끄럽군요. 물론 공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꼴ㄲ.아니, 그래요. 아, 한스는 기다려주실래요?”

“용건이 끝나실 때까지 대기하겠습니다.”

한스는 혹시 진짜로 염문이 생길까 봐 데려왔다.
안 좋은 소문은 구체적인 증거가 생겼을 때
더욱 대처하기 귀찮아지는 법이었다.
그런  어디까지나 소문 선에서 끝나야지.

한편 알렌은 내가 홀로 방에 들어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조금 당황한 기색이었다.
능글맞던 녀석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기분이 좋았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권력의 맛이 너무도 달콤해서
요즘 누가당황하는 모습만 봐도 너무 기분이 좋다.


‘아, 이게 아니지.’



“아무리 정리를 안 했다고 해도 그렇지. 의자도 안 내줄 거예요?”

“이런. 제가 깜빡했군요. 여기에 앉으시면 됩니다.”

“됐어요. 어차피 의자도 한 개고 방주인을 세워둘 순 없죠.”

알렌이 한쪽에 밀려있던 의자를 들고 와서 내 옆에 놨지만 무시하고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았다.
푹신푹신하고 잘 말린 태양의 냄새가 조금 남아있었다.
알렌이 자꾸 하녀들에게 집적거려서 혹시나 이런 데에 소홀히 할까 싶었지만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네.
그런데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더니 알렌이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 왜요?”

“……아닙니다. 공주님은 생각보다 자유분방하시는군요.”

“그런가요?별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는데요.”



또 내가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나?
알렌의 반응을 보니 방금 내 행동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뭐, 어때. 나중에 시란이나 페니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하여간 그건 나중 일이었고 지금은 알렌에게 집중할 때였다.



“자꾸 알렌이 내 눈치 보는 게 짜증나서 왔어요. 지금이라면 궁금한  다 대답해드릴게요.”

“그러니까 공주님께서 저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으시다?”

“뭐 그렇게 생각해도 좋아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알렌이 다시 페이스를 회복한 듯 신나게 지껄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저도 아리따우신 공주님께 궁금한 점이야 많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자상한 공주님께 감사드리며, 우선 가장 궁금한 것으로는 제가 모실 공주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그런 게 궁금해요?”


장황하고 느끼하게 이어지는 알렌의 말을 끊어내고
나는 한쪽 다리를 침대 위로 올려 무릎에 팔꿈치를 대어 턱을 괬다.
얼굴을 찌푸린 것은 덤이었다.
굳이 자리를 마련해줬는데도 겨우 그런 잡소리나 할 거냐는 간접적인 불만 표시였다.

“그런  궁금하다면 얼마든지 답해줄 수 있죠. 좋아하는 건 음식이에요. 맛있는 걸 좋아하는데 포슬포슬한 삶은 감자와 달콤하게 우린 콘 스프가 좋아요. 옛날에는 안 좋아했는데 요즘 머리 쓰고 나서 티타임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요. 그 외에도 햇볕에 말린이불에 누워서 끌어안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나는 충분히 알렌이 끼어들 수 있게 호흡을 천천히 하며 말했다.
그러나 알렌은 끝까지 끼어들지 않았다.
시란이 마나를 넘겨줄 때 주저했던 것과 비슷한 망설임이 보였다.
내 의도를 파악하고자 하는,
그런 이해할 수 없기에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질문은 그게 끝이에요?”

일부러 피식하고 바람 빠진 미소를 지었다.
대놓고 비웃은 것이었다.
그러자 알렌의 얼굴이 천천히 굳어갔다.
아직 미소는 남아있었지만
방금까지 보이던 경박한 태도가 거짓말인  같이 미소에 균열이 가고있었다.



“공주님께선 왜 저를 프린세스 퍼스트 나이트로 쓰시려는 겁니까.”



마침내 기다리던 질문이 나왔다.
나는 저 말이 나오길 기다렸다.
처음부터 물어봤으면 빈정거리지도 않았을 텐데.

“왜일 것 같아요?”

“대답해주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알렌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맥없는 반응에 놀란 것은 오히려 나였다.
겨우 이 정도로 물러날 거라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뭐야. 겨우  정도로 겁먹은 거야?
조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숨이 나왔다.



“남자가 패기 없게.”

“예?”

“제가 겨우  번 되물어봤다고 그렇게 삐지면 어떻게 해요? 여자 후리고 다닌다는 건 다 헛소문이었나 보네요.”

“아니! 그 말은 참을 수가 없군요! 저 알렌 다리오! 사귄 레이디의 수는 일렬종대로 세워도 기사단을 채울 정도입니다!”

알렌이 다시 삼천포로 빠지려는 기색이 보여서 대화의 맥락을 끊었다.
제멋대로 대화의 흐름을 바꿔도 상관없는 것도 높으신 분의 특권이었다.



“실력이에요.”

“예?”

“당신 실력이 우수해서 뽑았다고요.”

그러자 알렌은 뱉던 말도 멈추고 입을 달싹거리다가 입꼬리를 조금 올리고 말했다.
빈정거리는 태도였다.

“어떻게 알아내셨는지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물론 조사 많이 했죠. 내가 뭐 얼굴만으로 호위 기사를 뽑은 줄 알아요?”

“얼굴도 자신은 있습니다만.”

“제 취향 아니에요. 나대지 마세요.”

딱 잘라서 금을 긋고 팔짱을 낀 채로 빈정거리는 기색을 이어갔다.
마치 알렌의 태도를 비친 거울같이 그와 닮은 표정이었다.
그 상태로 나는 일부러 그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을 내뱉었다.


“노력해서 인정받고 싶고, 그런데 노력을 했더니 돋보이지 말라는 말만 하죠. 기사단에서도 당신을 등한시하고, 참 힘들었겠네요. 그런데 그래서 결국 한다는 게 여자치마폭으로 들어가는 거였나요?”

“그만하십시오.”

“그만하긴요. 그래서 이번엔  치마폭에 들어와서 안심하고 있었나요? 우웩.”

이건 말하지 말걸.
남자에게 덮쳐지는 모습을 생각했더니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공주님은 아무것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순간 알렌이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덮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놀란 심장이 자기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색하지않았다.
내색해선 안 된다.

알렌이 페이스를 잃었다.
그렇다면 나는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어느 한쪽은 이성으로써 상대를 대해야 했다.

그래야 건설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이번엔 제 치마폭에 숨어들 건가요?”

“공주님이라고 막말하지 마십쇼. 저에 대해 조사했다고 제 모든 것을 아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네. 조사했다고  아는 건 아니죠. 그런데 적어도 하난 확실하게 알겠네요.”

“그게 뭡니까.”

“지금 당신이 겁먹고 질질 짜고 있다는 거요.”

“뭐?”


존대까지 흐트러지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던 알렌이 멍청하게 눈을 깜빡거렸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내 말에 그는 당황하며 이성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다시 빈정거리기로 했다.

“뭘 그리 놀라고 그래요. 방금 말했었잖아요, 실력 보고 뽑았다고. 근데 그런 사람이 과거에 빠져서 징징 짜고나 있잖아요. 좀 실망인데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 진짜 답답하네.”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밀어냈다.
남자에게 덮쳐지는 상태가 썩 불편하고 불쾌했다.
내쉬는 숨조차 느껴질 거리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행히 가볍게 밀었는데도 알렌은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직도 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시겠어요? 레이디의 마음은 잘 아는 게 아니었나요?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다 뻥쟁이였네.”

“뻐, 뻥쟁이?”

알렌이 얼굴을찌푸렸다.
하긴 내가 레이디도 아닌데, 알렌이 내 마음을 어떻게 알겠어.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알렌이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알아먹을 필요는 있으니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야겠다.

“그만 징징 짜고 내 편이 되라구요.”

“저는 지금도 공주님의 편입니다만.”

나는 낯빛을 바꾸며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저기요, 알렌. 나는 지금 내 편이 필요해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슨 말이긴요.  나라나, 사이드리스가 아닌제 편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러자 알렌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기시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반란이라도 일으키실 생각입니까.”

“아. 또 그 개소리에요?”

“개, 개소리?”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하긴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있었다는  깨달았다.
아마 한스도 처음에 그렇게 물었었지?
내가 말하는 방식이 나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알렌을 돌아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제 목표는 오로지 세계평화. 그거밖에 없어요.”

“……재미없습니다.”

“나도 재미로 한 말 아니에요.”

알렌의 표정은 이제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
많은 생각이 엉키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로 '이 공주님은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제일 많을 것이다.

“물론 세계평화는 궁극적인 목표고, 일단 지금은 왕궁에서 튀는 게 목표네요.”

“튄다니요?”

“나한테  먹인  사이드리스 녀석이거든요. 여기 있으면 죽는 게 확정이라.”

“끄응.”


알렌은 내가 밝히는 사실들에 대해 받아들이지도,
반박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한다는 게 질린 얼굴로 되묻는 것이었다.

“확실합니까?”

“우리 남자답게걸까요? 아, 없지, 이젠.”

“예?”

“아무것도 아니에요. 싫으면 됐어요. 그냥 퍼스트 프린세스 나이트  하겠다고 하고, 호위나 하다가 돌아가도 돼요. 다만.”

나는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



“제 편이 되면 세계평화를 위해 이바지할 기회를 주겠어요.”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기회.”

“예. 세계평화.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찔찔거리면서 짜고 있을 거예요? 능력도 차고 넘치면서.”

“큭.”


알렌이 웃음을 참았다.
갑자기  웃고 난리야?
그런데 알렌이 진지한 얼굴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조건이 두  있습니다.”

“뭔데요.”

“아. 그러고 보니 궁금한 걸 물어보라고 한 건 끝났습니까?”

“음, 호의를 베풀어서 조금 더 대답해드리죠.”

“공주님께선 제게 왜 이런 걸 밝히신 겁니까?”

“예?”



알렌의 질문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공주님께서 절 포섭하려고 하는 건 제가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서 그랬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사실을 사이드리스 전하에게 알리러 가면 어쩌시려고 합니까?”

“아.”

당연히 원작에서 알렌이 루크레치아의 충실한 기사였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 가능성에 대해선 생각해두지 않았었다.
프린세스 퍼스트 나이트 역시 원작에서 떠올린 것이어서,
알렌이 원작과 달리 사이드리스에게 고자질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확실히 명백한 불찰이었다.
내가 얼굴을 찌푸리자 알렌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리며 내게 물었다.



“생각도 안 해보셨습니까?”

“생각도 안 해봤어요. 대답이 됐나요?”

“예, 충분합니다.”

“……그래요.그럼 제시할 조건은 뭔데요.”

알렌이 미소 짓는  나를 놀리는  같아서 다음 조건으로 말을 돌렸다.
그런데 다음 조건은 더 가관이었다.


“말 편히 하십쇼.”

“네?”

“공주님이 저한테 존대하시니까 굉장히 불편합니다. 거리감도 느껴지고.”

“말투가 원래 이러니까 전 이게 더 편한데요.”

“안 바꾸시면  따르겠습니다.”

그리곤 휘파람을 부는 척을 했다.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사내 같으니라고.
아마 소소하게 나한테 골탕 먹은 복수를 하는 것 같았다.
괘씸한 녀석이었다.


“그래, 조오아. 그럼 너도 말 까든가.”

“아, 그거 좋지. 공주님과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좋은걸?”

“아니! 너 진짜 나랑 맞먹, 십, 에휴. 됐다.”

공주님께 감히 어떻게 반말을 하냐며 당황하길 원했지만,
알렌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말을 했다.
덕분에 쌍욕이 나올 뻔했다.
차, 참자.



“그래서 다음 조건은 뭔데.”

부루퉁하게 물었더니 내 부루퉁한 얼굴을 보며 폭소하던 알렌이 얼굴을 굳혔다.
순식간에 공기가 바뀐다.
각오를 다진 얼굴.
그는 내 앞으로 다가와 진지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차고 있던검을 내게 넘겼다.


“저는 공주님께  검을 바치겠습니다. 그러니 공주님께선 그저 저를 오롯이 사용해주십시오.”

나는 바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너는 이미  퍼스트 나이트인데?
가볍게 대꾸할 있었지만,
입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그의 조건이 너무도 가볍고 대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달라.
자신을 인정해주는 나에게 제대로 종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능력을 발휘하는 것조차 조건으로 삼는다.
알렌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주위에서 무시를 당한 걸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알렌. 얼마든지 들어주겠어.
당신이 대단한 기사라는 건 나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부지런히 사용해줄게.
엄청나게 바빠질걸?
믿어도 좋아.
나는 당신을 기꺼이 아끼며내가 원하는 행복한 엔딩을 위해 믿고 쓰겠어.



“좋아요. 알렌 다리오. 당신은 저의 첫 번째 검이며, 나 루크레치아 아스트레아는 평생 그것을 잊지 않겠어요.”

“충.”

푸른 달빛이 창문 사이로 새어 들어와 우리를 비췄다.
달빛이 지켜보는 아래 우리는 서로 간의 계약을 맺었다.
나는 알렌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알렌은 나에게 충성을다하겠노라.

그림 같은 기사와 공주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올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꼭 싫지만은 않았다.

분위기에 잠겨 언제 일어서야 할지 곤란하던 차에
알렌이 갑자기 고개를 빼꼼 들더니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아, 그런데 공주님. 혹시 남자 경험 많아?”

“뭐, 뭐라고?”

갑자기 그게 무슨 개소리야!
깜짝 놀라서 물어보자 알렌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 침대에서 다리 올린 건 뭔데? 맨다리를 보이길래 당연히  꼬시는 줄 알았는데?”

“아악! 그건 잊어요! 그런 거 아니니까!”

“아, 거참. 존댓말 하지 말라니까.”

“씁! 그럼 잊어! 그리고 닥쳐!”

“예이, 예이. 분부대로 합죠. 침대에서 남자가 덮쳐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남자 경험이 출중하신 공주마마.”

“야아아악!”



알렌이 유쾌하게 웃으며 능글맞게 나를 놀렸다.
나는 씩씩거리며 알렌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고,

결국 밖에서 한스가 들어왔을 때
나는 알렌에게  달라붙어서 등을 주먹으로 퍽퍽 때리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다.


그때 한스의 표정은,


어,

에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