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생존 전략 3.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3)
이슬라한은 정확하고정중하게 일 처리를 진행했다.
혹여라도 내가 거슬릴 요소를 모두 차단하는 것 같았다.
마차는 고급스럽게,
연통도 미리 넣어놔서 약속을 잡고,
동시에 내 비위를 맞추다가 시끄럽다고 하자마자 합죽이가 되는 것까지.
‘일 처리 뭐야. 이런 사람이 왜 이런 일이나 하고 있는데?’
시끄러운 게 조금, 아니 많이 흠이긴 하지만.
그것조차도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에 아스트레아 왕국에 사이드리스가 없고,
내가 전쟁을 차근차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면 무조건 채용했을 거야.
원작에서 나온 적이 있었나?
아니 없었어. 하기야 한스도 원작에선 나온 적이 없으니까.
이렇듯 혼자 두면 알아서 딴생각을 하는 나와 달리
이슬라한은 마차 안에서 흐르는 침묵이 어색한 모양이었다.
계속 내 눈치를 봤다가, 창문 밖을 바라보는 등 정신 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딱히 가는 길을 숨길 생각은 없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니 바깥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조금 이상하기도 했다.
만나러 가는 녀석이 신중에 신중을 다해서,
내 눈을 가리거나 혹은 오가는 길을 숨기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당장 이슬라한도 내가 자기가 아닌 창문 바깥을 바라보길 원하는 눈치고.
아니지. 내가 범죄 스릴러 작품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럴지도 몰라.
내가 위험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객이잖아?
게다가 지금 굳이 상대를 만나는 것도 이슬라한의 의견은 아니었으니까,
내 신병을 억압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이슬라한의 시선을 따라 바깥을 봤다가 흠칫하고 놀랐다.
마차가 슬럼가에서 점점 빠져나가다가 어느새 수도의 중심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을 실행하는 조직이라길래 당연히 슬럼가에 있을 줄 알았는데.
덕분에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이슬라한에게 물었다.
“혹시 지부가 수도 밖에 있나?”
“아닙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하는 일에 비해서 의외로 양지에 있군, 그래.”
“의뢰하신 걸 깔끔하게 해낼 수 있는 조직입니다. 마냥 어두운 일만 하는 조직은 또 아닙죠.”
하기야 위조 여권을 만들고,
마차를 수배하고,
필요하다면 출입국을 관리하는 관리와도 결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조직이었다.
대외용으로 번듯한 간판 한 두 개쯤이야 내세우고 있겠지.
그래도 땅값 비싼 수도 중심부에 거처를 두고 있다니.
여간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네.
곧 도착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대화를 마치자마자 타이밍 좋게 마차가 멈췄다.
일어나려고 하자 이슬라한이 웃으며 부드럽게 만류했다.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고 계시면, 금방 처리하겠습니다.”
이슬라한이 손짓으로 바깥에 있는 사람을 불렀다.
조심스럽게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누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됐다고 합니다. 나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아,그런가. 다행이군.”
그렇구나. 이슬라한이 아무리 빠르게 준비를 했다고 해도, 방금 연통을 보내고 확인을 했을 터였다.
아무 생각 없이 따라왔지만, 원래 같았으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약속을 잡는 게 맞았겠지.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
이슬라한을 따라 내리자 높은 건물이 보였다.
규모로만 따지면 저번에 옷이랑 보석을 산 곳보다는 조금 작나?
근데 그거야 거기가 이상할 정도로 큰 거였고,
여기도 번듯한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안내하겠습니다.”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가려던 차에, 이슬라한이 멈춰 섰다.
이슬라한을 돌아보자 이슬라한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저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뭐? 설마…….”
“예.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사람을 확인할 땐 일 대 일, 중개하는 사람도 들어오길 꺼립니다.”
“고약한 녀석이군.”
“기억하시는 군요, 이것 참, 하하.”
내가 이슬라한의 말을 잊지 않았다는 듯 다시 언급하자, 이슬라한이 슬쩍 안내자의 눈치를 봤다.
하기야 거래대상을 까 내렸다는 것이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겠지.
피식 웃으며 안내자를 따라갔다.
방에 들어가자 사나운 기색의 사내가 있었다.
나이는 성인이 되기 직전쯤으로 보였지만, 외관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큰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렇게 어릴 리가 없겠지.
어려 보이는 거랑 별개로 인상은 꽤 강해 보였다.
그런데 사내는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나 사람을 평가하는 방법이라는 게 저렇게 말없이 뚫어져라, 바라만 보는 건가?
그래도 거래 대상을 앞에 두고 할만한 행동은 아니다.
눈썹을 찡그리며 팔짱을 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바라보기만 할 텐가?”
사내가 움찔거렸다.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는데도 사과가 없었다.
손님맞이도 엉망에 저런 기준도 모를 이상한 방법으로 사람을 판단한다고?
굉장히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울컥한 느낌이 들었다.
“앉아도 되나? 아니지, 앉겠네. 그쪽의 방식이 말도 없이 관찰하는 거라면 존중이야 해줄 수 있지만, 그래도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나는 멋대로 사내의 정면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
사내는 내 모든 행동에 움찔거리다가 내가 들리지 않게 홀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혼잣말이야?
대체 사람을 앞에 두고 뭘 하는 건지.
마침내 중얼거리던 것을 멈춘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슬라한이 말했던 의뢰인이 맞소?”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거래 대상이니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루크레치아는 무례한 사람을 싫어했다.
나 역시 그랬다.
최근 너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서 그런 걸까.
이런 녀석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거슬렸다.
사내는 내반응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
이번엔 조금 전보다 목소리가 뚜렷해서 간신히 들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뭘 보고무슨 판단을 하는 건지.
이슬라한이 너무 유능해서 그랬던 걸까.
당연히 이 녀석도 유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판이었다.
사람을 직접 대면해서 판단한다고?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거 하난 확실했다.
내 기준에서 넌 탈락이야.
무례한 건 둘째 치고, 조심성이 없어.
왜 저렇게 생각 없이 행동할까?
아, 이렇게 생각하니 직접 대면을 하면서 사람을 판단하는 것 자첸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좋아. 좋은 방법을 배웠다고 치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참아보자.
다음번에 저 녀석이 내게 사과를 하면, 그래도 모자란 점을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니까.
그럼 일을 맡겨볼 수야 있겠지.
대신 그 외에 딴소릴 하면 그냥 일어나는 거야.
안 그래도 탈출 경로를 확보하는 건 비밀리에,
그리고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할 일인데 조심성도 없는 녀석한테 맡길 수야 없지.
“왕국을 탈출하려는 이유가 뭐요.”
녀석이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이슬라한에게 의뢰 내용은 들은 모양이었다.
일 얘기를 하는 거 보니 거래 대상으로서 합격한 걸까?
아니면 이유를 듣고 판단하려는 걸까.
하여간에 이건 글렀네.
사내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볼 때, 사내는 미달이었다.
“용건을 알아서 뭐 하겠나? 어차피 내가 자네에게 의뢰를 맡길 생각이 사라졌는데. 수고하게.”
그리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박차고 나왔다.
오랜만에 성질대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아, 속이 시원하네.
요새 짜증 나도 참고, 무서워도 참고, 힘들어도 참고, 하여간에 많이 참았잖아?
사이드리스도 아니고, 쟤가 뭐라고 내가 더 참아야 해?
뭐 방법이 이것밖에 없겠어?
아쉽긴 하지만 다른 루트를 찾지 뭐.
그렇게 오랜만에 성질을 내서 시원해진 기분을 느끼며 나가려는 순간, 뒤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스트레아 왕궁을 빠져나가려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루크레치아 아스트레아 공주!”
“……뭐라고?”
일부러 깔아두던 목소리도, 고상하게 내던 말투도 내지 못한 채 멍청하게 뒤를 돌아봤다.
사내가 성큼성큼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위험을 느끼고 몸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사내가 내 멱살을 쥐고 끌어내서는 다시 문을 닫았다.
쾅
“루크레치아 공주. 내가 이따위볼품없는 변장도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루크레치아 공주님을 왜 나한테서 찾나?”
“하, 대체 날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거냐. 사람을 내려다보는 오만한 눈빛. 내가 그 눈빛도 잊었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의 눈빛에 확신이 어려 있었다.
대체 어떻게 알았지?
이 녀석이대체 누구길래?
생각해 보니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적어도 얘가 누군지는 알아야 태도를 정할 것 같은데.
나는 녀석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파란색 머리에, 갈색 눈.
분노에 가득 찬 모습.
루크레치아와는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원작에서 이런 캐릭터가 누가 있었지?
‘에이, 씨.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루크레치아는 주인공도 아니고, 아스트레아 왕국도 지금과 작중 시간대가 다르다.
게다가 루크레치아를 싫어하는 녀석이 한두 명도 아니고,
전체적인 인상 정도로는 알 수 있을리가 없었다.
힌트가 너무 모자랐다.
일단은 모른 척, 아닌 척하자.
“자네가 누군 진 모르겠지만, 불경하게 공주님의 이름을 올리지 말게. 루크레치아 공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허.”
그러자 그가 허파에서 바람이 빠진 것 같은 소리를 냈다.
허탈하다는 감정을 드러내면 이런 형태가 될까.
내 멱살을 쥐고 있던 손에도 힘이 빠졌다.
그러더니 얼굴이 일그러지며 미친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큭, 크크큭. 크하하하! 이거 걸작이군. 같잖은 변장을 믿고 모르는 척하는 줄 알았더니, 나 따위는 기억도 못하는 거였나!”
위험하다.
눈이 돌아버린 것이 느껴졌다.
어중간하게 대처했다간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어떻게 하지? 지금이라도 내 정체를 밝히고 장단에 맞춰줄까? 아니면 세게 나갈까?
아니, 그것보다 일단은 진정을 해야 대화가 될 것 같은데.
‘진짜로 그냥 튈까?’
눈알을 또르르 굴려서 문 쪽을 바라보았다.
내가 여기서 뛰어서 도망갈 수 있을까?
무리일 것 같았다.
이슬라한이있던 곳까지는 잘하면 도망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 이슬라한도 이 녀석이랑 한 팬가?
모르겠어.
이슬라한 역시 오늘 본 게 다였다.
한패가 아니라고 해도 도망간다고 해서 확실하게 나를 도와줄지도 의문이었다.
그제야 적진 한복판에 홀로 들어온 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가씨. 괜히 평소처럼 혼자서 사람 놀려 먹다가 한 대 맞고 나서 엉엉 울지나 마십쇼.’
알렌 말 좀 잘 들을걸! 괜히 성질을 있는 대로 부려 가지고는! 뒤늦게 후회가 찾아왔다.
시간이 지나면 알렌이 구하러 올 것이다.
소란이 일어나고, 사이드리스의 눈에 띌지도 모르지만,
하여간에 알렌이라면 날 구해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곳에 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알렌이 이상함을 느낄 때쯤이면 이미 늦을지도 몰랐다.
일단 시간을 벌자.
나는 눈앞의 녀석을 살살 달래는 투로 말했다.
“자네가 오해한 것 같은데, 공주님과 내가 그냥 닮았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진정하고 얘기를 좀 하세.”
“큭큭, 이봐 루크레치아 공주. 내가 너를 몰라 볼 리가 없잖아. 나는 세일런 아드리안! 네가 단두대에 올린 실레바란 대공님의 기사다!”
“엥?”
세일런 아드리안? 북부 대공의 기사? 네가 여기서 왜 나와?
‘너, 임마! 3장 마지막에나 나와서 주인공한테 간도 쓸개도 다 바치는 아스트레아 해방군 대장이잖아!’
해방군 대장하고 있는놈이 지금 브로커 짓이나 하고 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내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동안에 갑자기 세일런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가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요즘 항간에서 루크레치아 공주가 실레바란 공녀님을 잔악하게 괴롭히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괴롭힌 적 없어."
"이제야 정체를 인정하는군. 가만."
세일런의 눈이 탁해졌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
홀린 것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루크레치아 공주를 실레바란 공녀님의 신병과 교환한다. 물론 이 거주지를 버려야겠지만 공녀님을 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뭘 어쩔 수 없어! 구멍이 숭숭 뚫린 미친 계획이잖아!’
“오히려 잘됐군. 공녀님을 위해 인질이 돼주어야겠어. 사이드리스와 담판을 지으면 되겠군.”
“세일런, 세일런 아드리안. 진정하게. 감정으로 정하기엔 너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닥쳐!”
결국 뒤늦게 세일런을 말렸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미 훼까닥 돌아버린 것 같았다.
세일런의 안에선 이미 차곡차곡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멍청한 녀석이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 위험하다더니!
한편 나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사이드리스가 이런 일이 생기면 널 살려둘 것 같아?
게다가 일을 그렇게 크게 불리면 어떡해!
안 그래도 사이드리스 눈에 안 띄려고 이렇게 조심조심 움직인 건데!
게다가 지금 세일런이 죽으면 3부의 스토리가 완전히 변할 것이었다.
반역 대공 토벌전에 나올 조력자의 존재가 사라진다.
그럼 나중에 아스트레아 왕국은 어떻게 들어오고,
사이드리스는 어떻게 찾아 가냐!
‘아, x 됐다.’
이거이제 어떻게 하지?
완전히 스토리가 뒤엉키는 것이 느껴졌다.
입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당황하는 동안 세일런이 문을 열고 수하를 불렀다.
“윌슨! 이 녀석 끌고 가!”
“예? 이슬라한씨 손님 아닙니까?”
“닥쳐. 창고에 가둬 놔. 절대 눈 떼지 말고!”
“알겠슴다.”
“야! 세일런! 세일런 아드리안! 나랑 얘기 좀 해! 야!”
세일런의 수하가 나를 둘러업었다.
내가 발버둥을 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않았다.
안 돼! 저 미친놈이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기 전에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해!
일단은 이쪽을 돌아보게 해야…….
다급하게 입을 열어 그를 자극할 만한 말을 내뱉었다.
“북부 대공의 기사라는 놈이 더러운 일이나 하고, 넌 명예도 존심도 없냐?”
“뭐?”
세일런이 음울하게 대꾸했다.
별거 아닌 반응이었다. 하지만 반응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도발, 그래. 도발을 해야겠어.
한바탕 화를 내면 머리가 식겠지.
그러면 세일런을 설득할 수도 있을 거야.
최고의 도발이라면……, 실레바란 대공.
“네 꼴을 보니까 실레바란 공작이 왜 죽었는지 알겠다! 생각이 모자란 수하나 데리고 있으니까 나도 제대로 못 죽이고 교수형이나 당하, 켁!”
“닥쳐!”
세일런이 수하에게서 나를 뺏어서 멱살을 쥐었다.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효과가과한 것 같은데?
세일런의 눈이 완전히 뒤집어진 것 같았다.
멱살을 잡혀 들어 올려졌다.
세일런은 그 상태로 내 눈을마주친 채로 날것의 분노를 그대로 토해냈다.
“네가 뭘 알아! 너 때문에 공작님이, 영애가!”
“켁, 케흑! 놔아!”
발! 발이 안 닿아! 놓으라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멱살을 쥔 손을 때리고, 꼬집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숨, 숨이…….
눈앞이 점점 하얗게…….
“두목! 손님 죽겠습니다!”
“칫.”
콜록콜록,
케흑!
흐아악!
헤윽!
지금까지 막혀있던 숨을 몰아쉬었다.
한발 늦게 몸이 위험을 감지했는지, 덜덜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일순간, 분명히 죽음을 느꼈었다.
세일런의 부하가 말리지 않았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죽었어.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기침을 하고 있자,
세일런이 내 앞머리를 거칠게 잡아서, 억지로 눈을 마주쳤다.
“루크레치아 아스트레아. 감히 네가 대공님의 이름을 꺼낸 것은 내가 한 번 참아주지.”
‘참은 적도 없잖아, 이 나쁜 놈아!’
그러나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와중에 그런 불만을 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레바란 공녀님을 위해서 인질이 되어라.”
‘안 돼! 하지 마! 진정하고 다시 한 번 천천히 생각해 봐!’
그러나 뱉지도 못한 말이 닿을 리가 없었고,
결국 나는 세일런에게 질질 끌려가서창고에 갇히게된 것이었다.
돌겠네.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