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 폭풍전야(6)
* * *
“범죄 조직의 수장 치고는 꽤 허름한 작업 공간이구나.”
베아트리체는 뒷짐을 지며 살폈다.
범죄 조직 ‘이리’의 본거지였다. 거의 반쯤은 다 무너지고 있어서 들어오기도 꺼릴 정도였다.
“좀 청소 좀 자주하고 그럴 것이지.”
그녀는 창틀을 손으로 쓸었다.
베아트리체의 하얀 손에 먼지가 잔뜩 묻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크라켄은 52번째 죄송합니다를 외쳤다.
“뭘 죄송해? 편하게 대하라니까 글쎄.”
베아트리체는 눈썹에 힘을 주었다.
귀족이 보면 영애의 투정은 아주아주 귀엽지만, 관련 없는 평민들이 볼 때 그건 재앙이었다.
크라켄은 9번째로 심장 마비로 인해 사망할 뻔했다.
“펴, 편하게 대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아주 재밌어.’
[넌 진정한 악마다.]
베아트리체는 기분이 좋았다.
꼭, 사단장이라도 된 기분이었거든.
“그래서, 커피는 어디서 구했다고?”
“저기 먼 동쪽에서 온 잡상인들이… 샘플을 가져왔습니다. 자기들 동네에선 즐겨 마신다고…”
“동쪽에서?”
“예, 예. 그렇습니다요. 두어달에 한 번씩 물건을 바리바리 싸들고 이국에서 온 상인들이 오는데, 그것 중 하나입니다.”
크라켄은 양 손을 싹싹 비볐다. 그것은 마치 살기 위한 파리의 몸부림처럼 보였다.
“커피의 인기는 어떤가?”
“아휴, 그들 생김새도 그렇고 귀하신 분들하곤 거리가 멉니다. 빈민가에서나 싼 가격 덕분에 유통되고 있습죠.”
‘얼마 남지 않았군.’
커피는 보증 수표였다.
가난한 자들에게 슬슬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면, 곧 귀족의 입에도 들어갈 것이 뻔했다.
베아트리체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 자들은 언제 또 방문하지?”
“어… 곧 올 때가 되었습니다. 이 맘때 쯤이면 오더군요. 오는 시간은 제각각이지만 말이죠. 그,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지…?”
베아트리체는 생각했다.
‘리리스는 발칙해도 믿을만한 시녀. 그녀가 날 배신할리는 없다. 다만, 이 일을 그녀 혼자에게 맡길 순 없는 노릇이야.’
리리스는 베아트리체를 좋아하는 게 온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항상.
그 애정이 너무 과해서 그렇지, 그녀가 배신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었다.
그렇다고 혼자 일을 시키는 건 무리였다.
주섬주섬.
베아트리체는 주머니를 뒤졌다.
그녀는 오랜 삶의 경험으로 ‘사람 보는 눈’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앞에 있는 크라켄은 조금 멍청해보이긴 해도 나름 쓸만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녀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어느 놈팽이가 커피의 위대함을 널리 퍼트릴지도 모르는 일. 신속함이 생명이었다.
크라포스에 슬슬 유통되고 있으니 커피가 주류 문화로 자리 잡는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
“자. 받아라.”
툭.
베아트리체는 돈이 든 가죽 주머니를 던졌다.
“이, 이건…?”
크라켄의 눈이 커졌다.
“20 금화다.”
그녀가 가진 전재산이었다.
참고로 금화 하나 당 평민 기준, 4인 가족이 한 달동안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20 금화면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저 자를 뭘 믿고 그리 많은 돈을 쥐어주는가?]
궁금했던 솔리드가 물었다.
‘난 사람은 안 믿는다. 그런데, 돈은 믿지.’
돈은 배신하지 않는다.
크라켄이 믿을만한 자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건, 그는 돈 때문이라도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거였다.
주머니를 확인한 크라켄은 찢어질 듯 입을 벌렸다.
“이, 이렇게 많은 금액을 어찌…?”
“이름이 크라켄이라고 했었지.”
베아트리체는 고고하게 턱을 들고 말했다.
크라켄의 입장에서, 그건 그가 봤던 어떤 귀족보다 위대해보였다. 심지어 아까 전 봤던 아르반체코 공작보다 더.
왜냐면 무려 자신에게 20 금화나 투척했거든!
“나와 같이 일 하나 해보지 않겠나.”
크라켄은 머리가 세 개로 보일 정도로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전 아가씨와 떨어지기 싫다구요!”
“리리스.”
“상단을 창설하라니욧! 그럼 아가씨 예쁜 얼굴을 제가 가꿀 수도 없고, 엄청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히며 자기 만족, 아니… 자기 만족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본심을 토해낸 리리스였다.
그녀는 열변했다.
“아무튼 싫어요! 안 돼요! 아가씨는 저 없으면 옷도 못 입는 철부지면서! 저 없으면 어쩌시려구!”
빠직.
베아트리체는 소리나게 미간을 구겼다. 살의가 물씬 올라왔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무능력자다.
“저, 저 리리스. 그만 하는 게…”
크리스는 짙은 살기를 느꼈으나.
“경은 가만히 계세요!”
리리스는 그런 거 몰랐다.
베아트리체는 주먹을 쥐었다. 이대로 진심 펀치 한 번만 날리고 싶었다.
[차, 참아라 참아. 네 시녀를 죽일 심상이냐?]
“…….”
처음으로 솔리드의 조언이 먹혀 들어갔다. 베아트리체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리리스란 자원을 써먹어야 했다.
베아트리체가 분석한 결과 리리스는 도라이였다.
…제 신분 낮은 건 신경도 안 쓰고 맨날 달려드는 걸 보니 말이다.
그런 사람은, 협박 같은 건 안 통한다.
방법을 구인해야했다.
“좋다. 리리스.”
베아트리체는 비장의 카드를 빼들었다.
“네가 상단을 맡아준다면, 내 그만한 포상을 내리겠다.”
“포, 포상이요…?”
번쩍.
리리스의 눈이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그, 그래.”
그 패기는 베아트리체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원하는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
“지, 진짜죠? 무엇이든지?”
“…이상한 것만 빼고.”
뭐든 들어줄라 했던 베아트리체.
발정난 것처럼 헥헥거리는 리리스를 보니 겁이 났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녀는 전생을 통틀어 그 누구에게도 겁을 먹은 적이 없는데, 리리스는 좀 두렵다.
“에이, 제가 뭐 이상한 요구를 하겠나요 아가씨? 저는 상식적인 사람이라구요!”
“…그, 그래.”
“좋아요. 아가씨 옆에 잠시 떨어져야 하는 건 싫지만… 훗날의 포상을 생각하면 참을만 할 거 같아요. 그대신 꼭 들어주셔야 돼요? 제 소원. 후후.”
‘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이럴 땐 아르반체코가 부러웠다. 그들은 머릿속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어찌됐든, 이걸로 계획을 실현시킬 준비가 끝났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그 관문은 다른 것보다 오히려 쉬워서, 베아트리체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왕실, 세자의 집무실은 단촐했다.
겉으로 보면 으리으리 했지만, 막상 들어가면 삭막한 것이다. 있는 거라곤 두 개의 테이블, 의자. 그리고 그 위에 올려진 싸구려 만년필과 어지럽게 쌓여진 종이 조각들 뿐이었다.
그건 그가 사치를 부리는 타입이 아니란 걸 증명하는 거라고, 베아트리체는 생각했다.
손님을 앉혀두고도 한참 동안 서류를 끄적이던 그는 문득 고개를 들고 베아트리체를 바라보았다.
“이런, 미안하군. 곧 전쟁이 터져 할 일이 산더미라.”
“이해합니다.”
담담하게 답한 베아트리체. 그녀를 보고 피식 웃던 루엘은 일어나 말했다.
“앉거라.”
루엘은 집무실 중간 부분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베아트리체도 마주 앉았다.
그는 빤히 베아트리체의 손목을 보더니 말했다.
“손목은 괜찮은가?”
“예. 빠르게 회복중입니다.”
“다행이군. 이 시국에 그대 같이 유능한 사람이 부상을 입으니, 마음이 안 좋아.”
루엘은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나 진심도 반은 섞여 있었다.
막말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게 현 상황이었으니까.
전쟁 준비는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고, 무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준비해왔어도 부족한 게 많았다.
“그래, 무슨 일로 찾아왔지?”
“…전하께 받을 것이 있어 왔습니다. 기억 나시는지요.”
베아트리체는 루엘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받을 것이라면…”
곰곰히 생각하던 루엘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저번 일이 떠올랐다.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돈을 요구했던 기억.
“아, 그때 부탁했던 것 말이군?”
“그렇습니다.”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겼나봐. 좋아, 얼마가 필요하지? 필요한대로 전부 내주겠네.”
베아트리체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5천 골드가 필요합니다.”
그녀는 일부러 금액을 강하게 불렀다. 협상의 기초였다.
리리스는 베아트리체의 계획을 실현하려면 넉넉 잡아 3000 골드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많군.”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루엘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자신이 약조한 일 아니던가?
차마 거절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속이 쓰린 것도 사실이었다.
5천 골드는 어마어마한 값어치였다.
크라포스의 군인 월급이 1골드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5000명이나 월급을 줄 수 있는 양인 것이다.
물론 평소였으면 많긴 해도, 못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전쟁이 코 앞에 닥친 상황, 그만한 종잣돈을 함부로 줄 순 없었다.
하지만…
그가 판단한 베아트리체라면 이유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크라포스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5천 골드라… 못 줄 정도는 아니지만, 마땅한 이유가 없다면 주기 힘드네. 시기가 시기이니 말이야.”
한 마디로 당장 그만큼의 돈을 가져가려면 합리적인 설득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니 말하게. 5천 골드로 무엇을 하려 하지?”
루엘은 내심 기대하며 말했다.
“가게를 하나 차리려 합니다.”
베아트리체가 평이한 어조로 답했다.
루엘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가게라니, 전쟁을 앞 둔 지금 상황에?
그의 상식선에선 말이 되지 않았다.
“첸치 가가 뛰어난 상술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가게라. 좋게 들리진 않는군. 설마 해서 묻는데 프란체스코 그 자가 시키든가?”
“…아뇨. 가주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입니다. 순전히 제 개인 판단이죠.”
“…미안하지만 베아트리체.”
루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유라면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나서 날 찾게.”
명백히 실망한 표정이었다.
루엘은 일어서 다시 본인의 책상으로 향했다. 더는 할 이야기가 없다는 제스쳐였다.
베아트리체는 느리게 말했다.
“크라포스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걸 잘 아는 그대가 어찌……”
“다른 것도 중하지만, 현재 크라포스에 제일 필요한 건 돈이죠. 가게는 그걸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뚝.
정곡을 찔린 루엘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군.”
“돈이면 다 해결 되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현재 크라포스는 건국 이래 최고의 재정난을 겪고 있었다.
사상 최악의 내전을 겪은 다음엔, 옆 나라와의 전쟁.
많은 피해를 본 귀족들은 곳간을 걸어 잠그고 방어적으로 가문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전쟁도 있고 하니, 당연한 처사였다.
문제는 귀족이 돈을 쓰지 않으니 평민들도 같이 굶어 죽게 생긴 것이다.
심지어 못된 귀족들은 자신들이 본 피해를 그대로 소작농에게 돌렸다. 세율을 높인 것이다.
그로 인해 유래 없는 경제 침체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 전쟁이 벌어지면 세율을 올려야한다.
그러나 여기서 더 올리면, …백성들의 불만이 터질 것이다.
내전, 수복되지 않은 상태의 전쟁.
거기에 농민 봉기나, 의병들이 일어서면 크라포스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 전쟁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스트레스였고, 루엘이 최근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였다.
“제가 벌어다드리지요.”
“…고작 가게를 차려서?”
베아트리체는 말 없이 웃었다.
그녀는 품 속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다.
검은 가루였다.
루엘은 처음 보는 물건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게 뭔가?”
“커피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
흥미를 느낀 루엘은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차의 종류입니다. 이걸 가게를 차려 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이상하게 생긴 가루로 돈을 벌겠다는 건 그렇다 치고. 어떻게 크라포스의 경제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인가?”
저번 보고서도 그랬다.
황당한 내용 뿐이었다.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을 적어놨었다.
그러나.
그 황당한 내용은 현실이 되어 크라포스를 정확히 겨누었다.
루엘은 이번에도 뭔가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잠시 기다려보시겠습니까?”
베아트리체는 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본래 크라켄이 먹는 방식은 그저 뜨거운 물에 커피 가루를 섞어, 덜어 먹는 방법이었다.
그래선 커피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아주 작은 입자들이 둥둥 떠다닐테니.
베아트리체가 선택한 건 드립 커피였다.
그냥 컵 위에 종이 깔때기 씌우고 커피 넣고, 물 부우면 완성.
딱 쓰기 좋은 방법이었다.
쪼르르.
마지막으로 설탕을 다량으로 넣은 베아트리체는 루엘에게 대령했다.
“좋은 향기가 나는군.”
“마시면서 제 이야기를 들으시지요.”
“좋네.”
루엘은 손으로 바람을 부치며 향을 음미했다.
처음 맡는 독특한 향이었지만, 나쁘게 다가오지 않았다.
“향은 좋군.”
루엘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강한 맛이 그의 혀를 강타했다.
단언컨데, 처음 느껴보는 맛과 풍미였다.
루엘은 눈을 번쩍 떴다.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죠. 그게 커피입니다.”
베아트리체는 어느날 카페에서 보았던 문구를 읊었다.
“…인상적인 말이구나. 그대의 말이 맞다. 이건, 귀족들에게 꽤 인기를 끌겠군. 그러나.”
루엘은 냉정하게 평가했다.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진 않구나. 안 그래도 절약하고 있는 놈팽이들이 한 가득인데… 글쎄, 그대야 돈을 벌겠지만, 그걸로 크라포스의 사정이 나아지진 않을 것 같군.”
“이걸로 벌어들인 모든 이득을, 왕실에 기부하겠습니다.”
놀라운 제안이었다.
“…정말인가?”
“예. 그러나 저도 남는 건 있어야하겠지요. 국채로 주시죠.”
빚으로 달아두겠단 소리였다.
전쟁을 앞둔 상황, 크라포스의 국채는 똥값이었다.
전쟁에서 진다면 쓸모 없어지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화는 전 대륙 공용이었다. 녹여서 팔면 되니까.
즉, 베아트리체가 금화를 많이 벌어다 국채로 바꿀수록 크라포스 입장에선 압도적인 이득이었다.
전쟁 중인 국가의 국채는 쓸모가 없으니 말이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하는 세자에겐 마른 하늘의 단비 같은 소식.
그러나.
“금화를 국채로 바꾸겠다라. 확실히 좋은 제안이군. 그러나, 이게 그렇게 돈이 되겠는가? 나는 잘 모르겠군.”
어느 정도 인기를 끌 거 같긴 했지만.
전쟁 자금으로 활용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설마 단순 맛으로만 사업을 벌이겠다 하겠습니까? 이 커피라는 건 특이한 효능이 있습니다. 맛이 전부가 아닙니다 전하.”
“…고작 차에 효능이 있단 말인가?”
“그 어떤 아티팩트보다 값진 효능이지요.”
사실 이것 때문에 미리 알아보기까지한 베아트리체였다.
그녀가 알아본바론, 제아무리 마법이라도 ‘카페인’을 대신할 수 없었다.
“무엇인가?”
루엘은 잔뜩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효율적이죠. 오늘 밤, 직접 느끼실겁니다.”
“…흐음.”
루엘은 곰곰히 생각했다.
확실히 베아트리체의 말이 맞았다. 어떤 효능인진 모르겠지만, 말로 듣는것보다야 자신이 직접 느끼는 게 낫겠지.
‘…이 재정 상황에 5천 골드가 없어진다고 큰 변화는 없다.’
반대로, 5천 골드가 생긴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무려 전쟁 준비인데, 그 정도로 달라질 거였으면 애초에 재정난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는 베아트리체를 믿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약조한 내용도 있고하니, 결심은 빠르게 섰다.
“좋다. 5천 골드를 가져가라.”
그 날, 베아트리체는 마차에 한가득 금화를 태우고 복귀할 수 있었다.
**
“그런데 아가씨, 이거 한 잔에 얼마에 파시게요?”
리리스는 커피를 먹으며 물었다. 확실히 이건, 돈이 된다는 직감이 섰다.
중요한 건 가격이다.
너무 싸도 안 되고, 너무 비싸도 안 된다.
베아트리체는 말했다.
“단돈 1골드.”
“네에엑?!”
리리스는 새된 비명을 질렀다.
베아트리체는 씨익, 웃었다.
‘폭리, 독점, 갑질… 모두 내가 할 땐 좋은 것들이지.’
악덕 업주의 자질이 보이는 베아트리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