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칼날엄니 숲을 비롯하여 수많은 숲에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지룡.
그러나 진우의 농장에서 성장하는 이는 단순히 땅속의 지렁이뿐만이 아니다.
위잉~ 위에에엥~
보석 여왕꿀벌에 의해 탄생하는 일벌, 리본 누에나방들의 결실로 맺어진 누에의 알.
그 밖에도 진우의 농장 초창기 때부터 일등 공신 격으로 도움을 준 팜오리들까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진우가 생각하기에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 귀여운 친구다.
“이건 뭐예요?”
“딸기라는 거야. 아직 덜 익었으니 조금만 기다리렴. 빨갛게 익으면 아주 달고 맛있어질 거란다.”
“우와, 진짜죠? 아빠 믿어도 되는 거예요?”
“그럼! 믿어 보렴.”
알에서 태어난 태초의 아이 김혁거세, 김유진.
상상을 뛰어넘는 아이의 성장 속도도.
덩달아 상승하는 능력치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상당히 높았지만 진짜배기는 따로 있다.
[특성]
* 적응하는 태초 : 100% 만족 시 하루마다 능력치 포인트를 1 획득합니다.
* ??? : 적응하는 태초로 능력치를 30 획득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유진이 보유하고 있던 특성인 적응하는 태초와 ‘???’.
척 봐도 알 수 있듯이 ???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30일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했다.
어떻게 보면 길고, 어찌 보면 짧은 시간.
그렇지만 시간은 언제나 흐르고 세월은 훅훅 지나가는 법이라고 했던가?
이제는 옹알이를 넘어서 제대로 된 말까지 익힌 유진.
덧붙여 적응하는 태초로 30의 능력치를 획득한 태초의 아이는 ‘???’로 가려져 있던 특성이 깨어났다.
[태초의 아이, 김유진이 새로운 특성 ‘태초의 깨우침’을 획득합니다.]
“깨우침이라니?”
‘태초의 깨우침’이라는.
척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특성의 이름.
그러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기라도 하는 걸까?
“유진아, 잠깐 확인 좀 해 봐도 될까?”
“응. 여기요, 아빠.”
유진에게 떨어진 승낙과 함께 확인한 새로운 특성의 효과.
* 태초의 깨우침 : 태초의 아이가 마나를 소모하여 깨우친 이치를 모든 생명체에게 전달함으로써 드루이드로 각성시킵니다. 이미 각성된 상태일 경우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개인마다 1회만 적용 가능합니다.
“……이거 실화냐?”
그것은 진우가 보유하고 있는 ‘선지자를 향한 대지모신의 축복’.
지금의 자신이 정상들에게 입지를 구축하게 만들었던 인위적인 각성자의 양산.
그것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 효과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유진의 특성 쪽이 더욱 좋다고 볼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처럼 체력 능력치를 소실하는 패널티도 없을뿐더러, 이미 각성을 한 이들에게는 자그마치 10에 달하는 능력치를 공짜로 부여해 주는 효과.
진우 외 다른 이들에게 ‘드루이드’의 직업을 부여해 주는 것은 썩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사실 이것은 그리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그저 진우가 먼저 각성시키고 태초의 깨우침으로는 능력치 증가 옵션 부분만 활용하면 그만일 뿐.
누누이 말했지만 헌터 세계에서의 능력치는 곧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이다.
랜덤이라고는 해도 10의 능력치라고 한다면 돈을 바리바리 싸 들고 찾아올 흑우들은 차고 넘칠 터.
“우리 유진이가 진짜 복덩이구나!”
“나 복덩이야?”
“그럼!”
“헤헤헤!”
분명히 보통은 아닐 거라고 어림짐작은 했었다.
그랬는데.
분명히 그랬는데 말이다.
‘이건 선을 좀 많이 넘은 것 같은데?’
엘프와 드워프를 넘어서는 헌터 세계 최강의 비대칭 전력.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세간에 알려지면 한바탕 난리 나는 것을 넘어서서 뒤집어지지 않을까 싶다.
* * *
진우의 입장으로서는 대경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태초의 아이의 새로운 힘의 획득.
그러나 과한 힘은 때때로 위기를 부르는 법.
지구와는 먼 것을 떠나서 아예 별개의 차원으로 취급받는 나스트론드.
그곳에서 무념무상으로 세계수의 뿌리를 갉아먹고 있던 니드호그가 반응을 한다.
- 이 기운은……!
태초에 세계수와 더불어 자신이 태어났던 그 시점.
함께 존재했던 하나의 알.
분명 수많은 드루이드의 손을 거치며 아직까지 부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었거늘 긴 세월 끝에 결국에는 부화에 성공한 모양이다.
더군다나 부화한 태초의 알이 위치한 곳을 추적해 낸 니드호그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이것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도망쳤던 도둑놈.
그 녀석의 곁에 위치해 있는 자신과 같은 태초의 존재.
니드호그는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 태초의 존재가 그곳에 있다면 나 또한 힘을 조금은 쓸 수 있게 될 테지.
먼저 존재함으로써 균형을 무너트린다면 니드호그 또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간섭할 수 있게 될 일.
물론 그렇다 해도 자신이 직접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할 테지만, 니드호그에게는 도둑놈에 대한 원한이 짙게 서려 있는.
자신보다 몇 수 아래의 힘을 지닌 생명체들이 존재한다.
- 자, 이제 너희들의 차례다. 넘어가서 도둑놈들을 징벌하고 도망친 탈주 드워프들도 다시 데려오도록.
- 알겠습니다.
- 킬킬. 맡겨만 주시지요.
“살아 있는 인간이 가득한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행복한 공간이란 말인가?”
- 한눈팔 생각은 하지 말도록 해라, 그라바크.
“걱정 마요 고인 오빠. 이것도 다 도둑놈을 잡기 위한 방법이니까요.”
스바프니르가 죽음으로서 여섯이 되어 버린 니드호그의 곁의 뱀.
니드호그가 열어 준 틈새를 통해 여섯 마리의 파충류는 각자 지구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난입했다.
* * *
농사.
작물이 되었든, 혹은 가축의 부산물이 되었든 간에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결실을 맺혔을 때만큼 농부를 기쁘게 하는 순간은 또 없다.
“역시 과일 종류의 작물을 선택한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네.”
황금 상단의 거상을 통해 전달받았던 질 좋은 과일 종류의 씨앗들.
사과나무를 비롯하여 딸기와 같은 과일 작물이 보기 좋게 익어 가는 모습도 그렇지만, 진우가 이 선택을 좋게 보는 이유는 단순히 이 선택이 작물 수확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꾸왁! 꾸와아아악!
삐삐삐삐!
기본적으로 농사하면 어딜 가나 빠지지 않고 존재하는 농장의 마스코트, 팜오리들.
뛰어놀며 작물을 밟아 건강하게 잘 자라게 만들어 주고, 잡초와 해충을 골라서 잡아먹는 알짜배기 귀염둥이들.
어디 그뿐인가?
꾸와아악!
뿌직- 뿌지지직!
실시간 노상 방뇨와 배설을 통해 땅의 양분 보충까지 철저하게 챙기는 농부의 스페셜리스트들.
그러나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일.
허나 진우가 굳이 과일 작물을 택했던 이유는 과일 작물의 꽃은 향긋한 꿀을 많이 품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게 무엇을 뜻하냐고? 뻔한 것 아니겠나.
위에에엥~ 위이이잉~
붕~ 부우웅~
“그래그래. 다들 고생이 많았어.”
과일 작물 주변에서 연신 날갯짓하는 꿀벌과 나비들.
자연 수정.
팜오리에 이은 또 하나의 연쇄 작용.
수분 활동하는 두 곤충의 도움까지 받은 결과 작물은 한층 더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하며 곱디고운 때깔과 적당한 크기.
그리고 꽉 찬 과실로 진우를 맞이했다.
촤학-
“캬, 이게 행복이지.”
갓 딴 생기가 가득한 딸기가 입속에서 터져 나가는 이 기분!
오로지 농부만이 느낄 수 있는 권한.
아, 물론 이 행복을 혼자서만 느낄 정도로 진우가 그리 나쁜 이는 아니다.
“자, 유진아. 너도 먹어 보렴.”
“와아앙!”
보유한 특성도 그렇고.
앞으로 성장할 능력치와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그렇고.
잘 보여서 나쁠 것 전혀 없는 김유진 양의 입속으로도 직행하는 딸기.
오물오물-
자그마한 입으로 커다란 딸기를 가득 넣은 채 잘도 오물거리면서 씹어 삼킨다.
“더!”
오물-
“더어!”
오물오물오물-!!!
“더어어!”
“이따가 많이 줄게요. 지금은 수확부터 하고요.”
“치이…….”
성장이 빠르다 해도 아직은 어린아이.
누가 할짝이 출신 아니랄까 봐.
먹는 욕심은 참 알아준다.
그래도 괴식가 때와는 달리 진우의 말에 토를 달거나 고집을 부리는 일 없이 얌전해진다.
이것만으로 끝이겠는가?
수확이 끝나면 더 준다는 말.
우리 유진 공주님께서는 그 뜻을 기가 막히게 잘도 이해하셨는지 뽈뽈거리는 걸음으로 진우가 수확하는 일을 보조하면서 돕는다.
“아이구, 기특해라.”
“유진이 착해?”
“그럼. 아주 착하지.”
“히힛!”
뭐, 끽 해 봐야 어린아이가 도와줘 봤자 얼마나 되겠냐 싶겠지만, 김유진은 이미 보유한 능력치만으로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안드로메다급으로 먼 태초의 아이.
거기다가 스킬인 ‘태초의 기적’.
손에 닿는 것만으로도 마나 소비 없이 적용되는 패시브 스킬을 보유 중이기에 유진의 도움은 오히려 진우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났다.
[태초의 힘(측정 불가)]
*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태초의 알을 깨운 자
* 모든 능력치+3 (태초의 아이의 성장에 따라 강화됩니다.)
※ ??? : 태초의 아이가 10레벨을 달성했을 때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유진이 탄생하면서 진우가 획득한 유물인 태초의 힘과의 연관성 덕분일까?
본래 타인이나 팜오리가 수확하면 진우에게는 경험치가 얻어지지 않았기에 늘 마지막으로 수확하는 과정은 진우가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으나 유진의 경우에는 예외다.
[유기농 딸기(희귀)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유기농 딸기(희귀)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유기농 딸기(희귀) 수확에 성공했습니다.]
…….
유진이 수확하는 것도 진우가 수확하는 것으로 취급되면서 획득되는 경험치.
무척이나 소소한 양이긴 해도 이것이 수백, 수천 개가 되면 얘기가 달라지는 것은 이미 농사의 규모를 키웠을 때부터 잘 알고 있지 않던가?
비록 지금은 고사리 같은 유진의 자그마한 손으로 수확하기에 양도 속도도 효율적이지 못하나 미래를 보면 충분히 믿을 만한 유진의, 태초의 아이로서의 가능성.
그러나 아무리 기분 좋은 소식이라고 해도 지금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꾸왁, 꾸와아아악!
“응, 물론이지. 금방 갈게!”
모든 농작물이 으레 그러하듯.
다 제때의 수확 시기가 존재하는 법.
그렇기에 농부로서는 가장 바쁜 수확 타이밍.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장해 주는 특성인 ‘굳건한 체력’.
이 든든함을 바탕으로 쉬지 않고 작업에 임한다.
“휴우, 이거 어떻게 보면 사냥이 이것보다 쉬울지도 모르겠는데?”
늘 느끼는 것이지만 가히 폭력적인 수확량.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늘어난 만큼 심을 수 있는 씨앗의 양도, 그에 따른 농작물의 수확량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긴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직접 겪어 보는 것은 아무래도 천지 차이다.
하물며 진우를 기다리고 있는 작업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위잉~ 위에에에엥~
“너희들도 다 준비되었구나?”
앞서 말했듯.
과일 작물과의 연계를 통해서 꿀을 축적하게 된 꿀벌과의 연계.
보통의 꿀벌이라면 양봉가의 주인이든 뭐든 간에 자신들의 꿀을 가져가지 못하게 난리를 칠 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꿀벌에 한한 이야기다.
보석 꿀벌은 듣기로는 경우가 좀 달랐다.
꿀벌과 마찬가지로 꿀을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더욱 중요시 하는 게 따로 있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진우를 택한 보석 꿀벌의 여왕님이다.
아무튼 수많은 꿀벌이 일해서 모아 둔 꿀.
처음으로 양봉이란 것을 하려던 찰나였다.
[선지자여, 좋지 않은 소식이 있다.]
낮게 깔린 목소리로 불안한 소식을 전달하는 대지모신.
‘좋지 않은 소식’으로 시작한 말답게 여신님께서 가져온 내용물은 좋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스바프니르.
과거에 한 번 상대했었던 그 뱀의 또 다른 형제자매라 할 수 있을 여섯 마리의 뱀들이 지구 곳곳으로 들어섰다는 내용.
보통은 심각하게 반응해야 정상이겠으나 진우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거 좋은 소식 아닌가요?”
[뭐? 어째서인가?]
“……그야 기회잖아요.”
예로부터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한 법이라고 했던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위협적인 적은 달리 말해서 확정적인 전리품을 드랍하는 보물 그 자체.
스바프니르가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라는 것은 이미 겪어 본바.
그것이 여섯 마리가 더 들어왔다는 소식이 어찌 나쁜 것이겠는가.
이를 대지모신도 이해한 것일까?
[흐음, 그것도 그렇군! 역시 선지자야.]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한 명의 인간과 여신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