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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후 먼치킨-125화 (125/154)

125화 진짜가 나타났다

헌터 라이센스는 현대 사회에 있어 가히 무적의 신분증이나 마찬가지다.

거짓말이 아니라 S등급 자격증만 가지고 있어도 어지간한 해외 입국은 하이 패스로 이루어지는 데다가 세금 감면 혜택도 상상 이상이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

한국만 해도 김장혁을 제외하면 12명.

인구가 많다는 미국과 중국에도 겨우 세 자릿수 정도 있는 게 S등급 헌터라는 존재였다.

대부분이 대형 길드의 장이거나 그룹, 설령 개인으로 활동하더라도 어마어마한 힘을 뿜어낼 수 있는 초인들.

이와 별개로 진우가 헌터 라이센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세금 감면 혜택 때문이었다.

아이템화된 농작물들.

맨 처음에는 그저 소량 정도 납품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해외에 수출할 정도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수익이 억 단위가 되니까 세금도 장난 아니구만.”

새삼 부자들의 심정을 아는 기분이랄까?

물론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지만 합법적으로 감면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는데 굳이 정부에서 내라는 대로 다 지불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헛된 곳에 쓰게 둘 바에야 기부하는 게 백번 낫지.”

의미 있게 돈이 쓰인다면야 모를까.

정권이 바뀌고, 또 그에 따라서 정책이 수정될 때마다.

또 각종 쓸모없는 정부 기관에 지원금 명목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에 돈이 들어가는 것보단 감면 혜택을 받고 고아원이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기부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채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미지도 챙기고 얼마나 좋겠는가?

다만 S등급 헌터 라이센스를 따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니다.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한들 최소 수 년이 걸리는 일.

허나 진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우리 호갱님께 고마운걸?’

이미 S등급 헌터인 혈석 길드장 이창혁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었기에.

그것만큼 S등급에 걸맞은 자격이 세상에 또 있을까?

단, 라이센스 갱신을 위해서는 서울에 위치한 헌터 협회 본부를 찾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진우는 어쩔 수 없이 잠시 농장을 비워야 했다.

“그럼 집 잘 보고 있어라.”

꾸와악~

삐삐삐삐!

경매장을 갈 때도 그랬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자리를 비워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진우에게는 팜오리 등 농장의 조력자들이 많았다.

어디 그뿐일까?

꺄꺄꺄꺆!

- 우리가 잘 다듬고 있을 테니 다녀오라고!

“올 때 드워프 맥주.”

“나도!”

“주군을 위한 특제 독버섯을 배양해 낼 것이야!”

흥을 돋워 주는 약초맨들과 하루가 지날 때마다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정령들과 드워프.

당연한 말이지만 진우의 빈자리를 메워 주는 만큼 고마움을 알기에 진우도 나갈 때마다 각자 맞춤형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 들고 올 예정이었다.

아, 물론…….

‘뮤린은 빼고.’

독살을 연구하는 사슴은 제외하고 말이다.

아무튼 준비된 차량에 탑승한 진우는 뒷자리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 여기서 뭐 하니?”

“에헤헷. 들켰다.”

진우의 말에 고개를 내밀고 혀를 내민 유진이.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늑대 인형 두 개를 양손에 꽉 쥔 공주님은 이내 둘을 향해 혀를 차며 아쉬움을 토해 냈다.

“쳇. 안 들킬 줄 알았는데…….”

- 그러게 내가 좀 더 안쪽으로 숨어야 된다고 했지?

- 아니야. 오히려 대놓고 기척을 내놓고 숨는 게 더 좋다니까?

“그럼 다음에는 스우랑 하리한테 맡길게.”

- 아니, 스콜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되는 건지. 쯧. 아무튼 맡겨만 달라고.

“오케이, 대신 들키면 스우는 나랑 48시간 놀기야?”

- ……난 아무 말 안 했어. 스콜이 다 알아서 할 거야.

- 이, 이 배신자!

옆에서 사탄도 울고 갈 법한 악마의 계약이 치루어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잠시.

진우는 유진이에게 의사를 물었다.

“유진이 아빠 따라갈려고?”

“응! 갈래, 갈래!”

“어디로 가는 줄 알고?”

“몰라!”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지극히 어린아이다운 답변이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쑥쑥 자라는 태초의 아이라고는 해도 애는 애라는 거겠지.

“흐음, 어쩐다?”

아이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시골에만 있을 게 아니라 좀 더 세상 밖을 알려 주는 것이 정서 발달에도 좋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평범한 아이에 한정된 이야기다.

유진이는 다른 무엇보다 아닌 알에서 태어난 김혁거세.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레벨과 능력치를 얻을 수 있는 사기적인 존재.

그런 아이를 데리고 수많은 길드의 스카우터와 감지 쪽으로 특출난 특성을 지닌 이들이 수두룩한 협회 본부를 찾아가는 게 과연 맞는 일일까?

진우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할짝이로 먹여 키운 자식은 맞다 보니 걱정이 생기는 게 당연할 터.

- 태초의 아버님이시여. 구석에 있는 것보다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게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맞아요.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저와 스콜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제는 보모 역할을 맡게 된 스콜과 하티가 유진이를 지원한다.

비록 귀여운 늑대 인형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그 정체는 무려 150신용도의 가치를 지닌.

진우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녀석들이니 전력 부분에서는 믿을 수야 있기도 했다.

“아빠! 나 갈래! 같이 갈래!”

- 태초의 아이께서 말씀하신 뜻을 부디 깊게 받아들여 주시죠.

- 맞습니다!

“너희들 48시간 놀기 싫어서 그런 거지?”

- …….

속내가 뻔히 보이긴 한 지원이었지만 강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설령 일이 터진들 뭐가 걱정이겠는가.

“좋아. 까짓거 가지 뭐.”

“얏호!”

세상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진우도 결국 딸바보였다.

* * *

유진이 태어난 이후, 그녀가 오고 간 공간이라고 해 봤자 집과 농장화된 던전이 전부다.

그 밖에는 고뇌의 숲 정도.

그리고 공통적으로 거대한 나무와 우거진 수풀 등으로 이루어진 숲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그러한 영향 탓일까?

“우와아아아! 막 반짝거리고 움직이는 게 신기해!”

각종 다양한 건축물과 도심 광고판에서 상영 중인 광고판의 모습에 유진이는 눈을 떼지 못했다.

보통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일상의 모습과 가까웠겠으나, 내내 농장에서 생활한 공주님에게 있어서는 전부 처음 보는 광경뿐.

그러한 상황에 진우는 새삼 죄책감이 몰려온다.

'……나도 참 생각해보면 못된 아빠구만.'

실제 나이로는 1살도 되지 않았으나 겉모습만 본다면 보통의 집안에서는 놀이동산 한두 번쯤은 가 봤을 나이.

허나 농사와 거래, 그 밖의 기타 사유의 일로 유진이에 대해서 신경 써 주질 못했다.

'아버지도 이러셨던 걸까?'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아버지와의 추억.

그때 당시만 해도 얼른 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기에 떠올리기도 싫은 일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립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아버지 몫까지 유진이랑 잘 놀아야겠는데?”

“응? 아빠 뭐라고 한 거예요?”

“아냐. 나중에 놀이동산 가자고.”

“우왕! 어? 그런데 놀이동산이 뭐예요?”

“무척 재밌는 놀잇거리들이 한가득 있는 곳이란다.”

“우와앙!”

어린아이답게 놀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자 환호성을 내지르는 유진이.

다만 모든 이들이 그 소식에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 뭐냐 그 말도 안 되는 곳은. 헬헤임이라도 되는 거냐?

- 놀이 싫어, 놀이 그만!

보모 겸 놀이 상대로 고통받는 두 늑대 인형들.

뭐, 어쩌겠는가.

원래 인생이란 희극과 비극의 연속인 것을.

진우로서는 유진이가 기뻐하는 게 더 중요하니 말이다.

‘놀이동산도 가고, 꿀벌 동산에도 데려가야지.’

다양한 놀이 기구가 즐비한 놀이동산과 달콤한 꿀을 맛보고 귀여운 꿀벌들의 군무도 볼 수 있는 꿀벌 동산.

어린 시절의 추억이 오래 남는 것은 진우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바.

유진이에게도 좋은 추억을 여럿 남겨 주고 싶은 거야말로 지극히 당연한 아빠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 * *

헌터 협회의 본부는 이례적인 현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S등급의 이창혁이 패배했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것도 E등급의 전투직도 아닌 농부에게?”

“영상으로 증거가 있는 데다가 대형 길드장들의 증언도 있으니 사실 아니겠습니까?”

“설령 조작된 것이라고 해도 S등급의 자존심이 있지.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돼!”

현재 협회에 E등급으로 등록되어 있는 김진우.

세간에 농부로 알려져 있는 그가 다른 누구도 아닌 S등급의 헌터인 광전사 이창혁을 상대로 승리했다.

그러니 헌터 협회가 관심이 없을 리가 있겠는가?

“허어, 진짜 말도 안 된다. 웃음 밖에 안나와.”

“유니크. 아니지. 이제는 전설 등급도 수확하는 마당에 S등급 수준의 힘까지 있으면 완전히 사기 아니냐고!”

“그건……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이거. 농부라서 이긴 게 아니라 영약빨로 이긴 거 아닐까? 영구 능력치 상승하는 것들 지금까지 다 먹었을 것 같은데.”

“아마 그렇지 않을까? 내가 김진우였더라도 영구 능력치 작물을 수확한다면 일단 먹고 팔 것 같긴 해.”

“허어, 그럼 지금 판매하는 것도 두 번째라는 거잖아. 대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괴물인 건지. 애초에 인간이 맞긴 한 거야?”

“인간은 맞을걸? 좀 오래되긴 했지만 내가 김진우 그 사람 E등급 라이센스 발급해 줬잖아. 그때도 고블린 백부장 솔플로 사냥해서 기가 막힌 탓에 기억에 남아있지.”

“미친. F등급에 백부장을 솔플? 진짜 괴물이네.”

영상이 등록된 지 어느덧 3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여전히 끊이지 않고 김진우와 관련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다.

그 모습에 부장이 헛기침을 했다.

“커흠! 자네들은 아직도 그 얘기를 하고 있어? 할 일이 그리 없나? 일거리 만들어 줄까?”

“히익! 괘, 괜찮습니다, 부장님!”

“살려 주세요!”

“아니, 하지만요 부장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그렇죠.”

“나도 동감은 해.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지 않나.”

흥미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업무에 지장이 가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가 운영하는 헌터 협회의 직원들은 엄연히 공무원들.

자칫 민원이라도 들어오는 날에는 여간 골치가 아파지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좀 꼰대 같아도 이해 좀 해 줘. 나도 더 진급해야 여우 같은 마누라랑 토끼 같은 자식놈들 잘 키울 수 있게 되지 않나. 내가 진급하면 자네들도 다 챙겨 줄 테니 걱정 말고.”

“아뇨, 그게 어떻게 꼰대예요. 일터에서는 당연한 거죠. 저희도 자제하겠습니다.”

“업무 중에 죄송해요!”

“그래. 괜찮아. 할 때는 하고. 쉴 때는 쉬자고.”

부장의 제지로 겨우 잦아든 이 시대의 뜨거운 감자 김진우.

잉꼬부부로 소문난 오창식 부장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워낙 금슬이 좋은 탓에 벌써 자식만 셋. 그중 하나는 늦둥이인 탓에 돈 버는 일과 자리가 누구보다도 중요해진 그로서는 조금의 흠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 부장님. 제가 할게요!”

“아니야. 괜찮아. 자네 할 일도 있으니 어서 처리해. 당분간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고마우면 이따 자판기 커피라도 쏘던가.”

“감사합니다! 부장님!”

이제야 좀 제대로 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창식 부장은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접수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에게 한 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헌터 라이센스의 등급 상향을 받으려고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 전에 잠시 라이센스 확인이 있겠습니다. 어디 보자 성함이 김진…… 우?”

방금까지 부하 직원들이 줄기차게 말하던 김진우였다.

같은 공무원이자 부장된 몸이니 그에게 관심이 전혀 없겠는가?

말만 하지 않았을 뿐.

오 부장 역시 김진우 채널의 열렬한 구독자로서 몇 번이고 돌려본 몸이다.

그렇기에 겉모습만으로 척 봐도 알 수 있다.

“왜 그러시죠? 저기 무슨 문제라도?”

“…….”

평범해 보이는 인상을 가졌으나 은근히 알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남성.

“사인 좀 해 주실래요?”

뜨거운 감자, 김진우.

진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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